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93)
93화. 빛이 가르치는 것 (1)
오시안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인 조나단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의 박력 있는 행동에는 한 치의 거짓도 담겨 있지 않았다. 정말로 오시안에게 가르침을 청한 것이다.
이건 오시안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제자로 받아달라니.”
오시안은 일단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다.
조나단은 그래 봤자 의뢰 한번 같이 해서 얼굴을 익힌 것이 전부다.
이렇게까지 찾아와서 고개를 숙일만한 이유도 계기도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더 강해지고 싶습니다.”
조나단이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명료하고 간략한 말이었지만 이보다 더 설득력 있는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 조나단이 그만큼 진심으로 강해지고 싶다는 일념을 품어서일지도 모른다.
“더 강해지고 싶다면서 왜 나를 찾아온 거지?”
“당신이라면 그걸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오시안의 눈꼬리가 살짝 휘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오시안의 강함을 선천적인 무언가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조나단은 느낀 것이다.
그가 사용하는 이 힘과 강함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무언가라고.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계기가 궁금하군. 무언가 이유가 있나? 너 정도라면 어딜 가서도 딱히 무시받지 않을 텐데.”
“[슈프리머시]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
알다마다.
뛰어난 능력과 재능을 지닌 뮤턴트들로만 구성된 집단.
당장 최근 골디런 가문 저택에서 그들과 싸움이 붙지 않았던가.
“그곳 소속이었나?”
오시안의 질문에 조나단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반대입니다. 저는 오히려 그들에게 무시받는 처지였죠.”
“같은 뮤턴트가 아니었나?”
“그들, [슈프리머시]는 뛰어난 뮤턴트만을 선호합니다. 인간들에게 차별받는 뮤턴트들이 모인 집단이지만, 그들은 자신보다 약한 뮤턴트는 무시하거나 깔보죠. 일정 등급 이상의 뮤턴트만 소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차별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새로운 차별을 자행하고 있다는 소리.
딱히 놀라울 것도 없었다. 원래 사람들은 내가 당하는 것에 예민하고 남한테 하는 것은 관대하게 여기니까.
그게 뮤턴트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그저 태생적으로 힘을 타고난 인간일 뿐 인간 자체가 아닌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 건가?”
“저는 더 강해지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도 무시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까지 강해지고 싶은 이유가 뭐지?”
“평생 아랫바닥에만 전전하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날, 당신이 보여 준 빛을 보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위를 보며 살아야 한다는 걸요.”
“우리?”
오시안은 조나단의 말에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우리? 우리라니?
오시안의 날카로운 기감이 그제야 건물 바깥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의 기척을 감지했다.
문을 열고 바깥을 나가자,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의 해결사들이 긴장한 얼굴로 모여 있었다.
그중에는 친숙한 사람도 한 명 있었다.
“여. 오랜만이군.”
지휘관 데이빗.
그가 오시안을 향해 능글맞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오시안은 저들의 공통점을 알았다.
그들은 오시안의 별빛을 보았다.
그것이 뮤턴트의 힘이 지닌 초상적인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라는 걸 직감했기에 그를 찾아온 것이다.
오시안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갑자기 강해지게 만들어달라고 하더라도, 곤란한 건 이쪽이야.’
난데없이 찾아와 제자로 받아달라고 하면,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자신의 실력을 뽐내길 좋아한다거나 남에게 가르침이나 훈수 두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괜찮겠지.
하지만 오시안은 딱히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다. 남한테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들지도 않았다.
자기 자신도 완벽하지 않은데 어떻게 남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본인에 대한 기준점이 아득히 높기 때문에 그런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또 동시에 저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
조나단의 말이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마냥 싫지 않은 이유.
그것은 아마, 그들이 진심으로 자신에게 가르침을 원하기 때문이리라.
‘기사가 되고 싶은 자들.’
이 시대에 기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남은 것이라고는 오직 오시안뿐.
그는 이 시대 최후이자 마지막 기사.
하지만 그대로 과연 좋은가?
그건 좀 아닌 것 같았다. 마지막 기사라는 칭호는 멋지지만 오시안은 그걸 바라지 않았다.
이대로 기사의 명맥이 끊기면 너무 슬플 것 같았다.
그것은 기사라는 육체가 지닌 당연한 사상을 넘어, 누구보다도 기사를 좋아했던 한 명의 사람으로서 지니는 일종의 사명감이었다.
‘내가 이들을 가르친다면.’
기사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노력을 한다고 정말로 기사가 될 수 있는지 아닌지는 몰라.’
애초에 자신부터, 기본적인 과정을 밟아간 사람이 아니었기에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었다.
그는 게임 속 캐릭터였으며, 태생부터 방랑기사였기에 레벨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성광의 힘을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조나단과 데이빗을 비롯한 저들은 달랐다.
그들에게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단순한 노력의 여하에 따라서 될지 안 될지도 몰랐다.
그래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닌 것 같았다.
‘이건 나 혼자서 결정을 내릴 만한 사안이 아니야.’
오시안은 우선 조나단에게 바깥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바이올렛 폭스 안으로 들어가 로난의 앞에 앉았다.
“후후. 고민이 많아 보이시는군요.”
“그러는 너는 별로 놀라지 않은 기색이군.”
“저요? 물론 저도 놀랐답니다. 오시안 씨가 이 업계에 들어온 시간을 생각하면, 정말 파격적인 성장 속도니까요.”
“즉 누군가 내게 가르침을 달라고 하려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건가.”
“왜냐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티르나에서 해결사들 같은 프리랜서 직군은 강함을 숭상하죠. 강해야만 살아남으며 더 큰 돈을 벌고,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거머쥘 수 있으니까요.”
오시안은 그 말에 긍정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강자를 추종하며 그들을 쫓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내 경우도 그런 거로군.”
오시안은 잠시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너는 어땠으면 하지?”
“제게 말입니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과연 저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지도 확신이 들지 않아. 그렇다고 저렇게 진심으로 다가오는 자들을 거절하기도 뭣하더군.”
“즉, 딱히 싫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땅한 방도가 없으시다는 거로군요.”
“그런 셈이지.”
그래서 오시안은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차라리 조언을 택하기로 했다.
중개인은 단순히 해결사에게 일을 연결해 주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케어 역할도 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너무 생각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요?”
로난이 검지를 활짝 펼치며 말했다.
“생각이 많다?”
“예. 때로는 단순하게,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는 것이 좋을 때도 있거든요.”
“너도 그렇게 생각하나?”
“그야, 저 또한 이 바이올렛 폭스에서 다른 해결사들을 초빙할 때는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판단을 하는 편이니까요.”
생각해 보니 그렇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감이 좋다고 해야 하나. 로난은 재능 있는 원석 같은 사람들을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감각이 있었다.
“오히려 생각이 너무 많으면, 본래의 정답조차 흐려 보일 때가 있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러다 보면 결국 그릇된 선택을 하게 되죠.”
“그렇군.”
“게다가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하면, 실패하더라도 후회는 덜 되는 편입니다. 차라리 그게 낫지 않습니까?”
로난의 장난스러운 말에 오시안이 피식 웃었다.
“그래.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군.”
역시 로난에게 조언을 구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었다.
덕분에 머리가 맑아졌으니까.
“그런데 괜찮나? 해결사가 저렇게 누굴 가르치려 드는 것도.”
“해결사는 자유로움의 상징이니까요. 누군가를 가르치고 개인의 세력을 일구는 것도, 그들이 선택한 길이라면 저는 응원해 줄 따름입니다.”
“그렇다고 독립을 할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도록. 그저, 저들에게 어딜 가서 덜 맞게끔 가르침만 줄 테니까.”
이 전까지만 해도 과연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한 의문은 사라진 뒤였다.
본능을 따라가려고 하자, 뿌옇게만 느껴지던 방법이 무엇보다도 뇌리에서 선명하게 빛났다.
오시안이 문을 열고 나오자, 바깥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모두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그들 대부분은 오시안이 거절의 말을 내뱉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검에서 새하얀 빛을 뿜어내는 그 기술은 오시안의 비전 기술.
그걸 남에게 가르쳐 줄 수 있을 리 없었다. 애초에 자신의 기술에 대한 것은 최대한 숨기는 것이 업계 관행 아니었던가.
가르침을 달라고 하는 순간, 욕하면서 쫓아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오시안은 충분히 대단한 인격자였다.
그걸 알면서도 찾아온 것은 그만큼 그들도 간절하기 때문이었다.
“내게 가르침을 원한다고 했었지.”
오시안의 말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데이빗도 평소에 보기 힘든 진중한 얼굴이었다.
오시안은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살폈다.
숫자는 7명. 조나단과 데이빗을 포함해 모두가 해결사 출신이었다.
살아온 환경도, 사용하는 무기도, 싸우는 방식도 모두 제각각.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눈동자에 깃든 강렬한 열망이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불꽃이 있었다.
그것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오시안이 그렇다고 착각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시안은 그 불꽃이, 분명히 작지만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더 강하게 타오르게 된다면, 어쩌면 별빛이 될지도 모른다.
그걸 가능케 하는 것은 전부 자신의 손에 달린 거겠지.
“내 가르침은 혹독할 수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예!”
가장 먼저 답한 것은 조나단이었다.
그는 엄숙한 목소리로 우렁차게 답했다. 그에 질세라 다른 해결사들도 그렇다고 외쳤다.
“좋다. 그렇다면 오늘부로, 너희들은 기사 지망생이다.”
오시안은 결심했다.
이 황금의 도시에서, 새로운 기사단을 만들어 보기로.
*
발루드는 보스의 방 문 앞에 섰다.
보기만 해도 화려하게 장식된 목조 문을 잠시 응시한 발루드는 자신의 옷을 점검했다.
새하얀 정장에는 구겨짐 하나 없이 단정했고, 깔끔하게 뒤로 넘긴 머리카락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똑똑.
“발루드 이사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들어와라.”
안에서 굵고 묵직한 허가가 떨어졌다.
안으로 들어가자 온갖 화려한 장식품과 보물, 치장들이 가득한 방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의 중심, 커다란 의자에 몸을 파묻다시피 한 살집을 지닌 늙은이가 보였다.
“보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발루드가 노인을 향해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살집 가득한 노인은 손가락으로 지방 가득한 뺨을 긁적였다. 그의 손가락에는 보석이 박힌 금반지가 가득했다.
“그래. 발루드 이사. 잘 왔네.”
이슬로우 부르보크.
노스 블라인더스의 보스이자, 이곳의 대부라 불리는 남자.
그리고 북부의 야만민족 출신이며, 그 홀몸으로 티르나에 와서 이만한 조직을 이끈 거물이기도 했다.
“앉게나.”
이슬로우의 말에 발루드는 차분히 빈 자리에 앉았다.
“우리 딸 아이가 너무 귀찮게 굴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슬로우의 딸, 이셀라 부르보크.
그녀가 자주 옆에서 붙어 다니며 떠들지만, 발루드는 싫은 티를 결코 내지 않았다.
“그래. 그 말괄량이를 감당할 게 우리 이사진들 사이에서 자네밖에 없어.”
“칭찬 감사드립니다.”
“내가 우리 발루드 이사를 잘 믿는 거 알고 있지? 같은 북방 민족 출신이지 않나. 동향 사람들끼리는 서로 잘 해줘야 하는 거야. 내가 이 자리에 물러난다면, 그 뒤를 이을 사람으로는 자네 말고는 생각하고 있지도 않으니까.”
발루드는 그 말에 기분이 좋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표현하지 않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발루드 이사는 잘해 주고 있어. 기존 이사들보다 나중에 들어왔는데도 뛰어난 수완으로 그 자리에 올랐으니까. 다만 부족한 것이 있다면, 사업체겠지.”
“사업체 말입니까.”
이슬로우가 꺼낸 말은 발루드에게 조금 가슴 아픈 곳이었다.
대부분 노스 블라인더스 소속 패밀리들은 저마다의 사업체를 지니고 있었다.
쿠르샤는 재개발과 건물 철거.
다른 쪽은 밀주사업, 또 다른 쪽은 우유 유통, 다른 한쪽은 유흥과 도박장을 맡고 있었다.
반면 발루드의 경우에는 용역 쪽에 가까웠다.
사업이라기보다는 두 발로 직접 뛰는 쪽이다 보니, 당연히 수익이 안정치 않았다.
발루드의 뛰어난 수완으로 최대한 끌어 올렸다 하더라도 다른 이사들에 비하면 불안한 것이 사실.
“그런데 최근, 자네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서 말이지.”
이슬로우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아차린 발루드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이대로 가면, 자네의 자리가 위태로워지네. 내 뒤를 잇기가 힘들어져. 그게 무슨 말인지 알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