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hird son of a failure RAW novel - Chapter (261)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262화(262/2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 262화
라헨나는 주술에 능한 드루이드다. 로르다인 또한 정령술의 대가이고. 그리고 그 둘은 결정적으로 기나긴 수명으로 이 대륙의 역사와 함께했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그 둘이 보고 들은 게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둘은 내가 말한 황혼 계획이라는 것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 언청이 드루이드가 사라져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고 했다지? 그것과 그 황혼이라는 게 연관이 있다?”
로르다인의 말에 듣고 있던 라헨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천박하긴.”
“마음대로 생각해, 늑대 아가씨.”
늑대 아가씨라? 하긴, 라헨나는 늑대로 변신하긴 하지.
나는 괜히 둘이 싸움이라도 날까 싶어 서둘러 입을 열었다.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게 있습니다. 칼란다트가 말한 사라져야 할 것들이 남았다라는 건 무슨 뜻일까요.”
내 물음에 머리를 벅벅 긁고 있던 루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대표적으로 언데드가 있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죽어서 사라져야 할 놈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그런 게 아닐까요?”
“최근에 느꼈다고 했잖아. 언데드 몬스터는 그 이전에도 있었고.”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 언홀리 나이트? 놈들 심장을 꿰뚫려도 죽지 않는 놈들이 있었다면서요?”
“그놈들…… 음, 라헨나. 칼란다트가 그 징후를 느꼈다는 시기가 정확히 언제죠?”
“두어 달 전이다.”
“그럼 그것도 해당 안 돼. 남부 군도에서 놈들을 만났던 건 그보다 이전이야. 다만 그 징후라는 게 어느 선을 넘어야지만 느낄 수 있다면 네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
“끄응. 그래도 그건 좀 너무 믿고 싶은 대로만 믿는 것 같군요.”
“시기상으로 두어 달 전이라면 이제 막 전쟁이 시작됐을 때인데…….”
“아무래도 선전포고를 한 뒤 놈들이 무언가 흉계를 꾸미기 시작했다는 게 타당한 추론이겠습니다.”
“아무래도.”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다시 라헨나와 로르다인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두 분은 단지 제게 그 말을 전하려고 오신 겁니까?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당연하지!”
테이블을 꽝 내려친 로르다인이 씩 웃었다.
“전쟁이 끝난 뒤 우리가 받기로 한 땅이 있잖아? 그걸 위해서라도 잠자코 기다릴 수는 없지. 왕실연합군이 지기라도 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당신 같은 엘프를 전장에 내세울 순 없어요. 필요해지면 부른다고 했잖아요.”
“그거야 저 늑대 친구가 해결해 주면 될 일이고.”
“해결?”
내 의문에 라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술로 용모 정도야 잠시 바꾸는 건 가능하단다.”
“그래서, 전장 한복판에서 피범벅이라도 되고 싶으시단 겁니까?”
“아니지. 맥락을 짚으라고. 지금 우리가 이곳에 찾아와서 해 준 이야기가 뭐였지?”
“그건 칼란다트가 해 준 말 아닙니까.”
“그럼 그걸 해결해야지. 이건 누가 봐도 그 네비로스 교단이란 잡것들이 꾸며 내는 흉계잖아. 그리고 그 흉계가 만약 통해서 너희가 진다면?”
“땅을 못 받겠죠.”
“이봐, 애송아. 그건 그냥 농담이었다. 애초에 이 땅에 발 뻗고 사는 사람이 너희뿐인 줄 아는 거냐? 그놈들이 이기면 그건 우리로서도 재앙이야.”
“하긴, 이미 엘프를 노예로 써먹는 놈들인데요.”
“그러니까 그걸 막아 보자고 온 거다. 아무래도 그 언청이 드루이드가 괜히 빈말하는 건 아닌 것 같으니까.”
“방법은 있어요?”
“이제 그건 네가 생각해야지.”
지랄하네. 뭐 맡겨 놨냐?
나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라헨나를 바라봤다.
“라헨나, 당신도 같은 생각이에요?”
“로르다인이라면 대륙에서 손꼽히는 전사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더냐. 은밀히 이루어져야 하는 일에 호위 삼기엔 적절하다 할 수 있겠지.”
“…….”
“그리고 나 또한 도울 생각이란다. 로르다인이 말했듯 이건 비단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칼란다트가 신신당부하기도 했고.”
“아니, 이걸 제대로 알아보려면 필시 적진에 잠입이 필요한데 저보고 지금 당신들을 데리고 그걸 하라고요? 차라리 혼자하고 말지.”
내 말에 로르다인과 라헨나가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애송아, 내가 뭐 어때서?”
“내게 무슨 문제라도 있더냐?”
그걸 진짜 몰라서 묻는 거냐, 이 양반들아? 누가 봐도 당신들은 평범한 인간이랑은 거리가 멀다고.
나는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대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말씀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전 일단 저는 군에 몸이 묶인 상태라 당장 전장에서 몸을 빼내도 되는지는 확답하지 못하겠군요.”
내 말에 로르다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안 하겠다고?”
“안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어요. 아직은 모른다고 했지.”
“그럼 알아봐야 할 것 아냐?”
“말 참 쉽게 하네요. 지금 제가 맡은 일이 대체 얼마나 되는지 알아요? 그걸 다 언제, 어떻게 인계해요? 마땅한 후임 찾기도 힘들 것 같은데.”
딱!
그때 옆에 서서 벙긋벙긋 웃기만 하던 루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거라면 제가 도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울 수가 있어?”
“아마 내일 즈음…… 플레타 공녀가 제4군단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미리 전서를 보내서 정보를 공유했거든요. 그분이라면 아마 공자님의 빈자리를 충분히 메워 줄 수 있지 않을까요?”
플레타? 뭐, 명석한 그녀라면 충분히 참모장의 역할도 해낼 수 있겠지. 바슈른 공작의 친딸이니만큼 케미를 걱정할 필요도 없을 테고.
“근데 바슈르노를 지키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오라고 하니까 오냐?”
“라헨나 님이 부탁하니 흔쾌히 수락하던데요.”
“라헨나 님이?”
“연합군의 새로운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하셨거든요.”
“그걸 믿어?”
“글쎄요. 직접 물어보시죠?”
“빌어먹을. 됐다, 됐어. 그래. 바슈른 공작에게 한번 물어나 보러 가 볼게.”
“혹시 가능하시다면…….”
“너도 빼 달라고?”
“역시,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 건 공자님밖에 없습니다.”
“웃기고 있네.”
뭐,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가기만 한다면야 상관없겠지. 그나저나 창공기사단의 지휘권 문제는 어떻게 한담.
* * *
바슈른 공작은 깃털펜을 분주하게 움직여 보고서를 결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간단히 끄덕여서 내 말을 제대로 들었나 싶을 정도로.
“가게나.”
바슈른 공작은 그게 뭐 문제 될 게 있냐는 투로 흔쾌히 수락했다. 오히려 너무 쉽게 승낙해서 나도 모르게 얼빠진 표정이 지어졌다.
“그렇게 쉽게 보내 주시는 겁니까?”
“플레타가 온다고 하지 않았나? 자네 후임으로 플레타라면 뭐, 그럭저럭 쓸 만하겠지.”
“……감사하다고 해야 합니까?”
“하하하! 농담도 못하나? 물론 나로서는 자네가 중요하긴 하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진 말게나. 자네가 자리 좀 비운다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질 군대가 아니니까. 만약 그런 군대라면 그냥 일찍이 로드키우스에게 패배하는 게 낫지. 능력도 없으면서 아까운 목숨만 희생하는 꼴 아닌가.”
“…….”
“그리고 창공기사단의 지휘권은 자네에게만 있지. 하지만 그 기사단은 자네도 알다시피 정보가 퍼진 다음엔 써먹을 병력이 못 돼. 하늘을 방비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거든. 마법사를 조금 배치하면 어떨까? 땅이라면 기사들이야 빠른 움직임으로 피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반대는 힘들어. 내가 마법사라서 잘 알고 있네. 엄폐물 하나 없는 하늘에서 날짐승을 저격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사령관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게 맞겠지요.”
“그렇다고 히포그리포를 버리고 육상에서 일반 기사단으로 써먹을까? 글쎄, 쓸데없는 욕심으로 그들을 희생시키느니 차라리 아껴서 후학을 양성하는 게 미래를 위해서라도 나은 판단일 걸세. 희귀한 병종이지 않은가?”
“타당하신 말씀입니다.”
“뭐, 그래도 그냥 보내 주겠다는 건 아니야. 어디까지나 안티키오성의 함락, 그게 전제가 돼야 해.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적지 한가운데에서도 근거지로 삼을 만한 곳이니까.”
“맞습니다.”
“안티키오를 점령한다면 이후 우릴 뒤따를 후속 부대를 맞아 부대 재편에 들어갈 걸세. 본격적으로 로드키우스 영지를 침탈해야 할 테니까. 당연히 시간은 어느 정도 남을 테고. 그때를 이용하게나.”
“로드키우스와의 회전을 기대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으흠, 바로 그래서 자네를 보내겠다는 걸세.”
이런 빌어먹을 능구렁이 영감.
나는 뒤에 나올 말을 예상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밀정 역할도 겸해 달라는 겁니까?”
“하나를 말하면 둘을 아는군! 역시 내 참모장이야.”
“……알겠습니다. 남부군의 동향은 파악하는 대로 전서구를 통해 보내지요.”
“좋아.”
“공세는 언제입니까?”
“모레쯤 생각하고 있네. 시간은 아침 해가 뜨는 즉시.”
“빠르군요.”
“그날 저녁은 안티키오성에서 먹을 생각이니까.”
“제가 따로 맡을 일은 없습니까?”
“로르다인이라고 했던가? 그 친구가 검을 좀 쓴다고?”
“좀이 아닙니다. 굉장히, 무지막지한, 괴물같이, 뭐 그런 수식어를 붙여야 어울릴 정도죠.”
“그럼 그와 함께 적의 기사단이나 좀 요격해 주게나. 이번 공성전의 전술은 내게 맡기고. 이번엔 마법사들을 좀 써먹을 생각이니까.”
마법 병단이라……. 하긴, 마법사에 관해선 바슈른 공작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괜히 내가 끼어들어 봤자 초만 치겠지.
“그건 그렇고…….”
여전히 깃털펜을 놓지 않은 바슈른 공작이 다시 물어 왔다.
“더 하실 말씀이라도?”
“그 불온한 흉계라는 것 말일세.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예상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네가 하는 말이라 더 걱정되더군.”
“제가 하는 말이라서요?”
“자네가 말했던 건 온갖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되어 버린 전례가 있으니 영 찜찜해서 말이지.”
칭찬인지, 욕인지.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사령관님도 들어서 알고 계시지만 우리의 적은 로드키우스 후작만 있는 게 아닙니다.”
“들어 알고 있네. 네비로스 교단이란 이교도 집단이 있다고 했지. 언홀리 나이트라는 불명의 적도 있고.”
“……글쎄요. 어쩌면 그게 전부가 아닐 것 같기도 합니다.”
“전부가 아니라면?”
“확실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네비로스 교단 그 자체가 좀 걱정되는군요.”
“그 이교도들이?”
“놈들이 숭배하는 대상이 뭔지 아시지 않습니까.”
내 말에 바슈른 공작이 웃었다.
“하! 기나긴 왕국의 역사 중에 미친 흑마법사 한 번 없었겠나? 그들은 항상 불경한 존재를 소환해서 혼란을 가져오려 했지. 하지만 결국 그 이교도도 인간일세. 인간의 육신은 그릇으로 삼기엔 너무 연약해. 그래서 한계도 명확하지. 너무 크게 염려하지 말게나.”
“그랬으면 좋겠군요.”
끝까지 의구심을 버리지 않는 내 말에 바슈른 공작은 쥐고 있던 깃털펜을 내려놓았다. 그러곤 두 손을 마주 모으곤 짐짓 무겁게 입을 열었다.
“카인 아르휀 백작, 의심은 개혁과 혁명을 이루는 근간이 되지. 나는 그 원동력을 버리라고까진 않겠네. 하지만 그건 동시에 불온의 씨앗이 될 수도 있어. 자네도 그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입조심하겠습니다.”
“우린 지금 왕실의 명운을 건 전쟁을 치르는 중이네. 유념하게. 그리고 반드시, 만약 자네가 염려하는 문제가 존재한다면 그걸 찾아내어 뿌리를 뽑아 주게.”
말을 마친 바슈른 공작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아무리 타고난 영웅이라 하더라도 한 사람의 힘으론 군대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없네.”
“…….”
“하지만 영웅은 명분을 만들어 내고, 명분은 투쟁심을 끌어내지. 그리고 군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투쟁심이네. 나는 자네가 바로 그런 영웅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어. 그러니 부디 해내어 주게.”
투쟁심.
비슷한 말을 들어 알고 있다.
“개들의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개의 몸집이 아니라, 투쟁심의 크기이다.”
“으음? 아주 좋은 말이로군. 자네가 생각해 낸 말인가?”
“아니요. 그냥 제가 아는 사람이 했던 말입니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지구 전체를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 나치독일과 일본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치렀던 불세출의 명장. 바로 그가 남긴 말이었다.
그래. 어디까지나 지금 로드키우스와의 전쟁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명분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야 왕국 모든 이들의 마음에 투쟁심을 심어 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