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hird son of a failure RAW novel - Chapter (220)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221화(221/2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 221화
성을 발견한 오크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괴이한 울음으로 의사소통을 나눴다. 알아들을 순 없었으나 몸짓을 보면 대충 성에서 머물고 가자는 듯했다.
그렇게 성으로 접근한 오크들은 거리낄 것 없다는 듯 잠겨 있지 않은 외성벽을 지났다.
“쿠륵, 쿠르륵!”
그러곤 선두의 오크가 손을 들어 내성을 가리켰다. 저곳으로 가자는 거겠지. 그렇게 오크들은 위에서 내가 지켜보는 줄도 모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성은 외성과 달리 약간 고지대에 자리해 있기에 오크들은 계단을 올랐다. 그를 확인한 나는 멀리서 문이 열리면 내부를 살펴볼 요량으로 뒤를 쫓았다.
이윽고 내성 앞에 당도한 오크들이 거칠게 문을 열어젖혔다. 그를 지켜보던 나는 문이 열린 순간, 절대 잊을 수 없는 익숙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마석.’
솜털이 곤두설 만큼 요사스러운 기운을 흘려 내는 건 내가 알기로 그것밖에 없다.
이곳에 놈들이 있다.
그 사실을 알아낸 나는 이를 드러내며 멀리서 내부를 살폈다.
열린 내성문 안으로는 거대한 홀이 보였다. 그리고 그 홀의 중앙에는 기둥이 하나 서 있었는데, 그 끝에는 검붉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
마석이었다.
[기분 나빠.]아휀의 짤막한 소감에 공감하며 나는 긴장을 끌어올렸다.
미치지 않고서야 케르윈이 저런 물건을 인테리어로 박아 놓진 않았겠지. 그렇다면 곧 그 원흉이 나타날 것이다.
예상이 현실로 드러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두컴컴한 내성 내부로 무수한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크르르…… 크르르…….
낮은 울음이 거대한 홀을 울렸다.
듣는 이로 하여금 먹잇감이 된 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울음이었다. 오크들도 그것을 느꼈는지, 당황하며 무기를 들기 시작했다.
‘울음이라…… 언홀리 나이트들이 지키고 있는 게 아니었어.’
성대모사 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이 저런 울음을 낼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홀 중앙에 박힌 마석을 생각해 보면 간단하지. 놈들은 이곳에 경비견을 둔 것이다. 저 오크들처럼 성을 찾아오는 불청객을 쫓아낼 수 있도록.
“크르르르…….”
결론을 내림과 동시에 시뻘건 안광을 내뿜는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푸르륵…… 푸륵…….
뿜어진 콧김이 마치 새하얀 안개처럼 사방으로 흩어진다. 동시에 불규칙하게 솟아난 날카로운 어금니 사이로 타액이 뚝뚝 떨어지며 불쾌한 소리를 냈다.
2미터? 아니, 3미터는 넘는다.
날붙이조차 튕겨 낼 듯 단단히 부푼 근육과 단검을 박아넣은 듯한 발톱이 보였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코를 연신 킁킁대며 내 냄새를 추적하는 듯한 움직임까지.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강인한 맹수의 풍모가 눈앞에 드러났다.
‘늑대인간인가.’
라이칸스로프, 즉 늑대인간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두 발로 딛고 선 늑대의 형상이 붉은 안광을 흘리며 오크들을 쏘아보고 있었으니.
수인족이라 함은 동물의 형상을 띤 인간형의 몬스터를 말한다. 그렇게 따지면 라이칸스로프라고도 불리는 늑대인간도 당연히 수인족에 포함된다.
수인족이란 이름이 붙은 이상 지능이 있다는 소리니 당연히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일찍이 접었다.
수인족들은 옛날 내가 직접 토벌했던 오크 칼날부족과 매우 닮아 있었다. 두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광기에 젖은 저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오로지 명령만을 수행하는 꼭두각시라.’
빌어먹을 교단 놈들. 참으로 악당다운 행보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봤다.
쿠륵, 쿠르륵!
나타난 수인족들의 모습에 당황했던 오크들은 이내 도리어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저런 녀석들이다. 타고난 육체를 부여받아 먹이사슬에서 꽤 상위를 차지했지만, 그를 받쳐 주지 못하는 지성 탓에 한계가 여실하다.
누가 봐도 유불리가 확실해 보임에도 오크들은 무기를 꼬나들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어진 건 살육이었다. 수인족들은 공격을 간단히 쳐 내곤 말 그대로 오크를 도륙해 나가기 시작했다.
‘어쩔까.’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물러난 뒤에 후발대와 함께 수인족을 공략해야 하나?
아니지. 좀 더 지켜보자. 만약 이곳에 교단 녀석들이 있다면 소동을 확인하러 분명히 나타날 거다.
케륵-!
쿠에에엑!
그러나 오크들이 전부 죽을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수인족을 제외한 다른 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 이후로도 한참을 더 기다려 봤다. 하지만 싸움이 끝난 수인족들은 다시 기척을 감췄고, 이후로는 고요함만이 맴돌았다.
나는 거기서 의아함을 느꼈다.
“이상한데.”
[뭐가?]아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예전에 칼날부족을 토벌할 때, 당시 놈들은 마석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단 한 놈만큼은 아니었어.”
[아아, 기억나. 그로쉬였던가?]“맞아. 놈은 마석을 이용해 강해진 부하들을 부리고 있었지.”
[그렇다는 건?]“마찬가지로 저 수인족을 통제하는 녀석이 있어야 맞지 않겠어?”
[하지만 교단 놈들은 안 보였는데?]“인간이 아닌가 보지.”
모든 정황이 들어맞기 시작했다.
마석이 있으니 교단 놈들이 이곳을 근거지로 삼은 건 일단 확실했다.
근거지로 삼은 이유는 당연히 결계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곳은 놈들에게도 중요한 곳일 테니. 그래서 마석을 통해 수인족으로 하여금 이곳을 지키게 했을 테고.
하지만 이곳에 놈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크엘프의 숲에 찾아왔던 놈들.’
위험한 북방이다. 그런 곳에서 흑마법사를 대동해 움직였다면 호위에 부족함이 없어야겠지.
즉, 놈들은 이곳의 경비는 수인족에게 맡긴 채 전부 다크엘프의 숲으로 향했다가 내게 당했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누군가는 마석에 사로잡힌 이들을 통제해야 한다. 말 그대로 꼭두각시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저 수인족을 통제하는 인간은 없었다.
그렇다면 저 수인족을 통제하는 이는 누구인가?
뻔하다. 오크를 같은 오크가 다루었듯 저 수인족도 같은 수인족이 그러하고 있겠지.
모든 퍼즐이 맞춰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성벽 위에서 뛰어내렸다.
[뭐하는 거야? 싸우게?]“아니.”
[그럼?]“대화를 해 봐야지.”
[누구랑!]“그건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정찰만 한다며!]아휀의 고함을 무시한 채 끌어올린 마나가 몸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그런 내 기척을 느낀 것일까. 아까 보았던 붉은 안광이 어둠 속에서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뒷목이 싸늘해지는 울음이 거대한 홀 내부로 울려 퍼졌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크네.”
3m가 넘는 수인족들이 주는 위압감에 나는 혀를 내두르며 검을 들었다.
그러자 마치 그게 신호인 것처럼 녀석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잠깐, 잠깐만…….”
뭐라 말도 붙이기 전에 숏소드보다 길고 날카로운 발톱이 눈앞을 가득 메웠다.
뭐라 말을 붙일 새도 없다. 찔러 오는 궤적마다 내 급소만을 노리는 게 상당히 위험했다. 마석의 힘으로 강화된 탓에 웬만한 기사만큼의 움직임이었다.
반면 나는 피를 보지 않으려는 탓에 점점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버겁다.
‘젠장.’
아무래도 다치지 않게 제압하는 건 힘들어 보였다. 그렇다면 결국 피를 봐야 하는 건가?
‘어쩔 수 없지. 마지막 경고만 해 보고.’
한순간 마나하트를 짜내었다.
잔에 물이 넘치듯, 담을 수 있는 양을 초과한 마나가 이내 몸 바깥까지 뿜어졌다. 마치 뜨거운 수증기처럼 이글거리는 푸른 기운이 내 몸을 휘감았다.
아무리 마석에 취한 놈들이라고 해도 본능은 살아 있을 것이다. 정도를 넘어선 힘과 마주한다면 효과가 있겠지.
다행히 예상이 적중했다. 달려들던 수인족들이 잠시 멈칫했다. 그를 확인한 나는 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입을 열었다.
“동족을 전부 죽이고 싶은 거냐?”
어둠을 뚫고 내 목소리가 홀 내부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반응은 없었다. 여전히 수인족들은 나를 향해 흉흉한 살기를 드러내며 다시 달려들 몸짓을 하고 있었다.
그에 나는 검을 휘둘렀다.
파가각!
돌바닥을 베고 지나간 검이 검흔을 남겼고, 그것은 하나의 경계선이 되었다.
“마지막 경고다. 넘으면 벤다.”
최후통첩이었다. 이래도 반응이 없다면 나로서도 피를 볼 수밖에.
들어 올린 검을 타고 서슬 퍼런 마나가 한껏 솟아올랐다. 닿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흉흉한 힘을 끌어올린 나는 제일 앞서 있는 수인족을 겨누었다.
“크르르르!”
내게 겨냥당한 수인족이 흉포한 울음을 토해 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녀석은 내가 그은 선을 넘지 않았다.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선 바깥에서 움직임을 멈춘 채 울음만을 토해 냈다. 마치 목줄이 팽팽하게 당겨져 마지못해 멈춰 선 모양새였다.
그렇게 잠시 불편한 대치가 이어지던 그때였다.
“……동족을 죽이고 싶지 않다면.”
수인족들의 뒤로 낮고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침을 흘려 대며 아우성을 질러 대는 수인족들 사이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방금 내게 말을 건 녀석이라는 걸 알아챈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네가 리더냐?”
녀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답을 들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특히 더 장대한 체구와 수많은 경험을 증명하듯, 한쪽 눈을 가로지르는 흉터는 누가 봐도 ‘나 대장이요’ 하는 모습이었으니.
그렇게 애꾸눈 수인족은 다시 쉰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를 죽이지 않고도 우리가 살 방법이 있다는 뜻이냐?”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녀석이었다.
어찌 됐든 내 예상이 맞았다. 저 녀석은 마석에 제압되어 있지 않았다. 동시에 지금도 으르렁거리며 내게 적의를 흘리는 여타 수인족을 통제하는 듯했다.
나는 들어 올렸던 검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
“그거야 지금부터 알아봐야겠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지금 나와 싸우면 너흰 모두 죽어.”
모두 죽는다.
그 말을 들은 녀석은 내 검에 피어오른 푸르스름한 마나를 보며 으르렁댔다.
“하지만 너를 막아서지 않아도 우린 모두 죽게 되겠지.”
“무슨 사정인지는 대충 예상이 가네. 녀석들이 너희 목숨을 휘어잡고 협박이라도 하는 거냐?”
“녀석들이라면…….”
“뭘 물어? 저기 기둥에 박힌 돌멩이로 추잡한 짓을 하는 놈들 말고 또 있어?”
“…….”
내 말에 돌연 녀석이 경계심을 가득 담아 으르렁거렸다.
“지금 나를 시험하려는 건가?”
“시험?”
시험이라니? 아, 지금 나를 교단놈들과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이건 자기들의 충성심을 테스트하는 거고?
뭐, 그렇게 생각할 만하지. 이런 머나먼 북방에 강한 힘을 지닌 인간이 느닷없이 나타났다면 더더욱.
이 오해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려나.
아, 그게 있었지.
“기다려 봐.”
뒤늦게 떠오른 것이 있어 나는 손을 허리춤으로 옮겨 작은 가방을 뒤졌다. 그 행동에 잠잠해졌던 수인족들이 다시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가방에 손을 넣은 채 머릿속에 블래우가 써 주었던 전서를 떠올렸다. 그러자 아공간에 보관되어 있던 전서가 손에 잡혔다.
아, 이 가방 진짜 편리하다니까.
그렇게 손에 잡힌 전서를 나는 가볍게 내던졌다.
“이거면 납득하려나?”
전서를 낚아챈 녀석이 날 쏘아보았다.
“이건 뭐지?”
“글쎄다. 아주 오래전에 교류가 있었다곤 하는데, 그걸 너도 알고 있을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지.”
“…….”
내 말이 의심스러운 듯 멀쩡한 눈을 얇게 뜬 녀석이 천천히 전서를 뜯고는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처음엔 미심쩍던 녀석의 표정은 점점 뒤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다 종국엔 놀라움이 깃들었고, 끝내는 손을 부르르 떨었다.
“여기에 쓰인 것들은…… 우리 일족이 아니고서야 알 수 없는 일들이다.”
“아 그래? 그럼 잘됐네. 이제 좀 믿음이 가는 거냐?”
블래우의 말에 따르면 그 옛날 수인족들은 다크엘프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의 빚은 전대 장로에 의해 계속 전해 내려왔을 테고, 그렇기에 블래우 또한 알고 있었겠지.
물론 그것은 네비로스 교단에겐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정보다. 굳이 알아낼 필요도 없고, 그렇기에 이들도 말한 적 없는 그런 정보.
크르릉!
짧게 울음을 토해 낸 녀석이 전서를 움켜쥐었다.
“다크엘프들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은 잘 알겠다. 그리고 우리가 진 빚을 갚기 위해선 네게 협조해야 한다는 것도 알겠고. 하지만…….”
“하지만?”
“지금 보다시피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나 혼자 너를 돕기엔 보복이 있을 테니 곤란하다.”
침통하게 말하는 녀석과 달리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양팔을 벌렸다.
“아니, 실망할 건 없어. 이미 너는 내가 바라는 것을 가지고 있으니까.”
“가지고 있다고?”
“그래. 그러니까 어디 대화를 한번 시작해 볼까?”
“말했다시피 네게 협조했다간 우리에게 어떤 보복이 있을지…….”
“다크엘프들도 같은 말을 했었지.”
“같은 말을 했다고? 그 말은 즉, 다크엘프들도 우리와 같은 일을 겪었다는 건가?”
내 말을 듣곤 적잖게 흥분한 듯 녀석이 그르렁거리며 물어 왔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완전하지 않다는 건 무슨 뜻이지?”
“너는 모르겠지만 다크엘프들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구속당해 있었다. 뭐 그거야 나중에 알아도 될 일이고, 중요한 건 지금 다크엘프들이 자유의 몸이라는 거겠지. 그리고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기도 하고.”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왜지?”
“여기에 놈들 잔당이 있으면 싸워야 하니까?”
싸워야 한다.
그 말을 들은 녀석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너는 그들을 이길 수 있다는 거냐?”
“보고도 모르겠어?”
마나로 이글거리는 검을 한 손으로 붕붕 돌려 주자 녀석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에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겠단 생각이 들어 마나를 거두며 재차 입을 열었다.
“일단 내 감각에는 잡히지 않는다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물어보지. 녀석들이 지금 여기에 있나?”
내 물음에 애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은 아주 가끔 이곳에 올 뿐이다. 지금은 우리밖에 없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이곳에 놈들은 없었다.
하지만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아주 가끔 이곳에 올 뿐이라고?
여기를 근거지로 삼아 결계를 파훼하고 있던 거 아니었나?
아무래도 중간에 뭔가 꼬인 것 같은 느낌에 나는 검을 검집에 꽂으며 팔짱을 꼈다.
“아무래도 들을 이야기가 많은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