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scamm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신의 명령이다!
“마그마로스……!”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
마치 분노가 살아 있다면, 저런 느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헬페리온의 목소리는 소름이 돋았다.
이어서 헬페리온은 그 거대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쿠구구구구구……!
옅은 진동과 함께 놈의 전신이 화산 분화구에서 기립하였다.
몸에는 용암이 흘러내리고.
유황 냄새가 일순간 엄청나게 퍼져 나갔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잔잔한 것들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
당장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헬페리온의 위용에.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기에.
족히 20미터는 될 것 같아 보이는 거인.
세 개의 거대한 팔.
이것이 바로 고대의 지배자, 거신족이었다.
까마득한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그 시선은.
그야말로 신이 지상의 인간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던 노이어 결사대조차도 이번만큼은 움츠러든 듯하였다.
“크으으윽……!”
“허억……?”
“후욱! 후욱!……허억……!”
헬페리온의 그 압도적인 기개는.
생존 본능까지도 위협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만큼은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은 나도 솔직히 겁이 덜컥 날 정도였다.
나도 그럴진대.
디아즈, 그렌델, 앤드류라고 다르겠는가.
그들 또한 겨우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나마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은 정령왕 마그마로스와 뱀파이어 로드 오르헬.
그 정도가 전부였다.
먼저 앞으로 나선 것은 마그마로스였다.
“도둑? 웃기는 소리를 하는구나, 헬페리온. 그대는 화염의 힘을 빌릴 자격을 잃었다. 그런데 감히 누구에게 도둑을 운운하는가!”
마그마로스는 두려울 정도의 위용 앞에서도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대응하였다.
그에 헬페리온은 허리를 숙여 마그마로스를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어이가 없구나, 미물아. 화염의 힘을 빌려? 웃기지 마라! 내가 화염을 처음 피워 내었음에. 모든 화염의 힘은 본디 나의 것일지니! 그런데 누가 누구에게 힘을 빌린단 말인가? 나는 화염 그 자체로다!”
헬페리온은 오른팔을 뒤로 크게 젖혔다.
“네놈이 훔쳐간 하얀 화염! 그것을 다시 받아가겠노라!”
그리고 빠르게 휘둘러지는 헬페리온의 주먹.
우리는 몸을 날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앙!
발을 놀리자마자 바닥에 떨어진 헬페리온의 공격.
그저 주먹이 바닥에 박힌 것뿐인데, 마치 메테오라도 떨어진 것 같았다.
사방으로 불이 붙은 돌덩이들이 흩날리고.
폐부가 익어버릴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뻗쳐 나갔다.
“큭!”
그 강력한 힘의 차이에 나도 모르게 짧은 신음이 튀어나왔다.
하나 다행스럽게도 한 가지는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마그마로스의 말이 옳았군…….!’
헬페리온의 시선은 오로지 불의 정령왕, 마그마로스만을 좇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기회였다.
* * *
헬페리온에게 당도하기 전.
마그마로스는 우리들에게 조언을 풀어주었다.
“아마도 헬페리온은 다른 이들에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걸세. 내가 앞에 나타날 테니까.”
오르헬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로지 네놈 하나만을 족치려고 들거란 소리지?”
“거 말을 해도 참 이쁘게 하는군.”
“뜻만 맞으면 되는 거 아냐?”
“크흠. 어쨌든. 그 사이 로한 경이 움직여줬으면 하네.”
마그마로스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내가?”
“헬페리온의 세 번째 눈은, 목덜미에 달려 있다네. 우리는 그곳을 노려야 하네.”
“세 번째……눈?”
“제3의 눈. 모든 거신족은 세 개의 눈을 가지고 있네. 그 제3의 눈은 거신족이 가진 힘의 원천이기도 하나, 동시에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다네.”
“약점이라니. 무슨 뜻이지?”
마그마로스는 오르헬의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세 번째 눈은 거신족마다 다른 위치에 가지고 있다네. 보통은 매우 공략하기 귀찮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그나마 헬페리온은 편한 곳에 있는 편일세. 다만 그럼에도 보통은 다가가기조차 쉽지 않지. 놈의 몸은 용암이 흘러내릴 정도로 뜨겁거든.”
확실히.
그 정도로 높은 온도를 가진 채라면 제아무리 찾기 쉬운 곳에 세 번째 눈이 있다 한들 접근도 어려울 터였다.
거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놈들은 키도 거대할 테니까.
“하지만, 그대라면……얘기가 달라지지.”
마그마로스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헬페리온은 세 개의 팔을 달고 있다네. 원래는 네 개였는데……어쨌든 지금은 잘려서 오른팔이 둘, 그리고 왼팔이 하나이지. 신호를 주면 놈의 오른쪽 등으로 타고 올라가게. 그래야 하나의 왼팔만 피하면 될 테니까.”
“오른쪽 등을 타고 올라가라?”
“정확하네. 나 역시 그 동안 가만히 있지는 않을 터이니, 쉽지는 않아도 불가능하진 않을 걸세.”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이미 그대는 화염과 많은 교감을 이루어내었네. 자각하지는 못했겠지만, 화염에 대한 내성도 굉장히 올라갔을 것이야. 헬페리온의 검은 화염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뭐, 공략법 자체는 이해가 되었다.
하나 마그마로스의 말을 듣다 보니, 의문이 드는 게 하나 생겼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검은……화염? 헬페리온이 사용하는 화염은, 검은빛인가?”
“아, 몰랐는가? 거신족들이 쓰는 대자연의 힘은 전부 검은빛일세.”
“어째서?”
“그것들이 태초의 힘이거든. 세상에 아직 빛이라는 게 제대로 생겨나기 전부터 거신족들은 대자연의 힘들을 사용해왔다네. 그들은 아직까지도 그 힘을 그대로 사용하는 중이지. 그래서 헬페리온도 검은색의 화염을 사용하는 것이라네. 뭐, 그렇다고 해도 근원 자체는 우리가 쓰는 불꽃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러니……”
그런 게 있었구나……
나는 검은 천둥의 반지를 떠올렸다.
그것 역시 거신 바이칼의 힘을 반지 안에 가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 천둥 역시도 검은빛을 띠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맞서게나. 내가 그대와 함께할 테니. 내가 놈의 시선을 교란시킨 사이, 헬페리온의 세 번째 눈에 화염구를 쏘아, 그것을 날려 버려주게! 그럼 우리에게 승기가 올 것일세!”
* * *
다시 현재.
쿠우우우웅!
헬페리온이 내지른 주먹 소리에, 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러는 사이, 마그마로스는 엄청난 속도로 화산지대를 내달렸다.
그리고 내달리는 그 상태로 팔을 휘젓자.
퍼퍼퍼퍼펑!
강력한 폭발이 유황을 타고 헬페리온의 몸을 뒤덮었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했다.
“어림도 없다!”
헬페리온은 목소리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저 잠시 시야만 가려졌을 뿐.
하나 애초에 마그마로스의 목표는 그것이었다.
잠시나마 놈의 시야를 가리는 것.
화염의 연기에 시야가 흐려지자, 노이어 결사대가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거대한 추가 달린 쇠사슬을 일제히 빙글빙글 돌리다가.
휙! 휙! 휘휙!
마치 해적이 목표물에 갈고리를 던지듯.
헬페리온의 어깨너머로 지나가게 날렸다.
그리고 곧 무게추에 의해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그로 인해.
촤라락! 촤락! 꾸우우우욱!
헬페리온의 몸통이 쇠사슬에 구속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노이어 결사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작전을 이행해 나갔다.
“당겨어어어어!”
“꽉 잡아라!”
“버텨라아아아아아!”
거신의 몸통을 묶은 수많은 쇠사슬들.
지금껏 전혀 반응하지 않던 헬페리온은, 드디어 처음으로 짜증을 내었다.
“이 하찮은 놈들이……! 감히 누구의 앞에서 이런 잔재주를 부린단 말이더냐!”
그가 작정하고 팔을 휘두르자.
콰가가가가가!
쇠사슬을 붙잡고 버티던 노이어 결사대원들이, 마치 장난감 인형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 인원으로 거신을 묶어두기엔……아쉽게도 모자람이 있었다.
“으악! 아아아아아악!”
“버, 버틸 수가……!”
“커허어어억!”
그에 오르헬과 디아즈, 앤드류도 전부 각각 가장 가까운 쇠사슬에 달라붙어 함께 잡아당겼다.
“포기하지 마라!”
“힘을 내주세요!”
“저희도 도와드리겠습니다!”
하나 난동을 부리는 거신을 붙들어두기에는 확실히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오르헬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마그마로스! 빨리이이이!”
“간다!”
펑! 퍼퍼퍼펑! 화르륵!
마그마로스의 각종 화염 마법들이 마치 폭죽처럼 어지러이 헬페리온을 집어 삼켰다.
그쯤되니 헬페리온도 약간은 데미지를 먹긴 먹은 것 같았다.
“이노오오오오오옴들!”
나는 그들이 시간을 벌어주는 틈을 이용해.
최대한 은폐엄폐를 하며 크게 돌아 뒤를 잡았다.
이어서.
쿠구구구구……!
몸을 숨긴 후 헬페리온의 세 번째 눈을 날려버리기 위한 화염구를 만들어 내었다.
나는 손 위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염구를 준비한 채로 눈만 빼꼼히 내밀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한 번 정도는 분명히, 완벽한 타이밍이 오리라.
나는 저격수처럼 그 완벽한 타이밍을 숨죽인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그마로스가 절묘한 몸놀림과 화염 마법으로 헬페리온의 시선을 완벽히 끌어낸 순간이 도래하였으니!
나는 힘껏 화염구를 쏘아내었다.
“흐읍!”
최대한 호흡을 삼키며, 소리가 나지 않게.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서.
쐐애애애애액!
화염구는 구체의 모양이 일그러질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날아가서는…….!
우뚝.
헬페리온의 몸에 채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멈춰서 버린 것이었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내 화염구의 제어권을……빼앗아 버렸다?’
나의 화염구를 헬페리온이 조종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놈은 세 번째 눈을 번뜩여 나를 찾아내었다.
“크크크크크! 화염으로 공격을 하다니. 모든 화염은 내 것이로다!”
헬페리온이 나를 공격하려 하자.
마그마로스가 나섰다.
“이쪽이라고!”
마그마로스는 길쭉하게 휘어지는 화염 채찍을 만들어내어, 헬페리온의 팔목을 휘감았다.
촤락!
그러자 잠시 헬페리온의 주도권이 약해지고.
나는 다시 내 화염구를 되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날아가던 힘은 완전히 소실된 상태.
나는 작전의 방향을 조금 수정하기로 하였다.
‘어쨌든 저 눈깔을 태우기만 하면 되니까……!’
이 거리에서도 화염을 닿게 할 방법.
당장 떠오르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저번처럼 무식하게 화염구를 키워, 화염구의 범위 안으로 들여버리는 것!
나는 힘을 쏟아부어 화염구를 어마 무지하게 키우기 시작하였다.
마그마로스와 나.
양쪽의 공격이 격화되고 있었지만.
여전히 헬페리온은 미소를 지었다.
“크하하하하! 제법 불을 쓸 줄 아는 놈들이긴 하다만……화염만으로는 나를 막을 수 없을지니!”
“누가 그래? 화염만으로 막을 거라고?”
“언제 여기까지……!”
화염구를 키운 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려놓은 나는.
날개를 펼쳐 순식간에 헬페리온의 귓가에 다가가 속삭였다.
내 무기가 언제부터 화염 능력 하나였던가?
그 사실을 깨달은 헬페리온의 눈이, 그제서야 부릅떠졌다.
하나, 이미 늦은 후였다.
“머, 멈춰라! 신의 명령이다!”
“신의 명령? 명령은 개뿔, 이거나 처먹어라!”
푸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