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scamm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41
41화. 가우리엘인가?
“물러서지 마라!”
“지옥까지 성기사단의 공포가 울려 퍼지게 만드리라!”
“흑철을 다시는 무시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어라!”
선봉에서 보여준 내 한마디가 모든 이들의 공포를 소멸시키는 트리거가 되었다.
두려움을 잊은 연합 기사단의 무위는, 내 상상보다도 훨씬 대단했다.
숫자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님에도.
그들의 기세는, 선두에 선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콰과강!
나는 선봉으로서, 검은 천둥을 앞세우고 스켈레톤 군단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쩌저정! 쩌저저정!
“키에에에에엑!”
“카가가가각!”
사방으로 휘몰아치는 검은 벼락이, 일순간 스켈레톤을 다시 유골로 되돌려 버렸다.
“로한 경이 길을 만드셨다! 뚫어라아아아!”
“로한 경 혼자가 아니라는 걸 놈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어라!”
뒤에서 제프론 이단 심문관과 빈센트 기사단장의 목소리가 나를 쫓았다.
그리고.
서걱! 서걱!
조용히 내 바로 뒤까지 벌써 따라붙은 디아즈가 있었다.
‘이거……성장 속도가 너무 빠른데?……’
평소 같았으면 악마들 사이에서 이성을 잃고 날뛰기 바빴겠지만.
로메인과의 가상 대련 이후.
나는 한층 더 성장한 것을 느끼며, 감정의 컨트롤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태 놓치고 있던 디아즈의 모습을 이제야 보게 된 것이다.
한데 그녀의 실력이 벌써 나를 추월하기 직전까지 쫓아온 모양이었다.
‘재능 미쳤네.’
내가 가진 고유 스킬이 지금 몇 개였던가?
그리고 아이템도 있고.
그걸 아무것도 없이 이렇게나 빨리 따라잡는다고?
‘이러다가 부관보다 못한 기사가 돼버릴지도 모를 일이군.’
그건 안될 말이었다.
상상만 해도 너무 쪽팔리니까.
‘대침공도 대침공인데……얼른 커야겠어!’
일단 이곳만 박살을 내 두고, 대침공까지의 시간을 좀 벌게 되면 빠르게 성장을 더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여러모로 마음 급하게 만들어주네……!’
촤아아아악!
길게 가로로 그은 공간 베기.
그에 스켈레톤들의 척추뼈가 깔끔하게 동강이 났다.
후두두둑.
어쩌면 대침공보다 디아즈의 성장이 더 무서운 것 같기도 했다.
* * *
콰과가가강……
자신의 레어 전체를 울리는 천둥소리에.
이 공간의 주인인 호라이크던은 공허한 눈을 번뜩였다.
살점 하나 없는 두개골의 눈에서, 시뻘건 불빛이 일렁였다.
“소란스럽구나.”
스산한 목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로브를 펄럭이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팔을 한 번 휘젓자.
스르륵.
망령 군주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호라이크던은, 망령 군주에게 명령을 내렸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오라.”
“시이이이……!”
망령이 돌아서며 스르륵 사라지고.
그러는 와중에도, 굉음은 계속되었다.
바닥이 울리고.
공기가 흔들렸다.
쿠구구궁!……
호라이크던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발을 들이는가. 결국, 그 많은 스켈레톤 중 하나가 될지니.”
그는 다시 자신의 걸작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끼에에엑……”
“그르르르!”
“살려……”
666개의 영혼이 뒤섞인, 새로운 망령.
세 개의 머리가 한 몸통에 붙어 있었고.
몸통은 누덕누덕 붙여둔 모습이었다.
신이 창조해낸 피조물을 자신의 입맛대로 뒤엉켜 놓은 그 모습에.
호라이크던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클클클. 망령이여. 너의 신은 너를 버렸다. 오직 나만이 망령의 신이니……나를 받들고 나를 찬양하라!”
하나 조각조각 기워진 그 망령은 고통의 소음만 내뱉을 뿐이었다.
“까아아아악!”
“컹! 컹!”
“더 이상 이승은 싫어……죽여 줘!……”
그러나 그 고통의 울부짖음이, 호라이크던에게는 세상 최고의 음악처럼 들려왔다.
세상 최고의 쾌감을 음미하고 느끼던 그때.
갑자기 서늘한 감각이 스쳐 지나갔다.
“……!”
자신이 보냈던 망령 군주가 소멸해 버린 것이었다.
호라이크던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모가지를 돌렸다.
“대체……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 도대체 어떤 놈이 나의 성역에 발을 들인 것이길래 망령 군주가 이리도 허무하게……설마, 가우리엘인가?……”
그의 머릿속에 순간, 괴물 같은 그 천사의 형상이 떠올랐다.
불길한 감각이 온 뼈를 감쌌다.
* * *
“망령 군주다!”
어디선가 들려 온 외침.
나는 바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스켈레톤들과 싸운 지금까지의 전투는, 그저 몸풀기에 불과했다.
실제로 연합 기사단의 인원들 중 그 누구도 다친 사람이 없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조금 달라질 터였다.
호라이크던이 이끄는 군단의 진정한 힘은 바로 저놈들이었다.
‘망령 군주와 망령 군단……’
놈들이 바로 호라이크던의 진짜 공포였다.
“샤아아아!”
“스스스스……!”
영혼의 상태로 서슬 퍼렇게 달려드는 망령들.
놈들에게는 일반적으로 물리 공격이 일체 통하지 아니하였다.
그럼에도 그 공격은 또 치명적이었다.
“나, 날아온다!”
“피해!”
허공을 가르며 쏘아지는 망령의 공격은 단순하면서도 끔찍했다.
그대로 몸통 박치기하듯 날아들어서는.
슈웅!
살아있는 자의 몸을 뚫고 지나간다.
망령은 영체이기에, 놈이 지나갔다고 해서 육체에 구멍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털썩.
“이, 이럴 수가……!”
“죽었……어?”
그 단순한 돌진만으로도 한 생명을 가볍게 꺼버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여태 기세 좋게 몰아붙이던 그들이었지만.
순식간에 생겨난 첫 번째 사망자에.
그에 연합 기사단 전체의 패기가 싸하게 식어버렸다.
‘이거 분위기 안 좋은데?……’
나는 목청을 키워 그들에게 힌트를 주었다.
“준비한 것들! 지금 전부 꺼내!”
연합 기사단의 기사들은, 즉각 정신을 차리고는 내가 미리 언질을 해 둔 대응책을 펼쳐갔다.
“으, 은가루 탄! 은가루 탄을 터트려라!”
“젠장! 이, 이게 왜 안 빠져? 미친!”
“먼저 꺼낸 놈들부터 투척해! 빨리! 또 날아온다!”
한 번 성과를 낸 망령들은, 킬킬 웃는 듯싶더니 다시금 기사들을 향해 쏘아졌다.
심지어 이번에는 망령들이 전부 한 번에 날아들고 있었다!
내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멍청한 놈들! 이미 늦었다……!’
주변의 스켈레톤들을 한바탕 쓸었지만, 어디서 또 기어 나왔는지 새로운 놈들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스켈레톤을 막으면, 기사들이 당하고.
스켈레톤을 막지 않으면 내가 당한다.
그때.
디아즈가 재빠르게 나를 엄호하기 시작했다.
“로한 님! 제가 막겠습니다! 지원을……!”
역시 전투 센스가 발군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느샌가 우리 사이에는, 이 정도의 말만으로도 완벽히 의사소통이 가능한 유대감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디아즈에게 내 등을 맡기고.
솨아아아!
금빛의 찬란한 창을 소환하였다.
그 불빛이, 이 지하를 가득 메웠다.
“카드드드득!”
“키엑! 키그그그그……!”
스켈레톤들이 주춤주춤 물러설 정도의 강력한 빛.
몇몇 놈이 그 빛을 뚫고 접근했지만.
“어딜! 어림 없다!”
서걱!
디아즈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나는 왼팔의 힘을 끌어 올려, 기사들에게 날아드는 망령 무리를 향해 황금의 창을 던졌다.
기사들이 밍기적거린 덕분에.
오히려 망령들이 뭉쳐서, 일격에 몰살시키기 딱 좋은 몰이 각이 완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저렇게 몰려주면……개이득이지!’
슈우우웅!
“키엑?”
“샤아아아아아!”
번쩌어어억!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 *
일순간 망령 군단을 소멸시켜 버린 황금의 창.
그 위력은 나조차도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이, 이게 이 정도였다고?……’
망령 계열 언데드에게 일격으로 이렇게 소멸까지 시켜버릴 수 있는 스킬이 존재했던가?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절대 없었다……망령 계열 언데드는, 원작 내에서도 상대하기 까다롭기로는 최상위권이었으니까.’
물론 원작 게임 속에서는, 일격에 플레이어를 끔살 시킬 정도가 아니긴 했다.
그럼에도 치명적 데미지를 입혔고, 여전히 반격 수단은 마땅치 않았었다.
해서 대부분의 유저들이 내린 결론은……
‘안 맞고 피해 가는 법.’
그런 공략만 주야장천 올라왔던 걸로 기억을 한다.
나 역시도 망령 언데드들은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되는 위치라면 피해 다녔고.
그런데……
‘이건 거의……사기급인데?’
이 정도 수준의 위력이라면.
진짜 영혼으로 이루어진 망령 언데드들은 앞으로 내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상성을 운운할 레벨이 아니라, 그냥 압살이 가능할 정도라 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등골이 갑자기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더니.
‘음?’
스켈레톤들이 철통처럼 지키고 있던, 문이 저절로 열렸다.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끼이이익……!
열린 문틈 사이로, 암흑보다 검은 내부가 슬쩍 보였다.
영혼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오고.
“꺄아아아아악!”
이어서.
번뜩!
핏물 같은 붉은 눈동자가 그 위용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죽음 그 자체가 담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리치의 둥지에 발을 들인 필멸자들아. 내 자비를 보여, 편히 죽을 기회를 주었건만……결국 고통을 자처하는구나!”
마지막 목소리에 실린 호통에.
살기 가득 담긴 폭풍이 우리를 덮쳤다.
“크윽!”
“무, 무슨 이런 기운이 다 있는 거지?……”
“숨을 쉬기 힘들어……”
바람마저도 생명을 갉아먹는듯한 착각이 드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디버프다.’
정신 계열 광역 디버프 마법, 리치의 노래.
상대의 사기를 꺾고, 모든 능력치를 일정 시간 동안 낮춘다.
아는 사람 눈에는 보인다고.
그것은 꽤나 치명적인 마법이었다.
단순한 바람 같았지만,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마법 공격이었던 것이다.
다만 나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모르면 당하지만, 알면 대응이 가능하지.’
디버프가 걸리는 순간, 나는 곧바로 마나 버닝을 이용해 디버프 카운터를 시전하였다.
다만 아쉽게도 마나 버닝의 특성상 모든 마나를 소모하기에, 이제 두 번째 디버프는 막지 못할 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속전속결이 답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그래도 하나 다행인 게 있다면……
황금의 창은 마나와 상관이 없다는 점이었다.
솨아아아!
다시금 나의 손에 찬란한 황금빛의 창이 쥐어지고.
그것을 꽈악 쥔 왼팔을 이용해 전력의 투창을 쏘아내었다.
파아아아앙!
공기를 찢는 파공음과 함께.
허공에 일직선의 황금빛이 그어졌다.
황금의 창은 지나가는 길의 모든 악들을 녹여버리며.
마치 모세의 기적과도 같은 길을 내 앞에 놓아 주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아슬아슬하게 황금의 창을 피해낸 호라이크던이 이를 갈며.
“……!”
살기를 띈 눈동자를 번뜩였다.
놈의 그 섬뜩한 눈동자와 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