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40)
40화. 마녀와 망명 (2)
마녀라는 울림은 오시안에게 딱히 큰 의문을 일으키지 못했다.
오시안은 이미 마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마녀. 마법을 배우고 사용할 줄 아는 마법사와 흑마법사와 다르게, 태생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
마녀는 이질적인 존재였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대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는 모른다.
혹자는 축복이라고 했고, 혹자는 저주라고도 했으니까.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마녀는 오직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체질이었다.
그리고 혈통을 가리지 않았다. 뒷골목 천애고아도 마녀일 수 있고, 고명한 귀족 가문에서도 마녀가 태어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오시안이 플레이 하던 게임에서 마녀들은 대부분 몹으로만 나왔다.
‘조력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쓰러뜨려야 하는 보스 몬스터였지.’
태생적으로 거대한 힘을 지녔다 보니, 대부분 마녀들은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정신이 망가지거나 인간성이 많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래서 게임에서는 마녀는 극도로 불온한 존재라고 하면서 꽤나 많은 사냥을 당했었는데.’
그런 마녀가 아직까지도 남아 있을 줄이야.
과거의 생존자인지, 아니면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마녀가 탄생한 것인지까지는 모르겠다.
대다수 마녀는 인류에게 적대적이었다.
아주 극히 일부의 소수만이 호의적일 뿐.
‘그런 마녀가 망명요청이라.’
나라도 아니고 티르나라는 도시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것에서는 두 가지 정보를 유추할 수 있었다.
티르나는 도시이면서도 국가 단위의 힘을 머금은 곳이라는 것.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도 마녀들은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망명 요청은 의뢰 중 하나인가?”
“그런 셈이죠. 무려 마녀가 직접 요청을 했으니까요. 그 말은 보수를 마녀가 직접 준다는 겁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흔히 구하기 힘든 물건일지도 모르고, 혹은 지식일지도 모르는 거죠.”
“다른 사람들이 눈독을 들이기 차고 넘친다는 말이로군.”
“예. 그리고 추측하기로는, 아마 이 마녀는 자신이 의탁할 장소를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티르나라는 도시에 와도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것은 힘든 일이니까요.”
물론 마녀의 존재를 생각하면 금방 이름을 떨치고 자리를 잡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서 시작하는 것과 한 조직에 몸을 담아서 활동하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오시안도 극히 동감하는 바였다.
그도 바이올렛 폭스에 소속되지 않았더라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했을 테니까.
“마녀가 의탁할 곳을 찾는다면, 티르나의 온갖 조직들이 탐내겠군.”
“마녀의 힘은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고민입니다.”
“뭐가 말이지?”
“솔직히 저희 입장에선 이 마녀 분을 초빙하는 것은 힘들거든요. 붙어야 할 상대가 워낙 많으니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죠.”
“마녀의 힘을 욕심내는 건가?”
“힘이라기보다는, 인재에 대한 욕심이라고 해두죠.”
로난은 그렇게 말하며 평소처럼 수상함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해결사 일을 하는 마녀라니. 상상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로난은 순수한 의도로 재미있다고 말했지만, 그 말을 들은 오시안으로서는 로난이 대체 무슨 꿍꿍이를 지닌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망명을 요청했다는 것은 현재 마녀가 무언가에 쫓기고 있다는 말일 텐데. 그러지 않고서야 그런 요청을 할 리가 없지 않나.”
오시안의 말에 로난이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정확히 보셨습니다. 알다시피, 이 티르나는 자유의 도시죠. 실력과 돈이 있다면 뭐든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바깥은 그렇지 않죠.”
도시 자체가 독립권을 부여받은 티르나와 다르게 외부는 아직도 왕정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오랜 세월이 흘러도 과거의 모습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녀를 향한 적대적인 차별도 그중 하나였다.
“바깥은 여전히 마녀사냥이 팽배해 있다는 건가.”
“냅다 불로 태우던 옛날 정도까지는 아닙니다만, 마냥 우습게 볼 것도 아니죠.”
“마녀 입장에선 살기 위해서라도 이곳에 오는 것이 맞겠군.”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에 로난이 싱긋 물었다.
“오시안 씨는 마녀에 대해서 잘 아십니까?”
“뭐, 조금은.”
오시안은 적당히 둘러댔다.
게임 속에서 마녀를 가장 많이 죽였다는 말은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궁금하긴 하네. 세월이 흐른 만큼 마녀에게도 변화가 생겼을지.’
당장 엘딘만 봐도 오시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특이한 엘프였다.
세상이 바뀐 만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자들 또한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마녀도 지금 같은 시대에 맞추어 바뀌었을까.
아니면 옛날 그대로의 마녀일 수도 있었다.
‘마녀는 수명이 아주 길다고 했으니까.’
흥미가.
아주 강한 흥미가 생겼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자신이 기억하는 게임의 흔적이 남았기에 일어나는 감정이 아니었다.
본능이 속삭였다.
이 의뢰를 맡으면 지금 막힌 길을 뚫을 수 있을 거라고.
“이 의뢰, 언제부터이지?”
“하실 생각입니까?”
“이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힘들어도, 의뢰 자체를 할 수는 있지 않나.”
망명을 요청했다는 것은 지금 마녀는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일 터.
그렇다는 것은 이 의뢰는 의뢰주인 마녀를 무사히 티르나까지 데려오는 것이 될 것이다.
‘요인 호위라. 내겐 익숙한 퀘스트로군.’
게다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인지, 혹은 성격이 당돌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녀는 의뢰를 아무나 다 받을 수 있게 해 놨다.
사람을 딱히 가리지 않는 걸 보아,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인가.
아니면 다수의 경쟁자를 붙여서 가장 뛰어난 의뢰인을 고용할 생각인가.
‘세상 물정을 모르기보다는 당돌한 쪽인가.’
오시안이 의뢰를 할 기색이자 로난은 만족스러워하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오시안 씨. 이번 의뢰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위험인가.”
“마녀의 존재는 분명 여러 조직에서 탐을 내기에 충분하죠. 하지만 이 의뢰는 아무나 맡지 않을 겁니다. 마녀를 추적하는 자들이 꽤나 무섭거든요.”
오시안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녀가 도움을 요청을 했을 정도니 상대 또한 자신의 힘으로 상대하기 힘든 자들일 터.
“누구인데 그러지?”
“페트라 교황청입니다.”
교황청.
그 말에 오시안은 그런 게 있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플레이 하던 게임에서도 종교는 존재했다.
빛과 질서, 황금과 자애의 신 「일루아」.
그런 일루아를 믿는 자들이 만든 나라가 신성 페트라시국이었다.
‘이 세상에 실제로 신이 존재하고 신성과 기도가 효과를 보이는 걸 생각하면, 페트라 교황청이 지닌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지.’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이런 페트라 교황청은 흑마법사와 마녀, 악마의 존재를 이단으로 규정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은 쇠퇴할 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모양이다.
이런 페트라 교황청에서 의뢰주인 마녀를 노린다는 것은, 반대로 그들과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리였다.
“심지어 소문이 좋지 않습니다. 페트라 교황청에서 이번에 12성부 중 하나를 파견할 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12성부?”
“페트라 교황청 직속기관의 이름입니다. 총 12개로 이루어진 조직으로 각자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죠.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들은 페트라 교황청에서도 가장 뛰어난 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나선다는 것은, 그들과 충돌을 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거로군.”
“아무리 페트라 교라고 하더라도 티르나에서 자신의 권한을 휘두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과 싸울 가능성을 자처할 바보는 없죠. 이것만으로 송사리들은 모두 걸러질 겁니다.”
“이 의뢰를 받는 놈들도 진짜들만 모인다는 소리인가.”
들을수록 더욱 구미가 당겼다.
오시안은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교황청에서도 아주 강한 자들이 마녀를 쫓고 있으며, 마녀는 살기 위해서 티르나로 망명을 요청했다.
당연히 의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페트라 교황청과 척을 져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세력이 강하거나 무력이 강한 자들이 모일 터.
“하겠다.”
“이런. 진심이십니까? 상대는 그 페트라 교황청인데요?”
“처음부터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으면서 발뺌을 하는군.”
오시안이 장난스럽게 묻자 로난도 못 당하겠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보다 검 없이 괜찮으시겠습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부엌칼이 있으니까.”
“……진심이십니까?”
주점의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득달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인가 했더니 바이올렛 폭스 소속인 디올란이었다.
마침 좋은 소식을 물고 왔다는 듯 디올란은 오시안을 발견하자마자 말했다.
“엘딘이 전해달래! 드디어 완성됐다고.”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는군.”
흥미로운 의뢰에 맞춰서 완성된 검이라.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운명이 아닐까.
*
“자. 받아.”
엘딘은 오시안에게 검을 내밀었다.
검집에 담긴 검을 받아든 오시안은 그것을 물끄러미 보다가 엘딘과 눈을 마주쳤다.
엘딘의 눈가에는 거뭇한 다크서클이 가득했다.
딱 봐도 지난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육체는 피로해도 그녀의 눈빛은 전에 없던 총기로 가득했다.
자신이 이런 검을 만들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만드는데 더럽게 힘들더라. 그래도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만들어졌어. 한번 뽑아 보지 그래?”
“그러지.”
오시안은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어떠한 마법과 과학적인 처리를 하지 않은 순수한 장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은 놀랄 정도로 정갈하고 예리하며 깔끔하다.
오시안은 자신의 얼굴이 선명하게 비추는 검날을 응시하다가 그것을 쥐고 자세를 잡아보았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으며 무게중심도 잘 잡혀 있다. 무엇보다 쥐는 순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오직 자신만을 위한 검이라는 걸.
“최고로군.”
오시안으로서는 그렇게 극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작 만드는 데 고생을 한 엘딘은, 그게 감상의 전부냐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무튼 나는 만들어 줬으니까 이만 쉬어야겠어.”
“그래. 덕분에 이번 의뢰는 꽤나 마음을 놓을 수 있겠어.”
“의뢰?”
피로한 와중에도 흥미가 돋았는지 엘딘이 물었다.
“내가 만들어 준 무기를 받자마자 하는 의뢰라면 꽤 대단한 거겠지?”
“도시 바깥에서 망명 요청을 한 마녀가 있다더군.”
“……잠깐. 그거 나도 들어본 거 같은데. 혹시 페트라 교황청과 관련 있다는 그거 아니야?”
“맞다.”
“설마 그 의뢰를 하러 간다고?”
엘딘은 무어라 말을 하려고 입을 열다가 이내 꾹 다물고는 고개를 저었다.
“됐다. 내가 무슨 조언을 하겠어. 가서 죽지나 마.”
“걱정해 주는 건가?”
“모처럼 좋은 무기를 만들었는데 그 주인이 첫 의뢰부터 냅다 죽으면 기분이 사납잖냐.”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오시안은 뽑아든 검을 유심히 보다가 다시금 칼집에 집어넣었다.
“이게 있으면 질 것 같지는 않거든.”
*
의뢰 당일.
나는 34번구에 존재하는 기차역에 도착했다.
티르나에는 온갖 철로가 깔려 있는데, 당연히 도시 바깥으로 이어지는 철로도 있었다.
의뢰주인 마녀와 접선할 곳은 티르나의 바깥, 인접한 이웃 나라인 오스나팔로스 공화국이다.
‘오스나팔로스라. 게임에서는 왕국이었는데 지금은 공화국인가. 지식과 책의 왕국으로도 유명했지.’
공화국이라 그런지 그나마 페트라 교황청의 입김이 약했고 티르나와 가까웠기에 접선 장소로는 적합했다.
바뀐 나라의 모습도 보고 싶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겠지.
나는 허리춤에 걸린 검의 감촉을 느끼며 주변을 살폈다.
‘쭉정이들은 다 빠졌다 생각했는데도 이렇게 많은 숫자라.’
정차한 기차의 근처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저들은 전부 다 이번 마녀의 망명의뢰를 받아들인 자들이었다.
즉, 나의 경쟁자라는 소리였다.
그중에서 처음으로 시선을 끄는 것은 검은 양복의 집단이었다.
‘마피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