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hird son of a failure RAW novel - Chapter (23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239화(239/2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 239화
사방이 뻥 뚫린 바다에 휘몰아치는 바람은 거셌다. 그리고 그 바람을 이용한 해적선 두 척은 골든아너호를 맹렬히 추격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엔 나와 제스칼이 각각 작은 보트에 몸을 의지한 채 숨죽이고 있었다.
이윽고 두 척의 해적선이 코앞까지 다가옴을 확인한 나와 제스칼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도약을 준비했다.
다리를 굽혔다. 그러곤 마나를 끌어올리며 뛰어올랐다. 그림자처럼 솟아오른 나는 소리 없이 해적선 선수루에 가볍게 착지했다.
어둠과 더불어 거친 파도를 틈타 잠입했다. 그에 나를 발견하지 못한 해적들은 전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빨리 해치우고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동감이야. 빌어먹을, 이 근방은 소문이 너무 안 좋아.”
멀리 골든아너호를 노리는 해적들의 대화를 뒤로한 채 나는 놈들의 숫자를 셌다.
‘열, 스물, 서른…… 대략 사십여 명.’
골든아너호의 선원이 삼십 정도 되는 걸 생각한다면 분명 적지 않은 숫자였다.
물론 아무리 그래 봤자 해적 나부랭이임에는 변함없지만.
“방금 무슨 소리 안 들렸어?”
“뭔 소리?”
“앞에 발소리 같은 게 들렸는데?”
“다리 달린 물고기도 있냐? 지랄하지 말고 앞이나 제대로 살펴…… 어?”
누가 봐도 선장과 그 부하의 대화는 아니다. 확인을 끝낸 나는 그대로 솟아올랐고, 나를 본 두 해적은 눈을 크게 떴다.
“뭐, 뭐야!”
자신의 운명을 알았다면 마지막 유언은 좀 달라졌을까?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며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서걱!
미세한 감각만을 남긴 채 검이 그어졌다. 동시에 궤적 위로 두 머리가 솟아 올랐다.
투두둑!
뒤따라 떨어지는 피를 망토 자락으로 막아 내며 계속 걸음을 옮겼다.
“뭐야, 저 자식!”
“침입자다!”
날 발견한 해적들이 고함을 내질렀다.
골든아너호와의 전투를 대비해 무장해 있던 해적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물론 반가운 소식이다. 하나하나 이 잡듯 뒤져 가며 찾아낼 수고가 덜어졌으니.
‘누가 선장일까.’
그 또한 쉽다. 지금 순간 가장 분노한 채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놈을 찾으면 됐다.
“당장 저 자식을 잡아 와!”
나 두목이요, 광고라도 하듯 안대 쓴 우락부락한 사내가 나를 손가락질했다. 견적 나왔다
나는 고갤 끄덕이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내 앞을 해적들이 건들거리며 다가왔다.
“이 새끼가 뭘 덤덤히 걸어오고…….”
걸쭉한 욕설을 뱉던 해적의 머리통이 솟았다. 뒤이은 놈들도 마찬가지다. 가볍게 휘둘러진 검은 목숨을 착실히 수확했다.
죄책감? 이들은 해적이다. 그런 걸 느낄 리가 없지. 오히려 이렇게 고통 없이 죽는 것에 감사해야 할 놈들이다.
“어, 어어…….”
스무 명 정도 죽였나? 부하들이 달려드는 족족 죽어 나가자 선장의 표정이 괴이하게 변해 갔다.
“뭐야. 뭐하는 놈이야, 저거.”
때론 날이 선 겁박보다 조용한 침묵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뭐해! 빨리 가서 막아!”
선장의 윽박지름에 그 옆에 붙어 있던 녀석들이 이를 악물었다.
“비, 빌어먹을! 저걸 어떻게 막습니까!”
“이 새끼들아! 여긴 바다다! 어차피 도망갈 곳도 없어! 싸워!”
“좆까는 소리 하지 마! 저건 누가 봐도 기사잖아!”
저들끼리 뒤엉켜 끝내 선실로 도망가려는 모양새에 나는 땅을 박차 도약했다.
허공에서 놈들의 머리를 지나 그 앞에 착지한 나는 느릿하게 선실 문을 잠갔다.
그러곤 마저 남은 해적들을 처리했다. 특히 마지막 녀석은 특별히 선장이 잘 볼 수 있도록 천천히 심장을 꿰뚫었다.
“아, 아아악! 쿨럭, 쿠르륵…….”
비명은 입안을 가득 메운 핏물에 잠잠해졌다. 죽은 해적의 몸이 축 늘어지자 코앞에서 지켜보던 선장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 당신 누구야.”
갑자기 통성명은 무슨.
무시한 채 망토 자락으로 검에 묻은 피를 닦아 낸 나는 선장 앞에 쪼그려 앉았다.
“갈까마귀 해적단, 맞나?”
“마, 맞다.”
확인은 끝났다. 심문이야 골든아너호에 피터라는 전문가가 있으니 내가 나설 필요는 없겠지.
손을 들어 선장의 목덜미를 후려치자 녀석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기절했다.
기절한 선장을 밀어낸 나는 피터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 해적들이 꺼두었던 등불을 하나둘 켰다.
‘제스칼은…….’
고개를 돌리자 멀리 번쩍거리는 푸른 궤적이 눈에 들어왔다. 뒤이어 솟아오르는 수급들도 보였다.
싱겁네.
하긴, 애초에 임무라고 부를 만한 일도 아니었지.
‘잠깐만.’
그때 뭔가를 놓친 기분이 들었다. 뭘까 싶어 주위를 둘러본 나는 바람을 받아 한껏 팽창한 돛을 발견했다.
“아, 맞다. 배부터 멈췄어야 하는데.”
* * *
자칫 망망대해의 미아가 될 뻔했던 나는 돛대에 연결된 로프 몇 개를 잘라 내고 나서야 골든아너호와 접선할 수 있었다.
“……좀 더 세심하게 행동해 주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인가요?”
플레타의 타박에도 할 말이 없다. 완전 길 잃은 꼬맹이가 된 기분이랄까. 제기랄.
“배를 언제 타 봤어야지.”
“제스칼 경은 기사가 아니라 뱃사람이었던가요? 이제 알았군요.”
……하필 제스칼이 꼼꼼하게 해적 몇을 살려 놔 배를 멈춰 나와 더더욱 비교되는 상황이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놀리는 건 나중에 하고, 피터는?”
내 물음에 플레타가 선실로 내려가는 문을 가리켰다.
“제스칼 경이 사로잡은 해적을 심문하고 있어요.”
“벌써?”
“누가 지각하는 바람에 먼저 시작했죠.”
“아, 그렇지. 젠장. 선장은 어디 있지?”
고개를 돌리자 내가 나포해 온 해적선에서 포로를 구출하는 선장이 보였다.
그곳으로 다가가자 나를 본 선장이 흥분한 얼굴로 반겼다.
“상회장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단신으로 해적선을 나포하시다니.”
“칭찬은 나중으로 미루고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디만.”
“제가 아는 것이라면.”
“나포한 해적들의 배를 운용하려면 선원이 얼마나 필요하겠습니까? 최소한으로.”
내 물음에 선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적들의 선박 말입니까? 그리 크지 않으니 최소한이라면 해도를 볼 수 있는 항해사와 배를 움직일 조타수, 그리고 힘 센 장정 서넛만 있으면 됩니다.”
“혹시 필요한 인원을 골든아너호에서 차출해 줄 수 있겠습니까?”
“골든아너호에서 말입니까?”
“어깨너머로 배운 친구들이어도 상관없습니다. 구색만 갖추면 되니.”
“그렇다면야…….”
“그리고 대략 일주일 치 물자도 두 해적선에 나눠 실어 주셨으면 좋겠군요.”
“두 척 전부 말입니까?”
“골든아너호와 따로 운용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아시고 준비해 주시길.”
“예, 뭐…….”
“날이 밝기 전까지 가능하겠죠?”
내 말에 선장이 달을 바라봤다. 그러곤 한숨을 푹 내쉬었다.
“빨리 움직여야겠군요.”
“부탁합니다.”
선장에게 일을 맡긴 나는 포박된 해적을 둘러업곤 선실로 향했다. 그런 내 뒤를 따라온 플레타가 옆에 섰다.
“나포한 해적선을 이용할 생각인가요?”
“그래. 골든아너호 한 척으로만 움직이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니까. 게다가 위험하기도 해. 수세에 몰려도 바다 위에선 도망갈 곳이 없지.”
“그래서 해적선을 척후로?”
“그렇게 하면 골든아너호는 안전한 곳에 머물 수 있으니까. 탐사하는 인원도 돌아갈 곳이 생기는 셈이고.”
“흐음, 인원은 어떻게 나눌 거죠?”
“그건 네가 짜 놨잖아?”
출항하기 전 그녀가 짠 계획을 운운하자 플레타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전원이 하나의 섬을 탐사할 때의 인원 배분이었어요. 아예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건 상정하지 않았다고요.”
“그럼 지금부터 다시 짜 보면 되겠네.”
“말은 쉽죠.”
“그래서, 불가능해?”
“……잠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툴툴대는 플레타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선박 최하층 선실에 들어섰다.
한때 무역품을 실었을 널찍한 창고는 심문실로 바뀌어 있었다. 팔짱 낀 채 입구에 기대어 있던 테일러는 나를 보곤 손을 들었다.
“어이쿠, 용케 미아는 되지 않으셨소?”
“소문 참 빠르군요.”
테일러가 내가 업어 온 해적을 가뿐히 건네받아 선실 내부로 들어섰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가며 입을 열었다.
“뭔가 소득은 있습니까?”
“저 친구가 뭘 하기도 전에 술술 불더군. 집안 내력까지 말할 기세요.”
선실 내부에선 피터가 연신 해적에게 무언가를 묻고 있었다. 그리고 제스칼은 그 옆에서 나온 대답을 받아 적고 있었고.
왕실근위기사와 왕실비밀수사관의 콜라보라는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둘의 모습에 픽 웃음이 나왔다.
“아, 오셨습니까?”
해적을 심문하던 피터는 선실로 들어선 나를 보곤 몸을 일으켰다.
“뭣 좀 알아냈나?”
“이것저것요. 저놈을 통해 교차 검증은 해 봐야겠지만.”
피터는 내가 데려온 해적을 흘긋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뒤이어 내게 다가온 제스칼이 종이를 내밀었다.
적힌 내용은 다양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거의 일치했다.
“말르가에서 출항한 우리가 연안이 아닌 외해로 향하는 걸 확인하고 뒤따랐다. 야간을 노려 급습한 건 이곳이 세이렌 해적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백작님이 예상하신 그대로더군요.”
“좋은 소식이긴 한데, 다른 수확은 없나? 가령 해적들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이라든가.”
“당연히 있지요.”
빙긋 웃은 피터가 테이블 위에 펼쳐진 지도를 가리켰다.
“일전에 제가 말씀드렸던 먹혀 사라진 해적단들이 있지 않습니까.”
“네비로스…… 아니, 세이렌 해적단에게 말이지?”
“예. 저자가 그렇게 사라진 해적단들의 근거지를 대충 어림짐작으로 알고 있더군요.”
“그거 좋은 소식인데.”
아무리 천하의 네비로스 교단이라 해도 하루아침에 거대 해적단을 만들어 내긴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정해져 있다. 이미 만들어진 인프라를 빼앗아 차지하는 것.
그 말은 곧 먹혀 사라진 해적단과 네비로스 교단의 근거지가 같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좋아. 탐색 범위를 줄일 수 있겠어. 물론 놈들이 그곳을 차지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어찌 됐건 시설은 남아 있을 테니까. 그곳을 베이스캠프로 삼을 수만 있다면 수색도 한결 수월하겠죠.”
맞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약점은 거점의 문제니까.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골든아너호 하나만 믿고 장기간 수색을 펼치는 건 심한 부담이다. 그렇다고 외딴 무인도에 내려서 베이스캠프를 새로 만들자니 드는 품과 시간이 걱정이다.
하지만 해적들이 사용하던 근거지라면 충분한 기반이 마련되어 있겠지. 만약 그곳을 세이렌 해적단이 차지하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
“일단 가장 가까운 곳은 어디지?”
내 물음에 피터가 남부의 바다가 그려진 지도에서 두 해역을 가리켰다.
“이곳과 이곳이 일단 저희와 가장 가까운 해역입니다.”
두 해역 모두 수십 단위의 섬이 모여 만들어진 군도를 가지고 있었다. 저 크고 작은 섬들을 일일이 뒤져 볼 걸 생각하니 벌써 머리가 지끈해 오는 기분이다.
“많기도 하네. 빌어먹을. 일단 해역이 두 곳이라 했으니 우리도 두 개조로 나눠서 한 번에 처리해 보자고.”
“두 개조로? 아, 이번에 나포한 해적선을 이용해서 말입니까?”
“그래.”
“흐음, 계획을 다시 짜 봐야겠군요.”
“그거야 우리 작전 참모님께서 다 생각해 놓으셨겠지.”
내 시선을 받은 플레타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는 게 아닌가 싶지만…… 어쨌든 조사할 해역은 정해진 것 같군요.”
“조를 어떻게 나누지?”
“골든아너호는 일단 기함으로써 안전한 곳에 정박해 있는 게 낫겠죠. 로르다인과 제가 남아 지키는 게 좋아 보이고요.”
가장 강력한 무력을 지닌 로르다인과 마법사인 플레타가 골든아너호에 남는다.
거기까진 나도 예상했다. 하지만 나머지 탐색조는 어떠려나.
“첫 번째 해역, 알파라고 하죠. 카인 백작과 테일러 경이 그곳을 조사합니다. 두 번째 해역은 베타, 이곳은 제스칼 경과 피터 수사관이 맡고요.”
나와 테일러. 제스칼과 피터.
조를 나눈 플레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각 조는 사로잡은 두 해적을 각각 한 명씩 데리고 해역을 탐사하세요. 만약 수확이 있다면 그 즉시 골든아너호로 돌아오는 겁니다.”
플레타의 말에 듣고 있던 제스칼이 손을 들었다.
“만약 한쪽이 돌아온다면 다른 조는 어떻게 불러들일 생각입니까.”
제스칼의 물음에 플레타가 품속에서 두 개의 반지를 꺼냈다. 마법이 걸린 탓인지 희미하지만 푸른 기운이 서려 있었다.
“마법으로 연결된 반지예요. 어느 한쪽이 부서지면, 다른 한쪽도 빛을 잃죠. 빛을 잃으면 그 즉시 골든아너호로 귀환하면 돼요.”
“반지는 두 개뿐입니까?”
“예.”
“그렇다면 만약 골든아너호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쩌실 겁니까?”
“만약 로르다인도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면 어떤 방비를 해도 소용없겠죠.”
전적으로 로르다인의 힘을 신뢰하기에 짜낼 수 있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그런 로르다인의 힘을 겪어 본 제스칼이기에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너무 안심하진 마세요. 이곳은 어디까지나 적지입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귀환하세요.”
작지만 또렷한 플레타의 말에 나와 테일러, 그리고 제스칼과 피터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