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scamm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마신의 잔재
“아를렘……?”
아마 다른 누군가가, 저 존재를 보고 아를렘이라고 외쳤다면.
나는 쉬이 믿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누가 눈앞에 최고 신이 나타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나.
그런데 저 말을 한 이가 하필 가우리엘이니.
이제는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의 그 중얼거림에.
아를렘이 대답하였다.
“처음 보는 것인가? 우리는.”
무슨 저런 이상한 질문이 다 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은 긍정의 대답을 하였다.
“처음 보는군.”
“그래. 그렇구나.”
그에 애매모호한 반응을 보이는 아를렘이었다.
‘뭐, 저런 것까지 내가 신경 쓸 생각은 없고.’
나는 일단 내 목적을 마무리한 후 남은 대화를 이어 갈 생각이었다.
베르티엘 본인은 기절한 것 같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머리카락, 아니 뱀들은 내 손목을 물어뜯고 있었기에.
“샤아! 샤아!”
콰득!
나는 베르티엘의 머리를 짓누른 오른팔에 그대로 힘을 준 채로.
꾸우우욱……!
왼팔에 힘을 주었고.
화아아악!
내 주먹이 베르티엘을 향해 내려찍으려던 그 순간.
덥썩.
불현듯 무언가가 날아와 내 손목을 붙잡았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아를렘의 손이었다.
너무나 가볍게 내 팔목을 붙잡은 아를렘의 손에서는.
그 어떤 악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계란을 쥐듯, 살포시 쥐고 있는 감각뿐.
그런데도 내 팔은 꼼짝달싹하지 못하였다.
‘이, 이게 무슨……!’
뭐에 홀리기라도 한듯한 기분이었다.
이것이 신들의 신.
분명 단순하게 보자면 그녀와 나, 둘 다 같은 신격임에도.
아를렘의 격조는 그 깊이가 달랐다.
그것을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
나는 눈동자만 스윽 올려.
내 팔을 붙잡은 아를렘을 쳐다보았다.
“이게 무슨 짓이지?”
“이번 일은, 내게 넘겨 줄 수 없겠는가?”
“여태까지 뭐하다가 지금 갑자기 튀어나와서는, 다 잡은 놈을 넘기라고?”
“그 부분은 나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네.”
“말은 쉽군.”
아를렘은 자칫 도발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 대답에도.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였다.
“분을 삭이지는 못하겠지만……더 가치 있는 것을 약조하겠네.”
“글쎄. 지금 내가 딱히 원하는 게 없어서.”
“보고 나면 마음이 바뀔 것이네.”
아를렘의 언변은 유려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직선적이고 아무런 군더더기도 없었기에.
오히려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궁금하기도 했고.
과연 뭘 약속한다는 것인지.
그래서 나는 베르티엘의 뒤통수를 쥐고 있던 손을 천천히 놓았다.
“고맙네.”
* * *
“살려주려는 건가?”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베르티엘과 나는 척을 졌으니 말이다.
그에 아를렘은 씁쓸한 미소를 잠깐 보였다.
“그럴 순 없겠지. 마신의 마법까지 손을 대었으니까.”
아를렘은 엎어진 베르티엘의 위에 손을 가볍게 올렸다.
그러자.
화아아아……!
신성력이 가득 담긴 빛이, 베르티엘을 휘감았고.
그제서야 베르티엘이 다시 정신을 차렸다.
“아, 아를렘 님? 어째서 여기에……자, 잠깐만, 잠깐만요!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그러는 동안에도, 빛들은 아를렘에게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아를렘은 안쓰러운 얼굴로 답하였다.
“네 명운은 여기까지로다. 너 스스로 너를 구원하기를 나는 간절히 바랐으나, 그러지 못하였으니. 너는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리라.”
“아, 안 돼! 나는 아직 사명이 많이 남았다고! 지금껏 도와달라는 목소리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이제 내게 주어진 사명을 다 완수하기 직전에 나타나서는, 이게 무슨 깽판이냔 말이야!”
“사명? 나는 너에게 이런 사명을 부여한 적이 없다. 오만하지 말아라, 아이야.”
“그럴 순 없……!”
종국에는 베르티엘의 몸조차 빛으로 변해가더니……
사락……
베르티엘이 있던 자리에는, 검은 액체 같은 존재만이 남았다.
마치 검은색의 슬라임이 뭉개진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것이 한때 대천사의 직위까지 올랐던, 베르티엘의 마지막이었다.
아를렘은 나를 돌아다 보았다.
“네가 걱정하던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내 속이라도 들여다 본 듯.
혹여 베르티엘의 복수 따위는 있을 리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 역시 깔끔하게 소멸한 베르티엘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기에, 불만은 없었다.
이제는 다음 단계가 궁금할 뿐이었다.
내게 말했던, 베르티엘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라는 거.
나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약속한 것은?”
그 물음에, 아를렘은 조금 전까지 베르티엘이 엎어져 있던 자리에 남은.
검은 액체를 가리켰다.
“저것이다.”
아를렘의 대답을 들은 가우리엘이, 갑자기 깜짝 놀라며 끼어들었다.
“아를렘이시여. 그것은 아니 될 말씀입니다. 부디 거두어주십시오.”
아를렘은 가우리엘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다. 그는 충분히 자격이 있으니까.”
도대체 저게 뭔데 가우리엘까지 나서서 저러는 것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 내 속내도 파악했는지.
아를렘은 허리를 살짝 굽혀, 검은 액체에 검지의 끝을 조금 닿게 만들었다.
그러자 그 검은 액체가 마치 블랙홀에 빨려들듯 쭈욱 모여들더니.
이내 공과 같이 둥근 모양으로 뭉치는 게 아닌가.
아를렘이 손을 들어 올리자.
그 검은 액체는 여전히 둥근 모습을 유지한 채, 마치 손가락 위에서 회전시킨 농구공처럼.
소용돌이치며 그 형태를 지탱하고 있었다.
아를렘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그 검은 액체를 쳐다보았다.
“이것은 마신의 잔재. 베르티엘이 마신의 힘을 쓸 수 있었던 이유이자, 근원이로다.”
“마……신?……”
이건 또 무슨 소린지.
모르는 정보가 한순간에 너무나도 많이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아를렘은, 당장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곳은 위험하다. 지금 긴 말을 할 수는 없음이니.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는 것부터.”
그 말을 뒤로하고 아를렘은 몸을 돌려,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 * *
아를렘을 따라 지상에 도달하자.
그녀는 이미 마력을 운용하며,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추측컨데, 아마도 베르티엘이 이 섬 전체에 만들어둔 그 마법진을 없애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오르헬을 포함한 나머지 인원들이 속속들이 이쪽으로 몰려들었다.
“브라더, 누구야?”
“너도 처음 보는 건가?”
“뭐? 내가 아는 사람인가?”
“아를렘이다.”
“……!”
나의 대답을 들은 오르헬, 아니, 오르헬 이외에도 전부.
넋이 나간 얼굴이 되었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반응이었다.
신들 중 신이라 불리는 그 아를렘이 아니던가.
갑자기 나타난 자에게, 사실 저자가 아를렘이라 하니.
나였더라도 황당했으리라.
그런데 의외로 오르헬은 금방 납들을 하였다.
“뭐……브라더랑 같이 있다 보면, 이런 일 한 두 번도 아니고.”
심지어는 마그마로스와 크뢰이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도 같은 생각일세.”
“이젠 이 매운맛도 슬슬 익숙해지는 것 같구려.”
얘들 왜 이래?
도대체 내가 뭘 어쨌길래, 이런 일에 적응을 한다는 거야?……
오히려 내가 좀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우리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지상에 도착한 아를렘은, 자신이 할 말만 딱 내뱉었다.
“가야 한다. 어서.”
아를렘은 그 말을 던지고, 먼저 길을 뚫으며 나아가기 시작하였고.
상황이 생각보다 급박하다는 것을 깨달은 오르헬은.
“잠깐! 금방 가서 트레이톤을 데려올게. 그 녀석 골렘이기는 해도, 버리고 갈 순 없잖아?”
그러나 나는 그를 막아 세웠다.
“괜찮다. 내가 죽지 않는다면, 트레이톤의 잔재가 없어도 어디서든지 부활할 수 있다.”
“그, 그래?”
“일단 출발하지.”
“알겠어.”
그렇게 우리들 역시, 아를렘의 뒤를 따라붙었다.
그녀는 걸으면서도 계속해서 마력을 운용하며 베르티엘이 만들어둔 마법진을 없애고 있는데.
때문에 아무래도 이동 속도가 느려져 섬을 빠져 나가는 데에까지 소요된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해서 나는 걸어가며 아를렘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급히 도망치듯 움직여야 하는지 말이다.
정작 이 섬의 주인이었던 베르티엘도 처리되었고.
다름 아닌 그 아를렘 본인도 지금 우리와 함께인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지……
하지만 대답을 들은 나는, 납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안테이오스가 나를 쫓고 있다.”
“안테이오스라면……!”
“바위의 거신. 다른 거신족과는 다른, 상위 거신.”
“알고 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혈석과 관련된 일을 겪으며, 이름을 들었던 거신이었다.
나의 시선이 오르헬과 마주쳤다.
“그 녀석이 뱀파이어 로드들을 박살 내놨지. 레메데스와 로크를 꼬드겨서.”
그 말에, 아를렘이 한 마디를 보태었다.
“드레트노어도 그자의 간계에 넘어간 것이다.”
“그럴……리가! 드레트노어는 분명 악마와 계약을 했다고……”
아를렘은 여전히 정면을 주시한 채로 대답하였다.
“그 악마 뒤에 안테이오스가 있었다면?”
“……!”
“안테이오스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일지니. 태초에 세상을 통치하던 크로토스, 그리고 그의 바로 아래에서 지상을 통치하던 것이 안테이오스였다.”
아를렘의 말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이제부터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존재가 바로 저런 녀석이었으니까.
문득 나는 불안한 감각이 들어.
오르헬에게 말을 해두었다.
“뭍으로 나가면, 디아즈가 나올의 새로운 눈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 그가 사용하던 제3의 눈처럼 그냥 착용하면 되니까, 일단 알아두고 있어라.”
그러나 오르헬은 기분 나쁜 얼굴을 하였다.
“그런 소리를 왜 해? 브라더가 직접 가서 알려 줘. 나한테 전달시키지 말고.”
“그럴 생각이다.”
“그럼 됐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길을 걸었다.
그런데.
섬뜩!
느닷없이 느껴진 기분 나쁜 기운에.
내가 발을 멈추었고.
거의 동시에 아를렘 역시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추었으니.
아를렘은 즉시 소리를 쳤다.
“흩어져라!”
그녀는 그 말과 함께 몸을 서서히 띄워 올려.
찬란한 빛에 휘감겼으니.
그 순간.
하늘에서 타오르는 바위가 떨어지며, 아를렘을 덮쳤다.
콰과가가가가가가가!
나조차 이 갑작스러운 습격에 깜짝 놀랐다.
“젠장!”
나는 다급히 아를렘을 구출하기 위해 움직이려 하였다.
그러나.
그것조차 쉽지는 않아 보였다.
“여기 있었구나……!”
초토화된 바닥에서, 거구의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었던 까닭이었다.
한 눈에 바로 알 수 있었다.
“안테이오스……”
그의 이름이 내 입에서 흘러나오자.
안테이오스의 눈동자가 나를 향해 번뜩였다.
“하등한 존재가 감히 누구의 이름을 입에 담는가!”
그 말이 들리자마자.
나는 무언가에 강하게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빠가각!
몸 안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채 인지하기도 전에, 녀석의 공격을 얻어맞은 모양이었다.
그 말도 안 되는 강력한 충격량에.
콰당! 쿠당탕탕! 쿠과가가가가……
나는 정신 없이 바닥을 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