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31)
31화. 별빛 (1)
오시안의 말에 다베르는 어이를 상실했다.
지금 이 미친놈이 뭐라고 한 거지?
“끝내? 끝낸다고?”
마치 자신을 낮잡아 보는 것 같은 오시안의 태도에 다베르는 분개했다.
“이 벌레 새끼가 지금 누구 마음대로 끝내냐 마냐 하는 거냐!”
그는 왼팔의 테슬라 암즈의 출력을 올렸다.
인간의 팔을 그대로 본뜬 것 같은 유려한 곡선을 지닌 금속 팔.
거기서 은은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시안은 검을 밀어내는 자기장과 힘겨루기를 할 준비를 갖췄다.
피잉-!
“…….”
그때, 허공에 맺힌 힘의 흐름이 미묘하게나마 평소와 다른 기류를 띠었다.
광범위하게 거대한 힘을 뿌리는 것이 아닌,
한 점으로 집중된 것이다.
─판단은 빨랐고 움직이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빨랐다.
오시안은 옆으로 몸을 날렸다.
퍼엉!
직후 오시안의 뒤에 있던 강철 구조물에 거대한 구멍이 뻥 하고 뚫렸다.
그 광경을 지켜본 데이빗은 믿기지 않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자력의 범위를 최대한 좁혀서 위력을 극도로 끌어 올렸어!’
테슬라 암즈는 소문이 무성한 물건이었다.
과학기술의 집대성에 더불어 마도공학에 에테르워터까지 첨가된 물건.
하지만 실제로 본 테슬라 암즈의 성능은 오히려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과소평가 돼 있었다.
강력한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자기장까지 다루는데, 그것의 범위와 위력까지 조절이 가능하다니.
평범하게 총과 화약을 사용하는 사람에겐 그야말로 재앙이 따로 없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믿기지 않는 것은 오시안이었다.
자신을 노리는 자기장을 이번에는 힘으로 밀어내기보다는 회피로 대응했다.
그 행동은 분명 옳았다.
범위가 좁아진 만큼 위력이 올랐으니, 이전처럼 힘겨루기로 싸우려 했다면 오시안이 밀렸을 거다.
그런데.
‘어떻게, 피한 거지?’
다베르가 암즈를 내밀 때마다, 오시안은 그것을 눈치채고 귀신같이 몸을 뺀다.
다베르의 움직임이 느린 것도 아니었다.
그가 암즈를 발동시키는 속도는, 오랜 전장을 겪어온 데이빗도 겨우 눈으로 쫓을 정도였으니까.
그럼에도 오시안은 그것을 전부 피하고 있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콰과광!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금속 시설이 박살나 우그러지거나 파편을 흩날렸다.
그러나 다베르의 어떤 공격도 오시안을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못했다.
“알고 보니 벌레가 아니라 미꾸라지새끼였구나!”
말은 그렇게 도발을 하면서 다베르는 속으로 짜증 어린 한숨을 내쉬었다.
첫 일격으로 녀석을 날려 보내고 순식간에 추가타를 꽂아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시안은 대체 어떻게 알아냈는지 이쪽의 첫 일격을 피해 냈다.
지금까지 전부 정면에서 밀어붙이던 놈이 말이다.
녀석은 단순히 힘만 강한 것이 아니었다.
직감, 혹은 짐승과도 같은 본능이 함께 하고 있었다.
‘게다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오시안의 움직임을 처음에 따라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쪽의 눈으로도 쫓기 힘든 지경까지 갔다.
‘싸우면서 빨라지는 것이 아니야. 오히려 서서히 자신의 힘에 적응을 하고 있어.’
다베르는 성정이 불과 같았지만, 마법사로서 냉철한 지능도 보유하고 있었다.
방법을 바꿔야 한다.
다베르는 테슬라 암즈로 계속 오시안을 노리면서, 오른팔에 마력을 일으켰다.
화르륵─!!
어두웠던 발전소 내부가 삽시간에 주홍색으로 물들었다.
오른팔의 화염을 휘두르자 오시안을 향해 화염이 부채꼴 형태로 방사되었다.
‘어디 이것도 피할 수 있을까!’
오시안은 거대한 철제 구조물의 뒤에 몸을 숨겼다.
직후 구조물 위를 거대한 화염의 해일이 뒤덮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금속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녹는점을 견디지 못하고 테두리 부분이 흐물거리며 융해됐다.
광범위한 공격이라서 위력이 집중되지 않아서 다행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구조물째로 함께 녹아내렸을 것이다.
오시안은 그렇게 판단하면서 엄폐물을 빠르게 벗어났다.
반쯤 녹아내린 철재 구조물의 중심에 거대한 구멍이 뻥 뚫렸기 때문이다.
이쪽을 노리고 자기장 펄스를 쏘아낸 다베르의 공격이었다.
오시안은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정면에서 싸우는 것은 좋지 않아.’
처음에는 힘겨루기를 통해 상대가 지닌 테슬라 암즈의 출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을 끝마쳤다.
그리고 내린 결정은, 순수한 육체의 힘으로는 테슬라 암즈의 힘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광범위한 자력을 뿌린다면 검에 힘을 주는 것으로 밀고 나가겠지만, 범위를 좁혀 출력을 높이면 그때는 이쪽도 버티기 힘들어진다.
상대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무분별한 자기력의 사용을 자제하고 이쪽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다행히도 오시안에게는 어마어마한 피지컬을 지닌 육체가 있었다.
힘에서 밀리지만, 이 육체의 힘은 단순히 힘만 강한 것이 아니었다.
‘속도전으로 승부한다.’
상황만 놓고 보면 이 싸움은 오시안에게 불리했다.
이쪽이 지닌 것은 고작 칼 한 자루. 뛰어난 육체가 있다고는 하지만, 상대방은 그보다 훨씬 더 악랄하다.
금속을 상대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는 테슬라 암즈는, 검을 사용하는 오시안의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다베르는 마법까지 쓴다.
현재 관측된 마법만 해도 화염과 중력을 다루며, 그 위력은 4성급도 가볍게 사용할 정도.
이거라면 과거 그가 게임을 하던 시절 싸워온 보스 중에서도 중간급 이상은 가는 녀석이다.
그걸 기본 장비, 아니 그마저도 되지 않는 상태로 잡으라니.
‘그것은 누구보다도 바라던 바지.’
씨익.
오시안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게임을 하던 그에겐 유리한 싸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었으며, 무수한 도전을 해왔다.
마음이 꺾여 무너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활로를 모색했다.
그렇게 적을 꺾었고 승리를 쟁취했다.
그러한 행동을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반복해왔다.
눈에 보이는 총알을 검으로 몇 번 쳐내고, 남들보다 강한 힘으로 쉽게 몰아붙이는 싸움이라니.
근래 해온 그걸 과연 싸움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래야 싸움이지.”
오시안의 중얼거림을 들은 다베르의 눈매가 분노로 찡그려졌다.
방독 마스크 안쪽의 붉은 안광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싸움? 지금 싸움이라고 했냐?”
드드드드.
분노로 인해 용솟음치는 마력이 주위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황망하게 지켜보던 용병과 데이빗, 강철추종자는 뒤로 물러났다.
다베르가 오시안에게 정신이 팔린 지금이 유일하게 도망칠 수 있는 기회였다.
‘오시안.’
이번엔 부축을 받으며 물러나는 데이빗이 오시안을 돌아봤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오시안은 데비잇을 향해 한번 피식 웃어주고는, 다시 잔상을 남기며 흩어지듯 사라졌다.
데이빗은 그 미소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못 당하겠군.’
그는 마음을 다잡으며 발전소를 탈출하는 데 주력했다.
*
어두운 발전소 내부가 밝게 비춰졌다.
그것은 내려간 전력을 누군가 복구시켜서가 아니다.
한 존재에 의해서, 발전소가 환한 빛으로 가득한 것이다.
“벌레 새끼들이 모두 도망치는구나.”
오른팔에 새빨간 화염을, 왼팔에 푸른 전류를 두른 다베르가 오시안을 노려보았다.
갈색 판초 망토가 마력의 기세를 이기지 못해 거칠게 펄럭였다.
“쫓아가지 않아도 되나?”
“너부터 죽이고 나중에 쫓아가도 늦지 않아.”
“오만한 발언이군.”
“그러는 너야말로 각오는 된 거냐? 내 분노를 혼자서 어떻게 감당할 생각이지?”
방독면 안쪽의 붉은 안광이 호선을 그리며 샐쭉 휘어졌다.
하지만 그것이 순수하게 즐거워서가 아니라는 것은, 폭발적인 살기만 봐도 알 수 있다.
피부를 저릿하게 만드는 감각.
겁화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와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따끔한 전류.
폭발하듯 휘몰아치는 마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아플 지경이다.
모니터 너머로 캐릭터를 굴리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현실감.
그 모든 것들이 지금 이 검을 쥔 순간이 꿈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죽어!”
다베르가 오시안을 향해 양팔에 깃든 힘을 쏘았다. 적과 청의 색이 오시안을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오시안은 그것을 피하려 하다가, 머리 위에 떠오른 보라색 고리를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중력 마법.
녀석은 이쪽이 피할 것을 대비해서 주위에 광범위하게 중력증가를 걸었다.
이것으로 오시안이 죽는 일은 없겠지만, 빠른 움직임은 봉쇄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뿌드득.
오시안은 검을 쥔 손잡이에 힘을 주며 휘두를 준비를 갖췄다.
그 모습을 본 다베르가 웃음을 터뜨렸다.
“미친놈! 고작 그딴 걸로 뭘 하겠다고!”
다베르가 비웃건 말건 오시안은 가장 먼저 다가오는 푸른 번개를 보았다.
피하기엔 늦었다. 그렇다고 막아낼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받아치는 수밖에.
채애애앵─!!!
푸른 전류가 휘둘러지는 검에 맞닿는 순간 청명한 울림이 퍼져나갔다.
마치 푸른 하늘 높은 곳에서 울리는 거대한 종소리처럼.
그것은 발전소 내부에 울려 퍼지며 주변 금속들과 공명음을 냈다.
오시안은 전류를 머금은 검에 힘을 주지 않았다.
대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옆으로 회전시켰다.
오시안을 노리고 달려들던 전류는 오시안의 검결을 따라 회전하고, 그대로 사방으로 강렬한 스파크를 튀겼다.
오시안은 회전을 멈추지 않았다.
한 바퀴.
두 바퀴.
그렇게 세 바퀴째 회전하는 순간.
오시안은 뒤이어 다가오는 불꽃을 향해, 푸른 전류가 맺힌 검격을 때려 넣었다.
회전 속에서 방향을 잃은 번개는 오시안의 인도를 따라 불꽃을 향해 쏘아졌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두 힘이 서로 충돌해 소멸했다.
‘성공했다.’
받아치기에 성공한 오시안은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게임에서만 가능하던 극악의 반격 스킬. [굽이치기]. 그게 정말로 될 줄이야.’
[방랑기사] 태생은 기본적으로 방어는 방패를 이용한 [패링]을 사용한다.하지만 방패가 없는 경우를 상정해 검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패링]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굽이치기]였다.
일반적인 패링보다 난이도가 훨씬 더 어렵지만, 공격을 쳐내는 것을 넘어 되돌리는 기술.
‘번개를 되돌렸으니 이 기술의 이름을 굽이치는 뇌류라 해야겠군.’
게임 속에서 그 무수한 회차를 겪어온 오시안조차도, 몇 번 성공시키지 못했던 기술을 현실이 된 지금 처음으로 펼친 것이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아.’
오시안은 검을 쥔 양손이 저릿한 걸 느꼈다.
번개를 되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그것은 반쪽짜리 성공일 뿐.
번개의 일부 힘은 완전히 되돌리지 못해 사방으로 휘몰아쳤으며, 그것은 검을 쥔 오시안의 양팔에도 고스란히 피해를 주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베르가 후속타를 날리지 않은 것이었다.
다베르는 믿기지 않은 광경을 본 것 때문인지, 거의 얼어붙어 있었다.
“검으로 번개를 되돌린다니. 네놈은, 대체…….”
그런 건, 이제는 완전히 소실해 버린 고대 전설에서나 볼 법한 기예가 아닌가.
네놈은 대체 누구고 그 기술은 어디서 익힌 거냐고.
다베르는 구구절절하게 그런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래. 어차피 달라지는 건 없겠지. 원래도 네놈을 죽이는 데 진심이었지만, 이번엔 정말 제대로 가주마.”
다베르는 테슬라 암즈를 힘껏 치켜세웠다.
투우웅─!!!
거대한 자기력이 테슬라 암즈로부터 뿜어져 나와 일대를 뒤덮었다.
부서지고 조각난 무수한 금속의 조각과 잔해들.
그것이 일제히 두둥실 떠올라 테슬라 암즈를 중심으로 한 다베르에게 모여들었다.
그것은 강철로 이루어진 정어리 떼의 군무를 보는 것 같았다.
오시안은 자신의 검이 끌려가지 않도록 손에 힘을 주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건 좀 많이 너무하다고.
“어디. 이것도 피하거나 막아내 봐.”
촤라라락!
테슬라 암즈가 오시안을 향하자, 무수한 금속의 해일이 오시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삽시간에 시야를 강철의 파편이 뒤덮었다.
오시안은 두 다리에 힘을 준 뒤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바로 직후 오시안의 발아래에 강철의 피라냐 떼가 스치듯 지나쳤다.
그러나 잔해들은 곧바로 방향을 틀어 오시안을 노렸다.
오시안은 전투로 인해 휘어져서 툭 튀어나온 강철 파이프를 밟아 재차 뛰어올랐다.
그 뒤를 잔해들이 헤집으며 매섭게 쫓아왔다.
카가가각!
발전소의 환풍구와 외벽, 기둥이 불똥을 튀기며 갈려나갔다.
그때 사람의 몸통만 한 철골이 오시안의 등을 노리고 쏘아졌다.
오시안은 허공에서 몸을 틀며 검을 수평으로 세웠다.
카앙!
검과 충돌한 철골은 오시안을 그대로 밀어내며 천장에 처박았다.
오시안의 몸이 천장을 뚫고 나가도 철골은 밀어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발전소 옥상을 뚫고 하늘 높이 치솟고 나서야, 오시안은 철골을 반으로 가르며 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챙──!!!
“……!”
치열한 싸움을 견디지 못한 롱소드의 날이 뚝 부러지고 말았다.
허공에 체류한 오시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덧 밤이 되어 주변 일대는 칠흑처럼 어두웠다.
발전소에 전력을 공급받지 못한 주변 일대는 적적한 어둠에 잠겨 있었다.
무너진 옥상을 통해 다베르가 튀어 올랐다.
금속의 발판을 밟고서 선 그는 오시안을 향해 비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 잘난 검이 부러졌구나!”
오시안은 그런 다베르를 향해 검을 휘두를 자세를 갖췄다.
밑동만 남은 부러진 검으로 말이다.
그 모습을 본 다베르가 방독면 안쪽에서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멍청한 새끼! 지금 이게 안 보이냐? 난 번개를 일으키며 화염을 부린다. 금속과 중력도 다룰 수 있지! 그런데도 싸우겠다고?”
테슬라 암즈에서 뿜어져 나온 전류가 주변 금속에 퍼져 뇌창으로 변해 오시안을 겨누었다.
오른팔에서는 강렬한 화염이 일어나며 불의 뱀이 똬리를 틀었다.
“고작 부러진 칼로 대체 뭘 할 수 있는데!”
다베르의 외침대로, 그는 온갖 기적 같은 힘을 일으킬 수 있었다.
고작 부러진 칼 한 자루로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오시안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스모그가 가득한 밤하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과거 찬란했어야 할 하늘은 빛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분명히 저곳에 ‘별’은 존재한다.
“그래. 네 말대로, 부러진 검으로는 뭘 하기 힘들어.”
그 순간 오시안은 깨달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하지만.”
오시안은 부러진 검을 들어 올렸다.
부러진 날 위로 새하얀 불씨가 피어올랐다.
“별빛은 담을 수 있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