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scamm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심해 요새
나도 모르게 신음이 터졌다.
이만큼이나 큰 충격을 받아본 것은 정말이지 오래간만이었다.
뼈가 부러질 정도의 타격이 들어오기는 하였으나.
대부분은 피코의 힘을 빠르게 회복이 되었다.
다만 아직 내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날아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쿠당! 쿠당탕탕! 퍽…….!
너무나도 강력한 임팩트에.
나는 거의 정신도 못 차릴 정도로 바닥을 계속 나뒹굴었다.
몇 초나 더 구르고 나서야 속도가 줄어들었고.
손톱을 길게 늘려 바닥에 박아 넣고 나서야.
콰드드드드드득!
점차 속도가 줄어들며, 몸을 멈춰 세울 수 있었다.
“더럽게 아프네.”
입가로 핏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너무 큰 데미지가 들어온 탓에 본격적으로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체력이 크게 날아간 느낌이었다.
“후욱……후우……!”
숨을 고른 나는, 눈동자를 굴려 상황을 살폈다.
내가 어디로 날아간 것인지.
그리고 아를렘은 또 어떻게 된 것인지.
움직이기 이전에, 정보가 필요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거대한 거신 안테이오스와 아를렘의 전투가 눈에 들어왔다.
아를렘의 날개에서 마치 미사일 포격이라도 하듯 빛줄기들이 쏟아졌고.
그 빛줄기 하나하나는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안테이오스의 전신을 타격하였다.
퍼퍼퍼퍼퍼퍼펑!
“이 노오오오오옴!”
분노가 서린 안테이오스의 목소리가, 하늘을 울리며 귀를 파고들었다.
‘그 선공을 받고도 저 정도로 멀쩡하다니……!’
겉으로 보기엔 얼핏 연약해 보이던 아를렘이었으나.
역시 겉보기가 전부는 아닌 모양이었다.
내가 얻어맞은 것보다 몇 배는 강력한 걸 직격을 당했는데도.
나보다 훨씬 빨리 회복해서 벌써 반격을 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두 괴수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었다.
웬만한 존재는 시체도 건지기 힘들 것 같은 무차별 포격을 두드려 맞으면서도.
상위 거신 안테이오스는 앞으로 돌파를 해나갔다.
심지어는 반격도 이어지고 있었으니.
후우우우우웅!
안테이오스의 주먹이 휘둘러지자.
그로 인해 생겨난 풍압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샤샥!
아를렘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그 주먹을 피해내기는 했지만.
주먹이 휘둘러진 이후에도 어마어마한 수의 작은 암석들이 아를렘을 향해 날아들었다.
샤악! 샤샤샥! 촤악!
상상 이상의 고속 기동으로, 거의 대부분의 암석은 회피한 아를렘이었으나.
전부 피하지는 못한 채 선혈이 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를렘은 그대로 추락하는가 싶더니……
‘어?……어엇!’
하강을 하던 그 탄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방향을 틀어 내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덕분에 나까지 안테이오스의 표적이 된 것 같았다.
“요 쥐새끼들……!”
온 지상을 울리는 안테이오스의 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젠장!”
안테이오스는 이쪽으로 몸통을 돌리며.
다시금 주먹을 내질렀으니.
쿠우우우우우우……!
그 육중한 주먹이 정면으로 날아오자.
바람이 진동을 하는 게 피부로 느껴지고 있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도 충분히 빨랐지만.
내게 직접 오는 걸 보니 정말이지 소름이 돋는 속도였다.
그 주먹보다 조금 앞선 채 날아오던 아를렘은.
덥썩!
나를 낚아채며, 소리쳤다.
“숨, 참아라!”
“무, 무슨……!”
어느샌가 아를렘은 바닷가까지 돌파를 한 후.
그대로 내 뒷덜미를 움켜쥔 채로.
풍덩!
바닷속으로 깊게, 깊게 가라앉았다.
* * *
꼬르르르륵!
숨을 참으라는 언질을 주기는 했다만.
듣자마자 사람이 어떻게 숨을 갑자기 참는단 말인가.
나는 정신 없이 뒤통수부터 심해로 끌려들어 갔다.
눈 앞으로는 점점 멀어지는 해수면이 보였다.
‘이거……언제까지 참으라는 거야? 이러다 죽겠……’
그 순간.
나는 의외로 크게 가슴이 답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지?……’
호흡이……되고 있었다.
아를렘에 이끌려 심해로 계속 잠수하는 와중에도.
나는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이렇게 정신없는 차에, 침착함을 유지하는 나 스스로를 보며.
모르긴 몰라도 이 세계에 떨어지기 전에 비해서는 비약적으로 성장을 했다는 걸 문득 느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층 더 안정되었고.
심적 동요가 가라앉으니, 제대로 머리가 움직였다.
‘설마 이거, 물의 정령왕이 가진 능력인가?’
가장 가능성 높은 것은 그쪽이었다.
그래.
물의 정령왕이 되고 난 이후로, 정작 물에 들어가 본 적은 없지 않은가.
충분히 생각해봄 직한 이슈였건만.
너무 정신없는 시간들을 연달아 보내다 보니.
놓쳤던 모양이었다.
덕분에 나는 심해로 가는 길에.
호흡을 가다듬고, 주변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
이내 주변은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완연한 어둠으로 뒤덮였고.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제3의 눈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이나 더 들어갔을까.
마침내.
터억!
아를렘이 바닥에 발을 디디는 충격이 느껴졌다.
* * *
아를렘은 도착하자마자 내 상태부터 살폈다.
“잘 참았다. 이제 곧 호흡을 할 수 있도록……”
그러나 그녀는 말을 끝까지 잇지 않았다.
목덜미를 끌려 마구잡이로 추락하듯 착지해야 했을 내가.
정확히 발을 바닥에 디디며, 아를렘과 마찬가지로 안정감 있게 선 것이었다.
거기까지만 보더라도 알아챈 모양이었다.
내가 이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을.
“어찌 호흡이 가능한 것이지?”
“내가 물의 정령왕이라서 그런가?”
“물의 정령왕?……흠.”
보통은 여기서 한 번씩 놀라주는데.
아를렘은 그럴 수 있지, 라는 얼굴을 한 채로 이동을 시작했다.
“따라오너라.”
그제서야 나는 주변을 크게 둘러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심해였건만.
어째서인지 이곳은 태양이라도 떠 있는 것처럼 사방이 훤히 보였다.
더불어 수중 호흡 역시 필요가 없었다.
놀랍게도 이곳에는……공기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공간이……이 바닷속에……’
상상도 못한 지역에 발을 들인 것 같았다.
아를렘은 그대로 척척, 걸어나갔고.
나 역시 그녀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밖에 있던 다른 이들이 눈에 밟힌 까닭이었다.
나는 아를렘을 향해 말을 꺼내었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이들이 안테이오스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을 수도 있어. 난 그들을 도우러 가야겠다.”
“지금의 그대가, 안테이오스의 상대가 된다고 보는가?”
“……”
나는 쉬이 답하지 못했다.
안테이오스는 이 땅에 떨어진 후, 처음으로 만난 벽 같은 적이었다.
아를렘 역시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긴 했으나 적이 아니었다.
그러나 안테이오스는 명백히 살의를 가지고 공격을 해왔다.
그 둘은 경우가 달랐다.
솔직히 말한다면, 나는 안테이오스도 아를렘도.
이길 자신이 없었다.
단지, 꿈속에서 그룬트가 알려주었던 잔기술이라도 써서 구출 작전만 펼치는 게 고작이었다.
나의 즉답이 없자.
아를렘이 역으로 대답을 해주었다.
“걱정할 필요 없다. 내가 그들의 도주로를 확보해두고, 마지막 순간에 안테이오스의 시선을 너와 내 쪽을 끌어들인 것이다. 그들은 안전하게 도망쳤을 터이니. 일단 직면한 문제들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그들의 생존을 확신할 수 있는 건가?”
“확실한 건, 그대가 밖으로 간다고 해서 지금 바뀔 건 없다는 것이지. 지금 나를 따라오는 게, 훗날을 위한 최선의 방향이다.”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아를렘이 다시 한 마디를 보태었다.
“충분히 생존 가능성이 높았다. 걱정할 필요 없을 정도로.”
“그 말……믿도록 하지.”
내 입장에서는……아쉽게도 믿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처음으로 스스로의 약함에, 짜증이 치밀었다.
하지만 인정해야만 했다.
아직도 힘이 모자라다는 현실을.
그래야만 다음 수를 생각할 수 있었으니까.
약한 것을 인정하고, 도망치느냐.
아니면 약한 것을 인정하고, 강해지느냐.
나는……
후자를 택해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지금 내 앞에 있는 게 아를렘이 아니던가.
분명 무언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다만 지금 노골적으로 요청하는 힘들어 보였고.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름대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사이.
잠시 후.
꽤 걸었던 우리의 앞에.
과연 이 심해에 있어도 되는 것인지 의심이 되는 건축물이 나타났으니.
“……요새?……”
그것은 심해 속의 요새 도시였다.
* * *
아를렘이 그 거대한 수중 도시의 성문 앞에 서자.
거대한 성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리고 그 안쪽에서는, 도열을 한 심해 기사들이 서 있었다.
‘바닷속에……이런 곳이 있었다니……’
길을 만들어 둔 채, 삼지창을 들고 쭈욱 늘어선 그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만들기 충분하였다.
그 기사들은 모두 금빛의 갑옷을 두르고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지상의 갑옷과는 조금 다른 형식이었다.
마치 물고기의 비늘 같은 모양이 갑옷 전반들 뒤덮고 있었고.
다리나 팔 끝에는 지느러미 같은 형태 역시 보였다.
아마도 바닷속에서 수월하게 활동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었다.
그 광경에 놀라는 사이.
기사들이 만들어 둔 길을 통해 걸어 나오는 이가 있었으니.
나는 분명 그를 처음 보는데도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신격이다. 최소한……아를렘과 동급의……!’
매서운 눈빛을 한 그 존재에게서 풍겨오는 기세는.
절대로 만만한 자는 아니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아를렘은 그런 그를 보며.
먼저 목소리를 내었다.
“오랜만이네. 포세이튼.”
포세이튼이라 불린 그자는.
나와 아를렘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입을 떼었다.
“아직 ‘종말의 날’은 아닐 진데. 그전에는 찾아오지 않겠다던 약조. 잊었나?”
아를렘은 나를 슬쩍 돌아보고는.
그에 대답을 하였다.
“도움이 필요하네. 안테이오스가 행동을 하기 시작하였어.”
“안테이오스라면……그 무식하게 힘이 세던, 바위의 거신을 말하는 건가. 그 녀석. 덩치에 안 맞게 신중하던 놈인데……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계획이 꼬였던 것 같네. 여기 이 아이 때문에.”
그러자 포세이튼은 나를 조금 더 유심히 살폈다.
“안테이오스의 계획을 꼬이게 만든 장본인이……이 애송이라고?”
애송이 취급을 받다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신선함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또 반박을 하진 못했다.
실제로 저들의 앞에서 나는, 애송이로 보일 법했으니까.
아를렘은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포세이튼에게 대답했다.
“그리고……이 아이가, 우리 계획도 비틀어버렸네. 정말이지, 상상도 못한 변수였어.”
“설마……! 그 말 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를렘의 말에, 포세이튼이 크게 놀라고 있었다.
나는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일어나고 있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