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scamm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2
22화. 날 찾는다고?
“이쪽입니다.”
디아즈가 작게 속삭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뒤로 바짝 따라붙었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디아즈는 고작 한 시간 남짓 설계도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부를 마치 제집처럼 익숙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단순히 최단 거리로 돌파하는 게 아니라, 병력 배치가 가장 허술할 만한 지점들을 찾아 뚫고 가는 것이라 하였다.
고작 설계도를 본 것만으로.
‘감옥은 안 털어봤다더니, 감옥 빼고 딴 건 털어 본 거 아냐?’
슬며시 의심이 피어오를 때쯤.
우리는 어느덧 지하 감옥으로 통하는 길목에 들어서고 있었다.
감옥을 지키는 간수들은, 바깥에 소란이 일어났음에도 자리를 지킨 채였다.
“동시에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왼쪽. 네가 오른쪽을 맡아라.”
“예.”
우리는 눈짓으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내가 바닥에서 적당한 돌멩이 하나를 주워 던지고.
빠악!
“어? 뭐야?”
디아즈가 잽싸게 날아들어 남은 간수의 정수리를 빡 찍었다.
털썩.
정말이지 놀라운 몸놀림이었다.
감탄을 하는 사이, 디아즈는 미리 챙겨 온 밧줄로 간수들을 잘 묶어 두었다.
“다 됐습니다.”
“으, 음. 들어가지.”
눈앞에 펼쳐진 꽤 넓은 수용소.
여기서부터는 이제 직접 일일이 돌아다니며 롬하디 남작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나와 디아즈는 계획대로 둘로 쪼개져 롬하디 남작을 찾기로 하였다.
“제가 저쪽부터 찾겠습니다.”
“그럼 나는 이쪽부터.”
“예.”
그렇게 우리는 각자 맡은 구역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내부에서는 큰 소란이 일지는 않았다.
워낙 어두운 탓에, 수감된 사람들도 우리를 그저 간수로 본 모양이었다.
덕분에 천천히 수색을 하고 있었는데……
“이봐. 나 좀 볼래?”
간드러지는 여인의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나는 잠깐 멈춰 서서는 고개를 돌렸다.
나 역시 잠깐 익숙한 얼굴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탓이었다.
그리고, 그 내부를 살폈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 * *
도적 클래스.
민첩한 몸놀림을 기반으로 한, 근거리 물리 공격형 클래스.
치명적인 데미지가 장점이고 낮은 체력이 단점이며.
컨트롤 난이도가 비교적 높은 암살자형 캐릭터.
뭐, 현실에 존재한다면야 화려하고 변화무쌍해서 경계를 해야 할 테지만……
게임 속에서는 흔하디흔한 그런 직업이었다.
다른 게임에서도 이런 컨셉은 자주 보이지 않던가.
파오갓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플레이어블 도적 클래스를 눈앞에서 실제로 마주한다면?
‘……미친.’
아마 대부분은 나와 비슷한 반응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생각을 하긴 했었다.
플레이어블 클래스가 있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팔라딘을 찾아도 본 거고 말이다.
한데 막상 진짜로 만나니, 여러모로 묘한 기분이었다.
반갑기도 하고.
나는 그녀의 앞에 섰다.
우리는 철창을 가운데 두고 서로를 마주 보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부르긴 했는데. 그리 빤히 쳐다보니 조금 당황스러운걸?”
나는 질문을 던졌다.
“이름이 뭐지?”
“당신, 처음 보는 얼굴인데? 간수 맞아? 옷차림도 묘하게 다르고. 길도 헤매는 것 같고.”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뭣하면 내가 길 좀 알려줄까?”
싱긋 웃는 얼굴.
하지만 저 외모에 속으면 안 되었다.
넋 놓고 다가갔다가는……그녀의 독니에 물릴 테니까.
눈 앞에 두고도 언제나 긴장을 놓으면 안 되는 자.
그게 바로 도적이었다.
나는 그녀의 도발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다시 물었다.
“이름.”
“제법 끈질긴데? 자세히 보니 약간 내 취향이기도 한데……좋아. 특별히 알려 줄게. 내 이름.”
그녀가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나를 불러들였다.
“진짜로 알려 준다니까?”
여태 그녀의 말에 응수를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내가 한발 다가서는 것으로 응해주었다.
“내 이름은……레바르센, 이야.”
참으로 놀라웠다.
이름을 말하는 그 틈을 타, 내 옆구리의 단도를 향해 날아든 그녀의 손놀림이.
물론 하필 그 위치가 왼쪽 허리였던 게 그녀의 패인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왼팔은 그녀의 손놀림을 따라 갈 수 있었으니까
턱!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은 채 눈썹을 까딱였다.
‘이럴 줄 알았지.’
약간은 긴장을 했던 탓에, 바로 대응을 해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대단하긴 했다.
‘까딱하면 놓칠 뻔했네……’
내 속을 모르는 레바르센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설마하니 자신의 팔이 잡힐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하? 당신 뭐야?”
“글쎄.”
“재미있네. 궁금해졌어, 당신이라는 사람에 대해. 따로 천천히 얘기를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
“다음에 시간 나면 한 번 찾아갈게.”
“날 찾는다고?”
“그럼. 내가 못 찾는 건 없거든. 그게 꼭꼭 숨겨 놓은 보물이든, 사람이든.”
“그 안에서 어떻게 날 찾아오겠다는 거지?”
그때였다.
근처에서 악마의 역한 냄새가 잠시 가까워진 게 느껴진 것이다.
나는 검을 뽑을 준비를 하며,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나 다행히도 그 냄새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점차 멀어졌다.
이곳으로 오던 길이 아니었던 듯했다.
끼이익.
‘음?’
쇳소리에 고개를 다시 돌리자.
어느새 레바르센은 저 멀리에 서 있었다.
나는 단검 옆에 메어 두었던 열쇠 뭉치를 쳐다보았다.
‘없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레바르센은 한쪽 눈을 살짝 깜빡여 윙크를 하더니.
“고마워. 덕분에 밖으로 나왔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로한 님. 목표를 찾았습니다.”
“응? 아, 음.”
디아즈는 나의 옆에 열려 있는 문을 발견했다.
“무슨 일……있었습니까?”
그에 나는 그냥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위치는?”
“아, 예. 이쪽입니다.”
나는 디아즈를 따라 이동했다.
그리고 마주한 철창 안에는.
“누, 누구시오들?”
혼란한 표정의 롬하디 남작이 있었다.
나는 그를 보며 작게 말을 했다.
“시포레오 대교구의 이단 심문관이다.”
“……! 저, 정말이시오?”
“그렇다. 어제, 카르쿠스라는 자를 만났다. 악마의 하수인이더군.”
“그럴 줄 알았거늘……”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롬하디 남작은 무언가 알고 있는 게 더 있는 눈치였다.
“놈의 배후에 누가 더 있는 것 같더군. 정보가 더 필요하다.”
“실은……나 역시도 뒷조사를 진행하다가 붙잡혔소. 때문에 완벽히 추적에는 실패하였소만. 다만 한 가지, 알아낸 것은 있소이다.”
그의 대답은 예상외였다.
“모덴 자작이 이미 죽었다는 것이오!”
“……모덴 자작이……죽었다?”
“그렇소! 그럼에도 카르쿠스는 거의 일주일에 한 번은 시청을 드나들었지. 분명 그 내부에 누군가가 있을 것이오! 모덴 자작을 사칭하는 누군가가!”
누군가가…..모덴 자작을 죽이고, 그의 흉내를 내고 있다는 말이었다.
“누군지는 모르는가?”
“그것까지는……”
롬하디 남작이 고개를 저었다.
사실 이것만 해도 큰 수확이었다.
이 도시 어디에 악마 놈이 숨어 있는지, 찾는 것도 문제였는데.
범위가 확 좁혀진 것이었다.
시청 건물만 잘 털어도.
‘찾을 수 있다.’
하나 문제는 아직 끝이 아니었다.
‘카르쿠스는 숨겨둔 비장의 패가 있어 보였어.’
자신을 건드리면 이 도시를 전체를 소멸시킬 거라던 그 말.
단순한 블러핑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 카르쿠스라는 자. 내가 성기사인 것을 알고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들이밀었지. 결코 허세는 아니었다. 놈이 뭘 감추고 있는지 혹 알고 있는 게 있는가?”
“카르쿠스. 그 녀석이 제일 문제요. 알아낸 바에 따르면……악마와의 계약으로 자신의 몸을 독 덩어리로 바꾸었다 하더이다.”
“독……덩어리?”
“그렇소. 놈이 죽으면 그 시체가 폭발하고, 그 몸을 가득 채우고 있는 독이 도시 전체를 몰살시킬 정도라고 하오.”
“……”
그 말이 사실이라면, 조금 골치였다.
죽이는 건 쉽겠지만……그러다 나까지 죽을 판국이었다.
“혹 해결책은 없는가?”
“그것도 아직……”
“흠.”
롬하디 남작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확실히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미래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대로라면, 롬하디 남작은 그 위기를 잘 헤쳐나갔었다.
분명 3년 후에는 이 레제타의 시장으로서 다시 우뚝 서 있었으니.
내 예상이 맞다면……롬하디 남작은 스스로 그 방법을 찾아냈던 것이었다.
‘어디선가……’
그런데 생각하다 보니 좀 이상했다.
만약 내가 구하러 오지 않았다면?
롬하디 남작은 계속해서 이 지하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을 게 뻔했다.
‘그런데 어디서 뭘 알아낸 거지?’
아니.
어디서라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그가 있을 수 있는 장소는 여기뿐이니까.
마을 사람들의 실력으로, 여기 있는 간수들을 다 뚫고 들어오기도 힘들었을 터.
당장 나도 디아즈가 잘 해내 주었기에 쉽게 들어온 것이지 만약 혼자였다면 어려웠을 것이었다.
그만큼 이 수용소를 뚫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 여기서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것이다.’
오답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니, 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검을 뽑아들고 가볍게 휘둘렀다.
서걱.
그러자 철창이 부드럽게 잘려나갔다.
그 모습을 본 롬하디 남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 허억!”
하나 나는 그의 리액션에 반응할 여유가 없었다.
내가 만든 구멍을 통해, 나는 감옥 안으로 발을 들였다.
사방이 캄캄한 어둠뿐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스윽.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야.’
눈을 감고 감각을 더 집중시켰다.
제3의 눈이 오감을 극적으로 예민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눈까지 감으니, 내 감각은 청각으로 완전히 쏠렸다.
미세한 소리들이 귀를 간지럽혔다.
그 중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리시켰다.
고도의 집중력이 정신을 집어삼켰다.
마침내.
번뜩!
나는 눈을 뜨고, 한쪽 구석을 쳐다보았다.
내가 집중하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고 있던 디아즈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로한 님. 무슨 일입니까?”
나는, 내 시선이 박힌 곳을 향해 걸어갔다.
감옥의 구석으로.
그리고.
휘잉……
그곳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바람을 발견하였다.
“찾았다.”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제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디아즈도 얼른 내 곁으로 다가왔다.
“서, 설마……”
그녀는 얼른 쭈그려 앉아, 바닥의 돌을 드러내었다.
힘을 좀 주니 돌이 들썩거렸고.
곧이어.
드르륵.
길이 나타난 것이다.
‘이거였구나!’
미래의 롬하디 남작은 바로 이걸 발견했던 모양이었다.
나와 디아즈가 돌을 들어내자, 롬하디 남작도 따라붙어 돌을 옮기는 것을 도왔다.
셋이 동시에 들러붙으니 순식간에 틈이 넓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충분히 사람이 드나들 만한 틈을 만들었다.
“가 보자고.”
나는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
롬하디 남작이 찾아내었을 길을, 이제는 내가 한 발 더 먼저 걷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