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scamm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42
42화. 이 재미있는걸, 왜?
호라이크던은 당황했다.
‘대체……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
망령 군주가 소멸했다는 것을 깨달은 직후.
호라이크던은 이곳에 가우리엘이라도 강림한 게 아닌가 생각을 했다.
해서 직접 이리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고.
그러나 막상 전장으로 나와보니, 의외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우리엘은 없었다.
그나마 얼굴을 알고 있는 놈들은……
‘제프론. 저놈 짓인가?’
감히 자신의 망령 군주를 소멸시켰을 법한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것은, 이단 심문관 제프론 밖에 없었다.
‘흥! 곧 타락될 놈이 귀찮게도 하는구나!’
제프론은 이미 호라이크던의 손안에 잡히기 직전인 놈이었다.
그의 성격을 잘 알기에 일부러 제프론의 아들 묘를 건드린 호라이크던이었다.
‘거기서 정신줄을 놓을 줄 알았는데. 용케도 버텨서 쓸데없는 짓을 벌이고 있군.’
그러나 저 멀쩡한 정신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하리라.
호라이크던은, 제프론의 영혼을 타락시키고.
그 영혼을 곱게 빚을 생각에 전율이 이는 느낌이었다.
그의 가족이 머물고 있는 이 세인트 트라발을 소멸시켜버리기만 한다면……
제프론의 영혼도 망가뜨리고 동시에 악마 군단의 대침공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을 터였다.
모든 묘지들의 유골들을 한 번에 깨우고.
또 고대 거인의 영혼까지도 손에 넣어, 망령 군주를 한층 더 키울 수 있을 것이었는데!
‘이제 내 원대한 계획이 완성되기 직전이었는데!’
무언가 일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제프론을 죽이기는 조금 아쉬웠다.
이제 거의 다 된 밥 아니던가.
조금만 더 시간을 들인다면, 세상 맛있는 걸작이 탄생하게 될 것이었다.
‘죽이지만 말고 조금 상처만 내서 일단은 쫓아내……’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섬뜩!
리치가 되고 나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죽음의 공포가 엄습하였다.
그는 붉은빛의 눈동자를 홱 돌렸다.
어느새 황금빛의 창이 정면으로 날아오고 있는 게 아닌가!
처음 보는 무기였지만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이건, 맞으면 죽는다……!’
호라이크던은 허리를 비틀고 동시에 마법으로 몸을 날렸다.
“크윽!”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황금의 창.
한데 분명 피했음에도.
‘뜨겁다. 이미 필멸자의 육신을 버린 내게 이런 통각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열기였다.
마치 영혼 그 자체를 녹여버릴 듯한 빛과 열.
더 볼 필요도 없었다.
저 자가 바로.
‘망령 군주를 소멸시킨 놈이로구나……’
호라이크던이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로한을 바라보았다.
그는 로한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디서 갑자기 뚝 떨어졌는지 알 수 없는 잡놈이……마치 가우리엘과 같은 천상의 빛을 다루고 있었으니까.
* * *
‘이걸 피하네.’
나는 내심 놀랐다.
지금껏 그 누구도 피한 적이 없었던 투창 공격이었다.
그런데 확실히 군단 참모장쯤 되니,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그래도 길은 시원하게 뚫렸다.
그 길의 끝에서 나를 노려보는 호라이크던.
간만에 센 놈을 만났기 때문일까.
최근에는 악마를 만나더라도 조금은 가라앉았던 심장이, 미칠 듯 날뛰고 있었다.
두근, 두근!
그럼에도 이전처럼 완전히 정신을 놓는 일은 없었다.
나 또한 계속해서 성장하는 중이었으니까.
나는 노기 서린 목소리로 외쳤다.
“디아즈! 제프론! 빈센트!”
“예! 로한 님.”
“준비되었습니다!”
“하명 하십시오!”
그들에게 나는, 내 뒤를 맡겼다.
“내가 직접 저놈과 끝장을 보겠다! 그러는 동안 내 주변에 그 어떤 잡놈도 얼씬 못 하게 전부 막아라! 예외는 용납치 않겠다!”
“알겠습니다!”
“걱정 마시지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 셋을 완벽하게 믿은 나는, 다른 스켈레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곧게 호라이크던에게 달려나갔다.
놈이 다시 자세를 고쳐 잡으며 내게 소리쳤다.
“크크큭! 이상한 재주 하나 손에 넣은 모양인데. 어디 그래! 보여 보아라! 힘의 격차를 보여주마!”
호라이크던이 양팔을 앞으로 화악 휘저었다.
그러자 그가 나왔던 문에서, 거대한 키메라 망령이 튀어나왔다.
온갖 영혼이 짜깁기 된 채 울부짖는 가여운 영혼이.
“키에에에에엑!”
놈은 슬픈 울음을 토해내며, 나를 향해 돌진했다.
‘이 정도는 내 뒤의 셋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군.’
디아즈가 많이 성장했다고는 해도, 아직 나를 완전히 따라온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가장 강한 호크라이던은 내가 상대하고.
이 중간 보스 같은 놈은 디아즈와 제프론, 빈센트 기사단장에게 맡기는 게 옳았다.
내가 직접 하는 게 더 깔끔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디아즈도 이 정도쯤은 해낼 수 있을 터였다.
계산을 마친 나는, 그대로 달려나가 키메라 망령과 최대한 가까이 붙은 후.
힘껏 바닥을 왼팔로 짚고 튀어 올랐다.
키메라 망령 머리 너머로.
부웅!
순간 목표물을 잃은 키메라 망령은.
갑자기 방향을 트느라 멈칫거렸고.
그 틈을 놓칠 디아즈, 제프론, 빈센트 기사단장이 아니었다.
그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은 가루탄을 던졌다.
펑, 퍼펑!
“키엑! 케에에에엑!”
은 가루에 범벅이 된 놈은, 잠시 동안이지만 은검으로 벨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푹! 푹! 푸욱!
내 등 뒤에서 깔끔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그들을 믿고 돌아보지 않았다.
오로지 호라이크던에게 집중할 뿐.
호라이크던의 시선 역시 나를 쫓았다.
“건방진!”
놈은 다시 팔을 앞으로 뻗고 주문을 외웠다.
그의 앞에 뾰족한 얼음 조각들이 수없이 생겨났다.
쩌저적!
그리고는 나를 향해 일제히 쏘아졌다.
핑! 피잉!
살벌한 소리를 내며 날아드는 얼음 조각.
한껏 예민해진 감각과 제3의 눈이 그 얼음 조각들을 천천히 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왼팔을 휘둘러 그 반동으로 몸을 비틀었고.
샥! 샤샤샥! 샤샥!
빗발치는 얼음 조각의 빈 공간을 절묘하게 스쳐 지나갔다.
두 번의 공격이 연달아 실패하자.
호라이크던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내 눈에는 그게 선명히 보였다.
이번에는 내 턴이었다.
호라이크던은 팔을 교차하며, 이번에는 배리어를 세웠다.
자신의 공격 턴이 끝났고, 수비를 해야 한다는 걸 바로 간파한 모양이었다.
나는 속도를 유지한 채 날아가.
왼팔을 그대로 힘껏 휘둘렀다.
쿠우우우우웅!
배리어 위에 그대로 강타한 주먹질.
지금까지 보여 준 모든 공격 중 가장 원시적인 공격이었지만, 오히려 그 원시적인 직격이 더욱 공포감을 키워주었다.
지이이잉……
하나 아쉽게도 단 한 방에 배리어가 깨지진 않았다.
나름 네임드라 이건가?
하지만 손에 충분히 감각이 있었다.
‘원래 호라이크던 보스전 때도, 한 방에 끝내지는 못했지. 그러나 충분히 데미지를 쌓아주면 어떨까?’
오히려 네임드라는 부분이 내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분도 있었다.
지금까지처럼 잡놈들은 공략법을 알지 못했지만……
‘네임드 보스들은 공략법을 알고 있지.’
배리어 방어 턴.
그 이후에 나올 공격 역시 이미 알고 있었다.
“진정한 공포로 굴복시켜 주마!”
놈은 입을 쩌억 벌리고는.
시퍼런 광선을 내뿜었다.
콰아아아아아!
‘오른쪽부터!’
나는 재빠르게 왼쪽으로 몸을 굴렸다.
내 뒤를 노리던 스켈레톤이 그것을 맞고는.
쩌저적!
순식간에 얼어붙어 파사삭 깨졌다.
‘후! 실제로 보니 살벌하네.’
저건 원작에서도 한 번 잘못 맞으면 풀피도 한 방에 보내버리는 즉사기였다.
대신에 조금 피하기는 쉬웠지만……
그것도 실전이 되니 살 떨리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래도 패턴은 아니까!’
다음은 아래!
콰아아아아아!
나는 뒤로 몸을 날려, 서리 광선을 피해내었다.
나를 쫓아오는 광선을 따라, 바닥마저 얼어붙었다.
지독한 냉기가 폐부를 파고드는 것 같았다.
두 번의 서리 광선이 이어졌으니.
다시 재충전 타이밍이 돌아왔다.
나는 그것을 예상하고, 반 박자 먼저 달려나갔다.
타탓!
놈이 눈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어디 덤벼 보아라!”
나 역시 맞받아쳤다.
“원한다면!”
놈은 내가 다시 주먹질을 할 거라 생각한 모양이지만.
원래 예상은 깨라고 있는 법.
나는 오른팔을 휘둘러.
공간째 놈의 배리어를 베어버렸다.
서걱!
“이, 이, 이 무슨……!”
배리어 격파 성공.
이러면 다음 2 페이즈로 넘어갈 터였다.
원작에서는 보통 여기까지 넘어오는 데만 해도 꽤 오랜 시간이 들었다.
그런데 고작 몇 초 사이에 그걸 뚫어버렸다.
해골 대가리라 알아보기 쉽진 않지만, 아마 놈도 꽤나 당황한 듯 보였다.
“무엄하도다!”
놈은 2 페이즈 패턴.
온 몸을 감싸다가 사방으로 터트리는, 서리 폭발을 시전할 차례였다.
‘끝내고 싶지만……차근차근 해야지.’
원래 보스 공략은 한 대만 더 치려고 성급하게 공격하다가 당하는 법이었다.
진정한 고인물일수록 빠질 땐 빠지는 게 현명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얼른 뒤로 몸을 날리며 다시 놈과 거리를 벌렸다.
‘이 패턴도 만약 모르고 덤볐으면, 죽었을지도 모르겠군.’
적을 안다는 게.
패턴을 꿰고 있다는 게 정말 큰 차이를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냉정하게 식은 머리로, 한 스택 한 스택 쌓아가다 보면 결국 승리는 내 것이 될 것이었다.
딱 범위 바깥에 서서 멈추자.
퍼어어엉!
타이밍 좋게 호라이크던이 서리 폭발을 터트렸다.
그 즉시 나는 또 공격을 위해 파고 들어갔다.
호라이크던은 이를 갈았다.
“어, 어떻게 내 움직임을 미리……! 미래라도 보는 것인가?……”
물론 놈이 길게 고민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내가 다시 거리를 좁히고 있었기에.
“구울이여! 일어나라!”
이건 조금 귀찮은 패턴이었다.
구울을 소환하는 마법이었는데, 일반 구울이 아니라 톡 건드리기만 해도 자폭해버리는.
‘자폭 구울 소환 패턴.’
검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나와 같은 스타일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패턴이라 할 수 있었다.
따로 준비해 온 투척류 아이템이 없으면 아예 공략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될 정도였다.
폭발 데미지가 워낙 살벌했던 탓에.
궁수라 하더라도 쉽지는 않았다.
숫자가 숫자인지라.
그런데도, 그걸 아는데도, 나는 투척류 아이템을 구해오지는 않았었다.
대신.
파지직……! 치직! 쩌저저정!
검은 번개의 반지가 있었으니까.
펑! 퍼펑! 퍼퍼퍼펑!
검은 번개가 사방으로 뿌려지며, 놈들을 튀겼다.
톡 쳐도 터지는 놈들이기에 순식간에 박멸이 되었다.
“이, 이럴 수가……!”
호라이크던의 눈동자에 공포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놈은 다시 배리어를 펼쳤다.
이걸 공간 베기로 날려버릴 수 있지만……
나는 악마가 벌벌 떠는 그 광경을 보고 싶었기에, 직접 배리어를 거신병의 왼팔로 두들기기 시작했다.
배리어를 향해 날아드는 나의 진심 연타.
쾅! 쾅! 쾅! 쾅! 쾅!
복잡한 계산 따위 없었다.
제깟게 언제까지 버티겠는가.
치다 보면 깨지겠지.
이 배리어에도 일종의 체력 같은 게 존재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채 몇 초도 흐르기 전에 순식간에 몰아치는 고강도 펀치에.
쩌저적.
배리어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호라이크던이 당황을 하며 주변을 살폈다.
“누, 누가 이리 오너라!”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내 뒤를 맡은 이들은, 감히 그런 허술한 실수를 할 멍청이들이 아니었으니까.
예상대로 호라이크던을 도우러 오는 지원군은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었다.
“이, 이런……! 머, 멈추어라!”
나는 히죽 웃어 보였다.
“이 재미있는걸, 왜? 크하하하하!”
“히, 히이익……!”
“이게 얼마나 더 버티나, 보자고!”
신명이 나서 절로 하얀 치아를 드러내었다.
쾅!
쩌저적……쨍그랑!
배리어를 부수며.
그리고는 눈을 부릅떴다.
오른손에는 황금의 창을 소환한 채로.
“이것도 피해 보시지?”
멀리서 던지는 건 잘 피하던데…..이번 건 어떠려나?
당연하게도, 조금 힘들 것 같아 보였다.
놈의 공허한 눈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니.
“어어억……! 아, 안돼……!”
“응. 돼.”
푸욱!
“키에, 키에에에에엑!”
온 레어를 울리는 소름 돋는 비명과 함께.
호라이크던의 두개골이 꿰뚫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