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hird son of a failure RAW novel - Chapter (100)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100화(100/2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 100화
이후 정식 기사를 뽑는 시험으로 전환되는 틈을 타 멀찍이 서 있던 내게 길레인이 찾아왔다.
“공자님.”
내게 다가온 길레인의 모습에 나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기사단장님, 오랜만입니다. 영지에 돌아오고 나서 처음인가요?”
“예. 한번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찾아도 제가 찾아뵈었어야죠! 죄송하실 것 없습니다.”
“그러면 지금 만났으니 괜찮은 것으로 하지요. 영지 밖으로 나가셨던 일은 잘되셨습니까?”
“그럭저럭요.”
안부를 주고받은 길레인이 사람 좋은 미소로 나를 바라봤다.
“좀 전 수련 기사 시험에서 삼공자님의 무위, 잘 보았습니다. 파격적이긴 하나 그래도 열의를 갖고 찾은 후보생들이니 좀 어울려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백작님이 사전에 이야기 없이 갑자기 정하셨으니 기분이 상하셨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백작님의 지원은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악의 없는 길레인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넙죽넙죽 주는 대로 받아먹는 성격은 못 되어서 말이죠. 그래서 백작님은 따로 아무 말씀도 없었습니까?
“딱히 별말씀은 없으셨습니다만.”
까슬까슬한 턱수염을 한 차례 만지작거린 길레인이 재차 입을 열었다.
“답변은 잘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린다이어 백작이 만들어 주는 무대는 거부하겠단 내 의사가 확실히 전달된 모양이었다.
“그렇습니까?”
“밥상을 차려 줘도 걷어차는 놈인 줄은 몰랐다고 덧붙이셨고.”
“걷어차긴 했지요.”
“나름 백작님으로선 삼공자님을 인정해서 내린 조치였을 겁니다. 너무 기분 나빠 하지는 마시죠.”
“알겠습니다.”
“곧 정식 기사 시험이 열리겠군요.”
길레인의 시선을 좇자 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정식 기사 후보생은 몇 명이 있습니까?”
“공자님을 제외하면 단 한 명입니다.”
단 한 명뿐이라.
“상당히 적군요.”
“이미 만들어진 기사는 구하기 힘든 법이니까요.”
하긴, 이미 실력을 갖춘 기사는 각지의 영주들이 금은보화를 싸 들고 영입하려 애쓴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을 길러 주고 후원해 준 곳에 신의를 다하기 위해 몸을 맡기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바람기사단도 매년 수련 기사를 뽑아 길러 내는 방식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
“참, 백작님께 듣기로는 이미 마나를 다루시는 경지에 이르셨다고?”
“예.”
놀랄 만한 이야기임에도 길레인의 표정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긴, 길레인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이미 앞선 수련 기사 후보생들과의 대련에서 내 실력을 눈치챘겠지.
“축하드립니다. 예전부터 삼공자님이 범상치 않았음을 느꼈었죠.”
“감사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험에선 어디까지 도전하실 생각입니까?”
“하는 데까지 해 봐야지요.”
내 말에 길레인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기대되는군요. 저도 공자님의 솜씨를 겪어 볼 기회가 있을까요?”
정식 기사의 시험 방식은 바람기사단의 최말단부터 대련을 시작해 차례차례 꺾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꺾은 숫자만큼 차후 기사단에 입단한 뒤 입지를 보장받는, 일종의 랭킹전을 펼치는 것이라 보면 간단하다.
“단장님과요? 그 전에 바랑카 부단장부터 꺾을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아, 딱히 부단장을 무시한 발언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삼공자님이라면 올라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을 뿐.”
“과대평가이십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삼공자님을 과소평가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날카로운 말을 던진 길레인이 이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다시 떠났다.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전에는 없던 호승심이 살짝 이는 게 느껴졌다.
‘길레인 에스테반, 엑스퍼트 상급.’
바람기사단의 최고의 실력을 지닌 기사에게만 주어지는 이명, 삭풍(朔風)의 기사.
그 이명을 가진 길레인과 나와의 격차는 어느 정도일까.
전에는 아예 검을 맞댈 엄두조차 나지 않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도 몇 합 정돈 겨룰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그때 나를 습격했던 검은 머리 녀석은 엑스퍼트 최상급의 실력이었으니.’
길레인이라면 그 녀석과 비교군으로 삼기엔 더없이 적합하다.
‘좋아.’
결정을 내린 나는 멀어져 가는 길레인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 * *
정식 기사를 선발하는 시험이 시작되었다는 알림이 나오자 모인 모든 영지민이 숨을 죽인 채 지켜보았다.
아마 그들이 지금 기다리고 있는 건 앞서 기이한 모습을 보여 주었던 나겠지.
그렇게 적막만이 흐르는 가운데, 나는 성큼성큼 걸음을 내디뎌 단상 앞으로 향했다.
“소속과 신원을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밝혀 주시오.”
시험 집행자의 말에 나는 느릿하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린다이어 백작가의 삼공자 카인 린다이어가 왕국의 방패이자 정당한 북부의 군주, 레인 린다이어 백작님에게 인사 올립니다.”
내 인사에 백작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본 집행자가 말을 이었다.
“적법한 절차를 밟아 이번 바람기사단의 정식 기사로 입단을 희망한 카인 린다이어는 시험에 응시할 준비가 되었는가?”
집행자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들어 백작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예. 다만, 한 가지 청을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요청이라고 했습니까?”
보통이라면 간단히 수긍한 뒤 진행되는 절차를 밟았겠지만 나는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오만함을 버리고 순수한 열정을 본받으란 의미로 바람기사단의 뿌리들로부터 시작해 가르침을 청해야 마땅한 줄 알고 있으나.”
한 템포 쉬고.
“이미 저는 바람기사단 소속의 기사들과 교류가 적지 않았던 바, 그리고 제가 가진 신분과 직위의 특수성을 따져 본다면 도리어 호된 교훈과 질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바, 하여 바람기사단의 정신적 지주를 시작으로 뿌리까지 아우르는 가르침을 요청하겠습니다.”
쉽게 말해 자질구레하게 말단부터가 아닌, 기사단의 수장부터 시작하겠다는 말이었다.
내 말의 파급은 생각보다 천천히 찾아왔다.
백작의 눈썹이 꿈틀거리고, 부단장 바랑카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으며, 길레인의 입가엔 미소가 깃들었다.
그리고 비로소 내 말뜻을 이해한 영지민들이 그간의 침묵을 버린 채 함성과 박수를 내질러 왔다.
“와아아아-!”
“삼공자의 용기에 찬사를!”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전통적인 관례를 들먹이기도 힘들게 되었다. 모인 영지민들은 입을 모아 내가 말한 방식을 응원하며 바라고 있었으니까.
“카인 린다이어. 네 요청을 승낙하겠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백작이 나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호된 교훈과 질책이라…… 기사단장!”
“예.”
백작의 부름에 옆에 시립해 있던 길레인이 앞으로 나섰다.
“원하는 바를 들어주게.”
“명령, 받들겠습니다.”
길레인이 단상에서 한달음에 뛰어 내 앞에 내려서자 그 모습에 주변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은 배가 되어 울려 퍼졌다.
“영주님 만세-!”
“기사단장님의 검에 축복을!”
하긴, 영지민들 입장에선 평생 살면서 보기 힘든 기사단장의 무위를 눈앞에서 볼 기회일 테니까.
“이런 식으로 제 요청을 받아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내 앞에 선 길레인이 빙긋 웃었다.
“이왕 시험 보는 거, 제대로 해 봐야죠.”
“제가 마지막으로 삼공자님의 실력을 본 게 칼날 노래 부족 토벌 때였습니까?”
“그런가요.”
“당시 레인저들을 혼내 주던 삼공자님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길레인이 천천히 검을 뽑기 시작했다.
“그때보다 얼마나 성장하셨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에 나 또한 검을 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에 부응해야 할 텐데요.”
“이렇게 된 이상 천천히 즐기고 싶습니다. 가볍게 시작하시죠. 열 번을 양보하겠습니다.”
“…….”
열 번을 양보하겠다고?
이건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
‘그러다 큰코다칠지도 모르는데, 길레인.’
방어 따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열 번의 공격 기회라니. 그만큼의 격차를 보여 주겠다는 생각은 알겠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잖아.
이를 악문 채 나는 땅을 박차 길레인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렇게 드넓은 기사단 연병장에 나와 길레인만이 거리를 벌려 섰다.
‘마나를 다루는 것만큼은 허용이랬지.’
정식 기사의 입단 시험이니만큼 당연히 마나를 다루는 실력은 갖추고 있을 테니 그것에 제한을 두진 않았다.
단, 검에 마나를 입히는 것만큼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오러는 자칫하면 목숨까지 앗아 갈 수 있는 위험한 힘이기에.
‘그렇다면 할 만하지.’
숨을 깊게 들이쉬자 마나하트가 뜨겁게 달궈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이내 온몸 구석구석 미증유의 힘이 깃들었다.
‘열 번이라고 했나?’
여전히 길레인의 얼굴은 평온했다.
저 평온한 표정을 뒤바꿔 버리고 싶은 열망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찼다.
“흐읍!”
간단한 기합과 동시에 땅을 박차 높게 뛰어오른 나는 양손으로 거머쥔 검을 높이 치켜 들었다.
‘그 말, 후회하게 해 주지.’
곧게 세운 검에 떨어지는 속도가 합쳐져 마치 하얀 유성우처럼 내리꽂혔다.
그때까지도 가만히 있던 길레인은 슬쩍 뒤로 물러서며 검을 뽑아 내었고.
카아앙-!
거친 금속음과 함께 다시 눈을 뜬 나는 허공을 날고 있었다.
‘뭐야?’
정신을 차리자 머리부터 땅에 떨어지기 직전이라 급히 몸을 뒤틀며 착지했다.
자세를 수그린 채로 고개를 들자 길레인이 내게 무어라 말하는 입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한 번.’
그제야 길레인이 내 공격을 쳐 냈고, 그 여파를 못 이긴 내가 뒤로 나가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
솔직히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애초에 저렇게 빠른 속검(速劍)은 로르다인에게서도 못 겪어 봤다.
‘로르다인 그 양반은 광전사에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못 본 건 못 본 거다.
직감이 들었다. 열 번은커녕 백 번의 기회가 있어도 난 길레인의 옷깃조차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하는 데까진 해 봐야겠지.
땅을 박차 길레인을 향해 쇄도했다. 이후 사정권 안에 들어옴과 동시에 검을 상하좌우 네 번 흩뿌렸다.
하지만 네 번의 공격은 네 번의 금속음으로 끝났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포기하지 않고 검을 휘둘러 지그재그로 선을 그렸다.
카가각!
강철이 맞물리며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길레인이 내 검로를 순간 역순으로 되돌려 그대로 맞받아쳐 냈다. 그 짧은 사이에 내 경로를 모두 읽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아홉 번의 기회를 써 버렸고, 남은 건 단 한 번이었다.
그러나 앞선 공격은 그 마지막 한 번을 위한 초석이었고,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나직이 되뇌었다.
“내 검은 바람이다.”
베인 린다이어의 힘을 끌어내는 무훈가의 첫 구절이었다.
뒤이어 순간 세상이 적막해지며 내 영혼에 무언가가 무겁게 자리 잡음이 느껴졌다.
「 내 검은 바람이다 」
베인 린다이어의 화신이 내 몸을 잠식했다.
이후 온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그 격렬한 움직임에 근육이 비명을 내질렀다. 동시에 시야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눈의 실핏줄이 터져 나간 듯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은 순간이었고, 이내 내 손이 뻗어 낸 검은 하얀 섬광이 되어 길레인을 향해 날아갔다.
통렬한 한 줄기의 섬광, 일섬(一閃)이었다.
“크흠?”
당황한 길레인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미 하얀 섬광은 이미 내 손을 떠난 직후였다.
콰아앙-!
손끝을 따라 강렬한 충격이 전해졌다. 주위론 미처 뒤따르지 못했던 흙먼지가 뒤늦게 일어 시야가 흐려졌다.
“…….”
“…….”
모인 관중들을 비롯해 바람기사단원, 그리고 린다이어 백작까지 숨을 죽인 채 지금 이 상황을 주시하는 게 느껴졌다.
“커억…….”
하지만 그들이 바라는 이변은 없었다.
흙먼지가 가시면 그들이 발견한 내 모습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피를 토하는 모습뿐이겠지.
“삼공자님.”
하지만 내 공격이 실패한 것에 불만은 없었다.
내 공격을 비껴 내던 길레인의 어깨엔 아주 희미한 상처와 함께 흐르는 피가 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