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6)
6화. 수상한 제안 (2)
술집에서 시비가 붙은 나를 도와준 로난 롤랑이라는 남자는 흔히들 말하는 중개인, 즉 브로커였다.
그가 나에게 다가와 노골적으로 호의를 얻으려는 이유는 불 보듯 뻔했다.
내 실력이 탐이 나니까 나를 고용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여도 내 신체능력은 확실히 괴물 수준이니까.’
나는 새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나의 육체는 이미 초인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게임 속에서 만렙을 찍고 모든 스탯을 최대치까지 찍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 해도 날아오는 총알을 베어내는 묘기를 내가 할 줄은 몰랐는데.’
방금 전만 해도 시비를 걸었던 덩치 셋을 맨손의 힘만으로 멀리 집어 던졌다.
물론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또다시 시비가 붙을 뻔했지만, 눈앞의 남자가 도와줬으니 문제는 없었다.
자신을 중개사라고 소개한 실눈의 남자.
로난 롤랑.
그는 내가 자신을 노골적으로 속내를 읽으려 응시하고 있음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저러니까 더 수상해 보였다.
‘이게 원작 게임이었다면 나름 비중 있는 NPC라는 걸 알겠지만, 여기는 아니란 말이지.’
당연히 눈앞에 있는 NPC, 아니 이제는 현실이 됐으니 실제 사람의 속내조차도 모르는 것이다.
내가 당장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상대방의 직업을 통해 그가 뭘 바라는지 유추하는 것뿐.
“그래서 내게 뭘 바라지?”
……이놈의 말투가 또.
하지만 이건 억지로 교정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니 지금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중요한 건 눈앞의 상대와 나눌 대화니까.
‘실눈의 앞에서는 절대 방심 안 한다……!’
나는 눈을 부릅뜨며 눈앞의 남자를 노려보았다.
*
로난 롤랑은 속으로 감탄했다.
이쪽을 응시하는 날카로운 시선은 그야말로 칼날과 같아서, 조금만 방심을 하면 피부를 베일 것만 같았다.
‘정말 방심할 수 없는 사람이야.’
로난이 술집에서 그를 발견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갑옷을 입은 오시안을 발견했을 때 로난은 그가 방금 전 들었던 소식통의 남자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40명의 총을 든 갱단을 상대로 칼 한 자루로 쓰러뜨렸다는 것은 아직 믿지 못했다.
정보라는 것은 제대로 검수하지 않으면 절반 이상이 헛소리인 법이다.
그렇기에 로난이 그를 유심히 응시하고 있을 때 두트리 삼형제가 타이밍 좋게 그에게 시비를 걸었고.
보기 좋게 호되게 당했다.
거기서 로난은 깨닫게 됐다.
오시안의 정보는 절대로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걸.
일격에 거구를 술집 바깥까지 튕겨내는 근력도 근력이지만, 삼형제 중 둘째와 셋째가 총을 겨눴을 때 보이지 않는 속도로 검을 휘두른 것이 그러했다.
‘신체강화 능력을 지닌 뮤턴트. 그것도 상당히 높은 등급의 뮤턴트다. 놓칠 수 없어.’
뮤턴트는 100년 전부터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한 특별한 힘을 지닌 인간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뮤턴트는 마법의 시대에서 과학의 시대로 넘어가는 세상 속에서 나타난 존재들이었다.
다른 이름으로는 돌연변이.
마법사가 아님에도 기적과도 같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자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맨손에서 번개를 뽑아내거나 사람의 마음을 조종한다거나 혹은 피부가 강철처럼 단단해진다거나.
뮤턴트들의 능력은 천차만별이었으며, 비슷한 능력들도 등급에 따라 그 출력이 달랐다.
로난 롤랑이 보기엔 오시안은 뮤턴트였다.
그것도 신체강화능력을 지닌 뮤턴트.
‘보통 신체강화 뮤턴트도 거기서 갈래가 갈리지. 근력이 강해진다거나, 피부가 단단해진다거나, 혹은 속도가 빨라진다거나.’
로난이 보기엔 오시안은 그 중 전반적인 신체 능력이 한꺼번에 상승하는 복합능력 뮤턴트였다.
근력과 스피드. 이 둘의 상승치가 높은 것을 보아 신체강화 뮤턴트 중에서도 상급으로 추정됐다.
‘그런 자가 대체 어디서 이런 갑옷을 구하고 검을 휘두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아직 누구와도 계약을 맺지 않은 백지나 다름없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이쪽이 오시안을 영입하기만 한다면 그의 해결사 사무소에 큰 전력이 되어 줄 것이다.
그렇기에 우선 환심부터 사기 위해서 그가 주문했지만 미처 마시지 못한 술값도 대신 지불했다.
“우선 자기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해결사 사무소, 바이올렛 폭스를 운영하고 있는 로난 롤랑이라고 합니다.”
로난은 오시안의 경계를 풀기 위해 고급스러운 보라색 명함을 건넸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렇게 오시안 씨에게 다가온 건, 제안을 한 가지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제안?”
오시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거슬린다기보다는 흥미가 돋았다는 반응이었다.
“예. 오시안 씨는 이 도시에 오신 것이 처음이죠?”
“……그걸 어떻게 알지?”
오시안이 경계하며 묻자 로난은 의아해하면서 오시안의 갑옷을 빤히 바라봤다.
오시안은 자신의 갑옷을 내려다보고 주변 용병들의 복장을 보더니 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이 도시에 온 것은 처음이라 치지.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혹시 오시안 씨는 이 도시에서 무언가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오셨습니까?”
“…….”
로난의 날카로운 질문에 오시안은 침묵했다.
티르나라는 거대한 강철의 도시에서 구체적으로 무얼 하겠다고 찾아왔을 리가 없다.
애초에 오시안은 정신을 차려보니 게임 속 세상에 들어왔을 뿐이다.
겨우 바깥에 나왔더니 산업혁명의 도시가 들어서 있는데 목적이라는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마땅히 머무를 곳도 없으시고 돈을 벌 만한 마땅한 수단도 없으시겠군요.”
오시안은 대답 대신 그저 말없이 테이블 위에 올린 손가락을 두드릴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로난에게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로난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렇다면 저와 함께 일을 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오시안은 잠자코 로난을 바라보았다.
단지 그랬을 뿐인데도, 항거할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 로난조차도 순간이지만 웃는 얼굴에 금이 갔을 정도.
주위에서 아닌 척하면서 두 사람을 힐끔 훔쳐보던 용병과 해결사들이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
팔뚝 위로 닭살이 오소소 돋아 있었다.
‘뭐, 뭐지? 갑자기 오한이.’
‘미친. 보기만 하는데도 소름이 다 돋는군.’
용병들이 모두 긴장하며 이 상황이 어떻게 끝날지 기대 어린 시선으로 응시했다.
로난은 손수건을 꺼내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
‘왜 이러시지? 혹시 내 말에 뭔가 기분이라도 상하신 걸까?’
로난은 어째서 오시안이 이렇게 불편해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지금 오시안만 놓고 본다면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검을 뽑아 그에게 휘두를 기세였으니까.
설마 해결사 일을 제안한 것에 대해 자존심이라도 상한 걸까?
로난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잔뜩 긴장을 하고 있을 때 오시안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는 중이었다.
‘뭐지. 단순 임무가 아니라 영입제안을 받은 건가?’
사실 그는 별생각 없었다.
오히려 이런 곳에서 영입제안을 받을 줄 몰랐기에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을 뿐.
로난은 해결사 사무실을 운영한다고 했었다.
해결사라고 한다면 돈을 받고 여러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일들은 불법적이고 또한 폭력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전의 나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사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이보다 더 나은 일은 없어.’
오시안은 불현듯 이 세상에 뚝 떨어진 불청객 같은 존재였다.
보장받을 신분도 없고 당장 머무르며 지낼 공간도 여의찮았다.
이 튼튼한 육체는 맨땅에서 자도 아무렇지 않겠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푹신한 침대에서 잔 현대인의 감정은 그걸 용인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 세상에서 살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 있었으니 바로 돈이었다.
모든 것에는 돈이 든다.
특히 사람이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의식주는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지금이야 갱단을 쓰러뜨리며 적당히 주머니를 턴 돈으로 밥값을 지불했다지만, 언제까지고 이런 식으로 살 수는 없었다.
그에겐 결국 돈을 벌 안정적인 수단이 필요했다.
‘원래 내가 알던 게임이었다면 퀘스트를 수행하며 보상으로 돈을 받거나, 아니면 간단한 용병의뢰를 했겠지.’
하지만 지금 세상은 그때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지금 오시안이 할 수 있는 거라고 한다면 말도 안 되는 신체능력을 이용한 검술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걸로 돈을 버는 방법은, 정말로 공교롭게도 눈앞의 로난이 제안하는 해결사 말고는 딱히 없었다.
그렇다면 오시안으로서는 오히려 옳다구나 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단지 바로 그러지 않은 이유는 하나.
로난이 보통 수상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희는 오시안 씨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 줄 거라고 약조드립니다.”
로난이 큰마음을 먹고 던지는 제안에도 오시안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더욱더 로난을 의심했다.
‘업계 최고의 조건? 아무리 신체능력이 대단하기로서니 나 같은 녀석의 어디를 믿고 갑자기?’
오히려 이렇게 잘해 주려고 하니까 더욱더 수상했다.
이미 한번 수상하다는 인식이 박혀 버린 지금, 오시안은 로난을 쉽사리 믿기 힘들었다.
자연스럽게 오시안의 눈동자가 가늘어졌고, 로난은 더욱이 강해진 경계 어린 압박감에 속으로 마른침을 삼켜야만 했다.
그는 지금 얼굴에 미소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해야 했다.
뭘까. 업계 최고의 대우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가?
긴장감이 극한까지 치닫고, 멀리서 구경하던 용병조차 견디지 못하고 식은땀 가득한 주먹을 불끈 쥐는 순간.
오시안이 입을 열었다.
“제안은 흥미롭군. 다만 오늘은 밤이 깊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로 미루도록 하지.”
한계까지 조여진 분위기가 탁 하고 풀렸다.
그때까지 숨도 못 쉬고 구경하던 용병들이 겨우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고 그것은 로난도 마찬가지였다.
‘왜들 이러지?’
정작 오시안은 자각이 없었기에 그런 사람들의 태도를 의아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하하. 그랬군요. 제가 늦은 시간에 오시안 씨에게 민폐를 끼친 것은 아닌지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니. 그대는 나를 오히려 도와주었기에 나쁘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나 또한 내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 피곤하기도 하고 말이지.”
오시안은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을 표면상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로난 또한 오시안의 말에 머리가 꽤 복잡해졌다.
‘업계 최고의 대우라고 말을 했음에도 전혀 기뻐하는 기색이 아니었어. 이 정도는 우습다 이건가?’
로난은 주변 용병들을 힐끔 살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일련의 사태를 목격하고 말았다.
나불대기 좋아하는 용병들이 이 소식을 그냥 놔둘 리가 없었다.
‘내일이면 소식을 주워들은 다른 중개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겠고.’
그리고 귀가 밝은 중개인은 오시안의 비범함을 눈치채고 그를 영입하려 들 것이리라.
그래서 일부러 이쪽이 술을 사면서 호의적인 태도로 접근을 한 뒤 바로 계약을 체결하려 했는데.
오시안은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아니면 설마 이걸 노리고?’
로난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
일부러 확답을 하지 않고 내일로 미루는 점에서 오시안의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일종의 경쟁 붙이기였다.
아마 피곤하다고 말한 것은 단순한 핑계일 테고 처음부터 이 상황을 유도했던 걸지도 몰랐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로난은 다급해졌다.
“저, 오시안 씨.”
“뭐지?”
“혹시 오늘 당장에 머무를 곳은 있으십니까?”
“아니. 아직은 없다만.”
“아 그렇다면 이곳은 술집이지만 2, 3층은 여관도 겸하니 하룻밤 정도는 가볍게 머무르실 수 있을 겁니다. 오늘 이렇게 뵙게 된 것도 인연인데 제가 숙박비를 대신 지불해도 괜찮겠습니까?”
로난으로서는 어떻게든 오시안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할 판이었다.
그러니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라도 이쪽이 이만큼 지극정성이라는 태도를 보여 줘야만 했다.
“……? 그러지.”
정작 오시안은 로난이 왜 이렇게 해 주는지 몰랐다.
갑자기 혼자서 뭔가 다급해진 것도 그렇고, 해 주니까 고맙게 받을 뿐.
당장 오시안에게는 오늘 있는 일들을 정리하고 마음의 준비를 마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당장에 로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하루의 말미를 달라고 한 것이었다.
육체는 아니어도 정신은 정말로 피곤했으니까.
‘그래도 오늘 하루 묵을 곳은 다행히도 구했네.’
일단 올라가서 푹 자고 생각하자.
오시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보지.”
별 뜻 없는 오시안의 말에 로난의 얼굴이 한층 환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