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hird son of a failure RAW novel - Chapter (149)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150화(150/2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 150화
‘하지만 이건 반쪽짜리 정답이야.’
하슈나르의 능력과 그 파훼법까지 알아냈으나 아직 결정적인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일단 첫 번째로 짚어 봐야 할 건 로르다인이 하슈나르를 격파할 수 있었던 이유다.
꼽자면 많다. 괴랄한 수준의 마나, 압도적인 검술 재능, 혹은 전장에서 길러진 특유의 패도적인 기운 등등.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을 하나 꼽자면, 그건 바로 로르다인 특유의 괴물 같은 육감이다.
다른 말로는 식스센스라고도 부르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능력.
‘마치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듯한 미친 재능.’
그런 로르다인만의 기상천외한 능력을 과연 내가 발휘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솔직히 당장 로르다인을 앞에 데려다 놓고 ‘그거 어떻게 쓰는 겁니까?’라고 물어본다 한들, 뚜렷한 답은 나오지 않을 테니까.
마치 사람이 숨을 쉬는 것처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의식 속에 각인된 것이다.
그런 본인도 어떻게 설명하지 못할 능력을 본질은 평범한 소시민인 내가 카피할 순 없는 노릇이지.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그의 선천적인 재능을 카피할 수 없다면, 이 뛰어난 카인의 육체를 이용해 후천적으로나마 따라 하는 것.
물론 애당초 없던 감각을 억지로라도 길러 내는 게 쉬울 리 없다.
하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반복 숙달을 통해 의식이 아닌, 몸뚱이 자체에 각인하는 것.
이후 곧장 통나무집으로 향한 나는 일리아에게 몇 가지를 지시한 뒤, 계획에 걸맞은 너른 분지로 향했다.
그리고 십 분쯤 지났을까, 일리아가 얼굴 가득 의문을 품은 채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아, 왔어?”
“예.”
“가져오라 한 건?”
“일단 가져오긴 했습니다만…… 이건 갑자기 왜 찾으신 건지?”
손에 든 컴포짓 보우와 화살통을 내게 내보인 일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써먹을 데가 다 있어.”
“사냥이라도 하실 생각입니까? 그렇다면 그냥 제가 해 오겠습니다.”
“아니야. 일단 그 화살부터 이리 좀 줘 봐.”
일리아가 떨떠름한 얼굴로 내민 화살을 받아 든 나는 곧장 단검의 폼멜을 이용해 화살촉을 거칠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공자님, 갑자기 그걸 왜…….”
“지금부터 설명할 테니 잘 들어.”
이후 잠자코 내 계획을 듣던 일리아의 얼굴이 점점 황당함에 물들기 시작했다.
“지금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두 번 설명해야 해? 입 아픈데.”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닙니다만.”
“반대할 생각일랑 접어. 꼭 필요한 일이니까.”
내 단호한 말에 확고한 의지를 느꼈는지 일리아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좋아! 그러면 바로 시작하자.”
“곧바로 말씀입니까?”
“많이 다뤄 본 거잖아? 아니면 다른 문제라도?”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괜히 시간 끌지 말자고. 한시가 급하니까.”
내 재촉에 조금은 머뭇거리던 일리아가 이내 숲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가볍게 심호흡한 뒤, 챙겨 두었던 기다란 천으로 눈을 가리곤 뒷머리에 단단히 묶었다.
‘시작해 볼까.’
후천적으로나마 로르다인의 능력을 따라잡기 위한 계획.
그 계획에 있어 첫 번째 단추는 바로 시각의 완전한 차단이었다. 하슈나르의 능력에 있어 눈은 방해꾼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
‘좋아. 아무것도 안 보인다.’
눈앞이 깜깜해짐과 동시에 평소엔 느끼지 못했던 미묘한 감각이 일깨워졌다.
새삼 평소 눈이 전해 주는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는 순간이다. 멀리 작은 참새의 움직임 하나에도 몸이 움찔거리며 반응하는 걸 보면 더더욱.
“시작하자고!”
멀리 떨어진 일리아가 들을 수 있게 고함으로 시작을 알렸다.
이후 얼마나 흘렀을까.
감각을 일깨워 봤지만 일리아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뭐 당연한 일이다. 일리아는 숙련된 전사이니 살기나 인기척을 숨기는 건 아주 쉬운 일이겠지.
지금쯤이면 어디쯤 있을까. 아니, 집중하자 집중.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자꾸 잡생각이 난다.
그러던 그때였다. 순간 머리가 차가워지며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이 찾아왔다.
쌔애액!
뒤이어 공기를 찢는 과격한 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졌다.
어디지? 어디에서 날아올까? 왼쪽인가? 거리는?
온몸에 긴장이 차올랐다.
그러다 문득 눈이 가려졌음에도 본능적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대는 내 꼴이 우스워 실소를 흘리던 그때.
빠아악!
날아온 화살이 왼쪽 어깻죽지를 강타했고, 이내 피어오른 격통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빌어먹을! 전혀 모르겠잖아?’
원래라면 기사라는 존재에게 화살은 그리 위협적인 공격이 아니다.
인간의 수준을 넘어선 동체 시력과 그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여 줄 강인한 신체가 있기 때문에.
하지만 시야를 차단해 정보를 얻을 길이 사라진 지금, 뛰어난 신체 능력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지.
화살촉 끝을 뭉툭하게 다듬었기에 관통력은 없었다. 하지만 그 탓에 역으로 화살에 실린 운동 에너지는 온몸으로 받아 내야만 했다.
“…….”
고통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비명도 못 지른다는 말이 있었지. 그리고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아팠다. 아파도 너무 아프다. 진짜 개지랄 맞게 아프다.
나도 모르게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양손을 등 뒤로 뻗었다.
하지만 맞은 부위는 인체 구조상 손이 닿지 않는 부위였다. 그래서 그런지 몇 배는 더 아픈 기분이다.
“고, 공자님!”
그런 내 모습에 놀랐는지 황급하게 뛰어온 일리아가 재빨리 내 눈을 가린 천을 벗겨 주었다.
“괜찮으십니까?”
시야가 탁 트이며 나를 걱정스런 얼굴로 내려다보는 일리아가 보였다.
“…….”
반면 고통으로 물든 내 표정을 본 일리아의 눈썹이 축 늘어졌다.
“그냥 다른 방법을 찾아보시는 게…….”
“아니, 계속한다.”
나는 스스로 다짐하듯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이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거다. 일단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훈련은 오로지 감각에만 의존하는 것이니까.
일리아가 사각에서 직접 공격해 오는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그건 무의식중에도 일리아의 존재가 분명히 느껴졌기 때문에 무의미했다.
하슈나르는 아마 일리아와 달리 존재감을 지운 상태에서 갑자기 공격해 올 테니까.
그렇게 본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화살이 적격이다.
거리만 있다면 일리아도 존재감을 지울 수 있을뿐더러 화살의 빠르기라면 갑자기 나타나는 하슈나르의 공격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을 테니.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일리아가 내 셔츠를 풀어 헤쳐 화살을 맞은 어깨를 살펴보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듣지 않아도 어떤 상태인지는 대강 예상이 갔다. 지금도 일리아의 손이 스칠 때마다 찌릿함에 머리털이 곤두서고 있으니.
“너무 위험한 방법입니다. 자칫하면 뼈를 크게 다칠 수도 있고요.”
“상관없어. 그 정도는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는 걸 너도 알잖아.”
내 말에 일리아는 더이상 만류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녀도 기사이니만큼 마나를 다루는 인간의 회복력이 어떤 수준인지는 익히 알고 있으니 그렇겠지.
힘겹게 몸을 일으킨 나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괜찮아. 참을 만해.”
“……얼마나 하실 생각입니까?”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동시에 몸이 반응할 때까지?”
“이게…… 익숙해질 수가 있겠습니까?”
“모르지. 그래도 안 해 보는 것보단 낫잖아?”
내 답에 일리아가 질려 버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나도 이 계획이 터무니없이 무모하다는 건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어렵게 기껏 답을 알아낸 상황이다. 그런 마당에 한낱 고통 때문에 포기할 순 없잖아?
짝!
손뼉을 쳐 주위를 환기시킨 나는 다시 일리아에게 손짓했다.
“그럼 다시 시작하자고.”
* *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만약 고래에게 향한 것이 칭찬이 아니라 고통이었다면, 그 고래는 하늘도 날 수 있지 않았을까?
‘무조건 날았을 거다. 분명히.’
덜컥!
늦은 저녁, 통나무집에 들어선 나와 일리아의 모습을 본 칼란다트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그 이유는 뻔하다. 첫 번째는 걸레짝처럼 찢어진 셔츠의 모습이요, 두 번째는 그 찢어진 틈 사이로 보이는 시퍼렇다 못해 거무죽죽해진 피멍 때문이겠지.
“그, 그게 무슨 꼴이야?”
이게 무슨 꼴이냐고?
로르다인 같은 재능충을 따라잡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지.
아니면 혹 마조히즘에 새로운 눈을 뜨는 중일 수도 있고!
‘설명하기도 귀찮다.’
터벅터벅 걸음을 옮겨 집안으로 발을 들인 나는 침대에 풀썩 몸을 던졌다.
참 이상하다. 분명 시트는 푹신할 텐데 왜 야구 배트에 온몸을 두들겨 맞는 기분일까?
뼈가 시려 오는 시큰함에 입술을 꽉 깨문 나는 그나마 멀쩡한 눈을 굴려 일리아에게 눈짓했다.
“……수련 중에 얻은 상처입니다.”
거참 신기하네. 눈짓만 했는데 알아듣다니.
반면 일리아의 말을 들은 칼란다트의 표정은 꽤 볼만했다.
“거, 걸레짝이 됐네.”
“뭐? 걸레짝?”
“마, 맞잖아.”
으음, 딱히 부정할 순 없지.
지금 내 몰골은 거리의 부랑자가 며칠 동안 집단 린치라도 당한 듯한 모습이니까.
그래도 그렇지, 이 자식 말하는 것 좀 봐라.
“그, 그래서 몇 주 동안 아, 안 보였던 거야?”
“그래.”
자는 시간조차 아까워서 산속에 아예 터를 잡고 집중수련에 들어갔던 나와 일리아다.
그렇기에 지금 내 모습에 저리 놀란 거겠지. 불과 몇 주 전과는 완전히 딴판의 모습이니까.
“일리아.”
내 부름에 일리아가 조심스럽게 내 어깨를 잡아 다시 일으켜 주었다. 물론 나는 그 과정에서 피어난 고통에 꺽꺽거렸고.
내 고통을 마치 공유하는 것처럼 몸을 움찔대던 칼란다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괘, 괜찮은 거지?”
“……괜찮아 보이냐?”
우는지 웃는지 모를 얼굴로 답하자 칼란다트가 머리를 긁적였다.
“미, 미안.”
“어쨌든, 그동안 잘 있었냐?”
“자, 잘 있었냐고?”
“그래.”
“아니…… 라, 라헨나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히, 힘들었어.”
칼란다트가 양손을 모으곤 손가락을 꼼지락대기 시작했다.
참 눈꼴이 시려 한 대 쳐 주고 싶을 정도로 한결같은 녀석이다.
“좋아.”
“으응?”
“선심 썼다. 내일 남은 모든 이야기를 풀어 주마.”
지금껏 찔끔찔끔 감질나게 풀었던 이야기를 몽땅 들려준다는 말에 칼란다트가 반색했다.
“모, 모든 이야기를?”
“그래. 부탁 하나만 들어준다면 말이야.”
함박웃음을 짓던 칼란다트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다시 시무룩해졌다.
“너무 실망하진 마.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뭐, 뭔데?”
“일리아를 데리고 도시에 좀 다녀와라.”
“도시?”
칼란다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 도시.”
“가, 갑자기 도시는 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내 말에 잠자코 있던 일리아가 나를 바라봤다.
“처리해야 할 일이라니요?”
“이것저것 있잖아? 리하스라던가 등등.”
본래 계획과 달리 벌써 이곳에서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리하스는 아마 자기가 산속에서 길을 잃고 우리와 헤어졌다고 생각했을 거다. 아무리 헤매도 결계 안으로 들어오진 못했을 테니 더더욱.
그렇다면 결국 근거지로 삼았던 도시로 돌아갔을 텐데, 그 이후로도 내가 한 달 가까이 모습을 비추지 않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바보가 아닌 이상 슬슬 온갖 의심이 들고 있겠지.
뒤늦게 일리아도 내 생각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리하스 경이 있었군요.”
“아마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겠지.”
“뭐라고 전하실 생각입니까?”
“슬슬 준비하라고.”
“준비라 하심은…….”
“붉은성으로 돌아갈 준비.”
내 말에 일리아가 눈을 빛냈다.
“붉은성 말입니까?”
“그래.”
“리하스 경이 공자님의 근황을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요.”
“곧이곧대로 말할 순 없지. 보안이라고 둘러대. 나중에 설명해 준다고.”
“알겠습니다.”
“저것들도 각각 수신처에 맞게 보내 주고. 가장 빠른 소식통을 이용해. 돈은 얼마가 들든 상관없다.”
구석 수납장에 올려 두었던 전서 뭉치를 가리키자 일리아가 그것들을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블루윈드 상단, 캐피탈, 윈드네스트, 루스 경…… 많네요.”
“산 구석에 박혀만 있으니 할 일이 뭐가 이렇게 쌓이는지 원. 어쨌든 한 번에 처리할 생각이니 잊지 말고 제대로 보내 놓으라고.”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일리아가 무언가 생각난 듯 나를 바라봤다.
“복귀하는 길에 상점에 들를 수도 있을 텐데, 따로 필요하신 건 없습니까?”
“아니, 너는 복귀하지 않아도 돼.”
“예?”
“리하스와 함께 채비를 갖춰 이곳 인근 마을로 마중을 나와라. 옷도 좀 몇 벌 챙겨 오고. 거지도 아니고 이런 꼴로 돌아다닐 순 없지.”
사방이 찢어진 셔츠를 풀럭거리자 일리아가 눈가를 좁혔다.
“마중을 나오란 말은…….”
“오늘, 칼란다트가 너를 데리고 도시로 출발하기 전에 나를 보내 줄 거다.”
칼란다트가 보내 준다.
그것이 뜻하는 바가 뭔지 알고 있는 일리아가 눈을 크게 떴다.
“공자님?”
“그래.”
두 달이면 충분하지.
이 지긋지긋한 시험의 종지부를 끝낼 때가 왔다.
“오늘, 반드시 하슈나르와 결판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