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99)
99화. 고대유적 (1)
오시안과 발루드의 행동은 신속했다.
그들은 문을 열고 들어온 첫 번째 남자를 날려버리며 후방 침입자들이 당황하는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다.
“크악!”
“커헉!”
순식간이 2층에 올라온 인원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들도 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다.
우선 첫 번째로 오시안의 존재였다.
발루드는 고려했지만, 오시안이 있다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불을 전부 꺼 놨는데 허공에서 아른거리는 불빛은 그들의 심정을 더욱 조이기 충분했다.
허공에서 춤추는 푸른빛과 새하얀 빛.
그럴 때마다 피를 흩뿌리며 쓰러지는 습격자들.
쩌억!
손도끼로 상대방의 미간을 찍어 버린 발루드가 뺨에 튄 피를 닦았다.
“2층은 대충 정리가 끝난 모양입니다만.”
“그래.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전에 보여 준 쿠르샤의 준비성을 생각하면 이건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일루아 하나만 노리는 게 아니라 발루드까지 노리고 있다면 준비해 둔 것이 더욱 있을 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했던가.
바깥에서 찰칵 소리와 함께 무언가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2층의 벽을 부수며 폭발이 일어났다.
비산하는 잔해와 먼지, 그리고 흩날리는 책과 찢어진 종이까지.
“박격포? 민간인 거주지 한복판에서 이런 짓을 한다고? 위병은 안 오는 건가?”
“저희 조직이 위병들에게 들인 돈이 얼마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러게 돈 좀 적당히 뿌리지 그랬나.”
“따질 거면 쿠르샤 이사에게 따지십시오.”
그 폭발 속에서도 오시안과 발루드는 멀쩡했다.
오시안의 어깨를 성운 비단이 두르며 그의 몸을 폭발로부터 보호해 줬고, 발루드도 자리에서 서리의 룬으로 얼음벽을 세우면서 폭발을 막아냈다.
발루드는 오시안이 새하얀 망토까지 두르자 놀란 눈으로 응시했다.
일전에 싸울 때는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체 저 남자는…….’
발루드가 놀라거나 말거나 주택 바깥에서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느껴졌다.
방금 전 박격포는 그저 맛보기에 불과했다는 듯,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 느껴졌다.
거기에 더해서 1층에 잔류하고 있던 자들이 올라오려 하고 있었고.
“아무래도 서로 역할을 분담해야겠군.”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바깥은 내가 정리하겠다. 1층은 충분히 가능하겠지?”
“괜찮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바깥사람들은 저를 죽이기 위해 온 겁니다. 당신이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습니다만.”
“해결사가 의뢰주를 지킨다는 것이 그렇게 문제인가?”
오시안은 그렇게 대꾸하며 뻥 뚫린 벽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잠시 후 새하얀 빛이 번뜩이고, 곳곳에서 비명과 폭발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후. 저도 제 일을 해야겠군요.”
발루드는 목의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 풀었다. 그리고 팔뚝의 셔츠를 거두며 팔뚝에 새겨진 룬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런 걸 사용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지금은 뭐든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히이이익! 내, 내 집이! 내 보금자리가!”
방금 전의 폭발로 일루아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패닉에 빠진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폭발에 휩쓸려 죽지 않았으니 다행이라 해야 하나.
“조금은 피해 없이 싸워 주세요! 중요한 자료들이 있다구요!”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압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 목숨보다 연구자료를 더 신경 쓰다니.
저 아가씨도 어지간히도 제정신이 아니구나 생각을 하며 발루드는 도끼를 고쳐 쥐었다.
1층에서 대기하는 놈들은 2층으로 섣불리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하기야, 올라온 놈들이 30초도 버티지 못하고 모조리 초살당했는데 누가 미쳤다고 올까.
대신 놈들은 1층에서 진을 치겠다는 듯 자리를 잡았다.
이쪽이 계단을 통해 내려가는 순간 벌집으로 만들 생각이겠지.
‘시간을 끌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군요.’
그것도 정답이다. 이 정도 소란이 벌어졌다 하더라도 위병은 오지 않을 것이다.
최근 일 때문에 조급했던 것이 탈이었을까. 차라리 부하들을 몇 명이라도 더 대동할 걸 그랬나 싶었다.
‘아니. 그래 봤자 피해만 더 커졌을 뿐.’
발루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도끼에 쥔 손에 힘을 가했다.
야만적인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도끼를 쥐는 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감각이 선명했다.
당장 아래에서 긴장한 채 호흡을 하고 있는 적들의 위치가 느껴질 정도로.
발루드는 도끼를 들어 올린 뒤, 그대로 2층 바닥을 내리찍었다.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바닥이 아래에 대기한 침입자를 깔아뭉갰다.
“크악!”
“위, 위에서 나타났다!”
“쏴!”
쏟아지는 잔해들 사이로 총알이 빗발쳤다.
하지만 이미 발루드는 자리에 없었다. 그는 잔해에 깔린 적의 뒷덜미에 손도끼를 한번 찍은 뒤, 곧바로 몸을 옆으로 날려 다음 먹잇감을 노렸다.
쩌억!
손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생명이 하나씩 속절없이 쓰러져 나갔다.
양 팔뚝에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고 도끼에서는 푸른 빛이 흘러나오니, 그 모습이 마치 한밤중의 도깨비를 보는 것 같았다.
“으아아아! 죽어!”
겁에 질린 습격자가 총구를 겨누었지만, 흔들리는 총구는 발루드를 겨누지 못했다.
이미 그는 자리에서 사라져 있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목덜미에 도끼가 박힌 뒤였다.
힘없이 쓰러지는 몸. 그 사이를 노리고 쏘아지는 총탄들.
부엌이 다 부서지며 엉망이 되었다. 식기가 깨지고 매개한 화약 냄새가 상한 음식물 냄새와 뒤섞였다.
2층의 무너진 틈새로 일루아가 고개를 빼꼼 내밀며 소리쳤다.
“다 부수실 생각이에요?! 이 집이 얼마짜린데!”
“이 기회에 새집으로 이사를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사실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이제야 좀 시원하군요.”
뻥 뚫린 창문 너머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내부를 차갑게 식혔다.
발루드는 총알이 다 떨어져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든 상대의 미간에 도끼를 박아 넣었다.
“이 집이 얼마짜리인 줄 알고요!”
“어차피 이번 유적 탐사를 성공적으로 끝내면 돈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그,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온 정이 있는데.”
“더 좋은 곳으로 가면 그런 생각도 쏙 들어갈 겁니다.”
발루드는 마지막 남은 습격자를 안경 너머 차가운 시선으로 응시했다.
“제, 제길.”
설마 발루드가 이렇게까지 강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지, 그는 손에 쥔 총기를 몇 번이고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이미 총알을 모두 토해 낸 총은 무용지물이었다. 총을 버린 남자는 허리춤에서 무기를 꺼냈다. 그것은 발루드와 같은 손도끼였다.
양손에 쥔 손도끼를 본 발루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사용하는 무기가 단순히 흉내를 내려는 것이 아님을 알아차린 것이다.
“당신도 노르드 출신이었습니까? 하지만 조직에서 본 기억이 없군요.”
“닥쳐!”
이미 눈앞의 남자는 발루드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발루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꼴을 보아하니 조직에서 하청으로 부리는 자가 분명했다.
아마 이 도시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이겠지. 북부는 돈벌이라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으니까.
“차라리 제 아래로 들어왔다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 텐데.”
“그럴 거면 죽으란 말이야!”
눈앞의 노르드인이 발루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현란하게 휘둘러지는 쌍도끼를 보고도 발루드는 겁먹지 않고 차분하게 움직였다.
그는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공격을 피한 뒤, 손도끼를 이용해 상대방 손잡이를 가볍게 걸어 위로 튕겨냈다.
팽그르르 회전한 손도끼가 천장에 박혔다.
남은 한 자루로 반격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똑같은 과정을 겪어 천장에 박혔다.
무기를 잃은 노르드인을 향해 발루드가 말했다.
“위대한 고향에서 안식을 취하길.”
쩌억!
발루드는 남자를 고통 없이 보내주었다. 1층의 적들을 모두 정리했지만 발루드의 표정은 별로 좋지 못했다.
일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동향인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꼴을 보기 싫어서 티르나에 왔고, 노르드인들이 야만족 취급받는 걸 막기 위해 최대한 돕고자 했는데.’
북방에서 약탈과 싸움만 하던 노르드인들은 야만적이라 해서 좋은 취급을 받지 못했다.
그것은 기회와 자유의 도시인 티르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사회의 하층민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살아남기 위해서 손을 잡고 뭉쳤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노스 블라인더스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조직은 변질되었다.
북부인만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 다른 조직의 사람들도 받아들이게 됐다.
오히려 순수 북부인은 조직 내에서 취급이 좋지 않았다. 보스마저도 자신의 본래 고향을 잊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씁쓸하군요.”
이런 걸로 슬퍼하거나 분노할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여기까지 오면서 손에 묻힌 피가 몇인가. 발루드는 강했기에 감정적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그에겐 이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겼다.
보스의 딸. 자신이 반드시 지켜 줘야 하는 한 사람.
발루드는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내 입에 꼬나물었다.
“아! 집에서 담배 피우지 마세요!”
“집에 박격포도 쏘고 총질도 했는데 이제 와서 담배가 문제입니까.”
일루아의 투정을 무시하며 불을 붙였다.
후우 하고 새하얀 연기를 내뱉자, 흩어지는 연기 사이로 정문으로 들어오는 오시안의 모습이 보였다.
검에서 타오르는 별빛과 몸을 두른 망토는 온데간데없었다.
오시안은 발루드를 보더니 의외라는 듯 물었다.
“뭐냐. 담배도 피우나?”
“뭐, 마피아가 이런 거 하나 피우면 안 됩니까?”
“해롭다. 그거.”
참으로 담백한 반응이었다. 너무 담백해서 오히려 발루드가 얼이 빠져 허탈한 웃음을 흘릴 정도.
“바깥의 정리는 전부 끝난 겁니까? 그런 것치고는 몸에 상처 하나 없어 보이는군요.”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 봐도 좋다.”
발루드는 오시안을 지나쳐 바깥의 상태를 살폈다.
“하, 이런.”
바깥에는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면에 쓰러져 있었다.
그들 중에서는 죽은 사람도 있고, 겨우 숨통이 붙은 사람도 있었다.
사람 하나를 죽이기엔 지나칠 정도로 중무장한 그들의 주위로는 튼튼한 차량도 3대 정도 있었다.
물론 전부 불에 타서 새까만 연기를 피우고 있었다.
단순 화력만 놓고 봐도 어느 조직 하나는 삽시간에 지울 정도다.
그걸 칼 한 자루 쥔 사람이 단신으로 모두 쓸어버렸다고 말하면 과연 믿을까.
“그래도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군요.”
발루드는 입에 연초를 문 채로 손도끼 한 자루를 쥐며 생존자에게 다가갔다.
“끄으으으.”
바닥을 기어다니던 생존자는 천천히 다가오는 발루드를 보며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발루드는 그런 그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며, 연기를 후욱 내뿜었다.
“쿠르샤 이사가 보냈습니까?”
“아, 알아서 뭐 할 건데. 이 개새끼야.”
“뭐, 딱히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이런 짓을 벌일 게 그 말고 누가 있겠습니까. 아, 오히려 너무 많으려나.”
발루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냅다 도끼를 휘둘렀다.
씁쓸한 건 씁쓸한 거고, 습격자는 남겨두면 안 됐다.
쩍!
오늘 있었던 이 소란은, 아마 지역의 신문에조차 실리지 않을 것이다.
고대유적으로 떠들썩할 지금의 이 도시에서는 흔한 일이었으니까.
*
31번 구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였다.
복장도 형태도 체형도 가지각색인 사람들. 그들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숨이 막혔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금 모인 사람들은 곧 있을 고대유적을 탐사하기 위한 사람들.
안쪽에 들어가는 순간 서로가 서로의 경쟁자가 되는 것이다.
시작부터 서로 싸우는 일은 없겠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마저도 확실하지 않았다.
아마 필시 배신과 통수가 판을 치는 상황이 벌어지겠지.
그걸 전부 알고 있었기에 각 집단은 상대방을 최대한 경계했다.
그들이 혹시라도 소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티르나의 위병들도 마찬가지였다.
위병들은 도시 내에서 벌어지는 소란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깔렸다.
개중에는 티르나의 집행자인 알렌시아 헤어도 있었다.
그녀가 주로 활동하는 곳과 가까운 구역이었기에 찾아온 것이었다.
“그야말로 터지기 직전의 화약고 같군.”
안쪽에 들어가는 순간 무조건 터지리라. 상관없었다. 여기서만 터지지 않으면 됐으니까.
고대유적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건 티르나의 관할 밖이었다.
일부 위병들은 여기 모인 사람 중 몇 명이 살아 돌아올지 농담 섞인 내기를 하기도 했다.
그때 멀리서 여러 대의 차량이 도착했다.
‘노스 블라인더스의 것이로군.’
마피아들이지만 합법적인 사업도 하고 있으며, 티르나의 공무원들 쪽에도 로비를 넣고 있어서 잡아내기 힘든 자들이었다.
알렌시아는 합법으로 무장한 범죄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어째서 저 남자가?’
차량에서 내린 사람 중에는 오시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