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75)
75화. 골디런 (1)
“직접 모시겠습니다.”
세바스티안은 오시안을 최고급 증기 자동차에 태웠다.
검은색의 유려한 디자인의 자동차는, 고작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것치고는 꽤 고급스러워 보였다.
‘셋째 아들이라 했는데, 해결사 하나를 부르는 데도 이런 고급 차량을 사용할 정도라면 돈이 대체 얼마나 많은 거지. 역시 금광을 발견하고 떼부자가 된 집안은 다르다 이건가.’
특히 다이크 골디런의 경우에는 단순 금광 채굴만으로 이렇게 부자가 된 것이 아니다.
금으로 번 돈만으로도 평생은 떵떵거리며 먹고 살 수 있는 다이크였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 자금을 바탕으로 도시 전역에 벌이는 다양한 사업에 투자했고, 큰 건을 연속으로 성공하며 재산을 몇 배 가까이 불렸다.
더 위험한 도박을 수차례 감행한 것도 모자라 심지어 성공한 것이다.
그야말로 야수의 심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투자의 귀재이자 천부적인 사업가였다.
“출발하겠습니다.”
오시안의 옆에 앉은 세바스티안이 말하자 운전수가 출발했다.
오시안은 바깥으로 흘러 지나가는 풍경을 살폈다.
“어디로 간다고 했었지?”
“아, 네. 저희는 골디런 가문의 별장이 있는 29번 구로 향할 겁니다.”
“29번 구라…….”
티르나의 구역에 대해서 대략적인 정보를 접한 오시안은 20번 대 구역으로 넘어간다는 말에 속으로 나지막이 감탄했다.
“20번 대 안쪽부터는 경계가 더 심해지는 데다가 신분증 검사도 철저히 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쉽게 갈 수 있나?”
“예. 뭐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야기는 전부 끝나 있으니까요.”
역시 돈이 많아서일까.
증기 자동차는 막히는 일 없이 도로를 주욱 달렸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었고, 건축물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잘 조성된 숲이었다.
‘숲. 아니, 공원인가.’
29번 구는 거대한 인조 공원이 자리 잡은 구역이었다.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저택들은 상당히 크고 화려해 보였다.
‘돈 많은 대부호들의 별장이 주로 있는 곳이라고는 들었지만, 도시의 구역 하나에 이만한 크기의 인조 공원을 조성해 놨을 줄이야.’
공원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였는데 전부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다.
서울로 치면 반포동 정도 되려나?
오시안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자동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입니다.”
차가 멈춰 선 곳은 딱 봐도 으리으리해 보이는 저택의 앞이었다.
오시안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경악했다.
‘부자 만나러 간다고는 들었는데, 더럽게 크네.’
이 정도면 대체 얼마짜리 집일까.
이번에 알베르토 구지사에게 받은 보수도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저런 저택을 산다는 것은 꿈도 못 꿀 것 같았다.
‘이런 곳에 나 같은 해결사를 불렀다고?’
이쯤 되니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의아하다 못해 부담스러움이 느껴질 정도.
반대로 세바스티안은 그런 오시안의 모습을 힐끔 살피더니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놀랍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저택을 마주하는 순간 위축되기 마련인데.’
애초에 다이크 골디런은 초대받은 손님을 초장부터 찍어누르기 위해서 일부러 별장을 크고 웅장하게 지었다.
즉 의도가 다분한 건축물이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오시안은 어떤가.
‘미동조차 없다. 마치 자신이 당연한 곳에 오기라도 한 것마냥, 그저 태평하기만 해.’
이곳을 몇 번이나 봐 온 자신도 적응이 되지 않아 문을 드나들 때마다 긴장을 하는데, 오시안에게는 그런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봤을 때도 느낀 거지만, 역시 어딘가의 고명한 귀족 출신이었던 걸까?’
오시안이 해결사가 되기 전에 어디서 뭘 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오시안 본인도 기사였다고만 말하고 그 외의 것은 말하지 않았다.
아마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리라.
다들 그의 외모와 행동거지를 통해, 아주 귀한 집안의 사람이었다는 것만 유추할 뿐.
세바스티안은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저택을 보고도 저렇게 태연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안 들어가나?”
오시안은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세바스티안을 재촉하기까지 했다.
“예, 예.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세바스티안은 오시안을 데리고 저택의 안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넓은 홀이 보였다. 바깥에서 봐도 훌륭했는데 안쪽은 더 했다.
말 그대로 돈을 덕지덕지 발랐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다.
저택의 바깥에서 한번 1차로 놀라게 하면, 이곳은 거기서 한 번 더 충격을 가하는 형태로 디자인된 로비였다.
세바스티안은 솔직히 이 정도면 충분히 놀랄 만도 하겠지 하며 슬쩍 오시안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럴 수가? 여기 안에 들어왔는데도 표정에 전혀 변화가 없다니.’
아무리 세심하게 살펴봐도 오시안의 눈동자나 입꼬리나 그 미세한 움직임조차도 없었다.
지금 오시안이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림은 무려 최근 경매장에서 10억이 넘는 값을 주고 사 온 거장의 그림인데도 말이다!
‘비싸 보이는 그림이네.’
정작 그림에 대한 문외한인 오시안에게 그런 건 없었다.
그냥 그림이 비싸 보이는구나 정도의 감상뿐.
결국 오시안을 놀라게 하는 걸 포기한 세바스티안은 그를 델런이 있는 곳까지 안내했다.
오시안은 델런 골디런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호기심이 들었다.
‘셋째라 들었는데 어떤 사람일지 궁금한데.’
다이크 골디런에게는 4명의 자식이 있다.
첫째인 장남 데이빗 골디런.
둘째인 차녀 마실리 골디런.
셋째인 델런 골디런.
그리고 막내인 마리아 골디런.
전부 다 한 명의 부인에게서 나온 자식이었다.
보통 돈 많은 부호들이 첩을 여럿 들이는 것이 일상인 것을 생각하면 다이크는 매우 이례적인 순애보를 보여 주는 편이었다.
다만 그렇다 해서 형제자매들이 사이가 좋다고 볼 수는 없었다.
다이크가 인사불성에 빠진 지금, 막대한 유산에 대한 지분으로 난장판이 될 테니까.
“어머, 이게 누구니?”
그때 맞은편 복도에서 하이톤 목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세바스티안은 하필이면 곤란한 사람을 마주했다며 속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저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았겠지만, 가까이서 걷고 있던 오시안은 확실하게 들었다.
“세바스티안.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우연이 다 있네.”
“……오랜만입니다, 마실리 아가씨.”
마실리 골디런.
다이크의 차녀로 오시안이 만나러 가는 델런의 바로 맞누이 되는 사람이었다.
오시안은 마실리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했다.
화려하게 치장한 드레스와 모자. 반지와 팔찌, 목걸이는 전부 다 아름다운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어 값이 비싸 보이는 것들이었다.
긴 갈색 머리를 지닌 미녀였는데, 얼굴에 화장을 과하게 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 보였다.
그녀는 세바스티안과 친하다는 듯 말을 걸었지만.
‘일부러 그런 거로군.’
세바스티안을 바라보는 눈빛에 담긴 감정은 혐오와 모멸감이었다.
“네 주인이 지금 혼자서 가만히 있는데, 그 아래 시종이라고 하는 너는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델런 님께서 손님을 데려오라고 하셔서, 마침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하아. 손님? 그 아이는 그래서 안 돼. 지금 아버님께서 몸져누운 상황인데 손님은 무슨 손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실리의 주위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당연히 마실리 본인을 보필하는 시종도 있었지만, 오시안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누구지?’
해결사는 아니다. 이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은 더욱 아니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 사람에게서 짙은 피냄새가 날 리가 없었다.
‘해결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같은 목적으로 여기에 온 사람인 것은 알겠군.’
190이 넘는 키에 어딘가 딱딱한 인상을 지닌 반삭의 남자였다.
그 또한 오시안을 보더니 이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도발의 의도가 다분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오시안은 그런 남자를 말끔히 무시했다.
꽤 강해 보이는 것은 맞지만, 이쪽을 위협할 만한 수준이냐면 또 그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바스티안. 그리고 나는 아직도 이해를 못 하겠어. 대체 왜 냄새나는 오크가 아직도 우리 저택에 머물러 있는지 말이야. 네가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아가씨. 그건…….”
“아니면 그런 걸 설명할 두뇌도 없는 걸까?”
마실리는 세바스티안을 향해 대놓고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세바스티안이 오크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녀의 날 선 목소리는 어딘가 표독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때 마실리가 오시안을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세바스티안이 데려온 사람이니 그저 그럴 거라 생각하고 관심을 주지 않았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시안의 모습을 보는 순간 마실리의 뺨에 미세하게 홍조가 돌았다.
“저, 혹시 실례하지만 귀하의 성함은 어떻게 되시나요?”
세바스티안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격식을 차린 물음.
오시안은 그런 마실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오시안이다.”
“네? 혹시 성은…….”
“없다. 그냥 오시안이다.”
“그, 그렇다면 무슨 일로 저 오크랑 함께 오신 건지…….”
“해결사가 의뢰를 받아서 오지 다른 이유가 있을까?”
“해, 해결사?”
마실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세바스티안과 오시안을 번갈아 살폈다.
아무리 봐도 세바스티안이 해결사 쪽이고 오시안이 그를 부리는 주인에 가까운 외모였기 때문이다.
“뭐냐. 해결사 나부랭이였어?”
마실리의 뒤에 선 남자가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나 참. 그래도 어디 고명한 조직에서 사람을 보낸 건 줄 알았는데, 제대로 된 소속도 없이 떠도는 해결사였다니. 이런 급 낮은 놈이 골디런 저택에 멋대로 들어와도 되는 건가?”
“넌 누구지?”
“나? 내가 누구인지 몰라? 나는 호머 루이스. [슈프리머시] 소속 2급 뮤턴트다.”
슈프리머시?
오시안은 그게 뭔지 고민하다가 예전에 로난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뮤턴트들이 모여서 만든 하나의 조직이라고 했던가.’
과거 뮤턴트가 처음 이 세상에서 나타났을 때, 그들은 차별과 박해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였지만 그 때문에 인간이 두려움을 사서 그들을 차별한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뮤턴트의 숫자도 늘어난 지금, 티르나에서 뮤턴트는 곧 타고난 재능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그런 뮤턴트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이 바로 [슈프리머시]였다
태생부터 인간보다 우월한 자들이기에 그런 이름을 쓴 것이다.
“애초에 너 같은 해결사 나부랭이라는, 급이 다른 사람이라 이거다.”
호머는 오시안을 향해 이죽거리며 말했다.
오시안은 그런 호머를 보며 물었다.
“별로 그렇게 뛰어나 보이진 않는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오시안은 호머가 말하는 2등급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겠고, 슈프리머시 조직 소속이 그렇게 뛰어난지도 잘 몰랐다.
다만 지금 눈앞의 호머 루이스라는 남자는, 아무리 좋게 쳐 줘도 그가 쓰러뜨렸던 울르아즈 흉악범인 볼라보다 약해 보였다.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했냐.”
오시안의 말에 호머가 발끈하며 나섰다.
그가 손에 힘을 주자 그의 손가락이 울긋불긋 거리며 무언가 튀어나오려 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발언권이 가장 강한 마실리가 말려야 함에도, 정작 그녀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시안의 외모에 혹하기는 했지만, 델런의 집사인 세바스티안이 데려온 남자이니 여기서 치운다고 해서 나쁠 건 없었기 때문이다.
“저택에서 소란은 금지입니다.”
세바스티안이 나서며 호머를 말렸지만, 호머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눈을 부릅떴다.
“더러운 오크 새끼는 짜져 있어. 길바닥 오물이나 주워 먹던 새끼 주제에 양복 좀 입었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나 보지? 그 잘난 모가지에 썰어 줄까? 이 열등 종족 새끼야?”
믿기 힘들 정도의 폭언에 대신 반응한 것은 오시안이었다.
“넌 안 되겠군.”
오시안은 허리춤의 검에 손을 가져다 댔다.
호머의 말은 아무리 그래도 선을 제대로 넘었다.
당장이라도 싸움이 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싸우지 말아요!”
그것을 막은 것은, 갑자기 둘 사이에서 불쑥 솟아오른 그림자의 벽이었다.
“모두 사이좋게 지내야죠!”
끓어오르던 분위기를 맥 없이 흩트리는 말.
목소리의 주인은 갈색 머리에 인형처럼 귀여운 소녀였다.
마실리를 닮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어린,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소녀.
골디런 집안의 막내인 마리아 골디런이었다.
그런 마리아의 곁에는, 그림자의 벽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이는 흑마법사가 함께였다.
“허.”
오시안은 그 흑마법사를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흑마법사 또한 오시안을 보더니, 머리에 쓴 산양 뿔 가면의 안쪽 눈동자가 더 커지는 게 보였다.
엘리제 데나로바.
이전에 만났던 괴짜 흑마법사 소녀도, 이 저택에 온 것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