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hird son of a failure RAW novel - Chapter (16)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16화(16/2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 16화
* * *
“공자님!”
루스의 고함이 밤하늘 위로 울려 퍼졌다.
그에 달리기를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루스가 손을 든 채 잠시 멈추라는 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멀리 누군가 옵니다.”
오긴 누가 와?
멀리 시선을 돌렸지만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루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누구일까.’
루스가 호흡을 가쁘게 고르는 날 보곤 물이 담긴 주머니를 내밀었다.
“고마워.”
“어쩌실 겁니까?”
“응? 아, 백작이 보낸 거면 어쩌냐고?”
“그렇습니다.”
“우리가 잘못한 건 없다.”
“알고 있습니다.”
“적대한다면, 똑같이 해 버려.”
루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상대가 기사단이라면 제가 이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영주님 성격상 우리를 죽이라는 명은 내리지 않았을걸. 결말을 직접 내고 싶어 하는 양반이니까.”
“그건 그렇지요.”
밤공기가 쌀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잠시.
멀리 한 무리의 말을 탄 인영들이 서서히 가까워지는 걸 볼 수 있었다.
맞닥뜨리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하나,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던 찰나.
“빛이여 어둠을 밝혀라! 라이트(Light)!”
어디선가 맑고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순간 대낮이 된 것처럼 주변이 밝아졌다.
어둠에 적응되어 있던 동공이 수축하며 잠시 시야가 흐려졌다.
“뭐야?”
본능적으로 검을 뽑아 든 나와 루스가 목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헤맸다.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땅 위에는 누구도 보이지 않으니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암청색 로브의 인영이 검은 말에 올라탄 채 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린다이어 백작가의 삼공자이자 나의 약혼자, 카인 린다이어.”
어둠 속에서도 단연 빛을 발하는 치렁한 은발이 눈에 들어왔다.
이목구비가 자세히 보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딱 봐도 한 성격 할 것 같은 저 말투는 잊을 수 없다.
“플레타 바슈른.”
“저를 알아보시는군요.”
팬텀 스티드인가?
플레타가 검은색 유령마를 조종해 사뿐히 땅에 내려앉았다.
그제야 그녀의 이목구비가 일목요연하게 들어왔다.
‘예쁘긴 우라지게 예쁘네.’
21세기 지구에서 태어났으면 시대의 아이콘으로 이름을 떨치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저런 외모의 여자가 내 신붓감이라니, 솔직히 혹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저 여자의 본성을.
“마중인가?”
“그렇게 보이십니까?”
뒤늦게 당도한 칼잡이들이 나를 중심으로 포위진을 형성했다.
바람기사단이었다.
일단 백작이 사람을 풀었다는 추측은 들어맞았다. 단순 마중이라면 기사단이란 고급 인력을 이렇게 많이 풀 이유가 없지.
백작은 내가 도피했다고 오해한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플레타는 왜?’
그 이유 또한 어렵지 않다.
이번 혼인은 린다이어 백작가와 바슈른 공작가의 동맹을 위한 일종의 정략결혼이다.
게다가 나는 데릴사위다. 철저하게 을의 입장이라는 뜻. 플레타로서는 나를 확실히 찍어 누를 기회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짜증 난다.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그저 기세 하나 휘어잡겠다고 남의 집안일에 끼어드는 형국이니.
“뭔가 오해가 있는 듯한데.”
“오해라. 도피하려던 사람의 말이라 신빙성이 떨어지는군요.”
“도피라니?”
“그럼, 아닙니까?”
“보다시피 영주성으로 향하던 중인데.”
“그건 모르는 일이죠.”
살포시 웃은 플레타가 어깨를 으쓱였다.
“저는 백작님의 명을 따를 뿐입니다.”
“명이라니.”
“삼공자를 영주성으로 압송해 올 것.”
“기한은 분명 남았을 텐데.”
“기한이라뇨?”
아, 한 달이라는 기한은 나와 백작, 그리고 집사만이 알고 있다.
내가 도피했다 오해한 백작이 모두에게 상세히 설명했을 리는 없겠지.
“작은 오해이니 직접 가서 설명하면 될 일이야.”
“다시 말하지만, 백작님의 명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나도 다시 말하지. 직접 내 발로 걸어가서 설명하겠어.”
똑똑히 눈을 마주하며 말하자, 그녀의 눈에 잠시지만 이채가 발했다.
“백작님의 명을 어기겠다는 겁니까?”
“명을 어기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 명이 잘못되었다는 거다. 그리고 외부인이 참견할 일은 아닐 텐데.”
외부인.
곧 혼인할 사이임에도 선을 긋는 내 말에 플레타가 작게 표정을 구겼다.
“후회하실 텐데요.”
“그거야 모르는 일이고.”
내 완고한 태도에 잠시 정적이 흘렀고, 그사이 한 장대한 체구의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바람기사단의 부단장, 베일른 바랑카입니다.”
“당신이?”
기사단 서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내는 체구에 걸맞게 거대한 투 핸디드 소드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영주님이 찾고 계십니다. 순순히 함께 가시죠.”
“알아. 갈 거다. 단, 내 발로 직접 가겠어.”
“최대한 빨리 모셔 오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기한은 남았다. 그때까진 누구도 날 통제하지 못해.”
바랑카가 뒷목을 긁적였다.
루스에게 듣기로 바랑카는 우직하기 짝이 없는 기사라고 했다.
“기한이라면 어떤 기한을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영주님의 명이 있었으니 그것이 최우선입니다.”
확실해졌다. 나와 백작이 약속한 한 달이라는 시간은 아무도 모르고 있다.
기분이 좋지는 않다. 이렇게 되면 모양새가 나만 나쁜 놈이 되었으니까.
“다시 말한다. 내 발로 직접 가겠어. 내 몸에 손끝 하나만 대 봐. 쉬이 넘어가지 않을 테니.”
“그렇다면 강제로 모셔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안 됩니다, 부단장님.”
잠자코 있던 루스가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에 지금껏 평정을 유지하던 바랑카의 표정이 사납게 구겨졌다.
“루스 마이어, 너에 대한 처벌을 내 손으로 행하고 싶지 않다. 목숨이 소중하다면 뒤로 물러나라.”
“저는 공자님의 수행 기사입니다.”
“공자님의 명이 영주님의 명보다 위에 있다는 것이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는 현재 공자님의 수행 기사이니 마땅히 공자님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삼공자님의 도피를 돕겠다는 뜻인가?”
“도피가 아닙니다.”
“그걸 가리는 건 너와 내 역할이 아님을 알 텐데.”
“진실이 명확하다면 그 어떤 위험이 있다고 해도 그 진실을 믿고 따라야 한다 배웠습니다.”
“루스 마이어!”
“제가 기사단에서 배웠던 겁니다. 그걸 부정하시진 않으시겠지요.”
바랑카가 상황이 묘하게 돌아감에 잠시 입을 꾹 닫았다.
여러 고민을 하는 게 분명했다.
나나 루스가 태연하게 구는 걸 보니 무언가 믿고 있는 게 있다 생각하는 거겠지.
만약 오해와 오해가 겹친 일이라면, 자칫 무력행사를 했다가 곤욕을 치를 수 있을 테니까.
잘만 하면 상황이 좋게 풀릴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들 무렵.
“참 볼만하군요.”
가만히 상황을 주시하던 플레타가 코웃음을 쳤다.
“본인 행동이 가문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생각지도 않고 앞뒤 못 가리는 망나니와 주군의 명을 함부로 무시하는 그 수행 기사라니.”
“…….”
“바람기사단은 규율이 대단히 엄격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위세가 드높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 보니 전부 허명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무슨 뜻이지?”
때 아닌 독설을 내뱉은 플레타가 내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말한 그대로입니다.”
플레타에 말에 바랑카의 얼굴이 붉어졌다.
잠재워져 가던 불씨에 바람을 불어넣은 형국이다.
그녀의 말대로 추태를 보였다고 생각했는지, 바랑카가 다시 완고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공자님, 저로서는 영주님의 명이 우선입니다. 그러니 순순히 신병을 맡겨 주시지요.”
이대로라면 둘 중 하나다.
꼼짝없이 기사단에게 압송되어 가거나, 아니면 그들과 싸우거나.
그렇다고 기사단과 싸울 수는 없다. 애초에 이길 리가 없으니.
그렇다고 압송되자니 곧 풀릴 누명이라 해도 기분이 매우 더럽다. 엄연히 약속한 기한이 있는데 죄인 취급이라니.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명분을 살린 채 빠져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서.
동시에 백작에게 내 의지를 보여 주며 망나니란 오명을 벗기 위해.
생각은 길지 않았다.
“잠깐.”
말을 끊고 나선 내 모습에 바랑카가 잠시 말을 멈췄고.
“방금 뭐라고 했지?”
나는 시선을 돌려 플레타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하다뇨?”
“나를 가리켜 방금 망나니라고 했나?”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미 너에 대해서 모조리 파악했다는 듯한 눈빛이다.
물론 오산이다. 그녀가 알고 있는 카인은 옛날의 모습이니까.
“망나니.”
“예, 망나니. 윈드네스트를 넘어서 온 북부에 소문이 자자하더군요.”
그녀가 호언장담한 바로 그 순간.
짜아악!
내가 벗어던진 장갑이 그녀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렇다면 내 명예를 더럽힌 대가로 결투 신청이다. 플레타 바슈른, 검을 뽑아라. 검이 없다면 그 독 묻은 혓바닥을 쓰든가.”
바랑카를 위시한 기사들의 얼굴이 경악에 물들었다.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는 거냐고 묻는 표정이다.
물론 나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명분.
명분이 있다면 악행도 포장된다.
반면 명분이 없다면, 선행도 위선이 된다.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명분만큼 중요한 건 없다. 그리고 바로 지금, 명분은 내게 있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달아오른 플레타의 얼굴이 꼭 잘 익은 홍시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루스에게 턱짓을 해 보였다.
눈치 빠른 루스가 앞으로 나서기 직전, 내게 귀엣말을 남겼다.
“팬텀 스티드는 마나 소모가 매우 큰 마법입니다.”
“…….”
“저는 믿습니다. 한 달간 공자님의 성장은 눈부셨습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할 정도로.”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자세한 설명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슨 뜻인지 감이 왔다.
‘단기전.’
나를 허접쓰레기로 생각하는 상대의 방심을 유도해라.
좋은 팁이었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나 또한 믿는 구석이 분명히 있었다.
소설 속 설정에 따르면 마법사와 기사의 대결은 절대적으로 기사가 유리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나의 흐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어디로 마법이 날아올지 예측할 수 있다는 건 상대의 주먹이 훤히 보인다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그리고 지금의 나는 마나가 보인다.
물론, 첫 실전이라 그런지 긴장되긴 했다.
하지만 한 달간 루스와 함께 했던 수련을 떠올리니, 플레타는 그저 온실 속 화초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바랑카에게 다가간 루스가 진지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부기사단장님, 결투의 주관을 맡아 주시겠습니까.”
“루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그렇게 태연자약한 거냐.”
“명분은 충분합니다.”
“젠장.”
명분은 충분하다.
그 말에 바랑카도 할 말이 없어졌는지 혀를 끌끌 찼다.
“삼공자님, 진심이십니까?”
“했던 말을 금방 번복할 만큼 내가 어리석어 보이나?”
“……알겠습니다. 공녀님은, 대전사를 구할 때까지 결투를 미루시겠습니까?”
얼얼했는지, 뺨을 문지르던 플레타가 매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대전사? 저깟 망나니 하나 상대하는 데 잘 벼려진 칼은 사치일 뿐입니다.”
“좋습니다.”
상황은 점점 파국으로 치달았다.
같이 온 기사들이 넓게 원형을 그렸다.
그리고 그 가운데 나와 플레타가 섰다.
바랑카와 루스는 혹시라도 목숨에 직결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나와 플레타 뒤에 섰다.
아무리 결투라곤 하지만, 엄연히 나와 플레타는 둘 다 귀한 몸이었으니까.
“이 결투에 대한 모든 책임은 오롯이 본인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나와 플레타가 고개를 끄덕이자 바랑카가 쓰게 웃었다.
“결투의 끝은 누군가 의식을 잃거나 항복을 선언했을 때입니다. 다만, 생명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적극 개입할 테니 유의하십시오.”
“좋아.”
“좋습니다.”
스르렁!
바랑카의 말이 끝나자 나는 검을, 플레타는 자신의 팔뚝만 한 완드를 꺼내 들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내려앉고 주변이 정적으로 물들었다.
잠시 후.
나와 플레타는 너 나 할 것 없이 동시에 움직였다.
사아아아!
순간, 흐릿하지만 마나가 플레타의 완드로 모여들었다.
“꿰뚫어라! 아이스 스피어!”
삽시간에 길쭉하고 날카로운 얼음창이 만들어졌고, 이내 총알처럼 쏘아졌다.
‘빠르지만.’
마법이라고 딱히 긴장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더 쉬웠다. 마나 덕택에 내 어깻죽지를 노리는 궤적이 훤히 보였다.
그뿐이랴.
한 달간 루스와 대련하며 익힌 움직임과 원래 본연의 것이었던 노하우가 새겨진 나다.
“어리석군요. 그걸 막으려 들다니.”
플레타의 비웃음도 잠시.
카앙!
손목에 순간 아릿함이 느껴지며 얼음창이 검 옆면을 비스듬히 타고 스쳐 갔다.
성공이다.
빠르긴 하지만 악랄한 루스의 검격에 비하면 뻔할 뻔 자다.
확신이 들었다.
이 결투, 내가 이긴다.
“…….”
“어어…….”
당황한 군중과 플레타의 반응이 느껴졌다.
그래. 그렇게 놀라고들 있으라고.
탓!
땅을 박차 순식간에 플레타와의 거리를 좁혔다.
“쏘아져라! 매직 미사일!”
다급한 플레타의 말이 끝나자 세 자루의 백색 막대기가 만들어졌다.
이내 쏘아진 매직 미사일을 본 나는 고민에 잠겼다.
‘다 막진 못할 것 같은데.’
하나만 맞자.
저지력에 주안을 뒀는지 날카로워 보이지는 않았다.
순간 빠르게 훑어 각각의 궤적을 살폈다.
이후 하나는 피하고, 하나는 검으로 비껴 내고, 마지막 하나는 어깨로 들이박았다.
콰앙!
‘와이씨…….’
아프다. 진짜 개아프다. 농담이 아니라 살면서 지금껏 맞아 본 것 중에 제일 아프다.
태권도 유단자의 발차기를 보호구 없이 맞으면 이렇지 않을까?
힘을 못 이기고 발이 주르륵 미끄러졌다.
하지만 다시 땅을 박차 치고 나갔다. 시간을 주면 곤란했기에.
“어, 어어…….”
땅을 뒹굴리라 생각했는지 한시름 놓았던 플레타가 당황했다.
물론 후회는 때늦다. 이미 좁혀진 그녀와의 거리는 채 3m도 남지 않았다.
“마, 막아 내어라! 실드!”
반투명한 색의 원형 방패가 순간 앞을 가로막았다.
“흡!”
높게 치켜든 검에 힘을 담아 내리쳤다.
카가각!
내 검에 실드가 반으로 쪼개졌다. 솔직히 이건 아이템발이다. 보통의 장검이었으면 반도 쪼개지 못했으리라.
“마, 말도 안 돼.”
그건 플레타도 마찬가지였다.
실드가 단칼에 파훼될 줄 몰랐던 플레타는 코앞까지 들이닥친 내 모습에 신음을 흘렸다.
그 모습에 통쾌해진 난 손을 치켜들며 가뿐히 웃어 주었다.
“말 돼.”
짜아아악-!
“아아악!”
벌겋게 달아오른 뺨을 쥔 플레타가 바닥을 뒹굴었다.
이내 몸을 일으킨 그녀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지 표독한 얼굴이었다.
“너!”
“뭐.”
짜아아악-!
이번엔 왼뺨이다.
“아, 아파!”
“아프라고 한 거다.”
블링크를 사용할 만큼 고위급 마법사가 아닌 이상, 거리를 내줬다는 건 곧 패배했다는 뜻이다.
그 이후엔 간단했다.
거리를 내준 마법사는 동네에 흔한 건달보다도 못한 수준이니 말이다.
짜악! 짜아악!
“고, 공자님.”
플레타가 속수무책으로 두들겨 맞자 바랑카가 나서려 들었다.
그런 그를 루스가 제지했다.
“부단장님, 생명이 위험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 그래도 저걸 그냥 내버려둔단 말이냐.”
“결투는 신성한 것입니다. 사전에 협의한 일이 아닌 이상 타인이 중지할 수 없습니다. 자칫하면 당사자들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그건 맞지만…….”
잘했어, 루스.
부하 하나는 잘 키웠다는 생각을 하며 플레타를 내려다보았다.
“으으, 으으으…….”
양 볼이 처참하게 부어오른 플레타.
그녀는 정신이 반쯤 혼미한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항복.”
“뭐?”
“항복합니다…….”
이내 항복을 선언한 뒤 고개를 떨궜다.
“흐윽, 흑 흐으윽…….”
이내 퉁퉁 부어오른 양 볼을 부여잡은 그녀의 손 사이로 눈물이 새어 나왔다.
그렇다고 측은함은 들지 않았다. 전부 그녀 자신이 자초한 일이었으니.
나를 망나니라 치부해 방심했고.
그저 나를 휘어잡을 심산으로 비열한 도발을 행한 대가였을 뿐이다.
고개를 돌린 나는 반쯤 얼이 빠져 있던 바랑카를 바라보았다.
“부단장.”
“예, 공자님.”
“이 일에 대한 해명을 위해서라도 내 발로 직접 영주성으로 가겠다. 설마 여전히 억지로 압송할 생각은 아니겠지?”
“…….”
바랑카의 얼굴은 꽤 볼만했다.
지난 시간 동안 알고 있었던 망나니 삼공자가 맞나 싶은 생각이겠지.
하지만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내 확고한 태도와 플레타를 번갈아 보던 바랑카는 결국, 예를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명예의 소중함을 아시는 듯하니 더는 강권하지 않겠습니다. 돌아가는 길을 호위하겠습니다. 말에 오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