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hird son of a failure RAW novel - Chapter (24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249화(249/2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 249화
배 위에 올라서자 한달음에 달려온 플레타가 눈썹을 구부리며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지었다.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겁니까!”
배에 올라타자마자 잔소리라니.
나는 일단 플레타의 말을 일단 한 귀로 흘리며 선원들을 불러냈다.
“이자를 단단히 묶고 포박해라.”
“알겠습니다!”
선원 몇몇이 알리오네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에 내게 다가온 플레타가 무시하지 말라는 듯 앞을 가로막았다.
“그냥 정찰만 한다고 했잖습니까. 얼마나 놀랐는지 아는 거예요?”
“약속을 어긴 건 미안. 죽을죄를 지었다. 근데 그냥 잠자코 있을 수가 있어야지.”
“…….”
“그보다 제스칼 경과 피터는?”
“다행히 구했어요.”
구했다고? 잘된 거 아닌가? 근데 왜 표정이 또 어두워져?
“뭐가 잘못됐어?”
“둘 다 좀 다쳤어요.”
“다쳤다고? 얼마나?”
“피터 수사관은 의식 불명이에요. 기습을 당하면서 손을 하나 잃고,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 같아요. 제스칼 경도 만만치 않게 중상이고요.”
빌어먹을.
플레타의 말에 난 눈을 질끈 감았다.
“피터야 기사가 아니니 그렇다 쳐도 제스칼까지 중상이라니?”
“제 몸 하나 건사하는 거면 제스칼 경이야 문제가 없었겠죠. 하지만 부상자가 뒤에 있으니 재간이 있나요. 온몸으로 막아설 수밖에. 화살만 대여섯 대는 맞은 것 같아요. 기사라고 피부까지 강철인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 언홀리 나이트랑 잔챙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거군? 제스칼과 피터의 안위가 먼저였으니까.”
“예. 로르다인은 선택을 해야 했죠. 빠른 치료를 할 것이냐, 아니면 놈들을 박멸할 것이냐. 뭐 선택의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 테고.”
“그래. 좋은 선택이었어.”
사람만 살렸으면 됐지. 그까짓 놈들은 지금이 아니어도 언젠간 죽일 날이 반드시 온다.
“그래서 그 둘은 지금 어디에 있지?”
“선실에요. 일단 둘 다 응급 처치는 해 놨는데…… 그래도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치료가 필요해요. 그래서 로르다인만 해변에 상륙한 거예요. 부상자가 있으니까.”
“내가 계획대로 정찰만 하고 대기하고 있었어도 급습은 어려웠겠어.”
“일단 제스칼 경과 피터 수사관을 골든아너호에 맡기고 다시 와야 하는데, 그때쯤이면 이 보급 기지도 우리의 존재를 알고 대비를 할 테니까요.”
쿵!
그때 반쯤 피 칠갑을 한 로르다인이 선박 위에 내려앉았다.
“인사는 끝났냐?”
로르다인이 탑승한 것을 본 플레타가 곧장 손을 들어 마법을 사용했다.
삽시간에 불어온 돌풍이 배를 움직이게 했고, 그렇게 해변은 빠르게 멀어졌다.
이후 선원 몇몇이 가져온 물과 수건을 받아 든 로르다인은 물을 머리에 끼얹고는 수건으로 몸을 닦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저놈들, 정상적인 놈들이 아닌 것 같은데.”
“로르다인도 느꼈어요?”
“그래. 눈을 붉게 만든 뒤엔 가공할 괴력을 내뿜고, 심지어 심장을 찔렀는데도 죽지 않더군. 당황스러웠다.”
“저런 놈들이 한 무더기가 있고, 전쟁에 나선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재앙이지.”
로르다인이 수건을 어깨에 둘러메며 쯧 혀를 찼다.
“그래서, 그 언홀리 나이트 한 놈 사로잡은 걸로 이번 여정은 끝인가? 그걸로 뭐가 되겠어?”
“그 한 놈이 아닙니다.”
나는 손을 들어 선원들이 몸을 묶어 포박 중인 알리오네를 가리켰다.
그를 본 로르다인은 코웃음을 흘렸다.
“한 놈이나 두 놈이나.”
“아뇨. 다릅니다.”
그 코웃음을 내가 부정하자 플레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르다고요?”
“그래.”
“저자가 누군데 다르다는 거죠?”
“알리오네.”
“알리오네?”
“그래.”
플레타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이내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설마 제가 아는 그 사람인가요?”
“네가 아는 알리오네가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아는 알리오네는 한 명뿐이야.”
“…….”
잠시 무어라 말하려던 플레타는 이내 더 따지는 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걸 알아챘는지 허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맙소사.”
그런 반응이 의아했는지 로르다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군데?”
로르다인의 질문에 플레타는 눈을 감았다.
“명분이요.”
“명분?”
“예. 저자는 왕실이 로드키우스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명분이에요.”
* * *
로르다인에게 호되게 당한 탓인지 쫓아오는 이들은 없었다. 설령 쫓아오려고 한들 녀석들의 선박은 불타 버렸으니 어차피 요원한 일이다.
이후 나는 가장 먼저 제스칼과 피터를 찾았다.
선실로 향하는 통로 바닥에 말라붙은 핏자국이 흥건하다. 씁쓸함을 느끼며 선실 문을 열자 붕대를 칭칭 감은 피터와 제스칼이 보였다.
“카인 경.”
그래도 기사는 기사라는 건가.
화살을 대여섯 대나 맞았음에도 제스칼이 나를 보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괴물 같은 회복력이다.
“그냥 누워 계시죠.”
“그 정돈 아닙니다.”
“절 부상자에게도 격식을 요구하는 되먹지 못한 인간으로 만들 생각이시라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실없는 내 농담에 쓴웃음을 지은 제스칼이 베개를 끌어와 등받이로 삼곤 반쯤 누운 자세를 취했다.
“이 정도면 우리 둘 다 만족하겠지요.”
“현명하군요.”
빙긋 웃어 준 나는 의자를 끌어와 그 앞에 앉았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부상을 당한 동료에게 건넬 최적의 위로를 찾던 내게 제스칼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피터 수사관이 걱정이군요.”
제스칼의 말에 나는 피터를 흘긋 바라봤다. 느릿하게 오르내리는 가슴팍만 아니라면 송장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곤히 잠든 모습이다.
“피를 많이 흘렸다고요.”
“예.”
“당시 상황이 좀 궁금하군요.”
“전투…… 말씀입니까?”
“음, 아닙니다. 시간은 많으니 처음부터 듣지요. 저와 테일러 경, 그리고 제스칼 경과 피터 수사관으로 조를 나누어 수색을 시작했을 때부터.”
내 질문에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제스칼이 이내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스칼은 처음엔 모든 게 순조로웠다고 했다. 수색을 시작한 군도에서 보이는 것은 오직 숲뿐이었고, 인간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날만 이어졌다고 했다.
오죽했으면 내 정보가 잘못된 게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그러던 와중이었다. 제스칼은 새로운 섬을 수색하다 이상한 마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마을이라……. 저도 봤었죠. 끔찍한 광경이었겠군요.”
내 물음과 동시에 뿌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내가 잘못 들었나?
환청이 아니었다. 고개 숙인 제스칼은 이를 갈고 있었다.
맙소사, 항상 냉정하기만 하던 사람 맞나?
“그들은 사람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죽인다면…….”
“글쎄요. 그 이유는 카인 경이 잘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들은 아마 이곳 남부 군도에서 마석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실험입니까.”
“예. 마석을 이용해 인간을 통제하는 것. 제스칼 경이 본 광경은 그 실험의 일환이었을 겁니다.”
“그럼 그들이 사람을 죽이고 있던 건…….”
“용도가 끝난 실험물을 처리하는 거죠.”
“그렇군요.”
“어쨌든 이야기로 돌아가죠. 놈들이 사람을 죽이고 있었고, 그걸 막으려고 하신 겁니까?”
“예. 피터 수사관은 반대했지만 저는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이해합니다.”
이후는 간단했다. 내가 이야기했던 것보다 놈들은 강했고, 특히 치명상을 입고도 쓰러지지 않았다는 대목은 나와 같은 경우였다.
“그 탓에 잠시 방심했습니다. 피터 수사관이 당한 것도 그 이유에서고요. 부끄럽기 그지없군요.”
“죽음이 확실했던 상대가 다시 일어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죠.”
“그래도…… 당하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음? 무슨 뜻이신지?”
“저 주머니를 보시겠습니까?”
제스칼이 손으로 가리킨 곳엔 테이블이 있었다. 그리고 그 테이블 위엔 작은 주머니가 있었는데, 유심히 보니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느껴졌다.
저게 뭔지는 안 봐도 알 것 같다. 전 재산을 걸어도 좋아.
[그거 같지?]아휀의 속삭임에 고개를 작게 끄덕인 나는 제스칼을 바라봤다.
“마석입니까?”
“예. 마을 한가운데 박혀 있던 걸 잘라 내 챙겼습니다. 혹시 쓰일 일이 있을까 싶어서.”
나는 테이블로 다가가 끈을 풀어 보았다. 열린 공간 사이로 사이한 기운이 뿜어지는 걸 확인한 나는 곧바로 다시 끈을 동여맸다.
“마법 처리를 한 주머니군요.”
“예, 내가 했어요.”
대답은 문을 열고 들어선 플레타로부터 나왔다. 선실에 들어선 그녀는 제스칼과 가볍게 목례를 주고받곤 내가 들고 있던 마석을 가리켰다.
“조심하세요. 그 돌이 가진 기운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니까요.”
뒤이어 플레타는 피터의 상태를 잠깐 살핀 뒤에 제스칼에게 다가갔다. 이후 포션을 꺼내 붕대에 바르기 시작하자 제스칼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내외하시는 건가요?”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럼 순결을 서약하셨어요?”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잔말 말고 옷 벗으세요.”
여전히 당차구만.
제스칼도 더는 거절하기 뭐 했는지 순순히 상의를 벗었다. 그에 플레타는 검붉게 말라붙은 핏자국이 흥건한 붕대를 천천히 벗겨 내기 시작했다.
능숙한 솜씨로 붕대를 갈며 플레타는 내게 말을 걸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죠?”
“음, 일단 골든아너호는?”
“특별한 일은 없는 듯해요. 신호가 오지 않았으니.”
“그렇다면 볼 것도 없지. 이대로 캐피탈까지 최단 거리로 복귀하면 되니.”
“필요한 건 다 갖췄죠. 언홀리 나이트와 마석,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해명해야 할 알리오네 로드키우스까지 있으니까요.”
“녀석은 뭐해?”
“일단 남는 선실에 가둬 뒀어요.”
“혼자 뒀다고?”
“바다잖아요.”
하긴, 날개라도 있지 않은 한 바다에서 어디로 도망치겠나.
“캐피탈에선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봤어요?”
“대충은.”
“여전히 로드키우스와의 전쟁을 꺼리는 귀족은 많을 거예요. 물론 우리가 얻어 가는 것들이면 설득은 어렵지 않겠지만. 참, 곧장 캐피탈로 가면 로르다인은 어떻게 하죠?”
플레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로르다인도 함께 캐피탈로 갈 거야.”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플레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덩달아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붕대가 세게 조여져 제스칼이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제가 잘못 들었나요?”
“제대로 들은 것 같은데.”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캐피탈에 엘프를? 그것도 로르다인 정도의 실력자를요?”
끄응 신음을 흘리던 제스칼도 플레타의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안 됩니다. 그 정도의 실력자가 캐피탈을 활보한다는 건…… 물론 저는 그가 세간의 인식처럼 포악한 이종족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캐피탈에 들어오는 게 용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같이 가는 겁니다.”
“예?”
“그 포악한 세간의 인식 때문에라도 같이 가야 한다는 뜻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