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8)
8화. 힘의 증명 (2)
주점 내부의 사람들은 이 일련의 사태를 흥미롭게 구경했다.
대부분은 제이크의 행동에 오시안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었다.
제이크는 지금 의도적으로 오시안을 도발하고 있었다.
아마 소문만으로 그가 정말 칼로 총알을 베는 남자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이리라.
실제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자리에 호기심 차에 찾아온 자들 대부분은 오시안의 실력에 반신반의를 품고 있었다.
힘이 강한 것은 맞고, 칼을 휘두르는 것도 맞지만.
그것과 총알을 베어낸다는 것은 완전 별개의 것이다.
40명의 갱들을 단신으로 쫓아냈다는 것도 어쩌면 과장되게 부풀려진 소문일 수도 있었고.
그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되니 구경꾼들 입장에서는 썩 나쁠 것이 없었다.
“그래. 그쪽이 증명을 바란다고 하니, 이쪽으로서는 조금 아량을 베풀어서 보여 줄 수야 있지.”
“이야. 그냥 던져 본 말이었는데 정말로 보여 주겠다고? 형씨, 못 하는데 사실 주변 시선을 의식해서 무리하는 것은 아니지?”
하하하.
제이크의 농담에 주변에서 작게나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영입을 하러 온 상대에게 이렇게까지 대해도 되는가 싶었지만, 이것은 제이크 나름의 계산이 깔린 행위였다.
‘보아하니 나이도 어려 보이고, 생긴 것만 보면 좋은 곳에서 자란 거 같은데 이 업계에 뛰어든 걸 보면 꼭 그런 건 아닐 테고.’
실실 웃으며 말하는 것과 반대로 제이크의 눈동자는 예리하게 오시안을 분석했다.
‘시작부터 갑옷에 검까지. 일부러 눈에 띄는 행동을 해서 이름을 알릴 생각인가? 머리는 썼는데 티가 너무 나는걸. 여기가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니지.’
제이크는 오시안을 그저 유명세를 얻기 위해 일부러 복장을 저렇게 하고 다니는 애송이 정도로 평가했다.
다만 갱단과 싸운 것도 그렇고 반응을 보면 실력은 분명 있을 터.
실력을 완전히 파악한 뒤 적당히 구슬려서 오히려 이쪽으로 영입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터다.
‘제까짓 게 튕기면 얼마나 튕긴다고. 어차피 돈이랑 여자 좀 쥐여 주면 알아서 숙이고 들어오겠지.’
제이크가 이 바닥에서 본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랬다.
그들은 명성을 원했고 돈을 많이 벌길 바랐다.
혈기 넘치는 피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제이크는 그런 자들의 욕망을 읽을 줄 알았고 그걸 부추겨 자신의 아래에 두었다.
오시안도 분명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거라는 것이 제이크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확인은 그쪽이 할 건가?”
오시안이 가라앉은 시선으로 그렇게 묻자 제이크는 자기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뒤늦게 자신이 겁을 집어먹었다는 걸 깨달은 제이크의 미소에 약간이지만 금이 갔다.
‘이 새끼.’
제이크는 곧바로 표정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당연히 나는 안 하지. 왜냐면 나는 그저 중개인일 뿐이니까. 중개인이 나서서 싸우는 일은 없잖아? 중개인이 잘하는 걸 해야지.”
“그렇다면?”
“혹시 몰라서 내가 사람을 하나 데려왔지. 어이!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안으로 들어오지 그래?”
제이크의 부름에 부서진 문을 통해 누군가 주점 안으로 들어왔다.
성인 평균 신장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이는 장신의 남성이었다.
민머리에 두툼한 입술, 그리고 까무잡잡한 피부까지.
얼굴에는 검은 도료로 특유의 문신까지 하고 있어서 상당히 위협적인 인상이었다.
“야, 저거 타이우 온두라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제이크가 불렀다면 확실할 거고. 설마 타이우가 실력을 확인하러 온 건가? 그 ‘무법자’가?”
자리에 모인 용병들이 웅성거리다가 타이우의 시선이 자신들을 향하자 입을 합 다물었다.
타이우는 그런 용병들을 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용병들은 발끈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그 난폭한 용병들조차 입을 다무는 시점에서 타이우가 용병들 사이에서 얼마나 악명이 자자한지 알 수 있었다.
“이 남자인가?”
제이크의 뒤에 선 타이우는 오시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낮게 울리는 묵직한 목소리는 그 자체만으로 상대방에게 압박감을 주기 충분했다.
오시안을 향한 타이우의 시선은 썩 곱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오시안은 싸움 한번 해 본 적 없어 보이는 도련님이었으니까.
“별 볼일도 없어 보이는군.”
타이우는 고작 이런 놈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이 여기까지 온 것에 적잖은 자존심이 상했다.
“어이 애송이. 꼴에 관심 좀 끌어 보겠답시고 이상하게 차려입은 거 같은데, 도망치고 싶다면 지금 당장 꺼지는 걸 추천하지.”
타이우는 오시안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겁을 주듯 으르렁댔다.
제이크는 그런 타이우를 만류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시안이 타이우를 보고 겁에 질리길 원했다.
이것이 제이크가 업계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이었다.
압도적 힘이라는 채찍을 이용해 자존심을 짓밟고,
쩔쩔 매는 상대를 돈과 여자라는 당근을 통해 현혹하는 방법.
그렇게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만드는 것이 제이크가 상대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그런 것에 굴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끝은 썩 좋지 않았다.
한때 제이크의 제안을 끝끝내 거절하던 한 해결사가 다음날 강가에 떠다니는 시체가 되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였다.
“거기까지만 하시죠. 그 이상 무례한 행동은 좋지 않습니다.”
로난이 만류를 하며 나서려 하자 타이우는 로난에게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뭐? 내가 귀가 안 좋아서 그러는데 다시 한번 말해 보겠어?”
“…….”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던 로난의 얼굴에 미소가 완전히 지워졌다.
로난도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듯 타이우의 반쯤 협박에 가까운 말에 다시금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거기까지만 하지. 어차피 볼일은 나한테 있는 거 아닌가.”
오시안이 먼저 선수를 친 것은 그때였다.
타이우의 시선이 다시금 오시안을 향했다.
이번에는 꽤나 의외라는 눈빛이었다.
“대신 나서 주겠다 이거냐? 꼴에 자존심은 있나 보군.”
“그래서, 어디 한번 실력을 확인을 해 보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 생각이지?”
오시안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르륵. 의자가 뒤로 밀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귓가에 들려왔다.
오시안은 천천히 타이우의 앞에 가서 섰다.
덩치만 놓고 보면 머리 하나는 차이가 났다.
누가 보더라도 오시안이 싸워서 이길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건방진 놈. 진짜로 나에게 덤빌 생각이냐?”
“딱히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오히려 그쪽이 그걸 바라는 것 같군. 그렇다면 기꺼이 그 방식으로 응해 줄 생각이 있다만.”
“뭐?”
“아니면 혹시 이제 와서 겁이라도 질리셨나.”
오시안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 도발의 말을 입에 담았다.
그 말에 타이우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타이우는 손을 뻗어 오시안의 갑옷의 멱살 부분을 손으로 쥐었다.
이대로 힘을 줘서 오시안을 지면에 패대기칠 생각이었다.
그러나 팔에 힘을 아무리 줘도 오시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타이우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낄 무렵, 오시안의 손이 불쑥 그에게 뻗어졌다.
오시안은 한 손으로 타이우의 목을 움켜쥐더니 아래로 확 당겨 그의 머리를 테이블에 내리찍었다.
콰직! 타이우의 머리가 테이블과 충돌해 정확히 반으로 쩍 갈라졌다.
그 모습을 본 용병들이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은 제이크도 마찬가지였다.
‘타이우가 당했어?’
이렇게 보여도 타이우는 신체강화 능력을 지닌 뮤턴트다.
오시안도 신체강화 뮤턴트라는 이야기가 돌았기에, 기세를 한번 꺾을 생각으로 비슷한 능력의 타이우를 불러온 것이었다.
그런데 타이우는 오시안의 멱살을 쥐고도 꼼짝도 못 했다. 반대로 오시안에게 한 방 먹기까지 했지.
로난을 비롯한 두 헤드헌터들도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으아아!”
부서진 파편 속에서 타이우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찢어진 그의 이마에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타이우는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한번 스윽 훑더니 이내 눈이 뒤집혔다.
“죽여 버리겠어!”
본래는 그저 힘의 차이를 보여 주며 오시안에게 위압감을 심어 줄 생각이었지만 피를 본 순간 마음이 바뀌었다.
타이우는 진심으로 오시안을 죽일 생각이었다.
그는 뮤턴트로서의 힘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오시안을 향해 팔을 뻗었다.
거리도 가까우니 굳이 총을 뽑을 필요는 없었다.
타이우는 맨손으로도 상대방을 찢어죽일 자신이 충분했다.
타이우의 두 손이 오시안의 머리를 부여잡으려는 순간이었다. 오시안의 주먹이 움직이며 타이우의 턱 아래를 올려쳤다.
타이우도 그것을 보았다. 그래도 일부러 무시하고 행동을 이어나가려 했다.
신체를 강화시킨 그는 육체가 바위보다 더 단단한 상태였다.
지금 그에게 주먹을 내지르는 것은 오히려 본인의 뼈가 으스러질 일이었다.
퍼억!
그러나 타이우는 뇌를 뒤흔드는 거대한 충격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힘차게 뻗은 두 손도 축 늘어졌다.
오시안은 내지른 오른손을 회수한 뒤 왼손에 주먹을 으득 말아 쥐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타이우의 명치를 향해 내질렀다.
파앙─!
주먹으로 사람의 몸을 때렸다고는 믿을 수 없는 경쾌하고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타이우의 몸이 기역 자로 거칠게 꺾였다. 부릅뜬 눈은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돌출됐다.
공중에 살짝 뜬 타이우의 몸은 오시안이 힘을 줘 밀어내자 멀리 튕겨져 날아갔다.
테이블 3개를 연달아 부수며 날아간 타이우는 벽에 처박히고서야 겨우 멈췄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용병들은 모두 입을 쩍 벌렸다.
신체강화 능력을 지닌 뮤턴트 타이우를 오히려 맨손으로 제압을 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무, 무슨 위력이.’
‘같은 뮤턴트 맞아?’
지난밤 오시안의 힘을 본 사람들은 역시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고, 확인차 왔던 사람들은 그 놀라운 광경에 얼떨떨해했다.
오시안은 쓰러진 타이우를 보며 가볍게 손을 탁탁 털었다.
그리고는 이쪽을 경악 어린 시선으로 응시하는 제이크를 돌아봤다.
“아무래도 증명은 다 끝난 거 같은데.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별 볼 일 없군.”
제이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적의 어린 강렬한 시선으로 오시안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을 본 오시안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먼저 시비를 걸어 놓고서 뜻대로 되지 않으니 화를 내다니. 어떻게 돼 먹은 사고방식이란 말인가.
‘그보다 방금 그 타이우라 했던가. 생각보다 너무 약한데.’
겉모습만 보고 꽤 살벌하다 싶었는데 실제로 싸워 보니 별거 없었다.
순간 멱살을 쥐는 힘은 나쁘지 않았고, 턱을 때릴 때 느껴지는 묘한 저항감도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힘을 ‘약간’ 더 주는 것으로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오시안은 제이크를 싸늘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제이크는 표정관리를 하려고 애를 썼지만,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모든 계획이 무산됐으니 제이크는 이제 다른 방법을 취해야 했다.
“……그래. 제대로 봤어. 형씨 실력이 확실히 대단하네.”
제이크는 다시금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유쾌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말투와 달리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저 쓰러진 친구는 내가 데려가 봐도 될까. 어디 한 군데 부러진 것 같으니 빨리 치료를 맡기고 싶거든.”
“그쪽은 뭐 없나?”
“나? 내가 뭘?”
“그쪽이 증명해 달라 해서 증명을 해 줬으니, 당연히 그쪽도 상응하는 걸 보여 줘야 하지 않겠나.”
오시안이 한 말의 뜻을 알아들은 제이크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아니면 그냥 웃으면서 말로만 때울 생각은 아니겠지?”
제이크는 눈알을 굴리며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도망칠 궁리를 했다.
그걸 모를 오시안이 아니었다. 그는 제이크가 도망치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길목을 막듯이 섰다.
“흠?”
그때 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에 오시안이 뒤를 돌아봤다.
그의 입가에 미약하지만, 미소가 맴돌았다.
“아직 기절하지 않다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꽤 튼튼하군.”
“허억. 허억.”
몸을 일으킨 타이우가 숨을 헐떡이며 오시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살기가 가득한 그의 눈빛은 이미 무언가 결심을 한 사람의 그것이었다.
타이우는 허리춤에 달려 있는 권총을 뽑아들었다.
그것은 권총이라고 하기에는 크기가 매우 컸다.
사냥용 소총인 엘리펀트 건을 개조해서 만든 개인 권총.
총알의 구경도 대형이라, 쏘는 것 자체만으로 거대한 반동을 자아내지만, 신체강화능력자 타이우가 쓰기에는 더없이 적합한 무기였다.
다만 사람에게 쓰기에는 지나친 화력 때문에 어딜 가서 함부로 꺼내는 무기가 아니었다.
하물며 룰이 적용되는 주점 내에서 총질이라니.
아무리 ‘무법자’라 하더라도 이건 선을 넘은 짓이었다.
그러나 타이우는 지금 그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주거엇!”
타이우는 부서진 턱으로 어눌한 발음을 내뱉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코끼리의 뼈도 박살내는 거대한 탄환이 불을 뿜으며 오시안을 향해 쏘아졌다.
아음속의 탄환이 오시안에게 닿으려 했다. 그 순간 오시안의 손이 전광석화처럼 움직여 허리춤의 검을 쥐었다.
스칵!
찰나의 순간에 그어진 은빛 섬광이 정확히 총알을 반으로 가르고 지나갔다.
검이 너무나도 빠르고 예리한 나머지 총알은 날아가는 힘을 잃지 않았다.
양옆으로 갈라진 총알이 주점의 벽에 틀어박혔다.
주점 내부에 고요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방아쇠를 당긴 타이우도 자신이 무엇을 본 건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그게 다인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