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hird son of a failure RAW novel - Chapter (203)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204화(204/2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 204화
50장. 아르휀
[카인 백작님, 제스 오를리앙입니다. 이번 동부에서 벌어진 전쟁을 예측해 공격적으로 군수업을 시도한 결과, 블루윈드 상회는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 상세한 내역을 동봉하여 보내니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그렇게 제스가 함께 보낸 내역을 살펴본 나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진짜 금화로 집을 지을 수도 있겠구만.”
수입이 일정 선을 넘으면 정확히 자신이 얼마를 버는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지금 내 경우가 그랬다. 솔직히 지금 이 수입은 제스가 얼마를 삥땅 치건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이었으니까.
쓰게 웃은 나는 전서에 불을 붙여 말끔히 태워 버리고는 마저 떠날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붉은성은 어느덧 정리가 대강 끝나 가고 있었다. 더는 내가 이곳에 없어도 되는 것을 확인한 나는 떠날 준비를 마친 채 셀라를 찾았다.
붉은성의 집무실을 차지하고 앉은 그녀는 바빠 보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간판만 바꿔 달았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아마 셀라는 당분간 꼼짝없이 이곳에 틀어박혀 영지의 대소사를 관할해야겠지.
그나마 다행인 건, 셀라가 살아남은 라일리 가문의 식솔들을 찾아 거둬들였다는 것이었다.
귀족 가문의 일원이었던 그들은 아마 능숙한 솜씨로 셀라를 잘 보필할 것이다.
“이젠 제법 영주 티가 나는데?”
“아! 오셨어요, 백작님?”
셀라의 환영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의자를 끌어와 맞은편에 앉았다.
“일은 좀 어때? 할만해?”
“말도 마세요. 라일리의 식솔들이 도와주곤 있지만 그래도 얼마나 힘든지…….”
“넓은 장원을 가지게 됐는데 그 정도 고생은 해야지.”
“그보다 어쩐 일이세요?”
“별건 없고. 내일 나는 떠난다고.”
내 말에 셀라의 눈빛이 묘한 빛을 띠었다.
“가신다고요? 어디로요?”
“윈드네스트로.”
“아아, 린다이어 백작님을 뵈러요?”
“그래. 마무리 지을 일이 남았으니까.”
“……조금 아쉽긴 하네요.”
“천년만년 여기에 있을 줄 알았냐?”
“그래 주시면 좀 좋을까요.”
“어차피 일도 계속해 봐야 익숙해지지 않겠어? 어차피 트롯 남작도 네가 자리 잡도록 도와주기로 했다면서?”
“그렇긴 하지만…….”
“루스야 금방 담판을 짓고 보내 줄 테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백작님! 그것 때문이 아니잖아요.”
뾰로통한 셀라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무튼, 그보다 내가 부탁했던 일은?”
“아, 포로로 잡은 중장기병들이요?”
내 물음에 셀라가 고개를 끄덕이곤 옆에 따로 챙겨 놓았던 종이를 꺼내 읽었다.
“그중에 백작님이 지목하셨던 인원들은 따로 선별해 놨어요. 레드란을 하늘요새로 보낼 때 함께 가도록 조치해 놨고요.”
“그래? 이거 고마운데.”
“뭘요. 해 주신 게 얼만데. 게다가 레드란을 그런 곳에서 썩게 할 수 있다면 저로서도 환영이고요.”
나는 레드란을 향한 분노를 다시 한번 피우는 셀라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였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무섭다더니.”
“근데 혹여라도 레드란이 거기서 다른 맘을 품는 건 아니겠죠?”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일리아를 함께 보낼 거니까. 게다가 그래도 녀석은 성격은 비뚤어졌을지언정 명예라는 걸 아는 귀족이다. 그런 비열한 짓은 하지 않겠지.”
일리아를 함께 보낸다는 말에 걱정이 덜어졌다는 듯 셀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아 경이 함께라면 문제없겠네요.”
쾅!
포로를 이송하라는 명령이 담긴 증서에 플로레스의 인장을 찍어 낸 셀라가 그것을 내게 내밀었다.
“아무튼 그간 고생 많으셨어요. 백작님께 진 이 빚은 평생 잊지 않을 거예요.”
“붉은성은 원래 플로레스의 것이었지. 나는 그저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 놨을 뿐이야.”
“그래도 감사한 건 감사한 거죠.”
“그렇다면야.”
내가 증서를 품에 집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셀라가 그런 나를 배웅하기 위해 뒤따랐다.
“몸조심하세요, 백작님.”
나는 셀라의 진심 어린 배웅에 과장되게 허리를 숙이며 한쪽 팔을 벌렸다.
“셀라 플로레스, 동부의 여군주시여 앞으로도 영원히 옥체만강하시길.”
“……빨리 가기나 하세요.”
* * *
윈드네스트.
북부에 맹주인 린다이어 가문의 영주성이 자리하고 있음과 동시에 왕국의 북방을 수호하는 첨병인 도시.
그렇게 참으로 오랜만에 되돌아온 윈드네스트의 성문에서 나는 마중을 나온 반가운 얼굴과 마주했다.
“공자님! 루스 경!”
리하스였다. 특유의 그 생글생글한 웃음을 머금은 리하스는 나와 루스를 보고는 한달음에 내달려와 반가운 얼굴을 했다.
“어이, 리하스.”
“루스 경! 잘 지내셨습니까?”
“그럼 잘 지냈지. 너는?”
“저도 그렇습니다.”
루스와 가볍게 주먹을 맞부딪친 리하스가 이번엔 나를 보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공자님, 이게 얼마 만이죠?”
“캐피탈에서 올라온 뒤 헤어졌으니 반년쯤 됐나?”
“그거밖에 안 됐나요? 저는 한 십 년 정도 흐른 것 같은데.”
“너스레 떨기는. 그보다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마중을 다 나오고?”
“공자님이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기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기사단은?”
“오늘은 비번이거든요.”
씩 웃은 리하스가 성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에게 손짓했다.
오랜 여행으로 남루해진 옷차림에 나를 경계하고 있던 경비병들은 리하스의 그런 손짓에 일사불란하게 뒤로 물러나 길을 텄다.
오랜만에 귀환한 내 등장에 주변 일대가 소란스러워질 것을 염려했던 나는 그런 리하스의 배려에 고개를 끄덕였다.
“린다이어 백작님이 보내신 거야?”
“아니요. 데인 첫째 공자님이 보내셨어요.”
“형님이?”
“예. 아마 공자님은 소란스럽게 복귀하는 게 싫을 거라고 하시면서.”
“그렇단 말이지…….”
대강 도착 날을 전서로 알리긴 했다만, 그렇다고 이렇게 딱 맞춰 마중을 보내 주다니.
문득 데인의 얼굴이 떠오른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뭐 잘됐지. 곧장 영주성으로 가자고.”
“그곳까지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내 집에서 안내를 왜 받냐?”
“에이, 그래도 안전히 모셔다 드려야죠.”
나는 헤실헤실 웃는 리하스의 모습에 코웃음을 흘렸다.
“안전하게 모시기는 개뿔. 동부 전쟁에 관해 이야기 듣고 싶어서 온 거지?”
“어라, 들켰나요?”
“척하면 척이지.”
“궁금해서 죽는 줄 알았다고요. 그렇게 차이 나는 전력을 어떻게 뒤집어서 레드란을 끝장내셨는지.”
“북부의 반응은 어때?”
“뭐 플로레스라는 그 여군주의 능력이 참 대단하구나, 그런 이야기밖에 없죠. 애초에 그 뒤에 공자님이 계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니까요.”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라……”
“모두가 레드란이 동부를 다 휘어잡으리라 예측했거든요. 린다이어가 바사라크와 불가침까지 맺었으니 더더욱.”
“예상외의 일이었던 만큼 입지가 더 공고해졌겠어.”
내 물음에 리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셀라를 무시하던 여론도 지금은 완전히 뒤바뀌었죠. 아마 자세한 속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전부 플로레스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뭐 그렇단 말이지.”
“그보다 공자님, 말은 그만 돌리시고 연합군으로 어떻게 레드란을 이겼는지 자세히 설명 좀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나는 찰싹 달라붙어 눈을 빛내는 리하스의 물음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리하스에게 붙들려 대강 감출 것은 감추고 말해 줄 것은 말해 주며 얼마나 걸었을까.
멀리 윈드네스트의 영주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운 모습이었다. 변한 것 하나 없는 그 외견에 긴장 또한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집이라고.’
그렇게 입맛을 다시며 영주성으로 들어선 나와 루스를 맞이한 것은 오랫동안 린다이어 가문을 섬겼던 집사였다.
“오셨습니까, 셋째 공자님.”
“이제는 슬슬 공자 딱지도 떼어 낼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렇습니까? 하지만 제 눈에는 언제나 그대로이셔서 말입니다.”
“칭찬이야, 욕이야?”
웃으며 내가 손을 내밀자 잠시 머뭇거리던 집사가 이내 힘있게 맞잡아 왔다.
“고향에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카인 백작님.”
“오랜만이야, 집사.”
“목욕물을 데워 놨습니다. 몸을 씻고 나오시면 즉시 식사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그거 고맙지. 그보다 영주님은?”
내 물음에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주성에 계십니다.”
“식사는?”
“당연히 아직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마 공자님과 함께하려고 기다리고 계시는 것이겠지요. 물론 이 이야기는…….”
“모르는 체하라고?”
“예.”
“말해 뭐해. 일단 그럼 난 올라가 있겠어.”
“알겠습니다.”
집사의 배웅을 받은 나는 그렇게 사용인들의 안내를 받으며 욕탕으로 향했다.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그자 그간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다.
“죽이네, 죽여.”
“죽이긴 뭐가 죽여?”
그런 내 귓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고개를 돌리자 당당한 체구의 사내가 욕탕 입구에 몸을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데인?”
“그래.”
“남 씻는 모습이나 훔쳐보고, 매너가 영 꽝인데?”
“남자에겐 관심 없다.”
픽 웃은 데인은 천천히 걸어와 욕탕에 몸을 담근 내 맞은편에 걸터앉았다.
“캐피탈에서 앓아누웠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만, 깨어났으면 재깍 얼굴을 비출 것이지 뭘 했기에 지금껏 코빼기도 안 보였던 거냐?”
내가 동부 전쟁을 계획하고 통제했다는 사실은 모르는 데인이었다. 아마 공식적으로 현재 내 마지막 자취는 캐피탈이었을 테니 그렇겠지.
“뭐, 이것저것.”
“그보다 카인, 소식은 들었겠지?”
“소식? 무슨?”
“동부가 플로레스의 이름 아래 다시 뭉쳤다는 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요즘 그 이야기로 시끄럽잖아.”
“흐음.”
데인이 눈을 얇게 뜨곤 나를 훑어보았다. 무슨 꿍꿍이인지 알 만했다. 그 사건에도 내가 개입한 게 아니냐는 거겠지.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자세한 내막을 말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픽 웃은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데인을 바라봤다.
“아무튼, 그간 어떻게 지냈어? 공식적인 후계자가 됐으니 이것저것 바빴을 텐데.”
“말도 마라. 얼마나 해야 할 일이 많은지……. 이제 또 봄이잖냐. 지금까지 백작령을 돌면서 만난 관리만 해도 백 명은 넘을 거다.”
봄은 가을을 위해 새로운 씨앗을 뿌리는 계절이고, 동시에 그 한해 백작령에 소속된 장원이 린다이어 가문에 바칠 세금을 정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같은 백작령이어도 형편이 좋은 곳이 있고, 나쁜 곳도 있는 법. 그것들을 데인이 제 눈으로 직접 돌아보며 처리했다는 거겠지.
후계자로서 착실히 단계를 밟아 가는 모습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가주 자리를 포기하길 잘했네.”
“……마음 같아선 다시 너보고 가져가라고 하고 싶다만.”
“진짜로?”
“농담도 못 하냐?”
그렇게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던 데인은 문득 진지한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아무튼 들었다. 이번에 가문에서 독립하게 됐다고.”
“그렇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하늘요새와 그 아래 버려진 불모지에 가문을 새로 일굴 생각이냐? 아니면 캐피탈로 가는 건가?”
가문을 새로 일군다는 것. 그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럴 만한 장원이 있지도 않을뿐더러, 그렇다고 린다이어 백작이 인프라가 구축된 땅을 내어 줄 리도 없었으니.
물론 북동부 푸른산맥 인근의 버려진 영토라면 린다이어 백작도 흔쾌히 내줄 것이다.
하지만 그 척박한 땅에 언제 사람을 모으고, 언제 땅을 개간해 도시를 세우나? 그러려면 적어도 십수 년은 걸릴 텐데.
그러니 아마 데인은 내가 캐피탈로 향한다고 생각하겠지. 아무래도 왕실에서 수여 받은 작위가 작위이니만큼 적당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 테니.
그리고 그 예상은 절반만 맞았다.
캐피탈이 내 주 무대가 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왕실에 몸을 의탁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뭐 캐피탈로 가긴 가야겠지.”
“아니면 적당한 가문을 하나 거느리는 건 어떠냐? 찾아보기 힘들다면 내가 알아봐 줄 수도 있는데.”
“알아봐 준다고?”
“그래. 대륙 중부에 나와 연을 맺고 있는 귀족 중에 아직 후사가 없는 이들이 몇몇 있다. 크진 않지만 성장력이 있는 장원을 가진 가문들이고. 너 정도의 실력과 입지라면 그들도 기꺼이 가주의 자리를 내어 줄 용의가 있겠지.”
“생판 처음 보는 날 뭘 믿고 가문을 통째로 내어 준다는 거야?”
“물론 그러려면 네가 그 가문들의 여식과 혼을 맺어야 할 거다. 그래도 나쁜 제안은 아니지 않나? 아니면 정말 맨몸으로 시작하겠다는 거야?”
하여간 이놈이고 저놈이고 하나같이 가만두지 않으려는구나.
문득 벨린테스 국왕이 자신의 누이와 나를 어떻게든 엮으려는 게 떠올랐다.
“내 몸값은 내가 잘 알아. 내 몸을 팔 거라면 적어도 왕실 정도는 되어야 협상하지 않겠어?”
“왕실?”
내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던 데인은 이내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뒤늦게 내가 불과 몇 년 만에 엑스퍼트에 다다른, 대륙에 몇 없는 마스터인 린다이어 백작보다도 성취가 빠른 인재라는 걸 떠올린 거겠지.
“내가 괜한 제안을 했군. 하긴 너 정도면 왕실에서도 충분히 눈독 들일 만하지.”
“아무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
“알았다.”
고개를 끄덕인 데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문득 나를 바라보았다.
“아, 그리고 네게 전서가 하나 왔었다.”
“전서?”
“그래. 도착한 지 꽤 됐다. 윈드네스트로 왔기에 캐피탈에 있는 네게 보내려고 했다만, 봉인 마법이 걸려 있어 섣불리 건들지 못했다.”
마법이 걸린 전서라고? 뭐지? 플레타가 보낸 건가?
문득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몇몇 인물이 떠올라 나는 되물었다.
“누가 보낸 건데?”
내 물음에 데인이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다. 발신처가 볼룸 산맥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던데?”
발신지가 볼룸 산맥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