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scamm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신입이야?
나는, 나를 짓밟으려던 마로도로스의 발을 손바닥으로 받친 채로.
날개를 펼쳤으니.
펄럭!
그 날개를 몸을 위로 띄워 올렸다.
덕분에 마로도로스의 한쪽 다리도 점점 올라가게 되었다.
“엇? 어어어엇!”
놈은 점점 중심을 잡기 힘든 자세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 하찮은 놈이……! 감히! 당장 놓지 못할까!”
마로도로스는 이를 갈며 소리를 쳤고.
“원한다면.”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 발바닥을 힘껏 위로 쳐올리며 놓아버린 것이었다.
그러자.
기우뚱하며 마로도로스의 중심이 뒤틀렸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을 뽑아들어, 바닥을 지지하고 있던 반대편 다리를 향해 일격을 날렸다.
공간째 마로도로스의 다리를 베어버릴 작정으로!
그런데, 그에 대한 마로도로스의 반응은 놀라웠다.
“흐으으으읍!”
그 육중한 덩치로, 내가 올려친 다리의 반동을 이용해 뒤로 텀블링을 하며 검격까지 피해낸 것이었다.
저런 동작까지 가능할 줄이야.
‘쓸데없이 재빠르네.’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이 부분에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어가 아니라 피한다는 선택을 해내는 판단력이 정말 빨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내 공격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고.
동시에 절묘하게 딱 검격의 사거리 밖으로 움직인 것이다.
마로도로스는 공중에서 회전을 하며 눈동자를 움직였다.
회피를 하는 그 와중에도 눈발이 잘려나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내 검격의 정확한 사정거리를, 눈이 잘려나가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리라.
생긴 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섬세하게 전투에 대처를 하는 성격인듯하였다.
첫 번째 일격을 회피한 마로도로스는.
네 개의 눈을 매섭게 부라리며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그 누구도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하라!”
그것은 산의 꼭대기를 향해 달려나가는 나올과 다른 인원들을 겨냥한 말이었다.
마로도로스의 외침이 터지자.
눈 속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던 오크와 트롤, 그리고 오우거들까지 바닥을 뚫고 사방에서 일어섰다.
내가 마로도로스의 앞을 막고 있으니.
뚫고 지나갈 수 없으리라 판단한 그는, 매복해 두었던 병력을 일으킨 것이었다.
‘한 번 공방이 오가는 것으로 벌써 나의 경지를 어느 정도 파악 한 건가?’
매복이라는 카드는, 오래 숨겨둘 수록 한 방의 역전을 만들 수도 있는 암기와 같은 것이었다.
웬만하면 최대한 숨기고 싶었을텐데……
마로도로스는 순식간에 나의 전력을 계산하고, 과감하게 판단을 내렸다.
안 그러게 생겨 가지고 은근히 준비성과 전략, 전술까지 탄탄한 녀석이었다.
‘오늘 편견 많이 깨지네.’
덕분에 이번에는, 마로도로스가 아니라 가우리엘의 발목이 붙잡혀 버렸다.
매복해 있던 트롤들이 비록 지금 내 앞에 선 상위 거신 마로도로스보다는 약한 몬스터들이었지만.
그 수가 적지 않았다.
아니, 지독하리만치 많았다.
소위 몬스터라고 불리우는 모든 존재들이 이 카리앗 산에 모여든 것만 같은 착각이 생길 정도였다.
그 숫자와 더불어, 저 몬스터들은 흔히 보이는 오크, 트롤, 오우거들과는 달리 더 살기가 매섭고, 덩치도 거대하였다.
아마도 이 순간을 위해 마로도로스가 마법이든, 아니면 다른 수단이든 뭔가 특별한 힘을 부여한 놈들인듯 하였다.
많은 머릿수와 예사롭지 않은 몬스터들의 기세에, 가우리엘을 필두로 한 병력들은 순식간에 덫에 걸린 형세가 되어버렸다.
물론 가우리엘을 포함해서 저쪽에도 강자들이 없지는 않았으니.
‘당장 지원을 해야 할 필요는 없어 보이긴 해.’
물론 그러기 쉽지도 않을 것이고.
내 앞에 있는 마로도로스도 결코……만만한 적은 아니었으니까.
* * *
“조, 조금만 버티면 로한 경께서 도우러 오시겠죠?”
갑작스럽게 불어난 적들에, 당황한 일곱 기사단 중 하나가 물었다.
그러나 크라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저기도 꽤 바빠 보이는데?”
“그런……!”
“우리가 언제부터 누구 도움 기다렸다고 그래?”
촤악!
크라우스는 트롤 하나의 머리를 단 일격에 베어버리며 소리쳤다.
“언제나 최악의 순간에, 마지막 지원군으로 투입되는 게 우리 일곱 기사 아니었어?”
“너무 맞는 말이라 반박이 안 되네요.”
촤아악!
그들은 버거워하면서도, 또 꾸역꾸역 오크들의 숫자를 줄여나갔다.
그에 가우리엘이 용기를 북돋웠다.
“이 고지만 넘어선다면, 전쟁도 끝이네!”
크라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가 봅시다! 죽던지, 죽이던지. 어차피 둘 중 하나밖에 더 되겠어? 길 한 번 제대로 뚫어보자고! 흐아아아아압!”
돌진하는 크라우스의 양옆으로 두 일곱 기사가 따라붙었고.
“으랴아아아아!”
“하아아아압!”
그렌델은 그런 그들의 좌우로 거대한 얼음 가시들을 솟아오르게 만들어 길을 틔웠다.
촤악! 촤아아악! 푸욱! 푸욱푹!
양옆으로 치고 들어오던 트롤들은 갑자기 치솟은 얼음 가시에 몸이 꿰뚫렸고.
놈들은 얼음 가시에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고통에 버둥거렸다.
“크워어어어어어!”
“캬아아아악!”
물론 그것으로 놈들이 죽지는 않았다.
그렌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트롤들의 생명력은,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끈질겼으니까.
하나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노렸다고 할 수 있었다.
얼음 가시에 꿰뚫린 트롤들이 죽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트롤들은 움직일 수 없었고.
그 자체로 다른 적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드는, 살아있는 장벽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렌델의 전략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굳이 저들을 다 쓰러뜨리고 갈 이유가 없었다.
단지 카리앗 산의 꼭대기에 위치한 제단만 무너뜨리면 끝날 일.
그녀 덕분에 과반수의 몬스터들은 아예 전장에 참가하지도 못하게 되었고.
각개격파의 상황이 되자.
이번에는 리오가 그 권능을 이용해 종횡무진 전장을 갈라버렸다.
촤아아아아아악!
[섬광 베기]그렌델이 만들어 준 길을, 세로로 쭉 쪼개어 버리는 리오.
이 권능이, 리오가 유난히 강한 다리를 가진 이유였다.
한 번 베기 시작하면, 무조건 크리티컬을 터트리며 일직선 상에 있는 적들을 수십 미터는 갈라버리는.
검격 계열의 고유 스킬.
다리의 근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리고 검술 실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성장의 폭이 굉장히 큰 권능이었다.
반대로 권능의 소유자가 약하다면, 크리티컬이 터지더라도 별 볼 일이 없었기에.
그야말로 양날의 검과 같은 고유 스킬이기도 하였다.
하나 다행스럽게도 지금 리오의 실력이라면.
크리티컬 데미지가 터진다면 트롤, 오우거 정도는 둘로 갈라버릴 수 있었으니.
번쩍.
리오는 섬광을 만들어내었고.
그 결과물은, 다른 일곱 기사들조차 놀라게 만들 정도였다.
“리, 리오 경이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럴 수가……”
그들 모두 알고 있었다.
요 며칠 사이, 리오에게 생긴 변화는 단 하나.
로한에게 가르침을 받은 것뿐이라는 걸.
실은 리오 본인 역시도 자신의 실력 향상에 손이 떨렸다.
‘내가…..이걸 해냈다고?’
자신의 뒤로 쭈욱 갈라진 바닥과 트롤과 오우거들.
물론 운 좋게 검로에서 벗어나 손 하나만 잘리거나 다리 하나만 날아간 놈들은 죽지 않고 다시 회복을 하며 일어섰다.
그래도 일격에 죽인 오우거만 벌써 몇 기란 말인가.
이건 장족의 발전이라는 말로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자신감이 치고 올라왔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런데 그 순간.
덥썩!
리오는 무언가가 자신의 머리를 붙잡는 걸 느꼈다.
그리고.
꾸우우우우욱!
엄청난 압력이 머리를 조여왔다.
“끄으으으으윽!”
리오는 눈동자만 겨우 움직여, 자신을 붙잡은 놈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트롤도, 오우거도 아닌.
한 거신이 빠진 이빨을 드러낸 채 히죽거리고 있었다.
“붙잡았다, 요 벌레 같은 놈!”
적은, 지능이 낮은 몬스터들 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바, 방심했다……!’
* * *
언제나 전장의 상황은 급변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오크와 트롤, 오우거만 남아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몬스터들로 이루어진 군단은, 그저 전략적인 눈속임용 선발대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정도 강대한 전력이 그저 눈속임 수단일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 못 한 것이 불찰이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저들의 진정한 전력은, 거신들이었으니.
첫 번째 거신의 기습을 시작으로.
“한 놈도 보내지 마라!”
“전부 이곳에 묻어주마!”
“크아아아아아!”
순식간에 전방위적으로 모든 거신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렌델! 접근하기 전에 최대한 공격해라!”
“그러고 있습니다, 스승님!”
크뢰이튼과 그렌델이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놈들을 향해 연신 마법을 쏘았으나.
이미 아군들이 어떤 방식으로 싸우는지 파악을 한 거신들은.
트롤들을 고기 방패 삼아 돌격을 하였다.
“꾸억!”
“끄어어어어!”
크뢰이튼과 그렌델의 선공은 대부분 허사로 돌아갔고.
거리는 눈 깜짝할 새에 좁혀졌다.
눈밭은 어느새 트롤들의 피로 붉게 변해가고 있었지만, 거신들은 하나같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한편.
리오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는 중이었다.
‘이대로는 오래 못 버틴다……!’
머리가 지끈지끈 거렸다.
이 순간에도 거신의 손은 점점 더 압박을 가해오고 있었다.
리오는 자신의 머리를 붙잡은 거신의 팔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쐐애애애액!
그러나.
텁!
그 공격 역시 너무 다급했던 까닭인지.
이미 완벽히 읽혀, 팔이 통째로 붙잡혀 버렸다.
‘젠장! 급한 마음에 로한 경의 조언을 잊었어……”
위험한 순간일수록 침착함을 유지하라.
완벽한 정답이긴 했지만.
막상 닥친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주문이었다.
결국 아직 미숙했던 리오는 그 조언을 이행하지 못했고.
꽈아아아악!
“이대로 터트려 주마!”
이제는 반격의 수단까지 잃은 채.
죽음의 문턱에 한발 다가가고 있었다.
혼자서는 탈출할 방법이 완전히 사라진 상황.
그는 마지막 희망을 찾기 위해 주변의 아군을 찾았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로한은 마로도로스를.
나머지 인원들 역시도 몬스터 군단에 더불어 거신들까지 합세한 적들과 싸우고 있었다.
‘권능을 너무 아무렇게나 써버렸다.’
이것 역시 로한이 경고했었다.
[네 권능은 순식간에 일직선 상의 적들을 쓸어버릴 수는 있겠지만, 그 직후에는 빈틈이 존재한다. 공격 이후의 순간까지 꼭 생각하고 움직여라.]며칠 간 로한에게 들었던 조언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한 번만……한 번만 더 기회가 있었더라면,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정신이 아득하게 흐려져 갔다.
이제 죽음이 리오의 턱밑까지 다가왔다.
그런데, 그 순간.
하늘에서 몇 줄기의 빛이 수직으로 떨어졌다.
다름 아닌 바로 이 카리앗 산을 향해.
쩌엉! 쩌어엉! 쩌저저저정!
그 빛의 기둥은 엄청난 충격과 함께, 리오의 머리통을 쥐고 있던거신의 어깨 위에도 하나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빛의 기둥 안쪽에서는 한 남자가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거기 머리 붙잡힌 놈, 일곱 기사단 신입이야? 크으. 그럼 이 앤드류 선배님께서 구해 드릴게, 좀만 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