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scamm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약간의 과장
아무래도 물속에서는 불덩이를 만드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물속이 아니라면?
이 정도 폭풍이 몰아치고 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나는 손에 화염구를 피워올렸다.
거대한 불덩이가 나의 손 위에 떠오르고.
“흐으으읍!”
나는 그것을 들고, 본체를 드러낸 크라켄을 향해 냅다 쏘아졌다.
쿠구구구……!
마치 태양이 추락하는 듯한 전경이, 모두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화염구에 닿는 빗줄기들은 그 즉시 열기에 소멸하였고.
심지어는……
“바, 바다가 증발하고 있어!……대체 얼마나 뜨거운……!”
바닷물까지도 달구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크라켄 또한 그 강대한 불길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꼈는지.
화염구와 함께 떨어지는 나를 향해, 괴성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캬아아아아아아!”
그리고는 모든 촉수들을 물에 한 번 적셔, 화염구를 막기 위해 사방에서 뻗쳐 들어왔다.
하지만.
화르르르륵!
촉수가 머금고 있던 물 따위는 금방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고.
오히려 점점 그 열기에 바짝 타버리며, 말려들어 갈 뿐이었다.
덕분에 문어 구운 냄새가 사방에 진동을 했다.
“크워어어어어어어!”
크라켄은 고통스러운지, 그 거대한 입을 쩌억 벌리며 괴성을 질러댔다.
그에 놈의 구강구조가 드러났다.
안쪽으로 연달아 줄지어 늘어진 톱날 같은 이빨들이 온 시야를 가득 채울 정도로, 크라켄의 입은 그 덩치에 걸맞게 거대했다.
하지만 나는 그 이빨 따위에 겁먹지 아니한 채, 그대로 화염구를 밀어붙이며.
놈의 주둥이를 향해 돌진했다.
치이이이익!
대량의 바닷물과 화염구가 한곳에서 뒤엉키며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발생하였고.
그 짙은 수증기는 마치 자욱한 해무처럼, 그 누구도 미처 대응할 틈도 없이 온 시야를 가려버렸다.
그래도 크라켄 놈 역시, 단순무식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진 이 순간에도 몇 개의 촉수가 끝을 뾰족하게 세워, 화염구를 우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증기가 잔뜩 시야를 가린 그 틈을 타, 마치 암살자처럼.
만약 상대가 내가 아니라, 다른 자였더라면……통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나한테는 안 통한다고!’
한참 전에 안개가 자욱한 상황에서 전투를 치뤄 본 경험이 이미 있는 나였다.
그때 벌써 제3의 눈을 이용해, 시야가 가려진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다 익혔었고.
나는 화염구를 앞으로 내던지고는 몸을 날렸다.
촤악! 촤아악! 촤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있던 위치에, 팔방으로 크라켄의 촉수가 창처럼 내질러졌다.
물론 나야 진작 간파하고 있었으니……화염구를 앞쪽으로 던져두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휙, 휘익, 휙휙!
크라켄의 촉수는 그저 허공만 관통하였다.
그에, 오히려 당황을 하는 쪽은 크라켄이었다.
“사, 사라졌……!”
타닷.
그 사이 나는 몸을 최대한 낮춘 채 놈의 촉수 하나를 타고 본체를 향해 내달렸다.
안개가 시야를 가려준 채로, 계속해서 다른 촉수로 옮겨 타고 움직였기에.
크라켄은 내 위치를 간파하지 못하였다.
놈의 눈동자 바로 앞에 당도할 때까지도!
안개를 뚫고 내가 갑작스레 나타나자.
크라켄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이, 이이익!……이 한 입 거리도 되지 않을 놈이……!”
“한입에 먹어 보던가, 그럼!”
나는 놈의 촉수 사이를, 묘기를 하듯 넘나들며 회피하였다.
아킬레스건을 노리고 날아드는 촉수에, 뒤로 텀블링을 하며 피해내고.
공중에 떠오른 나를 향해 다시 조여드는 촉수들을.
펄럭!
날개를 펼쳐, 방향을 틀어서 또 회피했다.
“나, 날개라니……! 대체 정체가……”
작정하고 회피에 집중하는 나를 잡는 것은, 제아무리 크라켄이라 할지라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나 역시, 크라켄의 중심부를 치는 것도 어려웠다.
저 많은 촉수들을 뚫고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내부까지 돌파하는 건 생각보다도 난이도가 높았다.
이곳이 육지였다면 가능했겠지만……
단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해서 바다에 빠지면, 그대로 내가 죽을 수도 있는, 적에게 유리한 전장이었기에.
하나 내가 노리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잠깐만 이렇게 시간을 끌어 둔 덕분에.
‘어디 보자……지금쯤!”
조금 전에 던져 놓은 화염구.
그 열기가 슬슬 가까워지고 있었다.
크라켄은 몸을 바닷속에 감추고 있는데다가, 내가 시선을 끄는 탓에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다.
그래서 스스로 꽤나 친절한 편이라 생각하는 나는.
이번에도 친절하게 놈에게 지금 상황을 알려주었다.
“뒤통수가 뜨겁지 않나?”
“뭣?……어, 어억!”
내 화려한 몸놀림에 정신이 빼앗겼던 크라켄은 화염구를 잊어버렸었던 듯 했다.
그 사이 화염구는 어느샌가, 크라켄을 덮치고 있었고.
“캬아아아악! 캬아아아아아악!”
크라켄은 괴성을 지르며, 점점 화염구에게 잡아먹혔다.
그리고 몇 초도 채 버티지 못하고……놈은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못하였다.
* * *
한편 선박의 위에서는, 모두가 미간을 찌푸린 채 안갯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었다.
거대한 불덩이와 함께 뛰어든 로한.
그리고 그 불덩이도 물러서지 않았던 크라켄.
둘이 맞붙은 결과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종국에는 자신들의 목숨까지도 좌지우지될 테니까.
로한이 이겼다면, 살아서 레시아 대륙의 항구까지 도달할 것이오.
만약 크라켄이 이긴다면……
‘다 죽는다……!’
모두들 같은 생각을 하며 안개를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하나 안개를 노려본다고 한들, 그 안이 보일 리 만무하였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누가 이긴 거야?”
“막힌 건가? 아니면 성공한 건가?”
“젠장!”
“하, 하나도 안 보여!”
저 멀리는 커녕, 당장 한 치 앞도 볼 수 없으니.
상황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폭풍마저도 완전히 지나간 듯,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지니.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극도로 솟구쳤다.
“꿀꺽!”
누군지 모를 이가, 마른 침을 삼키는 게 들려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빗소리와 천둥에 번개까지.
대화 소리도 듣기 힘들었건만……지금은 옆 사람의 숨소리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긴장감에 잔뜩 가빠진 그 숨소리들이.
“후우……! 후우……!”
“헉, 헉, 헉, 헉!”
“크윽……!”
그 순간.
쿠우우웅!
배의 어딘가에, 묵직한 무언가가 떨어지는 굉음이 들렸다.
배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격하게.
“어, 어억?”
“뭐, 뭐야? 무슨 일이야?”
“누구, 뭐 보이는 거 없어?”
그때, 누군가가 한 마디를 내뱉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튀어나온, 공포심이 섞인 한 마디를.
“설마……크라켄인가!”
그 말에, 갑판 위에 있던 모두가 바짝 얼어붙었다.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실은 전부 같은 두려움을 품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안갯속의 정체 모를 무언가는.
점점 사람들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끼이익, 끼익.
반파된 선박의 갑판이, 삐그덕 거리는 소리를 통해 거리가 좁혀지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마침내.
안개속의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크라켄은 쓰러졌고……우리측 부상자는? 선체 상황도 좀 알고 싶은데.”
“로, 로한 경!”
“로한 님!”
“우와! 우와아아아!”
“이, 이긴 거야? 이겼다고? 와 씨! 크하하하하하!”
몇몇 사람들이, 환호성과 함께 그에게 달려갔고.
또 다른 이들은.
털썩.
바닥에 쓰러지며, 대자로 뻗어버렸다.
“하, 하하하!”
“크라켄에게서 살아남는 날이 올 줄이야.”
“미쳤어, 미쳤어.”
“한동안 육지 놈들이랑 술자리에서 말빨로 밀릴 일은 없겠군. 후후후……”
* * *
아티아르 왕국의 항구 도시 필로렌.
그곳에서는 항구로 진입하는 선박들을 감시하는 병사들이 항상 상주하고 있었다.
“하아아암. 날씨 좋네.”
“그러게 말이야. 폭풍이 죽어라고 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오히려 덥구만. 하여간 중간이 없다니까? 이놈의 날씨는.”
“아오. 어디 좀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어. 맨날 똑같은 바다 풍경에……아주 질리겠어.”
“내 말이. 오죽했으면, 어제는 꿈에서도 해안 경계를 섰다니까?”
“푸하하하! 꿈속 바다는 잘 지키셨어?”
병사 하나가, 웃으며 맞장구를 쳤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에 그 병사는, 자신과 대화를 하던 반대편의 동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봐? 뭐야? 갑자기 왜 조용해? 사람 뻘쭘하게.”
그럼에도 상대는 여전히 대꾸가 없었다.
그저 멀뚱히 서 있을 뿐.
뭔가 이상함을 느낀 병사는, 다른 방향을 감시하는 동료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가 보았다.
“어이. 어이! 이봐. 괜찮은 거야?”
동료의 어깨를 흔들자, 그제서야 그의 몸통에 가려져 있던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야?”
“유, 유령선……!”
넋을 반쯤 놓고 있던 동료는 목소리를 덜덜 떨며 겨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병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시력이 더 좋았던 까닭이었다.
“유령선이 아닌데? 사람들이 있잖아.”
“사람이……있다고?”
“게다가 깃발의 저 문양……해적선 같은 것도 아니고, 안테아 대륙의 아를렘 교단 함선인데?”
“아를렘 교단이면……우리 아티아르 왕국이랑 동맹 관계이지 않나?……”
“그래, 이 친구야! 일단 구조선부터 출발시켜야겠군!”
“구, 구조선 말인가? 알겠네. 내가 내려가서 알리고 옴세!”
“그래!”
그렇게 그들은 항구를 열고, 구조선에 올라 거의 반파가 된 아를렘 교단의 선박에 접촉을 하였다.
“이보시오들! 괜찮으시오?”
그러자 아를렘 교단의 함선 측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아마도 그 인물은, 해당 선박의 선장처럼 보였다.
“항구에 정박을 요청하오!”
“그러십시다! 한데, 해적이라도 만나셨소? 선박의 상태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닌데?……”
“해적이었으면 이러지도 않았지. 크라켄을 만났소! 하하하.”
“아. 크라켄. 그렇소? 크라켄이면……”
고개를 끄덕인 병사는.
문득 자신이 뭘 들었는지, 귀를 의심하며 얼이 빠진 표정이 되었다.
“지, 지금……크, 크라켄이라 하셨소?”
선장은 여전히 호탕하게 웃어 젖히며.
선박의 후미를 가리켰다.
“저기. 뒤쪽 그물망에다가 놈의 사체도 끌고 들어오는 길이오. 우리 배에 대단한 영웅이 한 명 있거든. 그분이 파파팍! 하고 아주 눈 깜짝할 새에 처리했지 뭐요. 크하하하하하!”
약간의 과장과 함께.
선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에, 모두의 시선이 그 선박의 꼬랑지를 향해 돌아갔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서.
그런데……그 방향의 끝에서 보인 것은.
선장의 말보다도 더 믿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지, 진짜……크라켄이잖아?”
죽어서도 솜털이 바짝 설 정도로 위압감을 가진 심해의 괴물이, 매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