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hird son of a failure RAW novel - Chapter (27)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27화(27/2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 27화
10장. 악의 심장에 검을 꽂아라
어둠이 만연해 시야가 극도로 축소된 밤이었다.
검은 망토를 두른 나와 루스는 능선 위에서 밤바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제부터 시작해 모레까지가 D-Day였다. 이날을 위해 모두가 합을 맞췄고, 지형지물에 익숙해졌다.
레아의 말에 따르면 이번 작전에 소모한 트랩이 반년은 써먹을 양이라 했다.
다시 말해, 이번 작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단 뜻이었다.
“어제는 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올까요?”
“모르지. 내일이 될 수도 있고.”
“기왕 올 거면 빨리 왔으면 좋겠군요.”
루스의 간절함이 하얀 입김으로 새어 나왔다.
기약 없는 기다림은 힘든 법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낮부터 줄곧 각자 포인트를 잡고 대기했다. 기다린 시간만 족히 반나절은 넘는다.
나는 차라리 낫다. 아래에선 보이지 않을 능선 위에 있었으니.
하지만 아래 위치한 이들은 조금이라도 흔적을 낼까 싶어 일체 미동도 않고 있었다.
만약, 오늘도 오지 않는다면 내일도 오늘처럼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슬슬 사기에도 영향이 갈 수 있어 걱정이 들던 순간.
“옵니다.”
함께 있던 레인저가 작게 입을 열었다.
나와 루스가 즉각 레인저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놈들입니다.”
한 인영이 어둠을 뚫고 드러났다. 뒤이어 그 뒤를 따라 무수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건장한 남성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체구와 보디빌더도 한 수 접어줄 각진 근육.
오크였다.
놈들의 무기가 드문드문 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내뿜는 열기는 멀리서도 확연히 눈에 띄었다.
크르륵, 쿠륵…….
역겨운 울음이 이 멀리까지 전해졌다.
“드디어 왔군요.”
루스가 어둠 속에서 하얀 이를 드러냈다.
“수효는.”
내 물음에 레인저가 빠르게 손가락을 놀렸다.
“오십…… 아니, 백 마리쯤 되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까.”
루스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놈들의 다음 목표는 아마 북서부에 있는 촌락일 거다. 거긴 규모가 크지도 않으면서 쓸데없이 험준하기만 하지. 병력을 많이 데려올 필요는 없었을 거다.”
주기적으로 루틴을 짜 활동하는 녀석들이니 그 계획을 추측하기도 쉽다.
“그렇군요. 한데 백여 마리면…… 잘하면 기사단장님 혼자서도 해치울 수 있겠는데요.”
“그렇게 간단하면 우리야 나쁠 건 없고.”
말은 그렇게 했으나 사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분명, 칼날 부족을 해치운 사냥꾼은 찬사를 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사냥꾼의 말을 듣곤 거짓말이라 매도했다. ‘세상에 주술을 쓰는 오크라니!’ 업적을 부풀렸다 생각한 것이다.>
사악한 주술을 쓰는 오크라.
소설 속 그들이 사냥꾼을 거짓말쟁이라 욕할 만했다. 직접 보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나는 다르다.
주술, 광혈초, 그리고 마석.
연관이 없으려야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제 곧 알아낼 수 있겠지.
“들어갑니다.”
오크들이 깎아지듯, 경사진 언덕을 넘어 웅덩이처럼 생긴 분지로 들어섰다.
이내 그들이 서서히 동굴 안으로 사라짐을 확인한 나는 손을 들어 신호를 내렸다.
스슷…….
스물의 레인저들이 그림자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물을 펼치는 것처럼, 분지를 가운데 두고 기민하게 포위했다.
그들이 자리 잡았음을 확인한 나는 분지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마치 원래부터 있던 것처럼, 한 인영이 우뚝 서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길레인이었다.
“공자님.”
레인저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작은 단궁을 꺼내 활시위에 효시(嚆矢)까지 먹인 상태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한다.”
내 말에 레인저가 하늘을 향해 활을 겨눴고.
삐이이익-
효시가 밤하늘을 찢었다.
* * *
삐이이익-
하늘을 찢는 효시에 길레인이 팔짱을 풀고 검집에 손을 올렸다.
‘알 수가 없군.’
경계를 서던 오크가 효시를 듣곤 뛰쳐나왔다.
자신을 발견해 달려드는 오크를 보며 길레인은 헛웃음을 흘렸다.
삼공자의 계획이 어찌 이리도 들어맞을 수 있는 건가. 대체 그 정보는 어떻게, 누구를 통해 얻어 낸 것인가.
쌓인 의문이 많았다. 그렇다고 풀 수도 없었다.
삼공자는 과거와 달리 날카로운 분위기를 머금고 있다. 잘못 건들면 베일 것만 같은.
기사단장인 자신이 그렇게 느낄 정도면 할 말 다한 것이다.
푸슛!
검집에서 뿜어진 푸른 섬광이 달려들던 오크의 심장을 꿰뚫었다.
치직…….
검을 휘감은 푸른 오러가 뿜어진 피를 태우며 연기를 자아냈다.
크아아!
뒤늦게 동료의 죽음을 확인한 한무리의 오크가 달려들었다.
그에 작게 숨을 고른 길레인이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선을 그어 내듯, 횡으로 휘둘러진 검에 오크들의 상반신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투둑!
뒤로 한 발 물러나 뿜어진 피를 피해 낸 길레인이 씁쓸하게 웃었다.
‘삼공자가 가문을 부흥시킬지, 아니면 피바람을 몰고 올지.’
앞선 효시의 울음을 듣고 동굴에 있던 오크들이 우르르 빠져나왔다.
길레인을 발견한 오크 무리는 제각기 괴성과 울음을 토해 내며 달려들었다.
적잖이 흥분한 오크들이다. 의식을 방해받은 게 억울한지, 아니면 상대가 자신 혼자라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하나였다.
오크들을 최대한 살려 보내지 말 것.
길레인의 몸이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퍼엉! 파앙! 파아앙!
검을 포함한 주먹, 팔꿈치, 다리, 모든 신체가 무기였다. 길레인의 손길이 닿는 족족 오크가 폭죽처럼 터져 나갔다.
‘확실한 건, 삼공자는 데인이나 세인이 억압할 만한 그릇이 아니라는 거다.’
쌔애액!
들려온 파공성에 길레인이 고개를 들었다.
포위한 레인저들이 능선에서 쏘아 올린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 * *
삐이이익-
하늘을 찢는 소리에 레아는 휘하 레인저를 이끌고 첫 번째 포인트를 점령했다.
그러곤 그녀는 나무 위에 올라 분지를 바라보았다.
눈에 들어온 것은 학살의 현장이었다.
길레인의 오러를 피해 오크들이 몸부림치는 광경이 생생하게 보였다.
잔혹한 광경이었다. 그녀는 미꾸라지를 한데 모아 놓고 소금을 뿌리면 저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빠져나옵니다.”
한데 모인 미꾸라지가 꿈틀대다 보면, 개중 몇 마리는 밖으로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동료의 시체를 넘어 비집고 빠져나온 오크들이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했다.
“슬슬 준비할까요?”
휘하 레인저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려던 순간이었다.
“잠깐.”
그녀의 눈에 희한한 모습이 보였다.
죽자 살자 도망치는 오크 무리 중에 유난히 똘똘 뭉쳐 있는 녀석들.
의도적으로 짜인 진형이다. 마치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눈이 빛났다.
“저기, 뭉쳐 있는 놈들 보여?”
“아, 혹시?”
“그래, 저놈들을 목표로 하자고.”
“알겠습니다.”
레아가 고개 돌려 길레인을 바라보았다.
저들의 족장이 달아날 시간을 벌려는 건지, 수십의 오크가 길레인에게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저 아저씨는 당분간 발이 묶였고.’
이렇게 된 이상 계획대로 진행해야 했다.
“준비됐습니다.”
부하의 말에 레아가 손을 들었다.
뒤이어 타깃으로 추정되는 오크가 사정권 안에 들어오자, 그녀가 단호하게 손을 내렸다.
투캉!
설치된 트랩으로부터 수십 개의 볼트가 쏟아졌다. 몸으로 막겠다고 선 몇몇 오크가 벌집이 되어 고꾸라졌다.
핑! 피잉!
동시에 혼란에 빠진 오크 무리를 향해 그녀를 비롯한 레인저들이 석궁을 쏘았다.
그것을 확인한 몇몇 오크들이 그녀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육중한 도끼를 채 휘둘러보기도 전, 오크들은 설치된 덫을 밟기 시작했다.
철컥!
크워억…….
무게만 십수 킬로가 나가는 곰덫이다. 제아무리 튼튼한 골격의 오크라 할지언정, 버틸 재간 없이 발목이 찢겨 나가기 시작했다.
“이만하면 됐다.”
멀리 타깃이 계획된 루트로 향하는 걸 본 그녀가 손을 내저었다.
이미 상당수의 오크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당장 달려드는 숫자만 해도 대여섯 마리였으니.
“다음 포인트로 이동!”
삐이이익-
효시를 쏘아 낸 그녀가 휘하 레인저와 함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 * *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렇다고 마냥 운에 맡긴 건 아니었다.
모든 이들이 분지에 널린 백골을 보고 분노를 끌어올렸다.
모두가 복수심으로 불타올라 수십 번의 예행 훈련을 군말 없이 완벽하게 치렀기에.
그렇기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삐이이익-
마지막 효시가 울렸다.
“마지막 포인트에서 쏘아 올린 겁니다.”
루스의 말에 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은 막바지를 향해 흐르고 있었다.
기습에 성공했고, 작전도 계획대로 진행됐다.
길레인을 포함한 선발대가 오크 반 이상을 궤멸시켰다.
드로쉬가 몸을 내빼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사방에 깔린 덫과 레인저들은 토끼를 몰아 잡듯, 드로쉬를 일정한 방향으로 계속 유도했다.
마지막 포인트를 지나면 모든 레인저는 넓게 날개를 펼쳐 천라지망을 구성한다. 길레인은 그 중심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그렇게 되면 이제 놈이 향할 곳이라곤 결착을 위해 마련한 장소밖에 없다.
깎아지는 절벽이 자리한 곳. 동시에 나와 루스가 기다리는 곳이기도 했다.
‘토끼 사냥이라.’
거대한 덩치의 오크가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걸 상상하니 웃음이 나왔다.
“뭐가 그렇게 재밌으십니까.”
“있다, 그런 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루스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언제쯤 오려나.’
부스럭!
호랑이도 제 말 하면 나온다고 했나.
수풀이 갈라지고 나타난 것은 피 칠갑을 한 오크 열댓 마리였다.
어느 놈 하나 성한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나마 성한 오크도 팔뚝에 화살 대여섯 개를 달고 있었다. 얼마나 지독한 기습이었는지 증명하는 모습이었다.
스릉!
그들의 등장에 루스를 비롯해 두 레인저가 검을 뽑았다.
“저 몰골을 보니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불쌍하단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서, 살려 주자고?”
“아뇨. 마음 같아선 살점을 하나하나 발라내고 싶습니다만.”
루스의 말에 씩 웃은 나는 말의 옆구리를 차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드로쉬.”
한참을 서서 우리를 지켜보던 오크 무리는 앞이 절벽이라는 걸 깨닫곤 무기를 치켜들었다.
뒤이어 오크치고는 제법 호화로운 옷을 걸친 녀석이 앞으로 나왔다.
놈은 주위 부하들과 달리 좀 더 많은 주름과 왜소한 체구, 구부정한 허리를 갖고 있었다. 인간으로 치면 초로의 나이 정도 되었겠지.
녀석도 마찬가지로 몸 상태가 성치는 않았다.
군데군데 피를 흘리며 몹시 피곤한지 연신 등을 들썩이며 숨을 고르는 모습이었다.
“크룩, 네놈이 대장이냐?”
가래 끓는 소리가 거슬리긴 하지만, 분명 인간의 언어로 말을 걸어왔다.
북부의 악몽이자 칼날 부족의 족장, 드로쉬였다.
“그래.”
“크르륵, 간악한 함정을 파 놓고 여기서 기다리는 꼴에 짐작은 했다.”
“간악하다? 칭찬으로 듣지.”
내 말에 드로쉬가 콧김을 내뿜었다.
“크룩, 너희뿐이냐.”
“뭐가.”
“크르륵, 이곳에 너희뿐이냔 말이다.”
“그런데.”
“쿠룩, 겁도 없는 인간이군.”
“내가 좀 대범해.”
“클, 어디서 많이 봤던 문양이다. 네놈은 인간 중에선 꽤 중요한 놈인 것 같구나.”
내 망토에 새겨진 잿빛 매 문양을 본 드로쉬가 고개를 끄덕였다.
“크륵! 저놈은 목숨을 붙여 놓아야 한다. 거래를 해야 하니.”
드로쉬가 부하들에게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를 인질로 잡겠다는 의도가 명백히 드러났다.
과연 상황 판단이 빠른 놈이었다. 오크치고는 말이다, 오크치고는.
“인질도 잡을 줄 알고. 똑똑한걸.”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잡힐 성싶으냐, 애송아. 크륵.”
드로쉬가 앞으로 나선 채 손을 뻗었다.
빠르게 상황을 마무리하겠단 생각이겠지. 길레인과 레인저가 합류하기 전에 결판을 내야 할 테니 말이다.
나를 보는 드로쉬의 눈이 붉게 빛났다.
“크룩, 데 헬라 아두르쉬…….”
손아귀를 펼친 드로쉬가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위로 검고 음험한 기운이 모여들었다.
확실해졌다. 돌연변이든, 변종이든, 드로쉬는 보통 오크가 아니었다. 굳이 명명하자면 오크 샤먼(Shaman)이라 할 수 있겠다.
“루스.”
“예.”
스스슷…….
루스의 검에 푸른 기운이 맴돌았다.
길레인의 그것만큼 농도가 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나가 실렸다는 건 누구나 확인할 수 있었다.
“저놈 빼고 다 죽여.”
드로쉬에겐 확인해 볼 게 있다.
“예.”
내 명령에 루스가 앞으로 나섰고.
“나라크 데 게헨라…….”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는 드로쉬의 손에 사악한 언령이 깃드는 걸 확인했다.
끼에에에…….
지금껏 의식을 치르며 바쳐 왔던 인간들의 망령일까, 모여든 검은 기운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드로쉬의 주변을 맴돌았다.
“크워어…….”
“크룩, 크르륵…….”
동시에 옆에 자리한 오크들의 눈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광혈초를 먹어 광전사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스윽.
그 모습을 쭉 지켜보던 나는 품속에서 마법 스크롤을 꺼냈다.
주술을 쓰는 오크.
만약 소설 속 사냥꾼이 했던 말이 아니었다면 챙겨 오지 않았을 스크롤이었다.
“입 닥쳐. 사일런스(Silence).”
찢어진 스크롤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절벽 위, 비교적 평탄한 지대엔 그 어떤 소음도 없이 정적만이 맴돌았다.
루스는 사전에 내게 이야기를 들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반면 주술을 외던 드로쉬는 자신의 입에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자 당황한 듯했다.
이내 드로쉬가 이게 무슨 짓이냐는 듯, 나를 매섭게 쏘아보았고.
‘뭘 봐, 이 새끼야.’
나는 그런 드로쉬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날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