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51)
진짠데
로난은 속으로 탄식했다.
어째서 사람들은 자신을 볼 때마다 경계를 하는 걸까.
경각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항상 예의 있게 행동하고 미소까지 머금
는데 말이다
그렇게 오늘도 로난의 마음 한쪽에는 자그마한 스크래치가 새겨졌다.
누구도 모를 그만의 작은 상처였다.
“나는 디올란. 그쪽이 그 소문의 마녀야?”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디올란이 쾌활하게 미소 지었다.
평소 그답지 않게 꽤나 반가운 눈치였다.
에나는 그런 디올란을 반개한 눈으로 응시했다.
디올란에게서 무언가를 보려고 하는 것인지 한동안 빤히 바라보던 에나
가 이내 오시안에게 물었다.
“정말 당신 같은 남자가 여기 사무실에 소속되어 있는 게 맞아?”
“맞다만, 왜 그러지?”
“그냥. 어울리지 않느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실례다.”
그사이 2층에서 눈치를 보던 로레인 폰크가 쏜살같이 내려왔다.
“만나서 반가워. 나는 로에인 폰크야. 이 사무실의 베테랑 해결사 중 하나
지.”
“……에나 그룬트예요.”
그나마 이 사람은 좀 멀정해 보이네.
바이올렛 폭스에 대한 에나의 평가가 살짝이지만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우선, 제 의뢰를 받아 주고 절 도와준 부분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물론
말로만 넘길 생각은 없어요. 제 힘이 필요하시다면 이번 보상에 상응하는
선에서 빌려드릴 생각이에요.”
“흠. 그렇군요. 아, 혹시 저희 해결사 사무소에 들어오실 생각은 없으십니
까?”
마녀는 그 자체만으로 희귀한 인재다.
들어오게 된다면 바이올렛 폭스의 명성은 더욱 올라가게 될 것이 자명 했
다.
“……제 능력은 전투에 그렇게 적합하지 않아요.”
에나의 능력은 약간의 실체를 지닌 환상.
그리고 주변의 불을 성냥으로 끌어모아 화기를 억제하는 정도.
그것만으로도 정말 상당한 능력이지만, 문제는 이 능력만으로 무언가
를 이루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능력의 활용도는 높지만, 에나는 그걸 전투에 활용을 할 생각까지 하지
못하고 있었다.
페트라 교단에게서 도망칠 때도 싸움보다는 눈속임과 도주에 집중했던
것이 그녀다.
그 행동만으로 마녀의 성향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해결사가 되는 것은 솔직히 힘들 거라고 봐요. 저는 싸움에 적합
하지도 않고 해본 적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해결사가 되는 것은 솔직히 힘들 거라고 봐요. 저는 싸움에 적합
하지도 않고 해본 적도 없으니까요.”
“흠, 그건 확실히 아쉽군요…… 아, 걱정하지 마세요. 의로의 보수로 소속
을 강제할 생각은 없습니다.”
바깥에서 마녀는 차별과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티르나에서는 달랐다.
마녀가 지닌 힘은 이 도시에서는 축복이었다.
그녀의 힘만으로 도시에서의 직위는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는 것이나 다
름없기 때문이었다.
물로 바깥세상에 익숙한 에나에겐 아직 그 평가가 잘 와 닿지 안았다.
“소문은 들었지만, 티르나는 역시 신기한 도시네요.”
도시라고 해야 할까. 이미 어지간한 국가에 버금가는 규모라 사실상 도시
국가라 해도 좋으리라.
이곳의 소문은 에나도 충분히 들었따.
돈과 능력이 있다면, 범죄자도 먹고살 수 있는 곳이라고.
그렇기에 살기 위해서 여기로 도망쳐 온 것이 아닌가.
반면 걱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바깥에서 받던 취급을 비슷하게 받을 가능성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로난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
았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뢰를 받아들이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마녀의 의뢰라는 것만으로도 손사래를 쳤을 텐데.
로난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게 이 도시의 매력이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그렇다 해도 해결사는 아직 아닌 것 샅아요.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야. 저희는 일단 에나 그룬트 양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걸로 족합니다. 자주 찾아오셔도 좋습니다. 맛있는 술 정도는 대접해드릴
수 있거든요.”
에나는 시선을 돌려 오시안을 힐끔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요. 그리고 의뢰에 대한 보상 또한 확실히
할 생각이에요.”
“보상은 나중에 이야기하고, 우선은 이제부터 어쩔 생각이지?”
오시안이 물었다.
이 도시에 온 것은 좋지만, 그 이후에 무엇을 하면서 먹고살지도 생각을
해둬야 했다.
“그건……”
에나는 그 부분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도시에 오고 난 뒤를 떠올리기엔, 당시 그녀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
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살아있고, 이제 앞으로의 일을 고민할 필요가 있었
다.
“뭐부터 해야 할지 좀 막막하네요.”
자신의 능력으로 이 도시의 어딘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에나는 거기
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로레인이 말했다.
“뭐, 상관없지 않을까? 마녀라는 이름값은 그 자체만으로 대단하니까. 뭘
해도 대접을 받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죠. 이 도시에는 이미 망명해 온 마녀들이 꽤 많이 있으니가요. 어쩌
면 에나 양의 등장을 눈치를 채고 벌써부터 움직이는 자들이 있을 겁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에 달린 방울소리가 울렸다.
모두의 시선이 활짝 열린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 한 소녀가 당당하게 서 있었다.
은색과 보라색 투톤헤어를 양 갈래로 길게 묶은 소녀는 10대 중반으로
보였다.
몸에 입은 건 검은색 기조의 고딕 로리타 드레스.
피부는 분칠을 한 것처럼 하얗고 눈동자는 매우 작은 사백안이었다.
인형 같은 소녀였지만, 히죽이며 웃는 미소가 어딘가 썸뜩함을 느끼게 했
다.
“안녕?”
소녀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인사의 말을 담았다.
모두가 그녀의 존재감이 압도될 때, 오시안만이 소녀의 다른 부분에 시선
을 주었다.
소년느 피로 물든 것 같은 새빨간 구두를 신고 있었다.
소녀는 또각거리는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이런. 말하기가 무섭게 거물이 오셨네요.”
로난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상대방을 맞이해 주었다.
마치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반응에 모두가 의아해할 무렵.
안으로 들어온 소녀가 입을 열었다.
“카렌을 아는 사람이 있을 거고, 그러지 않은 사람도 있을 테니 가볍게 소
개할게. 카렌의 이름은 카렌이야. 마녀야.”
자기를 마녀라 소개한 카렌은 사백안의 눈동자로 에나를 돌아보았다.
“네가 그 마녀구나? 만나서 반가워!”
“……”
에나는 자기도 모르게 오시안의 뒤로 숨었다.
카렌은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소녀였지만, 그녀에게서 숨길 수 없는 광기
의 편린이 엿보였다.
“설마하니 「발푸르기스의 밤」 에서 직접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
“넌 누구야?”
“저는 로난 롤랑입니다. 이곳 , 바이올렛 폭스의 주인이며 중개인이죠.”
“너, 뭔가 기분 나쁜네. 말 걸지 말아 줄래? 카렌은 저 마녀에게 볼일이 있
어.”
어린아이와 같은 치기 어린 말투.
하지만 그걸 가능케 하는 데에는 자신의 힘에 대한 확신이 깔려 있기 때
문이리라.
너, 우리 집회에 들어오지 않을래? 그러면 정말 재미있을거야.”
카렌이 희번뜩한 눈으로 에나를 바라보며 제안했다.
에나는 그 모습에 불안감을 느꼈다.
“어, 음 좀 생각해 볼게요.”
“으응?”
바로 승낙의 대답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 의외인지 카렌의 고개가 살짝 옆
으로 기울었다.
이윽고 그녀가 깔깔거리며 새된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아무래도 카렌이 말을 잘못한 모양이네!”
웃음을 뚝 그친 카렌이 한층 날카로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제안이 아니야. 명령이지. 너에게 거부권은 없어.”
“네? 그게 무슨……”
아무리 발푸르기스의 밤의 마녀분이라 하셔도, 지금 행동은 도가 넘었
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상대가 어떤 무례를 범해도 웃으면서 넘기던 로난이, 처음으로 누군가의
행동을 지적하면서 나섰다.
“너는 빠져. 이건 카렌과 저 마녀 사이의 일이야.”
“그럴 순 없겠군요. 이렇게 보여도 에나 그룬트 양은 저희에게 의뢰를 요
청한 의뢰주입니다. 의뢰주를 곤란케 하는 상황을 그냥 넘겨짚으라고요?”
그럴 수는 없겠네요.
로난은 카렌의 섬뜩한 눈빛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카렌의 표정에 희미하지만 짜증이 담겼다.
“그 말은, 지금 카렌에게 반항하겠다는 거야!”
분위기가 점차 험악해졌다
카렌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찌릿한 기파가 피부를 따끔하게 만들었다.
스윽
방금 전까지 장난치며 웃던 로레인이 표정을 지우며 허리춤의 총에 손을
가져다 댔다.
테이블 위에 다리를 올리며 머리를 괴고 있던 디올란의 눈매 또한 날카롭
게 변하며 살기를 머금었다.
그 광경에 카렌은 주눅 들기는커녕 재미있다는 듯 입가가 주욱 찢어졌다.
“재미있네. 너희들도 카렌과 같이 춤출 거야?”
챙!
직후 카렌의 양손에 무언가가 쥐였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것은 매우 거대한 날을 지닌 작두칼이었다.
저 가녀린 팔뚝에서 무슨 힘이 있는 건지, 카렌은 자신의 상방신만 한 작
둑칼을 너무나도 쉽게 들어 올렸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저 작두칼을 대체 어디에 숨겨놨다가 갑자기 꺼냈냐
는 것이다.
‘어, 어쩌지?’
에나는 그 모습에 안절부절못했다.
괜히 자기 때문에 싸움이 벌어지게 생겼다.
지금이라도 카렌을 따라가야 하나 고민을 하던 그때, 그녀의 어깨를 덮는
손길이 있었다.
에나의 시선이 옆을 향하자, 오시안의 모습이 보였다.
흑발의 미남자.
그는 올곧은 표정으로 자신을 보며 고개를 저었따.
“……”
에나의 그 모습에 두려움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
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잘 해결될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갑자기 찾아와서 이게 무슨 무례인지는 모르겠지만.”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한 장소에서, 오시안의 차분한 목소리가 공간
을 꿰뚫었다.
“이쪽이 예의를 차려 주고 있을 때 물러나는 것이 좋을 거다.”
카렌의 시선이 오시안을 향했다.
속을 알 수 없는 자그마한 동공이 오시안의 얼굴로 잔잔히 뜯어보았다.
“너는 누구야?”
“지금 그게 중요한가?”
스릉
오시안이 허리춤의 검을 뽑아 바닥을 향해 비스듬히 겨누었다.
물러나지 않겠다면 그대로 베겠다는 경고.
“아하하. 너도 나랑 비슷한 걸 사용하는구나?”
카렌은 오시안이 손에 쥔 검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쉬워서 어째? 카렌이 사용하는 건. 그런 구닥다리보다 훨씬 , 훠얼씬
더 좋은 무기거든.”
휘리릭.
카렌이 양손에 쥔 작두칼을 손가락으로만 풍차처럼 회전시켰다.
겉모습만 흉악한 무기가 아닌지 회전할 때마다 작두칼은 대기를 가르며
거센 풍압을 일으켰다.
오시안은 그런 카렌을 향해 조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보기엔 오히려 그쪽의 무기가 더 싸구려 같은데.”
“……”
카렌의 입가에 순간이지만 미소가 지워졌다.
다시 광기 어린 미소가 생겼지만, 그녀의 기분은 전보다 훨씬 저조해 보
였다.
어마어마한 살기가 오시안을 향해 쏟아졌다.
뒤에 있는 에나조차 안색이 창백해질 살기 속에서도 오시안은 아무렇지
않은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딱 맞군. 오히려 기분이 나쁜 건 나인데 말이지.”
“그게 무슨 말이야?”
“비슷한 걸 사용한다 하지 않았나.”
오시안은 별자루를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까득,
손바닥과 자루가 마찰하며 섬뜩한 소리를 냈다.
“감히 사술로 만들어진 그따위 무기를, 나와 비교하려 들어”
그리고
검에서 별빛이 솟아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