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hird son of a failure RAW novel - Chapter (145)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146화(146/2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 146화
“여, 여기야.”
자신을 칼란다트라 소개한 녀석이 나와 일리아를 데리고 향한 곳.
그곳은 녀석의 거처로 보이는 곳이었다.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작고 아담한 통나무집이 숲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다. 이야기만 들어 보면 꽤 낭만적일 것 같지만, 실상은 산골짜기에 버려진 흉가나 다름없는 분위기다.
“여기는…….”
“내, 내 집.”
뜬금없이 이게 무슨 집들이람. 그것도 금방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은 흉가로.
조용히 내 옆을 바라보니 일리아 또한 해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 밖은 밤이라 추, 춥기도 하고…….”
칼란다트의 더듬거리는 말에 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 참 고마울 데가.”
“헤, 헤헤…….”
내 칭찬에 쑥스러움을 담아 옆머리를 긁적이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이런 전개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처음 이곳으로 향할 때 많은 생각을 했다.
놈이 순순히 협조해 오지 않는다면 차후엔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이다.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고, 또 그 계획들이 실패했을 때의 대처도 세웠다. 모든 걸 예상 범주 내에 집어넣으려 했으며 실제로도 그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틀렸다.
세상에 인간에게 겁먹고 부끄러워하는 드루이드라니? 게다가 초면에 만나자마자 집에 초대하는 건 또 뭐고.
이놈이 정말 혼혈이 아니라 순수한 드루이드라면 아마 돌연변이가 틀림없을 거다.
끼익-
천천히 걸어간 녀석이 오두막의 문을 열자 경첩이 아우성을 질러 댔다. 정말이지 한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집이다.
“누, 누추하지만…….”
인간이나 쓸 법한 상투적인 표현으로 나와 일리아를 안에 들인 칼란다트는 우릴 거실로 안내하곤 테이블 옆에 앉았다.
뭐,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그래도 의도만 본다면 나쁜 녀석은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귀족가 특유의 가식적인 분위기가 없기에 나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이 집에 의자라곤 녀석이 차지한 것 하나밖에 없다는 거겠지.
“…….”
“…….”
뭐 어쩌라고?
그렇게 녀석과 우리가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기를 잠시,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녀석이 잰걸음으로 황급히 집을 뛰쳐나갔다.
졸지에 주인 없는 집에 덩그러니 남겨진 나와 일리아는 잠시 시선을 교환하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공자님.”
“더는 말하지 마. 나도 머릿속이 복잡하니까.”
“…….”
머리가 지끈해지는 기분에 엄지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집을 쭉 둘러보았다.
정말이지, 사람이 사는 곳이라곤 믿을 수 없는 집구석이다. 천장엔 거미가 대롱대롱 달려 있고, 침대 밑에는 생쥐 두어 마리가 찍찍대며 나를 올려다본다.
환장하겠네. 대체 녀석이 뭐 하는 놈인가 싶다.
혹시 녀석이 나를 속인 게 아닐까? 사령술사가 맞긴 한 건가?
사령술사라 함은 뭔가 비상한 머리로 남을 간계에 빠트리는, 그런 인텔리적인 면모가 느껴지는 직업군이 아니었나?
스멀스멀 피어오른 불신감에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집 내부를 둘러보던 그때였다.
‘으음?’
구석에 방문으로 보이는 게 있었다.
하긴, 밖에서 보았던 집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거실이 지나치게 작기는 했다. 그렇다면 저 방은 상당히 커다랗다는 뜻인데.
침실인가? 하지만 침대가 거실에 있는데.
그렇다면 창고? 하지만 창고가 필요하다면 보통은 집 밖에 따로 만들지 않나?
솟아오른 의문에 슬쩍 문으로 다가갔다.
“……공자님?”
남의 집에 초대받아 놓고 그렇게 함부로 들쑤셔도 되냐는 듯한 부름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솔직히 너도 수상하잖아. 안 그래?”
“…….”
처음엔 뭐라 반박하려던 일리아가 이내 입을 꾹 다물고는 고개를 살짝 돌려 외면한다.
그럼 그렇지. 칼란다트가 정말 제대로 된 녀석인지 의심스러운 건 일리아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어쨌든 그 어리숙한 겉모습 뒤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 그냥 넘어갈 순 없다.
결정을 내린 나는 손잡이를 잡아 돌렸고.
끼릭-
이후 열린 문 안에 자리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었다.
거실 창문으로 들어온 달빛은 그저 문 어귀만 희미하게 밝혀 줄 뿐이었다.
그래서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어두울 수가 있는 건가?
‘아예 창문조차 없나 본데.’
보통이라면 환기를 위해 창문 하나 정돈 필수일 텐데 말이지. 이렇게 큰 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혹시 뭐라도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순간 그 바보 같은 녀석의 진면목을 알아낼 수 있단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무렴.’
그런 능력을 가졌는데 어수룩한 바보일 리가 있나.
이런 음흉한 자식. 그런 얼굴로 헤헤 웃기나 하고 말이야.
승리의 미소를 지은 나는 방 한가운데로 들어서며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방 안이 어두운 건 상관없다. 애초에 나는 어둠으로부터 면역인 몸이니까.
조용히 암안이 개안되며 서서히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다른 사람이 내 눈을 본다면 먹물이 퍼져 나가는 듯하겠지.
불과 몇 초 사이에 완전히 어둠에 적응한 나는 의기양양하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방 안 풍경은 내 예상과 달랐다.
생각했던 모습은 없었다. 저주의 의식이 치러지는 곳도, 잔인한 실험이 행해지는 곳도 아니었다.
방 가운데엔 그저 캔버스를 받치는 용도인 이젤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
그 사방의 벽은 빈틈 하나 없이 자리한 수십, 수백의 라헨나가 있었다.
* * *
기괴한 풍경의 방에서 나온 내게 일리아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뭔가 수상한 점이라도 있었습니까?”
“…….”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저 방은 아주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취미가 전시된 장소라고? 그리고 그 취미는 한 변태 같은 스토커의 광적인 팬심이고?
나는 죽어도 말 못 해.
“모르는 게 좋아.”
“……예?”
덜컥!
타이밍 좋게 칼란다트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녀석의 품에는 의자로 쓸법한 동그란 나무토막 두 개가 안겨 있었다.
“이, 일단 이거라도…….”
조심스럽게 내민 나무토막을 나와 일리아가 받아 들곤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렇게 우리는 테이블을 가운데 둔 채 그렇게 모였고.
“…….”
“…….”
“…….”
미묘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하느라 가만히 있었다. 일리아는 그런 내가 입을 닫고 있으니 자신도 마땅히 할 말이 없는 듯했고.
칼란다트? 녀석은 그냥 헤실헤실 웃으면서 앉아 있을 뿐이다.
뭐 어쨌든, 일단은 정리해 보자.
라헨나는 나를 이 스토커 같은 녀석에게 보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이 녀석이 낼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면서.
그래. 그것만 생각하자. 이 녀석이 왜 이런 성격인지, 대체 저 방의 몰골은 뭔지 그 이유는 일단 생각에서 지우자.
‘단도직입적으로 가는 게 맞겠지.’
빙빙 돌아서 가면 괜히 더 골치가 아파질 것 같은 상황이니까.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고개를 들어 칼란다트를 똑바로 바라봤다.
“우린 라헨나가 보내서 왔다.”
“아, 아까 들어서 아, 알고 있어.”
“그녀는 네게 이걸 주라고 했다. 그러면 시험을 내줄 거라고.”
“시, 시험? 무, 무엇을 위한?”
“라헨나에게 원하는 게 있었거든. 그녀는 이게 그걸 받기 위한 조건이라고 했고.”
“워, 원하는 것?”
내가 손을 내밀자 일리아가 가방 속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내게 건넸다.
그걸 받아 든 나는 두루마리를 열렬하게 바라보는 칼란다트에게 내밀며 입을 열었다.
“하슈나르의 문장.”
“하, 하슈나르?”
“그래.”
처음으로 어리숙하기만 하던 녀석의 얼굴에 조금이지만 진중함이 깃들었다.
“그, 그걸 인간이 어, 어떻게?”
“일단 자세한 건 읽어 보고 나서.”
내 말에 칼란다트가 어깨를 움찔거리며 두루마리를 받았다.
라헨나가 봉인을 걸었는지 펴지지 않아 지금껏 나도 읽을 수 없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내용이 뭔지 알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샘솟았다.
‘무슨 내용일까. 아무래도 시험에 관한 이야기겠지.’
두루마리를 받아 든 칼란다트가 모종의 기운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녀석의 손을 타고 피어오른 기운이 두루마리를 잠식했고, 이내 봉인이 풀리며 천천히 펼쳐지기 시작했다.
“…….”
끝내 완전히 펴진 두루마리를 칼란다트가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에 녀석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해 갔다. 가벼운 웃음기는 사라지고, 남은 것은 작은 당혹감뿐이었다.
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저, 정말 이걸 라, 라헨나가?”
“그렇다니까.”
“그, 그러면 어, 어쩔 수 없지.”
망설이던 칼란다트는 이내 라헨나의 확실한 전언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내용이기에?”
“직접 봐도 사, 상관은 없겠지.”
고개를 끄덕인 칼란다트가 펼쳐진 두루마리를 반 바퀴 돌려 내게 내밀었다.
덕분에 두루마리 안에 담긴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났고, 자연히 나와 일리아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칼란다트, 너를 찾은 자는 우리를 상대로 거래를 제안한 인간이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장로들은 그 거래를 받아들이기로 했고.]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나는 훗날 드루이드에게 자치권이 보장된 새로운 영역을, 드루이드는 강력한 힘인 문장을.
서로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거래가 성사되었음을 마침내 라헨나가 밝힌 순간이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진 내용은 점점 내 표정을 굳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문장을 얻기 위해선 마땅히 충족되어야 할 자격이 있다는 걸 너도 알고 있겠지.]마땅한 자격?
[적합한 자인지 시험해라. 그리고 통과한다면 그 사실을 내게 알려 다오.]그렇게 두루마리의 내용은 끝났다.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하나도 없었다.
대체 그래서 무슨 시험을 보겠다는 거야?
반면 칼란다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완벽히 안다는 모습으로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이, 일단 거, 검을 풀어.”
“뭐? 검을?”
“그 검은 시, 시험에 쓸 수 없어.”
뭐지? 아휀을 알아본 건가?
하긴, 라헨나도 첫 만남 때 아휀이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걸 간파했었다. 아마 드루이드만이 느낄 수 있는 모종의 기운이겠지.
검집을 풀어 테이블 위에 올려 두자 칼란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 좋아.”
“무기는 필요 없는 시험인가?”
“그, 그렇진 않아.”
이번엔 칼란다트가 품에서 단검을 하나 꺼내 내게 내밀었다.
장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투박한 외형이었지만 특이하게도 날이 거뭇했다.
“이, 이거면 베, 벨 수 있을 거야.”
벨 수 있다고? 뭐를?”
내 의문은 뒤로한 채 칼란다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네, 네가 원하는 문장은 하, 하슈나르의 것이야.”
“…….”
“그러니 그, 그걸 얻으려면 하슈나르에게 이, 인정을 받아야 해. 그가 주인이니까.”
“하지만 하슈나르는 죽고 없잖아?”
“그, 그렇지.”
“그래서 지금 설마 나보고 지옥에서 허락받고 오라는 건 아닐 테고.”
“지, 지옥으로 갈 필요는 어, 없어.”
“그렇다면?”
“나, 나는 사령술사야.”
잠깐만. 갑자기 왜 이렇게 불안한 생각이 들지?
게다가 칼란다트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점점 강해지는 건 과연 나만의 착각일까?
“……지금 그 말은?”
“살아남아 그를 베어 내면 토, 통과야.”
“살아남으라고? 누구로부터? 지금 설마?”
“방금 말했잖아.”
스아아아……
어느새 칼란다트로부터 흘러나온 검은 기운은 마치 드라이아이스의 연기처럼, 집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그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칼란다트는 더 이상 말을 더듬지 않았다.
어느새 두 눈 가득 검은색 안광을 머금은 칼란다트가 손을 뻗었다.
화르르륵!
그러자 바닥에 자욱하게 깔렸던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느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하지만 이제는 어디선가 여실히 느껴지는 강대한 존재감을.
“시험은 시작됐어, 카인 린다이어.”
나를 부르는 소리에 칼란다트를 바라봤다.
그리고 녀석과 눈을 마주친 순간, 내가 속해 있던 세상 전체가 검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