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hird son of a failure RAW novel - Chapter (257)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258화(258/2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 258화
하늘은 우중충하다. 밤사이 억수같이 내리던 비는 그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으나 아침이 된 지금도 여전했다.
해는 비구름에 가려 어두웠다. 기습에는 최적의 요건인 셈이다.
‘기념비적인 첫 출병치곤 음울하네.’
귓가로 스치는 강풍을 느끼며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까마득한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브린성은 조막만 했다. 마치 아이들이 백사장에서 모래를 끌어모아 만든 모래성처럼 보였다.
캬아악!
목표로 삼은 거점이 눈에 들어옴에 나는 그리폰의 목덜미를 지그시 눌렀다. 그러자 그리폰이 사나운 흉성을 내지르곤 급강하를 시작했다.
삐이익-!
그 울음에 화답하듯 내 뒤를 따르던 히포그리포 무리 또한 울음을 토해 냈다. 그리고 그 위에 타고 있던 기사들 또한 내 뒤를 따라 강하하기 시작했다.
창공기사단. 비밀리에 창설해 훈련을 진행해 왔던 비밀 병기. 그 베일이 오늘 처음으로 벗겨진다.
지난밤, 작전 회의 당시 내가 계획을 말하자 바슈른 공작은 날 미친놈 보듯 하기 시작했다.
‘창공기사단?’
‘예. 제 기사단입니다.’
‘그런 기사단이 있었다고?’
‘보안을 위해 지금껏 비밀리에 부쳐 왔던 기사단입니다. 시기상 지금 꺼내는 게 가장 적절할 듯싶군요.’
이후 대략적인 창공기사단의 개요와 브린성을 타격할 작전을 브리핑하자, 바슈른 공작은 달리 거절할 명분을 찾지 못했다.
드높고 두터운 성벽을 넘어 단번에 중심을 타격할 부대라니. 그걸 거부할 수 있을 리가?
물론 그만한 비밀 병기를 굳이 지금 써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 4군단의 진격 속도는 가공할 만한 것이었고, 그 파괴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브린성에서 지체할 시간 따윈 없었다.
남부군의 계획이야 뻔했으니까.
브린성에서 최대한 적을 저지하고, 분쇄된 병력을 재편해 후방에서 다시금 제대로 싸워 보겠다는 생각. 그 안일한 생각을 단번에 부숴 버려야 했다.
꼬리를 물던 생각을 지워 냈다. 땅 위에 굳건히 자리 잡은 브린성이 시시각각 커지고 있었다.
성벽 위를 지키던 병사들은 어두운 하늘과 불어치는 강풍에 우릴 발견하지 못했다. 최고의 기습이다.
“맙소사. 저게 뭐야?”
이윽고 적의 얼굴이 분간될 정도로 다가가자 드디어 들이닥치는 히포그리포 무리를 발견한 병사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율케르! 성문을 열어라!”
내 고함에 창공기사단의 리더를 맡고 있는 율케르가 손을 번쩍 들어 수신호를 내렸다. 동시에 내 뒤를 따르던 히포그리포들이 일제히 굳게 닫힌 성문으로 향했다.
나는?
그대로 그리폰의 등을 박차고 성 중심부를 향해 도약했다.
그리폰은 그런 나를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다시 하늘 위로 비상했다. 신기하게도 내 의지를 기가 막히게 읽어 내는 녀석이었다.
영물은 영물인 건가?
둥! 둥! 둥!
동시에 성벽 저편 머나먼 곳에서 몸을 떨리게 하는 북소리가 울렸다. 우리의 강하를 본 4군단이 타이밍을 맞춰 진군을 시작한 것이다.
성문은 창공기사단이 맡는다. 그렇다면 이후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변수의 제거.
눈을 가늘게 뜬 채 기운을 읽자 곧 살갗이 곤두서는 기운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기습이다! 막아! 성문을 막아!”
북소리를 듣고 병영에서 막 뛰쳐나온 듯 허술한 복장의 지휘관이 급하게 명령을 내리는 게 보였다.
나는 곧바로 땅을 박차 그에게 쇄도했다. 그대로 검을 휘둘러 허리를 양분해 버린 뒤, 다시 고개를 돌려 부리나케 성벽 위로 달려가는 이들을 발견했다.
허약해 보이는 신체. 그와 대비되는 총명한 눈빛. 마법사다.
성안의 분위기는 혼란 그 자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병사들은 내가 아군인지 적인지도 헷갈리는 눈치였다.
웃기지도 않는군.
그런 그들을 지나치며 나는 땅에서 주먹만 한 돌멩이를 하나 줍고는 그대로 도약했다.
후으읍!
공중에서 손을 뒤로 늘어뜨렸다가, 한순간에 힘을 줘 폭발적인 힘으로 돌멩이를 내던졌다.
부우웅!
비상식적인 소리를 내며 날아간 돌멩이는 성벽 계단을 오르던 마법사의 가슴팍을 그대로 꿰뚫었다.
“커어억…….”
유언 따위엔 관심도 없다. 돌멩이를 던진 직후 이미 나는 몸을 돌려 다른 마법사를 찾아 달려갔다.
낮게 자세를 낮춰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내 모습에 비로소 상황을 깨달은 눈치 빠른 몇몇이 고함을 내질렀다.
“마법사, 마법사를 지켜라!”
되겠냐?
나는 비웃음을 머금으며 검에 마나를 불어넣어 횡으로 휘둘렀다. 내 앞을 가로막아 온 한 무리의 병사들의 몸뚱이가 그대로 나뉘며 이승을 하직했다.
“평범한 놈이 아니야! 기사다!”
기사는 기사로 맞선다.
그 구태의연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에 따라 뒤늦게 병영에서 뛰쳐나온 기사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놈!”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위협에 나는 별달리 대꾸도 없이 검을 휘둘렀다. 오러의 격돌에 부서진 마나 조각이 흩날렸다.
격돌은 세 합을 넘지 않았다. 처음 일격으로 상대의 오러를 부수고, 두 번째 일격으로 검을 자르곤, 세 번째로 목숨을 취한다.
머리 잃은 기사의 시체를 발로 걷어차 길을 열곤 다시 뛰어간다. 시시각각 커져 가는 내 접근에 마법사의 얼굴이 사색에 물들었다.
“파, 파이어 볼!”
그래도 워메이지라는 건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어떻게든 주문을 영창한 마법사 앞으로 큼지막한 화염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나는 피하지 않는다. 파훼하지도 않았다. 그냥 달려갈 뿐이다.
화염구가 내 몸에 닿기 직전, 검은 망토에 가려졌던 갑옷이 빛을 발했다.
케르윈이 직접 고안해 낸 대마법진.
그것은 일순간 내 마나를 일순간 빨아들이더니 이내 코앞까지 다가온 화염구를 그대로 소멸시켰다.
“이 무슨……?”
짧은 의문이 녀석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유언이었다. 그대로 심장을 꿰뚫은 검을 다시 뽑아낸 나는 여상스럽게 몸을 돌려 다른 마법사를 찾아갔다.
드드득…….
동시에 귀로 땅을 끄는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기계실을 장악한 창공기사단이 성문을 열어젖히는 소리였다.
“돌격! 돌격! 꿰뚫어라!”
“성주를 찾아라!”
열린 문으로 머나먼 곳에서부터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군마들이 거칠 것 없이 들이닥쳤다.
그 위에 타고 있던 연합군의 기사들은 흉흉한 오러를 뿜어내며 성문 안쪽에 임시방편으로 형성된 방어진과 격돌했다.
“커어억!”
“으아아악!”
오러에 갈리고 창에 꿰이고 말발굽에 짓밟히며 사방에 피분수가 솟구친다.
이후 처음으로 격돌한 기사들은 그대로 말에서 내린 뒤 살아남은 적병을 제거하며 열린 성문을 지키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후로도 돌격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밀듯 쏟아지는 기마 행렬은 만약 성문이 열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성벽에 들이박고 죽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했다.
“카인 아르휀!”
그 잔인무도한 돌격을 지켜보던 내 귀에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브링거 백작가의 문장이 새겨진 갑옷을 걸친 자가 보였다.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나는 검을 쥔 손을 늘어뜨린 채 그와 마주 서선 고개를 기울였다.
“날 아나?”
“몇 년 전 바슈른 내전에서 당신이 중재자로 나섰을 때 얼굴을 봤었지.”
“아, 그랬나?”
심드렁한 내 대답에 상대도 환대를 바라진 않았다는 듯 쓰게 웃었다.
“리앙 브로스.”
“성주의 기사인가?”
“그렇다. 브링거 기사단의 단장이지.”
“성주는 어디에 있지?”
“성문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자결하셨다. 성을 잃은 성주는 모든 것을 잃은 셈이니.”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짧게 고개를 숙였던 리앙은 다시 입을 열었다.
“엄청난 비밀 병기를 가지고 왔더군.”
“여기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너무 훌륭한 성이 앞을 가로막고 있던데.”
물론 그 굳건한 브린성은 바로 지금, 성문이 활짝 열린 채 무자비하게 유린당하고 있었지만.
리앙 브링거도 고개를 살짝 돌려 그 광경을 바라보곤 쓰게 웃었다.
“칭찬 고맙군. 하지만 그것도 이젠 옛말이 되었지만.”
“항복할 텐가?”
“농담이 심하군.”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었다. 나는 검을 들었고, 리앙 또한 검을 힘 있게 들던 그때였다.
“참모장님!”
나와 리앙의 대치를 본 연합군 기사 몇몇이 달려왔다. 하지만 나는 손을 들어 그들을 막아섰다.
그런 내 모습에 리앙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고맙군.”
“딱히.”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었다. 리앙은 왼손을 들어 몸에 두르고 있던 망토를 찢어 내던졌다. 그러곤 자세를 잡더니 그대로 나를 향해 쇄도해 왔다.
일격필살의 자세. 나는 검을 살짝 비틀어 교묘하게 리앙의 공격을 흘려냈다.
빗나간 공격에 리앙이 급하게 허리를 뒤틀었다. 하지만 이미 내 검은 빈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빌어먹을.”
짧은 유언을 남긴 뒤, 리앙의 몸은 서서히 허물어졌다.
* * *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날 저녁, 바슈른 공작은 나를 호출했다. 온갖 자질구레한 전후 처리를 도맡고 있던 나는 한숨 돌리는 기분으로 털레털레 성주의 홀로 향했다.
홀에 들어서자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관자놀이를 문지르던 공작이 나를 보곤 화색을 표했다.
“한잔하지.”
공작이 손을 뻗자 홀 가장자리에 자리하고 있던 수납장에서 포도주 한 병이 둥실 떠올라 날아왔다. 뒤이어 잔도 두 개 가져온 바슈른 공작은 무심하게 와인을 따랐다.
사령관과의 대작이라……. 이젠 뭐 새삼스럽지도 않다. 사석에서는 비교적 소탈한 면이 있는 작자니까.
“피해는 어떻습니까?”
“이봐, 참모장이 지금 사령관한테 보고받으려는 건가?”
“제가 맡은 일이 한두 개가 아니어서 말이죠.”
내 퉁명스러운 대답에 껄껄 웃은 바슈른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으면 믿어지겠나? 첫 탐색전에서 입었던 피해보다 적다네. 맙소사, 날것을 이용해 기사단을 성 한복판에 떨궈 놓는다니? 내가 알던 전술의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기분이군.”
“두 번은 못 써먹을 일이겠지요.”
“그렇겠지?”
“최대한 성 주변을 포위해 통제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분명 빠져나간 패잔병들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적들에게 자세한 내막을 알리겠죠. 그리고 당장 이 성에 살아남은 민간인들도 문제일 테고.”
“만약 빠져나간 패잔병이 없었다면, 자네라면 어떻게 했을 텐가?”
민간인을 다 죽여서라도 비밀 병기의 유출을 막을 생각이냐, 뭐 그런 질문인 건가. 정말 유치하게 왜 이러는 건지.
싱글벙글 웃고 있는 바슈른 공작의 얼굴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가서 생각해 보죠.”
“재미없긴.”
흥이 식었다는 듯 와인을 들이켠 바슈른 공작이 손을 내젓자 테이블 위에 남부 지도가 펼쳐졌다.
“브린성의 패배가 알려지기까지 우리에겐 시간이 꽤 있네. 음, 아마 넉넉히 보면 일주일 정도겠지. 패잔병들이야 수색대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당분간은 쥐 죽은 듯 숨어 있을 테니.”
일주일.
아마 로드키우스 후작도 브린성이 아주 긴 시간 버틸 거라곤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무너질 거란 생각도 하지 않을 테지.
즉, 적어도 완전히 방심하고 있을 시간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리고 바슈른 공작은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싶어 나를 불렀으리라.
그리고 그 대답은 이미 진즉에 정해져 있었다.
“창공기사단이 알려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그 안에 거둘 수 있는 이득은 모조리 거두어야겠죠.”
“그렇지, 그렇지. 그래서 어떻게?”
“글쎄요. 후방에 있어 안전하다고 믿었던 로드키우스의 영지에 찾아가서 무력시위라도 벌일까요?”
내 말에 바슈른 공작은 눈을 가늘게 떴고,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농담도 못하겠군요.”
“나는 이기적인 늙은이라 내가 하는 농담만 좋아한다네, 우리 성실한 참모장.”
한숨을 푹 내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생각해 보신 것 있으십니까?”
“자네가 어디까지 해 줄 수 있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네만.”
“저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내 단호한 대답에 바슈른 공작은 비로소 스산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