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45)
45화. 야만전사 (1)
오시안은 눈을 가늘게 떴다.
발루드와 그 부하들은 지금 한창 도시 안쪽을 뒤지고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신이 차량을 가져갈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
‘아니. 소거법을 생각하면 당연한가. 저놈들도 바보는 아닐 테니, 내가 열차를 탈 수 없다는 걸 알 거고.’
즉 발루드는 오시안이 자신의 차량을 몰래 훔칠 거라는 걸 예상했다는 것이다.
발루드는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신사답게. 비즈니스적인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들어는 보지.”
“그녀를 넘기십시오. 그렇게 하면 그냥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오시안은 에나 그룬트를 힐끔 살폈다.
“그거참 신사적인 제안이로군.”
“거짓말이라 생각하십니까? 걱정 마십시오. 저희는 이런 부분에서는 확실히 약속을 지키니까.”
“내가 거절한다면?”
“그렇다면 약간의 폭력적인 수단이 동원되겠죠.”
철컥.
그 말과 동시에 발루드의 옆에 도열한 마피아들이 오시안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전부 다 총기를 무장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오시안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토미건이라 부르는 톰슨 기관단총이었다.
아무리 날아오는 총알을 베어내는 오시안이라 하더라도, 토미건 3정이 동시에 포화를 뿜으면 답이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에나 그룬트의 의견이었다.
그녀가 여기서 오시안을 등지고 발루드에게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아니. 확률만 놓고 보면 사실상 확정이라 봐도 무방했다.
오시안은 다시 에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어딘가 불안한 표정으로 오시안을 올려다보았다.
“왜, 왜요?”
“가도 좋다.”
“네?”
“어차피 나와 있는 것보다, 저쪽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 안전하겠지. 그쪽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었나?”
에나는 그 말에 황망한 얼굴이 되었다.
“그렇게 쉽게 포기해요?”
“네 의견을 묻는 거다.”
“……그렇다면 만약에 말이에요.”
에나는 조심한 어조로 물었다.
“제가 저쪽의 제안을 거절하고 그쪽과 함께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저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드나?”
“……애초에 저렇게 험악한 인상에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 리가 없잖아요. 돈 받고 사람도 죽이는 사람들인데.”
“나도 돈 받고 사람을 죽였는데?”
“그쪽은, 그……뭔가 달라요.”
에나는 그렇게 말했다. 당신은 뭔가 다르다고.
그것은 자신을 비호해 주는 자 없는 세상 속에서, 홀로 살아남은 마녀가 지닌 일종의 직감이었다.
“제가 거절한다면, 어떻게 할 거예요?”
에나는 진지하게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 맑은 눈동자를 마주한 오시안은 진실된 답을 꺼냈다.
“그렇다면 싸우겠지.”
“저 사람들과요?”
“그걸 포함해서 이쪽을 방해하는 모두와.”
꽤나 오만한 말이었을까.
에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죠? 제가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지만, 저희는 오늘 처음. 그것도 방금 전에 막 만났잖아요.”
“이게 지금 내가 맡은 일이니까.”
그 목소리에는 추호의 거짓도 기만도 없었다.
에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의무 같은 것은, 그냥 쉽게 버리면 되잖아요. 지금 세상 사람들은 다 그런데.”
그 말에 오시안은 피식 웃었다.
“그건 명예롭지 못하지.”
“…….”
명예롭지 못하다니.
지금 같은 세상에서는 도저히 들어볼 수 없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에나는 이보다 더 믿음직스러운 대답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그저 오시안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자 안도하며 납득을 하는 자신이 있었다.
“그렇다는군.”
오시안이 발루드를 향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대답에 발루드는 안 그래도 차가운 눈동자를 더욱 무겁게 가라앉히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적당히 손봐드리세요.”
그 말에 토미건을 든 부하들이 앞으로 나섰다.
철컥. 장전된 총구가 오시안을 향했다. 그 방향은 각기 팔과 다리.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 그들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틱.
“어? 뭐야.”
총알은 발사되지 않았다.
“총기 점검도 제대로 안 했어?”
“아, 아니야! 분명 차량에서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다고!”
그렇다는 것은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거다.
그때 발루드가 부하들을 향해 조용히 일갈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눈이 있다면 저걸 똑바로 보십시오.”
그 말에 뒤늦게 조직원들은 오시안의 등 너머 에나의 모습을 살필 수 있었다.
에나는 한 손에 성냥불을 붙이고 있었다. 자그마한 불꽃과 함께 타는 불은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았다.
“위치크래프트……!”
조직원들도 바보는 아닌지라 총이 발사되지 않는 이유를 곧바로 깨달았다.
오시안은 속으로 나지막이 감탄했다.
‘이런 능력도 있는 건가.’
고인물 게이머의 감으로, 저 성냥의 불이 타오르는 동안에는 총기 같은 화기류는 작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추측됐다.
성냥불의 아지랑이를 통해 환상을 만들어 내는 능력도 제법 대단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동시에 어째서 사람들이 마녀의 능력을 탐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오래는 못 버텨요!”
“알고 있다.”
오시안은 몸을 풀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지켜보는 발루드가 입을 열었다.
“뭣들 합니까. 설마 총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은 아니겠죠?”
“…….”
노스 블라인더스 조직원들이 모두 총을 버리고 다른 무기들을 꺼내들었다.
곤봉, 단검, 망치 등등.
총을 사용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한 무기들은 모두 준비해 둔 그들이었다.
물론 평범한 무기는 아니었다. 당장 곤봉만 해도 끝에 푸른 전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었다.
다른 무기는 두말할 것도 없겠지.
하지만 오시안은 그걸 보고도 검을 뽑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적당히 몸풀기는 되겠군.”
그 말과 함께 선두에서 마피아 조직원이 고함을 내지르며 오시안에게 달려들었다.
전류가 흐르는 곤봉이 오시안의 정수리를 노렸다.
오시안은 상반신을 살짝 틀어 피해 준 뒤, 손을 뻗어 마피아의 가슴팍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약간의 힘을 줘서 밀어냈다.
투쾅! 190cm가 넘는 거구가 마치 공성추에 맞은 것마냥 뒤로 튕겨 날아갔다.
뒤따라 달려오던 마피아들이 거기에 휩쓸려 볼링핀처럼 우르르 쓰러졌다.
“뮤턴트다! 신체 강화능력자야!”
“포위해서 한꺼번에 덮쳐!”
마피아들이 오시안을 포위해서 공격하려 했지만, 오시안은 그 전에 이미 그들의 틈새에 파고든 상태였다.
어? 마피아들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오시안의 손이 움직였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찬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기사의 초월적인 육체의 힘이 더해지며 초월적인 폭력을 자아냈다.
오시안에게 한 대 맞아 멀리 튕겨 나간 조직원이 발루드의 발 앞에 쓰러졌다.
발루드는 그런 부하를 싸늘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이, 이사님……. 죄송합니다.”
“기상.”
발루드는 그런 부하를 향해 냉기가 풀풀 흘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부하는 끙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저걸 일어나?’
오시안은 의외라는 시선으로 발루드가 있는 방향을 응시했다.
아무리 힘을 빼고 쳤다고 하지만,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정도는 됐을 텐데.
실제로 몸을 일으키는 조직원의 얼굴은 고통으로 식은땀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그는 일어났다.
그것은 눈앞의 백색 양복 남자의 명령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발루드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기립한 부하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 대신 어깨에 걸치고 있는 흰색 코트와 머리에 쓴 모자를 그에게 넘겼다.
부하는 그것을 조심히 받아들었다.
“꼭 있단 말이죠. 무슨 일을 할 때마다 기어이 귀찮게 만드는 사람들이.”
발루드는 주머니에서 검은색 가죽 장갑을 꺼내 손에 끼며 말했다.
“이래서야 제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꽤 실력에 자신이 있나 보군.”
“제가 왜 이들에게 이사님이라 불리는지 아십니까?”
“머리가 좋아서?”
“그것도 있지만.”
발루드는 허리에 홀스터 벨트를 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허리 부분의 홀스터에 꽂혀 있는 무기를 각기 양손에 쥐었다.
그것은 손도끼였다.
“제가 제일 강하기 때문입니다.”
“호오. 도끼라.”
발루드가 꺼낸 도끼는 아무리 봐도 개조가 되지 않은 물건이었다.
즉, 그러니까 순혈 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이, 이사님이 도끼를 꺼내 들었다.”
“저 새끼는 이제 뒤졌군.”
오시안에게 속절없이 당하던 마피아 조직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저 남자가 그렇게 강한 건가. 오시안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발루드가 오시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삽시간에 지척까지 접근한 발루드는 오시안의 머리를 향해 도끼를 횡으로 휘둘렀다.
오시안은 고개를 뒤로 확 꺾었다. 날카로운 도끼날이 그의 머리 몇 가닥을 잘라냈다.
‘빠르다.’
발루드는 첫 일격이 빗나가자 반대쪽 손의 도끼를 휘둘렀다.
오시안은 그 모습에 판단을 내렸다. 물러나면 그대로 흐름을 빼앗겨 당한다.
곧바로 허리춤의 검을 뽑아들었다. 칼집 안에서 은빛의 검신이 드러나며 발루드의 도끼와 맞물렸다.
카앙!
허공에서 불꽃이 튀었다. 공격을 막아낸 오시안은 힘을 줘 발루드를 밀어내려 했다.
그러자 발루드 또한 두 다리에 힘을 주며 견뎠다.
“뭐?”
처음이었다. 자신의 피지컬이 바로 먹히지 않은 상대는.
동시에 발루드의 부하들도 놀라움에 눈을 부릅떴다.
“이사님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저렇게 비등하다고?”
오시안은 의외라는 눈으로 발루드를 응시했다.
“사용하는 무기도 그렇고, 겉모습과 다르게 꽤나 난폭한 사람이었군.”
발루드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의 서늘한 눈동자는 고요한 살기를 머금은 채 오시안을 응시할 뿐이었다.
오시안은 피식 웃으며 곧바로 자세를 달리했다.
[굽이치기]기사의 기본적인 스킬. 상대의 공격을 흘려내거나 막아내는 기술이었다.
검이 옆으로 살짝 기울이자 도끼날이 매끄러운 검신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순간 검끝이 크게 튕겨 휘둘러지며 도끼날을 멀리 쳐냈다.
두 자루의 도끼 중 한 자루가 멀리 날아갔다.
무기 중 하나를 잃은 발루드가 쯧 하고 혀를 차는 순간 오시안이 검을 휘둘렀다.
카가가가강.
롱 소드와 한손 도끼가 허공에서 연달아 충돌했다.
발루드는 한 손으로도 어떻게든 오시안의 검을 막아냈지만,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급급했다.
오시안은 그 빈틈을 노려 그대로 발루드를 제압하고자 했다.
하지만 발루드의 표정을 보는 순간, 공격을 포기하고 곧바로 상반신을 숙였다.
직후 방금 전 오시안의 뒤통수가 있던 자리에 튕겨 나간 도끼가 날아왔다.
발루드는 날아온 도끼를 한 손으로 잡아내며 다시 쌍수로 전환했다.
“이걸 피해?”
처음으로 발루드에게서 감정의 격동이 드러났다.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것마냥 돌아오는 도끼를 피한 오시안의 움직임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정작 오시안은 숙였던 상반신을 일으키며 그 힘과 함께 검을 크게 휘둘렀다.
발루드는 도끼를 교차하듯 세우며 오시안의 검을 막아냈다.
콰앙!
냉병기가 부딪치는 소리라고 믿을 수 없는 굉음이 터졌다.
“큭.”
발루드는 이를 악물고 두 팔에 힘을 주었다.
전완근이 팽창하며 그의 와이셔츠의 팔뚝 부분이 펑 하고 터졌다.
카가가각. 발루드의 두 다리가 깊은 고랑을 패며 주욱 밀려났다.
지척에서 맞붙었던 둘의 거리가 5m가량 벌어졌다.
발루드는 자신의 저려 오는 양팔을 믿기지 않은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당신. 정체가 뭡니까.”
처음에 대등했다 생각한 힘겨루기는 이번에 발루드의 패배로 끝맺음했다.
발루드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과 싸우는 동안에도 오시안은 힘 조절을 하고 있었다는 걸.
발루들의 물음에 오시안은 대답 대신 검을 고쳐 쥐며 그의 두 팔을 빤히 응시했다.
튕겨냈던 도끼가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
마치 엘딘의 공방에서 봤던 투척 도끼처럼 말이다.
그러나 발루드의 도끼는 따로 개조가 된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의 와이셔츠 아래에 가려진 팔뚝에는, 검은색의 문신이 팔뚝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그렇군. 너, 야만전사 였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