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hird son of a failure RAW novel - Chapter (240)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241화(241/2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 241화
다음 흔적을 찾은 것은 며칠 뒤, 세 번째 섬을 탐사했을 때였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늦은 오후까지 섬을 탐색하던 우리는 전과 같은 분위기의 마을을 발견했다.
마을의 모습 또한 같았다. 마치 촘촘한 거름망으로 마을에서 사람만 걷어 냈달까. 그때도 느꼈지만 기이하기 짝이 없다.
“…….”
무릎 꿇은 테일러가 모래에 반쯤 덮여 있던 유골을 집어 들었다. 다리뼈일까? 모양새는 짐승이나 가축의 것은 아니었다.
어김없이 광장엔 구덩이가 있었다. 그리고 안에는 억울함에 구천을 떠돌 망자들의 유골이 가득했다.
테일러는 아무 말 없이 주운 뼈를 구덩이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그러곤 근처에서 주워 온 삽으로 구덩이에 흙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위로라도 해 줘야 하나?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그냥 혼자 곱씹으면서 감정을 정리하게 두자.
몸을 돌려 테일러를 뒤로한 채 아직 살펴보지 않은 집들을 찾았다. 뭔가 획기적인 힌트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깔끔하네.”
하지만 바람처럼 쉽지는 않았다. 마치 거대한 청소기로 싹 훑고 지나간 것처럼,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은 전부 처리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좀 이상한데.”
[이상하다니? 뭐가?]내 혼잣말을 들은 아휀이 말을 걸어왔다.
“그렇잖아. 실험의 성패와 상관없이 주민 전부를 말살할 거였다면 뭐하러 힘들게 이렇게 흔적을 지우냐고. 그냥 마을 전부를 불태우면 될 일인데.”
[시설을 다시 써먹어야 하니까?]“그게 지금은 가장 타당한 결론이겠지.”
인프라는 보존해야 한다. 즉, 같은 무대로 실험이 다시 한번 더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단 뜻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아직 실험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모든 실험이 끝났다면 무대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지금도 어디선가 같은 실험이 진행 중일 수도 있다는 거네?]“아마도. 표본으로 삼은 마을의 숫자가 꽤 되겠지. 우리가 발견한 마을 두 곳은 중도에 탈락한 곳이겠고. 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모양이야.”
[정말 나쁜 놈들이네.]“겨우?”
나쁘다는 말로도 부족한 놈들이지. 온갖 육두문자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잠재우곤 벽에 몸을 기댔다.
‘생각을 더 해 보자.’
일단 지금 상황은?
쥐새끼 같은 교단의 은거지 파악 중임.
얻은 단서는?
빌어먹을 실험이 끝난 마을 두 곳.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실험이 진행 중인 마을을 찾거나, 놈들의 은거지를 찾아내는 것.
‘…….’
기약이 없다. 세 곳의 섬을 뒤지는 데만 며칠이 걸렸다. 로르다인이 맞다. 이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에 가까웠다. 아무리 범위를 좁혔다 해도 사막이 동네 놀이터로 바뀌었을 뿐, 그리 희망적인 건 아니다.
시간이 충분할까?
북방에 머물던 이들이 궤멸했단 소식이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다면 놈들은 가장 먼저 공간이동 마법진을 의심하겠지.
어렵지 않게 내가 남부로 온다는 걸 추측할 거다. 과연 그때도 이렇게 유유자적하게 섬이나 뒤지고 다닐 수 있을까?
마음에 조급해졌다.
진정하자. 몰랐던 것도 아니었잖아. 다 예상 범위 안이다. 지금 해야 할 건 걱정이 아니라 추리다.
이후 김이 나는 게 아닐 정도로 머리를 굴려 보던 그때였다.
“와서 이것 좀 봐!”
테일러의 고함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뭔가 발견한 건가? 근데 왜 갑자기 반말이야?
나는 빠르게 걸음을 옮겨 다시 광장으로 향했다. 그곳엔 테일러가 무릎 꿇은 채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이걸 찾았다. 불에 타지 않고 남았나 보더군.”
테일러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은 불에 타지 않고 남은 듯한 금니였다. 맥이 풀리는 기분에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거참 횡재하셨군요.”
내 비꼼에 테일러는 별다른 반응 없이 낮게 속삭였다.
“반응하지 말고 들으시오. 누군가 우릴 보고 있소.”
누군가 내 정수리에 얼음물을 부은 듯했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짜르르함에도 나는 천연덕스레 굴었다.
“집에는 아무것도 없어. 제기랄, 나도 여기나 뒤져 볼걸. 금니라니 부럽네.”
그러곤 빠르게 입모양으로 물었다.
‘방향?’
테일러는 가볍게 눈짓했다. 북쪽이군. 재차 물었다.
‘숫자는?’
“이거 말고도 두 개나 더 찾았지. 이거면 고생한 보람이 있군.”
두 명이란 말이지.
테일러가 말한 방향을 향해 감각을 끌어올렸다. 희미하지만 기척이 느껴지는 듯했다. 이후 빠르게 머리를 굴린 나는 몸을 일으켰다.
“부럽네. 난 오늘은 공쳤어. 구덩이나 더 뒤져 볼 거면 난 먼저 내려간다.”
그러곤 자연스레 몸을 돌렸다. 우리가 그저 트레저 헌터나 약탈꾼으로 보였으면 좋겠는데.
만약 그렇다면 홀로 떨어진 나는 노리기 좋은 먹잇감이겠지.
“비가 오니 쌀쌀하네.”
혹시라도 얼굴이 보일까 싶어 머리를 덮은 후드를 단단히 여몄다. 그러곤 자연스럽게 검에 손을 올렸다.
‘라이트.’
[알았어.]아휀에게 짤막한 신호를 보냈다.
기척은 점점 가까워졌다. 동시에 눈앞에 마을로 들어서는 좁은 오솔길이 나왔다. 그 초입부터 숲이 시작한다. 기습을 생각한다면 딱 알맞은 곳이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러곤 걸음을 계속 옮겼다.
눈 감고 절벽을 거니는 심정이 이러할까? 긴장과 흥분이 뒤섞인 채 숲으로 발을 들였다.
온다면 바로 지금이다.
생각한 동시에 잠잠하던 기류가 한순간에 바뀌었다. 맹렬히 피어난 살기가 전해진 나는 검을 뽑았다.
[이요옵!]그와 동시에 아휀이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미리 부탁한 라이트 마법이었다. 대단한 마법은 아니지만 어둑한 시간에 적응한 눈엔 꽤 치명적일 테지.
반면 눈을 감고 있던 나는 빛이 잠잠해진 순간 눈을 떠 녀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검은 로브와 검은 흉갑, 검은 그리브, 검은 건틀릿. 음흉하기 짝이 없는 그 몰골은 북방에서도 익히 보았던 모습이다.
‘언홀리 나이트.’
땅을 박찼다. 동시에 마나하트를 짜내었다. 뱀이 타고 오르듯 검신에 푸른 기운이 피어올랐다.
카앙!
막혔다. 팔 하나는 베어 낼 줄 알았는데.
물론 전력을 다했다면 유효타를 먹였겠지. 하지만 단순히 죽이는 것만으론 얻을 게 없어 손속에 사정을 둔 탓이었다.
동시에 지척에서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흘긋 시선을 돌리자 푸른 안광을 흘려 대며 맹렬히 돌진해 오는 테일러가 보였다.
“죽이면 안 됩니다!”
나름 애절한 부탁이었는데 들렸을까?
테일러는 그야말로 부모님의 원수를 본 것처럼 줄기차게 살기를 뿜어냈다.
장난이 아니라는 걸 느꼈는지, 두 언홀리 나이트는 일찌감치 능력을 개방했다.
이윽고 놈들은 푸르름과 대비되는 붉은 기운을 흘려 대며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각자 한 명씩, 일대일 구도가 되었다.
캉! 카앙! 캉!
세 번의 격돌. 아래에서 위로, 다시 위에서 아래로, 마지막엔 발을 굴러 반동을 죽이며 중단 베기.
범부라면 아마 첫 번째 공격에 죽을 것이다. 어쭙잖은 기사라면 두 번째까진 막겠지. 나와 동등하다면 세 번째도 막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만약 나보다 강하다면?
세 번을 막고 반격까지 해 오겠지.
나는 눈앞에 확대되는 검을 보며 그대로 나자빠지듯 뒤로 누워 버렸다.
부웅!
코끝을 스치는 검풍을 느끼며 나는 손으로 땅을 짚곤 백덤블링으로 자세를 잡았다.
‘뭐야.’
왜 이렇게 강해?
북방에서 만났던 놈들은 지금 눈앞 상대에 비하면 조무래기나 다를 바…….
아, 그래. 그놈들은 조무래기였겠지. 그러니까 북방이라는 곳에 처박혀 있던 거고.
반면 이곳은 놈들의 근거지나 다름없는 남부 군도다. 그러니 진짜배기들만 있지 않겠어?
몸을 일으킨 나는 눈앞에서 나를 쏘아보는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서열이 어떻게 되냐?”
답을 바라고 물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녀석은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한 30위쯤?”
“거짓말.”
“곧 죽을 놈에게 뭐하러 거짓말을 하지?”
여유가 있다. 로봇처럼 철저하게 상명하복만을 이루던 그간의 녀석들과는 다르다.
확실해. 이놈들은 진짜다.
내가 이럴 정도면 테일러는?
흘긋 눈을 돌리자 격렬하게 합을 나누는 테일러와 검은 기사가 보였다.
처음에 보였던 분노와 달리 테일러도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 신중하게 싸우는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여의찮은 거겠지.
“한눈을 팔다니, 기분 나쁘군.”
웅크려 있던 내게 녀석이 장작 패듯 검을 내려찍었다.
막을까? 굳이?
뒤로 폴짝 뛰어 거리를 벌린 나는 검을 앞세운 자세를 취했다.
“너, 진짜 30위냐?”
“아니, 사실 1위다.”
“거짓말.”
“뭔 말을 해도 안 믿는 놈이군.”
유들유들하게 답한 녀석이 내가 앞세운 검을 보곤 피식 웃었다.
“이건 뭐 하자는 거지? 겁먹었나?”
“어.”
“마나를 쓰는 것을 보아하니 당연히 트레저 헌터는 아닐 테고……. 어디서 온 놈들이냐? 캐피탈인가?”
아무래도 내 얼굴을 모르나 본데, 피터가 해 준 변장이 효과가 있는 듯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해야 하나. 기본기 승부로는 답이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도망갈 순 없다. 꼬리가 잡힌 이상 놈들을 살려 보낼 순 없으니까.
뭐 어쩔 수 없지. 기본기로 안 된다면, 사기 스킬로 차이를 메울 수밖에.
결정한 이상 행동은 빠르게 가야 했다.
두 번째 구절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 판국이니 세 번째 구절은 당연히 불가. 뭐 애초에 테일러가 범위 안이라 쓰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핀포인트다.
화신을 불러낸 나는 언제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을 느끼며 낮게 입을 열었다.
「내 검은 바람이다」
마치 인형사의 기교에 따라 움직이는 마리오네트처럼, 베인 린다이어의 화신이 내 의지가 되었다.
동시에 뿜어진 일섬(一閃).
내 검이 백색 섬광이 되어 쏘아졌다.
다수를 상대로 난사하는 것이 아닌, 최대한 힘을 응축한 단 한 번의 일격.
“이 무슨…….”
여유만만하던 녀석의 얼굴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늦었다. 섬광은 이미 녀석의 심장을 꿰뚫은 뒤였다.
쿨럭!
녀석이 한 움큼의 피를 토해 냈다. 하지만 눈빛은 왠지 모르게 의기양양하다.
그에 의문을 느끼기도 잠시, 허벅지에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이 새끼, 안 막고 검을 내질렀어.’
어차피 막긴 글렀다고 생각해 죽음을 받아들이고 역공을 가한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내리기 힘든 결정일 텐데, 지독하기 짝이 없다.
흘긋 시선을 내려 다리를 확인했다.
다행히 깊게 베이진 않았다. 하지만 검에 실린 마나는 그 자체만으로도 치명상이 되긴 충분했다.
내 의지완 상관없이 다리에 힘이 풀려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래도 괜찮다. 한 놈은 처치했으니 빨리 테일러를 도와 2:1로 남은 놈을 사로잡으면…….
탁!
그때 내 검이 잡혔다.
심장이 덜컥하는 기분에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눈앞엔 핏물 섞인 웃음을 지으며 자기 심장을 뚫은 검날을 부여잡은 놈이 보였다.
“너, 안 죽냐?”
녀석의 입에선 쉴 새 없이 피가 뿜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놈은 손이 걸레짝이 되어 가는데도 내 검을 부여잡은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 그로테스크한 광경에 나는 그만 몸을 빼낼 타이밍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크흐륵…….”
마지막 힘을 짜낸 듯, 붉은 안광을 한껏 피어올린 녀석이 남은 손에 쥔 검을 들어 올렸다.
이거 아무래도 좆된 거 같은데.
[마나 줘!]‘내 순결까지 가져가도 좋아!’
[그건 필요 없어어어엇!]순간 물걸레를 비틀어 내듯, 마나하트를 짜낸 마나가 아휀에 깃들었다.
이후 이글거리는 백열로 물든 아휀이 빠르게 마법을 발현했다.
[빠른 대신 약해진 화염 폭발 마법!]퍼어엉!
눈앞에서 검을 들었던 녀석의 상반신이 내부에서 이뤄진 폭발에 터져 나갔다.
나 또한 마법에 휘말려 온몸에 불타는 고통이 느껴졌다. 빠르게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기에 망정이지, 잘못했다간 호흡기까지 전부 타 버릴 뻔했다.
후드득!
뒤이어 작게 조각난 녀석의 살점과 핏물이 내 몸을 적셨다. 몇몇은 기어코 입가를 비집고 들어와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게 겨우 한바탕 폭풍이 지나갔건만 숨 돌릴 틈은 없었다. 겨우 뜬 눈에 시종일관 수세에 몰려 곳곳에 피를 흘리는 테일러가 보였다.
‘아, 제기랄.’
아휀을 지팡이 삼아 힘겹게 일어난 나는 제일 먼저 플레타가 준 반지를 부쉈다. 탐사고 나발이고, 제스칼과 피터가 이놈들을 만나지나 않았으면 다행이다.
이후 허리춤 가방에 손을 집어넣은 나는 엘릭서를 꺼냈다. 이번에 쓰면 몇 병 남더라? 세 병인가? 죽어도 먹기 싫은데.
마개를 부숴 입안에 엘릭서를 들이부은 나는 오장육부가 녹아내리는 고통에 괴성을 지르며 테일러에게 향했다.
“크와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