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scamm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나는 사실……
“그, 그래서? 그 촉수를 어찌하신 거요?”
“……검으로 베었다.”
나의 대답에.
“크으! 하하하! 그 폭풍의 바닷속에서 검으로 크라켄의 다리를 벤다? 이게 가능한 것이었구만!”
“이런 인재가 있었을 줄이야!”
“이제 진짜 우리가 고개를 들 수 있는 날이 온 것 같군!”
그들은 하나같이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내가 이룬 업적에 환호성을 질러댔다.
말하는 내가 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그런 나의 옆에 리베카가 다가왔다.
“로한 경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한데, 이해가 되질 않는군. 나는 너희들과 거신족과 한패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 물론 그렇긴 하죠. 저희는 거신족의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지금 이 세계를 정화하고 심판한 후,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일 자격을 부여받은 거죠. 그 세계에서 우리는……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받을 것입니다.”
“더 이해가 되질 않는군. 크라켄도 너희들과 마찬가지이지 않나? 나야 공격을 받았기에 방어한 것이라고는 해도. 왜 그대들은 그걸 즐거워하는 거지?”
솔직히 말하자면 크라켄을 죽인 게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
크라켄과 같이, 지금의 신과 척을 진 괴수들은 전부 거신족의 아군일 터.
그럼 당연히 다크 엘프와 크라켄도 아군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데, 리베카는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었다.
“로한 경께서는……살아남은 모든 자들이 같은 직위를 부여받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
“분명히 그중에서도 차별은 또 존재할 겁니다. 신들의 신은 거신족이 되겠지만……나머지들은 어떻게 될까요? 거신족이 신경이나 쓸 거라 보십니까?”
“거신족이 신경도 써 주지 않을 것이다?”
“원래 거신족은, 저희와 같은 피조물에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 자리는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직접 증명하라?”
“바로 그겁니다. 그렇지 못한다면……신세계에서도 다크 엘프는 다른 종족들에게 무시당할 뿐.”
그들에게는 신세계겠지.
악마와 계약을 해도 아무런 문제 없이, 신으로 군림할 수 있는……지금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신세계.
“신세계라……”
그 명칭에.
리베카의 입꼬리가 비틀어졌다.
“지금과는 다른 세상에서. 우리 다크 엘프는 하찮은 존재들 위에 군림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야말로 진정 암흑 왕국의 영광이 도래하는 날일지니.”
잠시 이곳에 서 있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이 만든 신세계는……지옥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걸.
여러모로 방해하고 싶게 만들어지는 놈들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다크 엘프들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이제 우리 다크 엘프는, 로한 경의 위세를 등에 업고 신화 괴수, 트롤, 오크, 오우거……놈들의 위에 설 것이오! 후후후후하하하!”
응, 그럴 일 없어.
라고 입 밖으로 내뱉을 뻔한 나였다.
* * *
샤샤샥!
모건과 체프먼은, 비록 말단이라고는 하나 슬로프 기사단에 잠시나마 소속되어 있었던 만큼.
그에 걸맞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거대한 덩치의 모건이 날렵하게 움직이는 그 모습은.
체프먼마저도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였다.
“그 몸집으로 잘도 날렵하네.”
“흥! 내가 거저 기사단에 합류한 줄 아나? 나름대로 실력을 인정받은 거라고.”
“인정을 받아 놓고 한 달도 못 버텼지 않나.”
“너도 별반 차이 없잖아.”
모건의 그 말에 체프먼은 코웃음을 쳤다.
“난 그래도 너보다 두 달은 더 버텼어.”
“그거나 그거나.”
“그게 왜 그게 그거야?”
“시끄러. 이러다 들킨다.”
“칫…….”
둘은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다닷.
벽면의 튀어나온 돌들을 디디고 튀어 올라.
턱.
한 건물의 지붕으로 올라온 그들.
둘은 같은 쪽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한 주점 건물이었다.
“저기로 들어가는 것까진 확인했다.”
“그래……항구의 이슬 꼭대기 층.”
그래도 나름 명분은 확실하였다.
여인을 함부로 대하는 자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기사도 정신.
그 기사도 정신에 입각하여 움직이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런데……로한이라는 놈, 크라켄도 죽였다던데?”
모건은 문득, 마지막 관문 앞에 다가서니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체프먼은 비웃을 뿐이었다/
“이 친구야. 그렇게 겁이 많아서야 원……원래 그런 소문에는 과장과 허풍이 섞여 부풀려지기 마련이지. 당연히 그 소문에도 들러붙었을 거라고. 거대한 허풍과 과장이.”
“……그렇긴 하지.”
“그리고 막말로, 그날 너나 내가 그 함선 위에 있었다고 쳐보자고. 누가 알아? 우리도 크라켄을 잡았을지.”
“하긴. 우리가 바다로 나가질 않아서 그런 거지. 나갔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지.”
“그래. 더군다나 그 함선, 대포도 꽤나 짱짱하던데? 보나 마나 화력이 장난 아니었을거라고. 그런 배가 있다면……우리도 크라켄 정도는 해치웠을 거다.”
“듣고보니 맞는 말이군.”
평소 체프먼을 좋게 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을 듣다 보면 묘하게 현혹되는 게 있었다.
‘쓸데없이 달변가라니까.’
이러니 매번 말싸움 할 때마다 지지.
다만 같은 편이 되니 이만큼 기운을 북돋워 주는 아군도 없었다.
없던 자신감마저 피어오를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하나 이제 진짜 마지막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항구의 이슬 최상층까지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 였다.
“저길 어떻게 올라가느냐인데. 타고 올라갈 만한 구조물이 없군.”
항구의 이슬 건물의 최상층부는 굉장히 깔끔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다른 건물들과는 달리 밟고 올라갈 만한 건덕지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에 체프먼이 웃었다.
“없으면 만들면 되지!”
그리고는 품에서 단검 몇 자루를 꺼내었다.
그는 손가락 사이사이마다 단검을 끼워둔 단검을, 벽을 향해 던졌고.
파파팟!
그것들은 푸푹! 소리를 내며 목재 벽면에 차례대로 박혔다.
밟고 올라가기 딱 좋은 각도로.
한눈에 알 수가 있었다.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라는 걸.
솔직히 체프먼이 이런 능력까지 갖추고 있을 거란 걸 몰랐던 모건은, 내심 속으로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근데 또 체프먼은 그가 놀란 걸 눈치채고는 어깨를 툭툭 쳤다.
“너무 감동할 필요는 없다고.”
“감동은 무슨!”
“자, 그럼 나 먼저 올라가도록 하지. 잘 따라와. 나무 벽에 박힌 거니까, 체중 많이 싣지 말고. 할 수 있지? 응?”
“적당히 해.”
“하하하하.”
체프먼이 몸을 날려 단검을 디딤돌 삼아 벽면을 타고 올랐고.
곧이어 모건도 체프먼을 따라 내달렸다.
한데 놀랍게도 그 덩치로 가볍게 단검을 타고 올라오는 게 아닌가.
체프먼 역시 속으로 깜짝 놀랐다.
‘역시……저 놈도 보통은 아니라니까.’
그렇게 둘은 항구의 이슬 건물의 지붕 위에 안착하였고.
이제 다음으로……
“응?”
최종 행동에 돌입하려는 순간.
갑자기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쿠웅!
뭔가가 강하게 벽에 부딪히는 듯한?……
그런 진동이었다.
그에 본능적으로, 둘의 팔뚝에 솜털이 곤두서는 게 아닌가.
꿀꺽.
뭔가가……저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 * *
저들의 이야기는 다 들었으니.
나는 본격적으로 탐문을 시작했다.
“그런데……내 정보망에 따르면 얼마 전 불을 삼키는 그림자가, 대장장이 드워프를 습격한 것 같다던데.”
“아, 그것 말인가요? 맞아요. 사전 진입로 조사를 우리가 직접 나서서 해주었죠. 우리도 원래는 엘프 출신이다 보니, 숲 속에 대해 정통하거든요.”
내 물음에 리베카가 뿌듯한 얼굴로 대답하였다.
“그렇군.”
“우리가 먼저 제안하였어요. 훔카리안을 치는걸.”
“너희가?”
“예. 훔카리안의 실력은 분명 굉장하니까요. 그의 실력이면 별의별 걸 다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해서, 끌어들이지 못할 거면 차라리 죽여버리자……그렇게 의견을 올렸죠.”
“그렇게 된 것이었나……”
“아, 그래도 훔카리안을 살려두는 건 재밌었어요. 드워프들이 하나하나 죽어갈 때마다 울부짖는 게……그러게 책임도 못 질 거 왜 거절을 해서는.”
“맞는 말이지. 책임지지 못할 거면 일을 벌이지 말아야지.”
“역시, 로한 경은……저희와 잘 맞으시는 것 같네요. 후후후.”
그녀는 소름 돋는 미소를 빙긋 짓더니 말을 이었다.
“이런 업적들이 쌓여, 나중에 새 시대가 열렸을 때 우리 다크 엘프들의 입지가 더 단단해질 거에요. 이번 건은, 불을 삼키는 그림자께서도 흡족해하셨거든요. 드워프들이 가진 정령의 불을 드실 수 있어 좋았다고.”
“좋은 현상이군. 한데, 그 불을 삼키는 그림자는 어디서 만날 수 있지?”
“왜요?”
갑자기 힐끗 나를 돌아보는 리베카.
‘이런……너무 직설적이었나.’
순간 나는 실수했다는 걸 감지하며.
상황을 타개할 잔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찰나의 시간이 마치 멈춘 것처럼 숨 막히게 흐르는 것 같았다.
아직 놈들에게는 들어야 할 게 산더미였다.
그 순간.
나는 신이 도운 것처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으니.
“우리의 입지를 더더욱 키울 방법이 있기 때문이지.”
“예?”
“불을 삼키는 그림자께서는, 질 좋은 불을 먹는 걸 즐기시지 않나?”
“그거야……그렇죠.”
“내 말이 그 말이다. 나는 사실 불의 정령왕이 어디 숨겨져 있는지 알고 있거든!”
“저, 정말인가요?”
당연히 뻥이지.
그걸 내가 어찌 알겠나.
하지만 속일 만한 기술은 가지고 있었다.
나는 살포시 손바닥 위에 화염을 피워 올렸다.
화륵!
그러자, 앉아 있던 다크 엘프들 중 하나가 눈을 번뜩였다.
“이, 이건……! 진짜 정령왕의 불꽃이다……!”
그의 말에 다른 이들 역시 화들짝 놀랐다.
“정말로? 저게?”
“확실한가?”
“날 의심하나? 저건 정말 정령왕의 불일세.”
“오오……!”
모든 의심이 일순간 불식되었고.
나는 한마디를 거들었다.
“이 힘의 본체를, 불을 삼키는 그림자께 바친다면?……”
리베카가 활짝 웃었다.
“그림자께서는 분명 불씨의 거신께 우리들의 업적을 전달해주시겠지요!”
“내 말을 정확히 이해했군.”
그러자 리베카는 이제 제 발로 걸어가, 지도 하나를 가져왔다.
“여기. 이곳에 그림자께서 몸을 숨기고 계십니다. 내일 당장 찾아가보도록 하죠.”
“좋군. 지도는 내가 좀 봐도 되겠나?”
“그러세요.”
리베카는 내게 지도를 흔쾌히 넘겼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작전을 이어나갔다.
“그건 그렇고……다크 엘프 동지들은……이게 전부인가?”
“저희 쪽은 이렇게 넷이 전부이고…..다른 조직이 더 있어요. 아까 그 지도에 표시된 다른 점. 그게 바로 또 다른 우리 우군의 위치랍니다.”
“하나뿐이군. 더는 없는 건가?”
“혹여 위치가 노출될까 봐, 각 조직마다 다른 다크 엘프의 위치는 하나씩만 가지고 있어요.”
“한번에 들통 나 몰살당하는 걸 막기 위함이로군.”
“맞아요.”
귀찮네.
그럼 여기서 얻을 정보는 이게 끝이라는 소린데……
그때.
앉아 있던 다크 엘프 하나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로한 경께서는 저쪽 대륙, 안테아 대륙에서 오셨다 들었는데……그곳에서는 무엇을 하고 지내시다가 여기 레시아 대륙까지 넘어오신 것이오?”
“아, 그게 궁금한가?”
나는 그의 곁으로 걸어가.
앉아 있는 다크 엘프의 어깨에 손을 툭 올렸다.
“나는 사실……”
더 이상은 참기 힘들었다.
할 것도 어차피 다했고……이제는 악마의 냄새를 참고,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희번덕 눈을 아래로 내리깔아보며.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악마 새끼들 족치다 왔다.”
“……!”
그 순간 나의 입꼬리가 싸악 올라갔고.
다크 엘프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