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scamm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0
20화. 악마의 냄새다
팔라딘 클래스 서브 퀘스트.
[약방의 감초]보통의 서브 퀘스트와 마찬가지로, 이 약방의 감초 서브 퀘스트 역시 본편의 메인 스토리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미션이었다.
심지어는 클리어를 해봤자, 포션 다섯 개 얻는 것으로 끝이 나는 굉장히 어이없는 퀘스트였다.
보상이 너무 적어서냐고?
아니었다.
이 파오갓의 세계관 특성상 포션 자체가 굉장히 고가의 물건이었다.
수량도 무한이 아니라서 돈이 있더라도 무한정 구매할 수도 없었고.
설정상 만들 수 있는 사람도 드물었다.
해서 특별히 노 포션 클리어를 할 게 아니라면, 물약을 얻는 퀘스트는 웬만하면 챙기고 지나가는 걸 추천하는 편이었다.
다만 이 퀘스트의 난이도 설정이 문제였던 것이다.
‘포션 다섯 개 얻으려고 포션 여섯 개를 쏟아부어야 했으니.’
수지타산이 전혀 안 맞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그 포션 여섯 개를 사용하는 것도 정말 최소치였다.
나름 고이고 고인 사람들이 최적의 루트로 알아낸 공략을 완벽히 써야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퀘스트를 통해 경험치나 소소한 골드 보상이 있긴 했지만.
보통 그 정도 고인물이라면 이런 서브 퀘스트는 스킵해버리고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딱 하나의 변수가 추가로 존재하긴 했다.
‘숨겨진 퀘스트라면, 보상이 달라지지.’
스토리 라인을 따라 플레이를 진행하면, 소소한 약초상을 방문하는 타이밍은 항상 일정했다.
이제 막 모험을 시작한 팔라딘이, 시포레오 대교구를 벗어나고 처음 도달하는 곳.
딱 그 시점이었다.
덕분에 퀘스트 자체가 그렇게 어렵진 않았는데, 또 성장이 잘 된 상태도 아니니 고생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더미 데이터를 파헤친 유저들의 말에 따르면 상황이 조금 달랐다.
원래 이 소소한 약초상은 중반부에 방문할 예정이었던 곳이었다.
멀리 나가서 여러 고난을 거치고, 레벨 업도 좀 된 상태에서 다시 돌아와 마주해야 하는 지점이었다는 소리였다.
동선이 너무 지루해져서 삭제된 것 같다고는 하던데……
‘그것까진 내가 알 바 아니고.’
중요한 건 그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조건만 잘 맞추면 말이다.
원래 특정 부분에 집요하게 파고드는 게이머들이 있지 않은가?
데모 버전에 집착했던 나처럼.
어떤 유저는 바로 이 약방의 감초 퀘스트에 꽂혔던 모양이었다.
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게 바로 숨겨진 퀘스트.
약방의 감초, 히든 퀘스트였다.
‘사실은 히든이 아니라 오리지날 버전이 이거였겠지.’
이 히든 퀘스트를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조건이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 검은 천둥의 반지를 얻을 것.
두 번째, 검은 천둥의 반지를 얻기 전에는 소소한 약초상을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을 것.
그리고 마지막 조건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건 들어가고 나서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나는 왼손의 손가락에 걸려 있는 반지를 매만졌다.
첫 번째 조건은 이걸로 완수.
두 번째 조건에도 부합했고.
‘마지막만 넘기면 된다.’
단 한 번뿐인 기회.
나는 마지막 조건을 가볍게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로, 소소한 약초상에 들어갔다.
* * *
끼이이익.
소소한 약초상이라는 간판에 걸맞게.
그곳은 소소한 대문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겼다.
그리고.
“드르렁……켁! 드르렁……”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소소한 코골이 소리도 이어 들려왔다.
이 소소한 상점의 주인인, 삼 형제 중 막내.
페르난데스가 내는 소리였다.
디아즈는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았다.
도대체 이런 곳에서 뭘 살 게 있느냐는 눈빛으로.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이 타이밍에, 내 기준에서 이것만큼 효율이 좋은 곳도 없었다.
‘안 그래도 체력도 딸린다 싶었고.’
내 표정이 확고함을 느낀 디아즈가, 아저씨가 엎어져 있는 카운터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똑똑.
“엄마야? 잉? 누구쇼?”
누구긴 당연히 손님이지.
디아즈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여기, 약초상이 아닙니까?”
“아. 약초상? 약초상 맞는데, 이젠 아니야.”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어서.
페르난데스는, 눈을 비비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는 내가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른 대답을 내뱉었다.
“못 팔아요, 못 팔아. 팔 수가 없는데 무슨 상인이야. 에휴.”
다시 대답을 하려는 디아즈를, 나는 손으로 가로막고 직접 나섰다.
“무슨 소리지?”
“무슨 소리긴. 다른 상회들처럼 나도 인생 말아 먹었다는 소리지.”
“……”
내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서 있자.
페르난데스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레제타 쪽 사람이 아니오?”
“수도에서 오는 길이다.”
“수도? 시포레오 말이오? 아……그래서 모르시는구만. 내 조언 하나 하지. 그냥 돌아가시오. 여긴 지금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오. 세금이, 세금이……아주 지랄 났소. 도시 내부로 들어가려면 거덜 날 거요. 통행세부터 기겁을 할걸?”
그는 들릴 듯 말듯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시장 놈이 미쳐서 말이지.”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원작에서도 레제타에는 방문을 해 본 기억이 있었다.
비록 대침공 이후의 시점이었지만, 그들은 나름 똘똘 뭉쳐서 방어선을 꾸리고는 잘 버티고 있는 모습이었던 게 뇌리에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힘의 원천은, 권한을 거의 내려놓다시피 한 시장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특권을 포기하고 시민들과 최전선에서 싸우는 기사.
레제타의 시장, 롬하디 남작으로부터.
소위 말해 고위층의 모범과도 같아 보이던 그가 미쳤다니?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나도 지금 세금을 못 내서, 가게고 뭐고 다 묶였소. 그래서 팔 수 있는 것도 없고.”
디아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금이 밀렸단 말입니까?”
“그렇다니까.”
“그럴 리가 없는데……”
디아즈의 말에, 페르난데스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럴 리가 없긴. 특별세에 거래세에, 통행세까지. 조금 있으면 숨만 쉬어도 호흡세를 내라 할 지경이오. 알지도 못하면서. 쯧.”
“아무리 시장이라 해도, 그렇게 심하게 세금을 물릴 수는 없을 겁니다. 뭔가……”
“뭔가는 무슨. 그냥 배가 덜 불렀나 보지. 모덴 자작이 지금 칼자루를 제대로 쥐었거든. 어쨌든, 나도 지금 그 위대하신 모덴 자작님께서 거래 정지를 내려주신 상태라 팔 수 있는 게 없소. 우리 형님들이 직접 따지러 가긴 했는데……여태 무소식이고.”
모덴 자작.
그 이름이 나옴에, 나와 디아즈가 서로를 쳐다보았다
‘모덴 자작? 내가 알기로는, 레제타 시의 시장은 롬하디 남작인데……어떻게 굴러가고 있는 거지?’
하지만 모덴 자작이라는 이름도 처음 듣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시포레오 바로 전에 들렀던 도시, 오리턴.
그곳의 시장인 로펜서 남작의 입에서 말이다.
[자, 잠깐! 나, 나를 죽이면 모덴 자작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죽기 직전 그가 분명히 그 이름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꽤나 유명 인사인 모양이었다.
‘궁금해지네……도대체 어떤 놈인지.’
* * *
히든 퀘스트를 발동시키기 위한 마지막 조건.
그것은 페르난데스가 덤터기 씌우는 약초를 하나 구매해 주는 것이었다.
무작위로 물건을 구매하다 보면, 이상하리만치 큰 값을 부르는 약초가 하나 나오는데.
그것을 그대로 구매하면 마지막 조건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때문에 나는 사실 굉장히 쉽게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 정도 돈이야 이미 교단에서 충분히 지원을 받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모덴 자작이 영업 정지를 풀어주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팔 수가 없소.]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결국 나는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채, 소소한 약초상을 그냥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밖으로 나온 직후.
페르난데스의 하소연을 들은 디아즈의 표정도 나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굳어 있었다.
“이건……너무한 것 같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페르난데스의 고충을 전부 들어보니, 나 역시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아무리 열심히 약초를 구하고 팔아도 결국 파산하게끔 만들어진 구조였기에.
이런 환경에서는 제아무리 성실하게 생활을 하더라도, 생업을 이어나갈 방도가 없어 보였다.
다만 그렇게 부당하다고 해서 내가 이 도시의 체제를 바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 저떻게 정의의 사도랍시고 일곱 기사단의 명성과 성기사의 이름을 빌려 날뛰면 뭔가 변화가 일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종종 이런 불합리한 일들을 맞닥뜨리게 될 텐데, 그럴 때마다 나서서 오지랖 부릴 수는 없는 거 아니겠나.
그럴 시간도 여유도 존재하지 않았다.
곧 대침공의 시대가 도래할 테니.
‘그래도, 이곳만이라도 어떻게 좀 신경 써 해봐야겠군.’
이게 내 최대의 오지랖이리라.
불사조의 꽃은, 정의감을 떠나서도 내게 꼭 필요한 영약이었으니까.
나는 페르난데스가 말했던 이름을 떠올렸다.
“카르쿠스 용병단이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페르난데스의 말에 따르면, 현재 레제타 시는 거의 카르쿠스 용병단이 치안을 전담하고 있다고 하였다.
“사병을 크게 둘 수 없는 법규 때문에, 모덴 자작이 그들을 영입한 모양입니다.”
“용병은 상관이 없나?”
“일단 라데룬 왕국의 법률상,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군.”
“하지만……페르난데스 씨의 말대로, 그들이 기존 법과 별개로 통행세와 같은 세금을 이중으로 부과하고 있다면 그건 문제가 있습니다.”
세금은 교단과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문제였다.
결국 교단 역시 세금으로 운영이 되는 곳이었기에.
해서 디아즈는 관련 법들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많은 세금을 계속 시민들에게 부과했다가는, 결국 도시 자체가 몰락할 겁니다. 당연히 이런 사실을 왕실에 알리면, 왕실에서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도시로 들어가 보지. 그 모덴 자작이라는 자를 직접 만나 봐야겠다. 상황을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와 디아즈는, 곧장 레제타로 들어서게 되었다.
당연히 일곱 기사단의 일원이라는 신분 덕분에 통행세에 놀라 기겁할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다른 방면에서, 내가 기겁할 일이 일어났다.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
역겨운 냄새가 진동을 했다.
디아즈는 느끼지 못하는, 아니, 그 누구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지만.
나만은 확실히 이 썩은 내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악취의 원인을 확신했다.
이미 겪어본 적이 있었기에.
‘……악마의 냄새다.’
그런데 도시 한가운데서?
대체……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도시의 전경을 눈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