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hird son of a failure RAW novel - Chapter (213)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214화(214/2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 214화
공격은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자리를 박찬 레드란이 나무 등치에 몸을 기대 엄폐했다. 그러곤 긴장한 얼굴로 낮게 입을 열었다.
“수가 많다.”
레드란의 말대로였다. 느껴지는 기척의 수가 적지 않았다.
그에 나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내가 먼저 움직인다.”
“우리는?”
“레드란, 너는 내 뒤를 따라와라. 그리고 일리아, 너는 한 박자 늦게 들어오며 뒤를 살펴라.”
내 말을 들은 일리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확인한 나는 땅을 박찼고, 내 뒤로 레드란이 곧장 따라붙었다.
“뭘 거 같아?”
내가 던진 질문에 레드란이 헛웃음을 흘렸다.
“뭐가 됐든 몬스터는 아니겠지. 이렇게 은밀하게 접근하는 몬스터는 태어나서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인간?”
“그것도 웃기지. 북방에 인간이?”
레드란의 반문에 나 또한 동의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혀로 입술을 축인 나는 감각을 곤두세웠다.
하나, 둘, 다섯…… 열하나, 열둘…….
당장 잡히는 기척만 십수 개가 넘었다. 하나하나 파악하고 가기엔 늦었다. 이미 포위된 형국이었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하나다.
“돌파한다.”
“좋은 선택이군.”
나는 그 즉시 두 발에 마나를 집중해 땅을 박차 뛰어올랐다. 수 미터를 솟아오른 나는 그대로 아휀을 앞으로 내세웠다.
[싸움이야?]‘보면 몰라? 빨리 밝혀!’
[맡겨만 주시라!]아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검 끝에서 강렬한 백광이 뿜어졌다. 빛을 뿜어내 시계를 밝히는 라이트 마법이었다.
마치 어둠 속에 쏘아진 조명탄처럼 뿜어진 빛이 숲을 환하게 밝혔다.
그렇게 밝아진 시야에 들어온 것들은…….
“인간?”
뒤따르던 레드란의 황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말대로였다. 펼쳐진 수목 위에 올라서서 우릴 포위한 존재들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휀이 순간 뿜어낸 빛에 눈이 부셨는지, 하나같이 손을 들어 눈을 가리고 있었다.
‘사람은 사람인데, 뭐야? 피부가 검어?’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저들의 피부는 흑단처럼 검고 매끈했다.
“뭘 꾸물거려?”
사람이라는 걸 확인한 내가 잠시 멈칫하자 레드란이 혀를 차며 치고 나섰다.
이후 폭주전차처럼 돌진한 레드란은 상대를 하나 정해 곧장 검을 휘둘렀다.
콰앙!
그러나 돌아온 것은 귀에 익숙한 마나와 마나가 격돌하는 소리였다.
그것이 말해 주는 사실은 간단했다. 상대도 마나를 다룬다는 것.
그리고 세상에 마나를 다루는 몬스터는 없다.
쌔애액-!
파고든 레드란의 주위로 검은 인영들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포위될 형국에 나 또한 빠르게 치고 나갔다.
‘왼쪽 둘, 오른쪽 셋.’
순간적으로 상대 움직임을 읽은 뒤 검을 횡으로 크게 뿌렸다. 공격보다는 접근을 막고자 내린 선택이었다.
카가가각!
그렇게 휘두른 검에 마나와 마나가 충돌하며 푸른 불꽃이 한바탕 피어올랐다.
‘실력은 그리 높지 않아. 끽해야 마나 유저 초급?’
한 번의 격돌로 견적이 나왔다. 숫자가 많긴 하지만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곧장 레드란에게 고함을 내질렀다.
“레드란, 일단 생포한다!”
내 고함을 들은 레드란이 짧게 답했다.
“누구로?”
“저놈.”
나는 가장 안전한 곳에서 사태를 관망하는 녀석을 가리켰다.
뻔하지. 대개 저런 놈이 지휘관이다.
그렇게 레드란과 짧게 계획을 공유한 나는 일리아를 향해 외쳤다.
“일리아! 뒤를 맡아라!”
“알겠습니다.”
어느새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일리아가 내가 뿌리쳐 낸 이들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주어진 틈은 짧았다. 하지만 지금이 기회란 걸 느낀 나와 레드란은 순간 전력을 다해 목표를 추격했다.
그에 놈들도 우리 의도를 파악했는지 앞길을 막으려 빠르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앞을 막아선 이들을 본 레드란의 눈이 붉게 타올랐다. 뒤이어 맨손으로도 트롤을 잡아 뜯던 괴력으로 장작 패듯 검을 세 번 내려찍었다.
“…….”
앞을 막아선 놈들은 순간 뿜어진 레드란의 괴력에 길을 터 줄 수밖에 없었다.
레드란이 열어 준 길을 확인한 나는 빠르게 목표를 향해 파고들었다.
그런 나를 본 녀석이 당황했는지 검을 들어 내질러 왔다.
하지만 너무 느렸다. 무슨 소꿉장난 하나.
카앙!
가볍게 검을 쳐 낸 나는 뒤이어 주먹을 뻗어 녀석의 배를 후려쳤다.
“크어억…….”
백 퍼센트 기절했다. 전 재산을 걸고 내기해도 좋아.
그렇게 혼절한 녀석의 뒷덜미를 잡아챈 나는 그대로 검을 돌려 목에 가져다 댔다.
“더 다가오면 이놈은 죽는다.”
인질극.
만약 상대가 몬스터라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법한 행위.
하지만 이들은 마나를 다루고, 체계적으로 진형을 갖춰 우리를 압박했다. 지성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지성이 있다는 건 대화도 가능하단 뜻이고.
물론 마음만 먹으면 모조리 쓸어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건 일단 사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에도 늦지 않다. 애초에 그러려고 한 놈을 생포한 거고.
“멈췄네.”
어느새 붉은 안광을 거둔 레드란이 헛웃음을 흘렸다.
레드란의 말대로였다. 주위로 몰려들던 녀석들은 동료가 잡힌 걸 보곤 일정 거리를 둔 채 다가오지 않았다.
그제야 여유가 생긴 우리는 상대의 면면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핀 상대의 용모는 예상외로 아주 익숙했다.
“엘프잖아?”
당황한 레드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엘프긴 하지.”
미의 여신이 직접 빚은 듯한 외모와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 그리고 그 머리칼을 뚫고 튀어나온 뾰족한 귀.
대수림에서 보았던 엘프와 한 치도 다름없는 외형이었다.
단 하나, 피부가 검다는 것만 빼면.
‘다크엘프.’
북방에는 종족전쟁에서 패배하고 밀려난 수많은 이종족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보면 이상할 건 없다. 비록 왕국 내에 이종족인 엘프와 드루이드가 살고 있었지만, 그들은 특수한 경우니까.
하지만 나는 이후 손에 전해져 오는 감각에 그만 웃고 말았다.
과거 대수림에서 엘프의 도움을 받아 되살려 낸 어둠의 정령, 에보니.
에보니는 현재 내 손에 낀 반지에 깃들어 있었으며 동시에 바로 지금, 아주 맹렬하게 떨고 있었다.
우우웅-! 우웅!
에보니가 울기 시작했다. 더불어 녀석의 감정이 반지를 통해 물밀듯이 밀려왔다.
증오, 슬픔, 원망, 고통, 두려움.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은 다크엘프들을 향하고 있었다.
그 지독한 감정에 나는 눈앞에 다크엘프들을 바라봤다.
“하나만 묻겠어.”
“…….”
“너희들, 인간에게 협력한 적이 있나?”
분명히 봤다. 선두에 선 다크엘프가 내 물음에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이젠 더 물어볼 것도 없지. 쓴웃음을 흘린 나는 사로잡았던 다크엘프를 발로 걷어차 그들에게 도로 보냈다.
“뭐 하는 거야?”
그런 내 모습을 본 레드란이 표정을 구겼다. 기껏 잡아 놓은 인질을 왜 다시 보내 주냐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신사적으로 굴 필요가 없어졌거든.”
“……없어져?”
레드란의 의문에 나는 이를 드러냈다.
“대체 어디서 찾나 했더니만, 북방에 쥐새끼들처럼 숨어 있었나?”
정령을 봉인하는 작업은 인간의 기술만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네비로스 교단은 기어코 마석을 만들어 냈다. 어떻게 했을까.
답은 간단하지.
이 세상에서 가장 정령과 밀접한 종족이 네비로스 교단에 협력했다는 것.
하지만 대수림에선 그런 불온한 엘프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의 누구일까, 아주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답은 의외로 이곳에 있었다.
“일말의 가책을 덜어 줘서 고맙다.”
말을 마친 나는 마나하트를 짜내었고, 이내 내 몸 주위로 푸른 불길이 뿜어졌다.
* * *
“크어억…….”
“커억, 커으흑…….”
쓰러진 다크엘프들이 지독한 고통에 신음했다. 몇몇은 끝끝내 반항하다 몇 군데 부러진 모습이다.
참혹한 광경에 지켜보던 일리아는 물론이고 레드란조차 끌끌 혀를 찼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걸음을 옮겨 가장 멀쩡해 보이는 다크엘프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이름.”
내 물음에 고개를 치켜든 다크엘프가 두 눈 가득 분노를 담았다.
참 애석하기도 하지. 지금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도 모르는 꼴이라니.
짜악!
휘둘러진 내 손이 다크엘프의 뺨을 후려갈겼다.
“커억…….”
입안이 터져 나갔는지 다크엘프가 핏물을 토해 냈다. 그 붉은 선혈 가운데 부러진 치아가 보여 손가락으로 집어 바스러트렸다.
바람을 타고 하얀 가루가 흩어졌다.
“평생 죽만 먹고 살고 싶나?”
“…….”
“그렇다면 계속 닥치고 있든가.”
다시 한번 손을 치켜들자 멀리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그만해라!”
만류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처음 내게 사로잡혀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린 다크엘프가 보였다.
인간으로 치면 중년쯤 됐을 외모의 그는 내 눈빛과 마주하자 몸을 떨었다.
“그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잘못이 없다고?”
그 말을 들은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이후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잘못이 없어? 그럼 그 잘못은 누구한테 찾아야 하지?”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라.”
“묻는 거에 대답이나 해.”
“크아아악!”
녀석의 팔을 잡아 부러트릴 심산으로 힘을 주자 섬뜩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에 지켜만 보던 일리아가 다가와 내 팔을 조심스레 부여잡았다.
“그만하시죠.”
“왜?”
“무력한 상태이지 않습니까.”
“…….”
왠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일리아의 눈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빌어먹을 언홀리 나이트와 네비로스 교단에 협력한 놈들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놈들 때문에 리하스의 아버지를 비롯해 캐피탈의 무수한 시민들이 죽은 걸 잊었어?”
“기억하고 있습니다.”
긍정하면서도 일리아는 내 팔을 놓지 않았다. 그에 기분이 괜히 착잡해진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이후 다시 고개를 돌려 다크엘프를 바라본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이름이 뭐지?”
“……게일.”
“좋아, 게일. 보아하니 이 숲은 너희 영역인 것 같은데.”
“그렇다.”
“그렇다면 당연히 너희 가족도 이 숲에 머물고 있겠지. 그렇지?”
“…….”
바보가 아닌 이상 내 말이 뜻하는 바를 이해헸겠지. 찜찜한 협박이긴 하지만 이보다 효과가 좋은 방법은 없을 거다.
내 예상대로 게일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를 본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묻는 것에 성심껏 대답만 해 준다면 최소한 무고한 희생은 없을 거라 약속하겠어.”
“……최대한 돕도록 하겠다.”
떨리는 다크엘프의 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너희가 어떤 인간들에게 협조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내 물음에 게일의 눈이 다시 흔들렸다.
“그들이 보낸 건가?”
“아니. 하지만 그들이 나를 여기로 오게 만든 건 맞지. 그러니 그들과 관련된 모든 것을 말해.”
“……그건 나보다 마을에 있는 장로님이 자세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을 그분에게 안내하겠다.”
“좋아. 안내해. 하지만 만약 나를 속여 함정이라도 팔 생각이라면…… 부디 최선을 다하길 빈다.”
드드득…….
나는 다크엘프가 몸을 기대고 있던 나무 등치에 손을 찔러 넣었다.
마나를 머금은 손은 마치 두부처럼 손쉽게 수목을 파고들었고, 이내 빼낸 손아귀엔 곱게 으스러진 가루가 휘날렸다.
“나는 지금 몹시 화가 나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