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42)
42화. 의뢰 실패 (2)
키기기기긱!
귀청을 찢으며 뇌리를 가로지르는 소리가 났다. 달리던 열차가 급정거를 시전하며 철로와 마찰을 빚으며 나는 소리였다.
거대한 관성에 휩쓸린 사람들의 몸이 앞으로 확 쏠리며 사방에서 고함과 욕이 터져 나왔다.
“이런 제기랄! 또 뭐야!”
“다들 정신 차려!”
노스 블라인더스 마피아들은 앞좌석에 머리를 박거나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오시안만 마치 물리법칙을 위배하듯 의자에 딱 붙어 앉아 있었다.
열차가 완전히 멈추고 소요가 가라앉았을 때, 마피아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상황을 파악했다.
“인원 체크해!”
“외부 습격은 아닙니다! 후속 공격이 없습니다!”
“고작 이런 걸로 다친 새끼는 없는 걸로 알겠다!”
괜히 복장부터 통일한 조직이 아니라는 듯, 그들은 혼란을 빠르게 떨쳐냈다.
오시안도 작금의 상황을 직감했다.
‘열차를 직접 습격한 게 아니라 선로를 노린 건가.’
폭발음과 함께 열차가 멈췄다. 그렇다는 것은 누군가 노리고서 선로를 파괴한 것이다.
다행히도 열차가 탈선하는 일은 면했지만, 운행을 멈췄다는 것은 꽤나 큰 문제였다.
이대로라면 목적지인 도시까지 도착하지 못할 테니까.
부아아앙!
그때 바깥에서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열기로 뜨겁게 태운 공기가 대기와 충돌을 자아내며 만드는 소음.
모두의 시선이 반투명한 창문 너머로 향했다.
“꺄호!”
“잘 있어라! 멍청이들!”
그렇게 외치며 빠르게 바깥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열차에 탑승하기 전에 보았던 폭주족들이었다.
형형색색의 머리색과 문신, 가죽 재질의 펑키한 스타일.
40번대 후반 구역의 고철더미 폭주족이었다.
‘저건 또 뭐야.’
오시안은 신기하다는 듯 놈들이 탄 기계를 응시했다.
마치 거대한 다람쥐 쳇바퀴를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오토바이였다.
안쪽에 탄 사람은 고정되고, 커다란 일륜 바퀴만 빠르게 회전하며 달리는 방식의 모노휠 바이크였다.
부아앙!
모노휠 바이크는 양 옆으로 튀어나온 배기구를 통해 검은 매연을 거세게 뿜어냈다.
폭주족들이 각기 2명씩 탑승한 바이크 10여 대가 정차한 열차를 조롱하듯 지나쳤다.
“이 빌어먹을 고철더미 출신 새끼들이!”
“미리 작당을 하고 선로를 파괴시켜?”
마치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는 듯 바이크를 준비한 놈들이다.
이 폭발이 누구 때문에 벌어진 것인지는 명백한 일이었다.
‘어쩐지 죄다 짐칸에 가까운 곳에 올라타나 했더니. 이걸 노리고 미리 준비해둔 거였나.’
오시안은 열차에 탑승하기 전, 폭주족들이 커다란 보자기에 쌓인 무언가를 짐칸에 실었던 걸 떠올렸다.
아무래도 그것이 지금 타고 달리는 모노휠 바이크인 모양이었다.
자신들은 미리 탈 것을 준비하고, 다른 사람들은 이 외딴곳에서 낙오시키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그때 1등칸의 문이 열리며 백색 양복을 입은 발루드가 들어왔다.
“형님! 큰일 났습니다!”
“바깥에서는 이사님이라 부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발루드가 불쾌하다는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자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조직원이 황급히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이사님!”
“상황은 어떻게 됐습니까.”
“고철더미 놈들이 철로를 파괴하고 먼저 가버렸습니다. 모노휠까지 챙겨온 걸 보면 아주 작정한 것 같습니다.”
“쯧. 대놓고 싸울 수는 없으니, 차라리 꼼수를 부리겠다는 거군요.”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발루드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짜증이 깃든 것이 전부였다.
‘뭐가 있는 건가?’
때마침 발루드가 곧바로 손가락을 까닥이며 조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준비한 것을 꺼내십시오.”
“네!”
발루드의 부하들이 신속하게 열차에서 내렸다.
이대로 멈춰 버린 열차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어서 오시안도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발루드의 부하들이 열차의 선두를 차지하는 1등칸으로 가더니, 일사불란하게 한쪽 벽을 옆으로 밀어냈다.
1등칸의 벽이 미닫이문처럼 너무나도 손쉽게 열리며 그 안에 담긴 물건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차량?’
그냥 차량도 아니고 장정 여럿이 탑승할 수 있는 커다란 군용 지프차였다.
그런 차량이 1등칸에 각기 2대씩, 총 4대가 있었다.
사람 하나 타는 데도 막대한 돈이 드는 1등칸에 차량을 몰래 실어놓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은 돈지랄이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처음부터 미리 준비해놨던 건가.’
보통 1등칸은 귀중한 손님이 타는 곳이라 외부의 습격을 대비해 꽤나 튼튼하게 지어지는 곳이다.
당연히 저렇게 힘을 준다고 외벽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열차의 앞칸 자체를 개조했군.’
적어도 오시안이 알기로는 티르나의 열차는 ‘철도관리 위원회’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철도관리 위원회는 이름만 그렇지 시(市)가 인정한 공공기관이었다.
그 위원회에서 담당하는 열차를 개조했다는 건, 그것도 귀중한 손님이 타는 1등칸을 개조하는 건 아마 해당 기관에 막대한 로비를 한 결과물일 것이다.
티르나는 황금의 도시라는 이름답게 돈으로 되지 않는 일이 적었으니까.
‘심지어 저런 걸 준비했다는 건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던 건가.’
그 순간 오시안의 머리 위로 3개의 그림자가 하늘을 가로질러 스쳐 지나갔다.
뒤이어 인위적인 강풍이 후폭풍처럼 몰아쳤다.
‘마법사들까지.’
3명의 마법사 중 하나가 바람을 일으켜 허공을 새처럼 날았다.
저 속도라면 금방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다들 저마다의 방법으로 움직이는 건가.’
오시안은 이번 일에 끼어든 자들이, 지금까지 봐 왔던 도시의 해결사들과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
당장 고철더미 출신의 폭주족들이 저지른 짓만 봐도 그렇다.
선로를 파괴시켰다.
만일 열차에 다른 조직원들이 타고 있지 않았다면 열차를 파괴시켰을 놈들이다.
“출발한다!”
“저 고철더미 새끼들을 따라잡자!”
때마침 발루드의 부하들도 차량에 탑승을 완료했고, 이내 우렁찬 엔진소리와 함께 출발했다.
철도가 파괴되어 열차가 멈추고, 채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어진 일이었다.
오시안은 그 광경에 새삼 깨달았다.
티르나라는 도시에서 무언가 일을 한다는 것은, 매사에 다양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걸.
‘그렇군. 나는 지금까지 무력만으로 모든 걸 해결해 왔어.’
실제로 해결사들은 무력이 크게 작용하는 직종이다.
오시안의 신체능력과 기사로서의 능력은 이 업계에서 손에 꼽는 재능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무력만으로 부족한 순간이 있었다.
가령 지금처럼,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의도치 않게 표류하게 되었을 때처럼 말이다.
로난이 왜 자신에게 이 의뢰를 맡길 때, 묘한 반응을 보였는지 이제야 알 거 같았다.
‘나도 아직 갈 길이 멀었군.’
오시안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자신의 안일함을 과하게 자책하지는 않기로 했다.
중요한 건 다음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것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냐는 것이었다.
‘도시 바깥으로 나오고 달린 지 꽤 됐어. 그런 상황에서 여기서 멈췄다는 것은, 목적지와 거리가 딱 중간이라는 거겠지.’
주위에 차량이 잘 돌아다니지 않는 외딴곳.
이대로 나아가기도, 그렇다고 다시 티르나로 돌아가기도 애매한 위치다.
아마 그걸 노린 거겠지.
2등칸에 탑승했던 사람들도 하나둘 바깥에 나와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심각한 얼굴로 부서진 선로를 보고 의견을 나눴다.
“어떡하지? 이 상태라면 사실상 여기서 멈춰야 하는데.”
“시에서 사람을 보내는 데만 반나절은 걸릴 거야. 고치려면 며칠은 걸릴걸.”
“기관차 앞부분만 어떻게든 저 너머 선로로 옮기면? 일단 다 같이 힘을 합치면 되지 않겠어?”
서로 경쟁관계인 사람들이었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진 지금 서로 의견을 공유하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기관차 선두를 따로 옮기는 일이리라.
강화인간까지 있으니 가능성이 마냥 없는 건 아니었다.
“어이! 형씨도 함께하지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손은 잡아야 하지 않겠어?”
눈썰미가 있는 해결사 중 하나가 오시안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아니. 됐다. 나는 걸어 갈 테니까.”
“어, 어? 그래.”
그 태도가 너무 단호해서, 해결사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는 오시안의 복장을 가볍게 훑었다.
어차피 같이해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걸어 간다는 것도 그렇지만, 허리춤에 검이 뭐야 검이.’
머리가 어떻게 되기라도 한 놈인가?
그런 생각으로 물러나려다, 그래도 한 번쯤은 더 권하는 게 좋지 않아서 뒤를 돌아봤다.
그의 감각이 묘하게 오시안에게 집중이 된 것이 신경 쓰였던 것이다.
“……뭐야. 어디 갔어?”
방금 전까지 주변을 서성이던 오시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다른 곳에 시선을 준 그 짧은 시간 동안 감쪽같이 사라졌다.
내가 헛것을 봤나?
남자의 얼굴이 마치 유령이라도 본 것마냥 어벙하게 변했다.
*
선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평야 위를 여러 차량들이 내달렸다.
“이사님! 저기 고철더미 새끼들이 보입니다!”
선두로 앞서가던 폭주족들의 모노휠 바이크가 육안으로 쉽게 확인될 정도로 가까워졌다.
모노휠 바이크도 분명 빠르지만, 노스 블라인더스에서 준비한 지프차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들의 차량이 내뿜는 증기는 완전한 백색.
무려 에테르 워터를 증발시켜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인 것이었다.
반면 모노휠 바이크의 매연은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흑색.
불완전 연소를 의미했다.
소량의 에테르 워터에 여러 시약을 섞은 저급 연료를 사용하기에 나온 결과였다.
당연히 저런 연료는 장거리 이동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사님. 어떻게 할까요?”
조수석에 앉아 있던 조직원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선두 차량의 뒷좌석을 혼자 사용하던 발루드는 팔짱을 낀 채로 냉엄하게 말했다.
“본때를 보여 주십시오. 우리들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그 말에 조직원들이 시익 웃더니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
두 조직 사이의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지더니, 이윽고 선두의 차량이 후미의 모노휠 바이크를 따라잡았다.
콰직!
지프차가 모노휠 바이크의 뒤를 들이받았다.
균형을 잃은 바이크가 위태롭게 흔들리더니 이윽고 옆으로 넘어지며 튕겨나가듯 뒤로 멀어졌다.
거기에 탑승한 폭주족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저 새끼들이 벌써 따라왔다!”
“준비해둔 거 꺼내!”
고철더미의 폭주족들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일부는 폭탄을 집어 던지고 일부는 총을 꺼내 차량의 바퀴를 노리고 쏘았다.
그러나 특별개조를 한 지프는 폭탄이 터지는데 끄떡도 하지 않았다.
군용으로 특수제작한 물건이라 사실상 장갑차라 봐도 무방했다.
노스 블라인더스의 조직원들도 반격했다.
지프의 천장의 열린 틈을 통해 머리를 내민 조직원이 토미건을 쏘았다.
투타타 거리며 불꽃이 튀고 가까이 다가왔던 모노휠 바이크가 잠자리 떼처럼 멀어졌다.
폭주족들은 방식을 바꿨다.
모노휠 바이크의 기동성을 이용해 치고 빠지는 방식으로 전환한 그들은 공격하려면 귀신같이 눈치를 채고 거리를 벌렸다.
그러면서도 빈틈을 보이면 다가와 총을 쏘아댔다.
“저 날벌레 같은 새끼들이.”
폭주족들은 지프차량을 향해 온갖 조롱과 욕을 날렸다.
범죄조직이라 해도 격이 있는 법인데 저들에겐 그런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야말로 저급하기 짝이 없었다.
그 모습에 이를 간 블라인더스 조직원은 토미건의 탄창을 장전했다.
이쪽을 골리기 위해 다가오는 순간 총알을 선물해 줄 생각으로 눈동자를 굴리는데, 시야의 구석에 놀라운 것이 비췄다.
“무슨.”
그것은 사람이었다.
두 다리로 땅 위를 내달리는 그 모습은 분명 사람이 맞았다.
분명 두 다리로 달리는데 멀리 보이던 모습이 삽시간에 가까워진다.
그리고는 이내 달리는 지프차와 모노휠 바이크를 가볍게 지나쳐 버렸다.
“꿈인가?”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너무 비현실적인 광경이라 이성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었다.
사람이 질주하는 차를 두 다리로 따라잡는다고? 그게 말이 되나?
하지만 꿈이 아니었다.
폭주족들의 표정 또한 믿을 수 없는 걸 봤다는 듯 경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었다.
서로 견제하듯 계속 주고받던 총성이 단 한 발도 울리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