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scamm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67
67화. 내가 좀 청개구리라서
헤세테의 왕궁에서는.
은밀하게 최고 위원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안건은 단 하나.
제 3 왕자의 향후 거취 관한 건이었다.
말이야 향후 거취이지, 실상은 3 왕자를 죽일지, 살릴지를 결정하는 마지막 자리.
그 가장 상석에 침울한 얼굴의 국왕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하. 아뢰옵게 송구하오나, 이제 더 시간을 끌기에는 위험합니다. 주변 인접국에서 3 왕자 저하의 상태를 알기라도 하는 날엔……악마를 숨긴 왕실이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언제까지고 숨길 수는 없는 법입니다. 또한……”
대신은 짧게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차도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또 반대편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모든 방법을 찾아본 건 아니지 않습니까!”
“포기하면 악마 놈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입니다. 이대로 굴복하지 않음을 똑똑히 보여야 하옵니다, 마음을 다지소서 전하!”
“저희들이 더 열심히 방도를 찾아보겠나이다!”
몇 시간째 회의가 이어졌지만.
결론은 도돌이표였다.
똑같은 이유의 반대와, 똑같은 이유의
마르지오 3세는 이마를 감쌌다.
다 맞는 말이다.
그래, 양쪽 다 맞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쉽게 결단이 서질 않았다.
이 헤세테 왕국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이 헤세테 왕국의 위명 하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해.
그들을 생각한다면 과감히 3 왕자의 목을 치고 왕국의 단호함을 보여주는 게 옳았다.
그러나 국왕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아비로서.
자식의 목을 치라는 말은 차마 목구멍을 넘어오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끌린 것이 벌써 3주가 넘어가고 있었다.
곧 있으면 한 달.
대신들 역시 슬슬 불안해하는 낌새들이 보였다.
‘내가 똑바로 서야 국가가 흔들리지 않는다……’
마르지오 3세의 근심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처음에야 그 역시 아들을 살리기 위해, 오히려 더 강인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희망은 깎여나갔고.
지금에 와서는 이제 아들을 놓아주어야 하는 게 맞지 않는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지쳤던 까닭이었다.
감옥보다 더 깊은 곳에 가둬 둔, 악령에 씌어 매일 비명을 질러대는 아들.
혹여 밖으로 새나갈까 매일매일 피를 말리는 시간.
3 왕자의 모습에 점점 미쳐가는 왕비.
모든 게 지옥 같았다.
그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하루만 시간을 더 주시오. 그럼 내 결단을 내려 오겠소.”
“……”
“……”
그 강대하던 국왕이 저리 나약한 모습을 보이니.
결국 대신들 역시 한발 물러섰다.
“망극하옵나이다.”
“망극하옵나이다, 전하.”
하나 고민을 한다고는 했지만, 이미 마르지오 3세의 결단은 어느 정도 선 상태였다.
‘이제 우리 미오르를……더 붙들고 있는 것도 욕심이겠지.’
회의가 마무리되던 그 시점에.
국왕의 심복이 가까이 다가와 바깥의 소식을 전했다.
“전하. 크뢰이튼 경이 뵙기를 청한다 합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콰앙!
마르지오 3세가 거칠게 탁상을 내리쳤다.
“뭐? 내 분명 다시 찾아오면 멱을 따버리겠다고 했거늘!”
국왕의 분노에, 모두가 눈치를 보기 바빴다.
그나마 가장 국왕의 측근인 해리스 백작이 조심스레 의견을 전했다.
“전하. 크뢰이튼 경이 떠나던 날, 분명 그는 큰 실망을 하며 저 문을 제 발로 걸어 나갔었습니다. 자신이 가져온 수단들이 전부 막혔기 때문에 말입니다.”
“……”
마르지오 3세는 분노에 찬 얼굴을 하면서도.
주먹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해리스 백작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제가 알고 있는 크뢰이튼 경은 결코 대책 없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철저히 계산하고,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학자입니다. 그런 그가 다시 뵙기를 청한다는 것은 분명 무언가 다른 길을 찾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다른 길이라고? 그런 게 아직 남았을 거라 생각하는가?”
해리스 백작은 소식을 가져온 자에게 물었다.
“이보게. 크뢰이튼 경에게 전과 다른 점이 혹시 없던가?”
“예. 실은……처음보는 이들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처음 보는 이들이라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함께……”
그는 품에서 자그마한 증서를 꺼내어 내밀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르겐트……재상?……”
그 증서에는 연금술의 강대국, 발트라스 왕국의 권위자.
재상 가르겐트의 이름이 써 있었다.
감히 누가 저 인장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지금껏 살아오며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증서였다.
마르지오 3세는, 그것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뭘 데려온 것인가……크뢰이튼.’
* * *
‘어차피 이곳 헤세테 왕국이 아니면 쓸 수도 없는 물건이었으니까.’
나는 가르겐트 백작이 준 인장을 쓴 걸 아까워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 인장은, 헤세테 왕국에서 편하게 움직이라고 만들어 준 것이었으니.
더불어 국왕을 다이렉트로 만나게 해주었으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도 남은 정도였다.
그 인장 덕분에 나는 별다른 제재 없이 이곳 국왕 응접실까지 안내를 받았다.
“이건 또 예상 밖이로군. 설마하니 그 까탈스러운 가르겐트 재상의 공증서까지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덕분에 피를 보진 않아서 좋긴 하오만……”
실제로, 내가 인장을 꺼내기 직전의 분위기는 굉장히 살벌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병사들이 크뢰이튼에게 살기를 보인 까닭이었다.
거기에 또 크뢰이튼은 마법을 써서라도 그들을 뚫으려 했고.
‘그냥 말이 아니라, 진짜 진짜 피를 볼 뻔했지.’
크뢰이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면 볼수록 놀랄 일 뿐이니 이것 참……다른 이들이 나를 보고 그러더이다. 볼 때마다 사람을 놀라게 한다고. 그대를 보니, 날 보던 다른 이들의 심정이 이제야 이해가 가는 느낌이오.”
그런 감각이 딱히 궁금하진 않았기에.
나는 앞에 놓인 차나 홀짝였다.
확실히 왕실에서 나오는 차라 그런지 향기가 꽤나 좋았다.
몇 모금 음미를 하다 보니……
“크뢰이튼 경.”
국왕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의 표정은 딱 봐도 굉장히 불쾌해 보였다.
“무슨 일을 벌인 것이오? 또 3 왕자를 죽이겠다고 돌아온 것이오? 가르겐트 백작의 위상을 등에 업고서?!”
그 물음에는 꽤나 많은 의미가 담긴듯하였다.
그들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묵은 감정이 아직 심각해 보였다.
“……”
둘 사이의 대화가 이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내가 다시 나섰다.
“가르겐트 백작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더 달았다.
“아직은, 말이지.”
그 말을 들은 마르지오 3세의 살기 가득한 눈이 내게 향했다.
“지금 그 말. 협박인가? 감히 내게?”
“협박으로 들린다 해도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다? 제아무리 가르겐트 재상의 이름이 걸려 있더라도 좌시할 수 없는 발언이로다!”
“나 역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좌시할 수는 없다. 일곱 기사단의 일원으로서!”
그에 처음으로 마르지오 3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일곱 기사단……이라고?”
“그리고 악을 처단할 의무를 가진, 이단 심문관으로서도.”
“무슨……그 두 직책을 모두 가진 자는 없다.”
“없었다, 겠지.”
“그, 그대가……정녕……!”
마르지오 3세는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크뢰이튼을 노려보았다.
“그리 내 아들을 죽이고 싶었소? 결국 바깥으로 다 떠벌리고는 외부인까지 끌어들이다니! 내가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 그리 부탁을 하지 않았소, 크뢰이트으은!”
“그렇지 않다는 것, 알고 있지 않소.”
“알고 있느냐고? 전혀! 전혀 모르겠소이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수백 년 묵은 가슴 속에 대체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말이오!”
또 이야기가 옆으로 새 나가자.
나는 그 둘의 사이를 가로막아 섰다.
“둘 사이에 오해가 있든, 풀 게 남았든. 내 알 바는 아니다. 3 왕자에 빙의 된 그 악마 놈만 없애고 싶을 뿐.”
“악마만……없앤다고? 그게 가능한 소리인가?”
“믿기 싫으면 말고. 그냥 돌아갈까? 물론 내가 이대로 돌아간다면, 결국 언젠가는 나 아닌 다른 자들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 찾아오는 이들이 나와 똑같은 방법으로 일을 처리할 거란 보장은 못 하겠군.”
“……”
그제서야 마르지오 3세의 이성이 조금은 돌아온 모양이었다.
“그대를 믿으면……가능하고?”
“물론 공짜는 아니다.”
“……내게 무엇을 원하지?”
“무엇이든 내어 놓을 수 있는가? 그대의 아들 목숨 값으로. 그 어떤 대가라도 지불할 각오가 있느냐는 말이다. 그 각오를 보여라.”
당연하게도, 그런 의식 같은 행위는 필요 없었다.
단지 마법사의 왕국인 이 헤세테 왕국의 국고라면……
‘아직 ‘그게’ 남아 있을 거 같으니까.’
나는 가만히 국왕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마르지오 3세는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그 어떤 것이든 지불할 각오가 되었소. 설령 그게 내 영혼이라 할지라도!”
어……영혼?……
그런거는 필요 없는데.
어쨌든, 대가를 준다고 약속도 받았으니.
“왕자에게로 나를 안내하라.”
그렇게 우리는, 3 왕자가 갇혀 있는 지하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3 왕자는 침대에 누운 채 팔다리가 쇠사슬로 구속이 된 모습이었다.
‘첫인상부터 강렬하네.’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 시퍼런 핏줄이 다 드러나 보이고 있었고.
눈은 초점도 없이 부릅뜬 상태였다.
덜컹! 덜커덩!
“풀어! 풀어 이 새끼들아! 하하하하! 이걸로 감히 나를 묶어 둘 수 있을 성 싶으냐? 아니! 어림도 없음이야!”
연신 팔다리를 팔딱팔딱 거리며 난동을 멈추지도 않았다.
딱 악마에 홀린 인간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빛이 들지 않는 지하의 어두컴컴함과, 퀘퀘한 냄새마저 어우러지니.
볼쾌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국왕인 마르지오 3세는 복잡한 심경의 표정으로 자신의 아들을 쳐다보았다.
그런 아들을 남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창피함과.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한탄과.
그리고 구원을 내려주지 않는 신에 대한 원망.
그 모든 게 뒤섞인 얼굴이었다.
마르지오 3세는 3 왕자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나를 보지 않고 물었다.
“정말……가능한가?”
나도 딱히 그를 보지 않고 대답했다.
“안될 것이었으면 처음부터 오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그대로 3왕자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하하하하하! 뭐 어쩌려고? 날 해방시키려면, 목을 치라니까? 난 죽고 싶다니까? 크하하하! 죽이라고! 죽여어어!”
“글쎄. 내가 좀 청개구리라서. 하라고 시키면 하기 싫더군.”
나는 그의 머리를 누른 손에 힘을 빡 주었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