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scamm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전속력으로 벗어나야 한다!
솨아아아아아……번쩍.
그리고 잠시 후.
우르릉, 콰광!
하늘에서 살벌한 천둥이 울렸다.
그 광경을 보며, 오르헬이 혀를 내둘렀다.
“브라더가 만든 천둥 말고, 진짜 천둥을 보는 거 자체가 오랜만인 거 같은데?”
라고 말한 직후.
“우웁!”
헛구역질을 해댔다.
그런 그를 보며 앤드류가 한숨을 내쉬었다.
“배 위에서 누가 그렇게 술을 퍼마셔요?”
“이게 술 때문이겠냐? 지금 배가 이렇게 흔들리는데…….우웁!”
날씨가 이쯤 되니 당연히 바람과 파도는 말할 것도 없었고.
덕분에 배는 미친 듯이 흔들리는 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배에서도 나무끼리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끼긱, 끼이익.
그 소리가 또 공포스러움을 자아내었다.
“허억!”
“으으으으……”
특히 디아즈와 그렌델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는데.
“로, 로한 님……배, 배가 부서지는 건 아니겠죠?”
“아, 아니라고 해주십시오!”
우르릉, 콰광!
“흐윽!”
“꺄아악!”
세상 무서울 것 없어 보이던 쟤들이 저런 모습도 있었구나.
의외의 모습에 귀여운 것 같으면서도 약간은 안쓰러운 느낌이었다.
해서 나는 바깥의 상황이라도 알아보려 했다.
“폭풍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 같은지, 선장에게 한 번 확인해 보고 오도록 하지.”
그렇게 객실을 나가려고 하는데.
덥썩, 덥썩!
두 개의 손이 동시에 내 옷자락을 붙들고 늘어졌다.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가, 같이 따라가겠습니다!”
“저, 저도 갈 겁니다!”
아니……얘들 오늘 따라 왜 이래……
* * *
“우앗!”
“끄악!”
비명을 질러대며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디아즈와 그렌델.
결국 그녀들은 흔들리는 복도의 벽을 붙잡고, 나를 따라나섰다.
“그냥 객실 안에 있으라니까.”
나는 뒤를 돌아다보며 그녀들에게 말했다.
“그, 그게……”
“바다는 처음이라……”
둘은 우물쭈물하며 같은 말을 내뱉었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배에 오르기도 전부터 둘이서 뭔가 긴장한 얼굴로 속닥속닥 거리던데……’
바다로 나가는 게 겁나서 그러고 있었던 거였구나.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저 둘은 겁 따윈 없을 줄 알았는데.
사람인지라 또 그런 건 아닌 모양이었다.
“어서 가지.”
“아, 예!”
“가,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선장실.
내가 들어서자, 선장이 눈길을 슥 주었다.
“괜찮으시오?”
“우린 괜찮은데. 배는 괜찮겠나?”
“하하하! 문제없소. 고작 이런 파도 따위, 수백 수천 번도 더 겪었소이다! 염려 붙들어 매시오!”
뱃사람이라 그런가.
까무잡잡한 피부에, 근육 덩어리인 선장은.
그 외모에 걸맞게 성격도 화통하였다.
배를 총괄하는 선장의 든든한 모습을 보니, 디아즈와 그렌델의 표정도 한결 나아졌다.
나는 그녀들의 얼굴을 확인한 후.
선장에게 더 질문을 던졌다.
“폭풍이 얼마나 더 갈 것 같나?”
그에 선장이 빼꼼 고개를 내밀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거, 생각보다는 그리 거친 놈은 아니오. 아마 조금만 더 뚫고 나가면 곧 잠잠해질 것이오.”
“그리 독한 놈은 아니라는 소리로군.”
“뭐, 그렇소. 게다가 배도 워낙 튼튼한지라. 걱정은 말고 식사나 드시고 계시오. 한 끼 다 먹을 때쯤이면 대충 끝이 보일 것 같으니.”
“……”
이 상황에?
이런 흔들림에 밥을……먹으라니……농담이겠…….
‘진담인 거 같네.’
아무래도 농담을 할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식사 제안을 넘기기로 하였다.
“식사는 천천히 하도록 하지.”
“후우. 그래도 크라켄이 나오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오.”
“크라……켄?”
선장은 여전히 전방에 시선을 집중한 채로 말을 이었다.
“최근 들어 갑자기 이 근처 바다에서 종종 크라켄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있소. 행방불명된 배도 여럿이지. 이따금씩 행방불명된 배의 잔재들이 발견되곤 하는데, 하나같이 박살이 난 것 아니겠소?”
“……갑자기라……”
“물론 그전에도 크라켄이라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 아니었소. 그래도 수십 수백 년에 한 번이었지. 그런데 지금은…….뭔가 다른 것 같더군.”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에이트럼이 해 준 말이 떠올랐다.
‘신에게 반감을 가진 종족들……신화급 괴물들 역시도 신에게 버림받은 괴수들이 아니었던가.’
그런 놈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건 분명히 어떠한 시그널이겠다 싶었다.
‘예를 들자면……본격적으로 거신족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던가.’
그런데 그때.
쿠우우웅!
“뭐, 뭐야!”
“으아아악!”
“꺄아아아아!”
선체 전체가 굉음과 함께 크게 흔들리는 게 아닌가.
선장을 포함한 우리는 전부 순간 중심을 잃으며 쓰러졌다.
나도 겨우 벽을 짚으며,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었다.
그 직후.
빗물에 홀딱 젖은 선원 하나가, 다급히 선장실의 문을 부술 듯 열어젖히며 들어왔다.
“선장님! 선박의 후미가 반쯤 날아갔소!”
“암초라도 건드린 거냐?”
“그, 그게 아니라! 크, 크라켄이오! 크라켄이 나타났다고! 거대한 다리가, 지금 배를 붙잡고 있단 말이오!”
선장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미친……!
언제나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 * *
바깥으로 나오자.
철썩!
높은 파도가 연신 배를 집어 삼킬 듯 덤벼들고 있었다.
“크윽!”
“뭐라도 붙잡아!”
바다 위에서는 백전노장인 선원들 역시도, 이런 폭풍 속에서 바깥을 걷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그들이 들어갈 수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
선체를 붙들고 늘어진 거대한 문어 다리 때문이었다.
선장을 따라 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광경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사람 몸통만 한 문어 다리가 배의 꼬리 부분을 휘감고 있는 게 보였고.
“떨어져! 이 개 같은!”
“놔! 놓으라고!”
선원들은 무기와 막대기를 총동원해서 배를 꽉 잡고 있는 문어 다리를 내리치고 찔렀다.
그러나 그 정도의 공격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퍽! 퍽!
다리가 몇 번 휘둘러지자.
“커헉!”
“아아아아악!”
쿠당탕탕! 콰당!
선원들이 나자빠지는 꼴만 보여질 뿐이었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연달아 연출되었다.
거대한 다리에 맞고 쓰러진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치명적이었는데.
선체가 계속해서 흔들리며 파도까지 엎어치니, 바닥에 쓰러졌다가 배 바깥으로 튕겨 나갈 뻔한 인원들까지 생기는 중이었던 것이다.
“사, 살려 줘!”
“푸훕! 젠장할 파도!”
선원들의 생명도 생명이거니와.
배 자체도 슬슬 위험해 보였다.
‘저대로 놔두면, 배가 부서져서 침몰해서 모조리 다 죽겠어!’
그렇지 않아도 악천후에, 배는 더더욱 빠르게 붕괴되어가는 중이었다.
나는 트라벤 대주교가 임시로 구해준, 나름 쓸만한 검을 뽑아들고.
크라켄을 향해 내달렸다.
타다닷!……서걱.
깔끔하게 베어진 검격.
선원들은 처음에 미처 베어진 줄도 몰랐으나.
“어? 어어?”
“자, 잘렸어? 한 번 베었는데?”
“진짜로 단 일격에……!”
크라켄의 다리가 어긋나며 힘이 풀리는 걸 보고는 다들 눈을 번쩍 떴다.
* * *
일단 놈의 손아귀를 벗어나자.
선장은 바로 소리를 쳤다.
“전속력으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대포도 준비시켜!”
이런 상황에도 나름 침착한 그였다.
실제로 크라켄은 아직 죽은 게 아니었다.
얼마든지 후속 공격도 가능할 터.
그것까지 계산해서 대비를 하는 선장이었다.
나 역시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또! 또 온다!”
한 선원이, 배의 측면에서 새로운 다리가 다시 쫓아오는 걸 보고 소리를 내질렀다.
나는 다시 선박의 왼편으로 달려가.
촤악!
공간째 크라켄의 다리를 하나 더 잘라버렸다.
“우와아아아!”
“잘한다! 그래 다 베어버려!”
“크하하하! 오늘은 문어 요리구만!”
어느새 선원들도 신이 난 채 응원전에 돌입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니.
폭풍은 여전히 몰아치고, 크라켄은 아직 쫓아오고, 배는 부서지고 있는데……
뱃사람들의 정신력은 정말이지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였다.
나는 마음 속으로 몰래 그들의 멘탈에 경의를 표하며.
촤아아악!
계속해서 크라켄의 다리를 베어나갔다.
그 와중에 반대편에서는 포탄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
펑! 퍼펑! 펑!
내가 없는 쪽을 노린 크라켄을 견제하는 공격이었다.
그 반동으로 또 배가 흔들렸다.
‘정신이 하나도 없군.’
나름 산전공중전 다 겪었다 생각했는데.
의외로 해상전은 상당히 빡센 느낌이었다.
물론 아직도 끝난 건 아니었다.
연달아 다리가 잘리고, 포탄에 얻어맞은 크라켄은.
이번에는 아예 배의 앞쪽을 노리고 촉수를 휘둘렀다.
아예 배를 좌우 둘로 쪼개버릴 기세로!
당연히 그걸 그냥 두고 볼 내가 아니었고.
“어딜!”
빗물을 뚫고, 나는 배의 가장 높은 곳까지 뛰어 올라가.
타닷!
강하게 배를 박차며 위로 솟았다.
동시에 번개를 머금은 황금의 창을 창조해내었고.
쩌정!
순간 황금의 창이 뿜는 빛이, 사방을 훤히 밝혔고.
“버, 번개를……쥐었어?”
“이럴……수가!”
“허억!”
역으로 내가, 크라켄의 촉수를 향해 한 방 먹여주었다.
우르릉!……콰과과강!
그런데 그 순간.
“잡았……다!”
바다 아래에서, 묘한 목소리 같은 게 들리는 게 아닌가.
‘크라켄?’
뭐지?
그냥 괴물이 아니라, 지성이 있는 놈이었던가?
크라켄은 나도 처음인지라,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그때였다.
찢어지는 듯한, 디아즈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로한 니이이이임!”
그녀의 외침에, 나는 순간 깜짝 놀라며 허공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비와 파도 속에 숨어서 내 뒤를 노린 크라켄의 촉수는, 이미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고.
‘젠장!’
촤라라락!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내 목을 휘감았다.
그리고는 냅다 바다 속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으윽?”
그에 끌려가던 나는, 내 목을 휘감은 크라켄의 촉수를 손으로 붙잡은 채.
갑판의 벽 부분에 발을 걸어 안간힘을 쓰며 버텼다.
“끄으으으……!”
하지만 목을 휘감은 크라켄의 촉수는 생각보다도 훨씬 묵직하였다.
체급 자체가 다른 무게를 버틴다는 건 제아무리 나라고 한들 쉬운 일이 아니었고.
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디아즈는 디아즈는, 옆의 그렌델을 돌아다 보며 외쳤다.
“그렌델 경!”
“알겠습니다!”
그녀들은, 언제 그런 걸 준비했는지.
합동 연격을 해내었다.
바닥에 나뒹구는 물체들을 그렌델이 염력으로 들어 올렸고.
그것을 밟고 디아즈가 내게 뛰어들고 있었다.
잔뜩 굳은 얼굴로 나를 향해 손을 뻗는 그 둘의 모습이.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느리게 보였다.
‘조금 전만 해도 파도 때문에 겁먹고 꼼짝도 못하더니……’
대체 무슨 용기로 저렇게 거침이 없는 건지.
하나 그녀들에 닿기도 전에, 내 몸은 빠르게 추락하며 바다로 끌려 들어갔고.
“푸웁!”
꼬르르르륵!
깊은 바닷속에서, 크라켄을 마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