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scamm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격하게 구경하고 싶다아!
블라드 캐슬의 복도에서.
타다다닷!
여럿의 발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들은 혈석을 향해 움직이고 있던 오르헬
혈석을 향해 달려가던 리치몬드는, 은발을 휘날리며 불안한 표정으로 오르헬에게 물었다.
“오르헬 형님. 아무리 로한 형님이 뭐 대단하다고는 해도……솔직히 레메데스랑 둘만 놔두다니, 괜찮은 거 맞아요?”
똑같은 뱀파이어 로드라고 해도, 모두가 같은 수준의 힘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특히 리치몬드 자신과 로크.
막내급에 해당하는 둘은 약한 편이었고.
그 위력으로만 따지자면, 유독 오르헬과 레메데스는 강자의 편에 속했다.
그리고 드레트노어는 단순히 강하다기보다는 까다로운 능력을 자긴 뱀파이어 로드였고.
어쨌든.
드레트노어를 이겼다고 해서 무조건 레메데스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걱정이 되는 게 당연지사.
한데 리치몬드의 근심 섞인 그 물음에.
“풉!”
“하하하!”
“우힛!”
오르헬을 포함해서 몇 명이나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당연히 리치몬드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나름 걱정을 해서 물은 것인데.
막상 저렇게 웃어버리니, 물어본 쪽에서는 이런 반응이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까닭이었다.
“형님께서 그 로한 형님을 믿는 건 알겠는데……다른 사람들은 모르더라도, 오르헬 형님은 아시잖아요? 레메데스도 보통 아닌 거.”
리치몬드는 힘주어 목소리를 내었다.
그제서야 다들 정신을 차리고 진지해 질……줄 알았는데.
“아, 괜찮아. 괜찮아. 레메데스 그놈 실력으로는 아무것도 못 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이쯤 되니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도대체 그 로한이라는 사람은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어떤 경지에 올라가 있어야 저 정도로 아무도 걱정을 하지 않을까?
이어 오르헬은 이상한 소리까지 보태었다.
“우리 브라더가, 그래도 레메데스의 입 정도는 살려두면 좋겠는데.”
그에 마그마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르바우한테 해놓은 걸 보니, 입도 뻥끗 못 하더군.”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 브라더, 평소에는 굉장히 시크한데……가끔 필 받으면 완전 끝까지 가버리더라고. 악마한테도 그렇고.”
“자네도 느꼈나?”
“그럼. 내가 먼저 같이 다녔잖아.”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데……
듣고 있는 리치몬드는, 현실 감각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나가서 구경해 보고 싶다! 격하게 구경하고 싶다아!’
* * *
레메데스는 특유의 그 공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 이명이 무엇인지 아는가?”
“선혈의 뱀파이어 로드?”
“영광이로군. 내 명성이 꽤 멀리까지 퍼져 있었던 모양이로군.”
“그래? 그냥 방금 옆에 있던 리치몬드한테 물어본 건데?”
“……”
나의 그 솔직한 대답에 레메데스는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한 듯 보였다.
그래서 그냥 말을 넘겨버리고 할 말을 이어 붙였다.
“내 이명이 선혈의 뱀파이어가 된 이유가 바로 이 피의 실이다.”
그는 양 손가락의 끝만 서로 붙였다 떼었다.
그러자, 그 손가락들 사이에서 아주 가느다랗고, 붉은 실들이 나타났다.
레메데스가 양손을 반대방향으로 비틀자.
그 실들이 엉키며 조금 더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피로 만든 실은……거신족들조차 함부로 베어내지도, 끊지도 못하였지. 그렇기에 내가 선택된 것이다. 새로운 세계의 새로운 주인으로서.”
“실 좀 만든다고 말이지?”
“이게 그저 실로만 보이는가?”
“빨간 실이네.”
“그렇다면 네 눈은 옹이구멍에 불과하도다. 뱀파이어 로드의 힘이 들어간 이 실은……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네놈이 그렇게 믿고 따르는 오르헬조차도!”
나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터졌다.
그리고 그 웃음에 레메데스는 심기가 불편한 듯한 얼굴을 하였다.
“뭐가 우습지?”
“진짜 눈알 허투루 달고 있는 건 네놈 같은데? 그 눈알 빼서 저기 나올 주는 건 어때?”
“……?”
나는 슬며시 눈에 살기를 띠며, 말을 이었다.
“과연 내가 오르헬을 따르는 것일까?”
“……!”
그때가 되어서야, 레메데스는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이상하긴 했다. 결국 혈석을 몰래 빼돌리려고 했다는 걸 눈치챈 것도 네놈이었지. 그리고 오르헬을 보낸 것도. 그래서 조금 골치 아파지긴 했다. 하지만……”
레메데스는 양팔을 넓게 펼치며, 사방으로 붉은 실을 사방으로 퍼트렸다.
피로 만든 그 붉은 실은, 나뭇가지에 감기기도 하고 바위에 걸리기도 하며 마치 거머줄처럼 점점 이 공간을 장악해 나갔다.
“그 한 수가 네게는 독이 될 것이니. 네놈이 로크의 위치를 알아낸 덕분에, 나는 더더욱 네놈을 죽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도다. 쉬이 비켜 줄 생각은 없어 보이니. 그 목숨 내가 받아가겠다.”
점차 그 피의 거미줄은.
공간을 좁혀들어오며 바로 내 주변까지 잠식하였다.
한편, 레메데스는 이미 자신의 승리를 예견한 듯.
옅은 웃음을 띠었다.
“죽기 전이니 한 가지 알려주지. 날 막으려면, 내가 팔을 펼치기 전에 끝을 보았어야 했다. 이 붉은 실이 펼쳐진 이후에는, 늦었다.”
하나 나 역시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옛말에,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감히 내가 늦었는지, 늦지 않았는지 판단하기에 레메데스는 너무……하찮았다.
“늦은 거 같나?”
나는 신검 모르테논을 뽑아들고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보란 듯이 검을 그었다.
스으윽.
바람 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의 그 첫수.
그런데.
후두두둑.
너무나도 가벼이 레메데스의 붉은 실들은 잘려나갔으니.
“이…..이게……?”
레메데스는 평생 듣도 보도 못한,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생에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 * *
주춤.
여태껏 여유를 잔뜩 부리던 레메데스는.
처음으로 발을 물렸다.
그것은 분명 자각을 하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럴만했다.
자신이 직접 만든 그 붉은 실은, 그 누구도 감히 자를 수 없어야 했다.
물론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긴 했다.
실제로 거신족 중 일부는, 그의 실을 자르거나 힘으로 끊기는 하였으니 말이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의 영역에 도달한 거신.
그냥 거인도 아니고, 거신만이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레메데스는 그 일을 그저 어쩌다 벌어진 자연재해쯤으로 치부하기로 하였다.
그의 머릿속에서 그렇게 정리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또 벌어졌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는 해도……!’
자각을 하지도 못한 채 뒷걸음질을 치다니.
자각도 없이, 스스로 발을 물렀다는 그 사실에 더 격분을 한 레메데스였다.
그리고 그 분노를 이용해, 잠시나마 느낀 그 공포에 반발하였다.
자신이 누구던가?
중간계의 균형까지도 지킬 수 있는 위치의 존재.
단 세 종족만이 가진 진정한 로드.
드래곤, 엘프 그리고 뱀파이어들만이 닿을 수 있는 이름.
그 로드의 일인이 아니던가!
자신이 뱀파이어 로드이니, 같은 로드급의 존재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지.
사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평생을 살더라도 한 종족의 로드를 만날 일은 없었다.
그만큼 고귀하고 고귀한 존재인 자신이었다.
“고작 인간 놈이……!”
미천한 인간에게 겁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뜻이었다.
늑대가 고양이한테 겁을 먹지는 않으니까.
레메데스는 잘린 붉은 실의 두 배, 아니, 세 배의 양을 더 늘려 사방으로 흩뿌렸다.
그리고 다시금 로한을 향해 화악, 끌어모았다.
“나의 붉은 실은 세상 만물을 가두어 둘지니! 네놈 역시도 언제까지고 벨 수는 없으리라!”
상대도 분명 티는 내지 않았지만, 한계는 있을 것이었다.
소모전으로 간다고 해도 자신이 있었다.
로한이 붉은 실을 다 잘라내기 전에 사방에서 압박을 해, 먼저 놈의 숨통을 조여버리면 끝이니까.
그렇게 끝없는 실들을 조종하던 때.
의외로 상대는 움직임이 없어진 상태였다.
‘겁먹은 것인가?’
그럴 수도 있었다.
천사도 가기 두려워하는 곳에 바보가 달려들다,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멍청하면 원래 겁도 없는 법이었다.
한데 막상 눈앞에 진짜 거대한 힘이 덮쳐오니, 자신의 위치를 깨달은 것이겠지.
그에 레메데스는, 자신이 겁먹었던 사실을 금세 잊고는 다시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이게 바로 힘의 격차로다!”
그 순간.
로한이 실실 웃으며, 실 하나에 손을 올리는 게 아닌가.
“이거, 뭐. 피로 만든 실 뿐이라니……다른 재주는 더 없나?”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이게 전부인가 본데. 그렇다면……”
섬뜩!
레메데스의 본능이 위험 신호를 알려왔다.
상대는 아무래도 고양이가 아니라……호랑이인 것 같았다.
“이제 슬슬 마무리 지어야지?”
파지직.
찰나, 스파크가 튀나 싶더니.
“엇……?”
불현듯 레메데스의 머리에 불길한 시나리오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자, 잠깐만……검은 천둥이라면……’
붉은 실은, 피로 만든 것.
그리고 상대의 기술은 전격.
‘이건 완전 낭패……’
채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로한의 온몸에서 검은 천둥이 미친 듯이 뿜어지기 시작하였다.
그 검은 번개는 순식간에 붉은 실을 타고 흘러.
“으갸가가갸가가갸각갹!”
레메데스를 지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전기 파리채에 걸린 모기처럼.
* * *
오르헬이 다급히 소리쳤다.
“저쪽을 막아!”
그에 어느덧 꽤 회복을 한 크뢰이튼이 반응을 하였다.
“내가 가겠네!”
바로 몸을 날리는 크뢰이튼.
그러나 그의 움직임에도, 쥐새끼 한 마리는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혈석을 지키러 온 자들이 왜 쥐 한 마리에 이러고 있는지 이해가 어려운 상황이기는 했으나.
그 의구심은 금방 풀렸다.
도망가던 쥐가, 창문 근처에서 풀쩍 뛰어오르더니.
화아악!
일순간 박쥐로 변한 것이었다.
그가 바로 뱀파이어 로드 로크였다.
“젠장!”
오르헬이 바로 쫓아 움직였으나.
이미 로크는 하늘 위에서 다시 한 번 까마귀로 변신을 하여 재빠르게 사라졌다.
마그마로스가 땀을 흘린 채 오르헬의 옆에 서서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놓친 것 같군.”
오르헬은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럽게 재빠르네.”
“그렇겠지. 잡히면 죽일 기세였거든.”
“죽이진 못하겠지만……솔직히 반쯤은 죽여놓고 싶긴 했어. 배신자니까. 중간계 전체를 배신한 배신자. 잡아서 족친 다음 물어볼 게 많았어. 대체 배후에 어떤 놈이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
오르헬은 이를 갈았다.
크로토스의 부활을 원하는 자, 과연 그게 누구인가.
그리고 어떤 거신이 저들에게 접촉을 해, 뱀파이어 로드라는 집단을 이리도 갈가리 찢어발겨 놓았는가.
그것을 듣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기회가 방금 하늘로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다만, 아직 포기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었다.
마그마로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로한 경이라면 지금쯤 그 레메데스를 제압했을 것 같은데.”
“……시간이 꽤 흘렀으니까. 그럴 거 같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리치몬드는,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미치도록 궁금했다.
“대체……로한이라는 사람은, 어떤 존재인 건데요?”
그 물음에, 오르헬이 짧은 대답을 날렸다.
“궁금해?”
“예!”
그는 턱짓과 함께 말을 이었다.
“그럼, 나가서 확인해보자고.”
그렇게 오르헬을 따라.
다시 로한과 레메데스의 전장에 도착한 리치몬드.
그의 눈앞에는, 말도 안 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레메데스, 였던 것.
그리고 그 새까맣게 탄 레메데스를 의자 삼아 앉아 있는 로한.
그 이상한 풍경이 리치몬드를 반겼던 것이다.
“이, 이게 대체……”
비틀.
다리에 힘이 풀린 리치몬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