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hird son of a failure RAW novel - Chapter (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78화(78/2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 78화
* * *
일행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매직 미사일!”
뒤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뒤이어 불투명한 다섯 개의 빛의 화살이 쏘아져 다섯 팬텀 나이트에게 향했다.
하지만 단순히 움직임을 멈추게 만드는 데 그쳤다. 매직 미사일을 맞는 순간 갑옷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졌다. 모르긴 몰라도 대마법진이 새겨진 게 분명했다.
‘메이드 인 케르윈이니 어련하겠어.’
동시에 내 옆으로 루스를 위시한 일리아와 두 엘프가 튀어나와 앞에 전열을 갖추었다.
그들 역시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이었으나 일단은 전투가 우선이라는 걸 자각한 듯했다.
“삼공자! 저들은 뭐고, 이 상황은 대체 뭡니까?”
옆에 붙은 플레타가 다급하게 물어 왔다.
그녀의 말에 일행들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대표 격으로 내게 질문을 던진 모양새라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시간 없으니 짧게 설명하지.”
“…….”
“너희를 납치한 로르다인에게서 신병을 되찾기 위해 딜을 했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렸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면?”
“새로 나타난 적, 따라서 로르다인과는 임시 동맹.”
내 말에 일행들의 눈이 아슬라히나와 로르다인으로 향했다.
그들은 여전히 공동을 무너뜨릴 기세로 검을 주고받고 있었고, 그 기운을 플레타가 입술을 잘근 씹으며 재차 물어 왔다.
“저 여자는?”
“아슬라히나.”
“아슬라히나? 제가 아는 그 이름의 주인공이 맞습니까?”
얼빠진 듯한 플레타의 물음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마도?”
“……들을 이야기가 많겠군요.”
“하지만 지금은 바빠.”
“예. 그래 보입니다. 전투는 어떻게?”
짧은 휴식이 끝나고, 팬텀 나이트들이 들이닥쳤다.
마법사인 플레타를 제외한 칼잡이는 나를 포함해 총 다섯, 팬텀 나이트 또한 다섯이다. 구색은 맞춰진 셈이다.
하지만 당장은 힘들어 보였다. 로르다인에게 포박당했던 후유증인지, 일행들이 정신을 차리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였다.
그나마 육체의 영향을 덜 받는 플레타나 즉시 전력감으로 쓸 수 있을까.
“일단은 일행들부터 추슬러 봐. 시간을 끌어 볼 테니까.”
“알겠습니다.”
대마법진이 설계된 팬텀 나이트임을 아는 플레타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해 보자고.”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어느새 지척으로 다가온 다섯의 팬텀 나이트들이 달려들었고, 나 또한 맞이하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동시에 생각했다.
‘저건 무슨 기운일까.’
이전과 달리 검은 기운을 줄기차게 뿜어내는 팬텀 나이트들이었다.
분명 강력한 검술과 죽지 않는 능력을 지녔지만, 그래도 마나를 쓰지 못한다는 점이 약점이었던 놈들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혹시라도 아슬라히나의 기운을 흡수해 마나에 상응하는 능력을 쓸 수 있게 됐다면?
‘나 혼자 상대하는 건 불가능이다.’
불가능을 넘어 목숨이 위험하겠지.
간 보는 건 생략한다. 처음부터 최선을 다한다.
마음먹은 즉시 체내의 마나를 폭발시켰다. 전신으로 파고든 마나가 초인적인 힘을 부여했고, 그것을 넘어 아휀에도 푸른 기운이 서렸다.
마침내 도달한 오러(Aura)의 발현이다.
마나 유저로서는 최상급에 올랐다는 증거였다. 지금껏 실력을 숨기기 위해 감춰 왔지만, 지금 상황에서까지 그럴 여유는 없다.
콰아앙!
예상이 맞았다. 놈들의 검에 서린 검은 기운은 마나와도 같았다. 마나가 실린 내 검과 부딪쳤음에도 멀쩡하다는 게 그 증거였다.
최정상급의 검술을 쓰며, 죽어도 부활하는 팬텀 나이트가 마나까지 쓴다?
이런 무지막지한 전쟁 병기를 만들어 낸 케르윈이 미워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다. 더는 여유를 가질 수 없을 정도로 팬텀 나이트들이 몰아붙여 왔다.
카앙! 캉! 캉!
막고, 베고, 흘리고, 피해 내고.
마나하트가 비는 즉시 채워진다. 하지만 채워졌던 마나는 봇물 터지듯 다시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순간이라도 마나의 공급이 늦춰지면 내 몸 어딘가에 검이 박힐 것이다.
그 생각이 극한의 긴장감을 일으켰고, 동시에 쾅쾅 두드리듯 마나하트가 담금질되기 시작했다.
“아.”
긴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해도 실수는 있는 법이다. 그것도 상대가 대제의 다섯 기사를 모티브로 딴 놈들이라면 더더욱.
한순간 놓쳤던 검이 내 팔을 노리고 날아오는 게 느릿하게 보였다.
피해 낼까? 무리한다면 피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이어 왔던 팽팽한 균형이 무너지겠지.
그렇게 머릿속이 복잡해지던 찰나의 순간.
카앙!
파고든 한 자루의 검이 그 공격을 비껴 냈다.
“루스.”
“늦었습니다.”
어느새 곁에 합류한 루스가 온몸으로 마나를 피워 내며 검을 치켜들었다.
“저도 돕겠습니다.”
“우리 또한 합류하겠어.”
일리아와 미랑, 카나 또한 뒤늦게 내 옆으로 합세했다.
좋아. 이러면 해볼 만하지.
“강해. 검술도 뛰어나고 저 수상한 기운도 마나와 비슷한 성질이다. 맞붙으려 하지 말고 흘리는 데 주력해.”
“예.”
기사전(騎士戰)이 시작됐다.
각자 상대를 하나씩 정해 싸움을 시작했다. 사방에서 날붙이가 부딪치며 피어오른 불꽃이 눈을 어지럽혔다.
덕분에 몸이 홀가분해졌다. 혼자 다섯을 상대하다 하나를 맡으니 모래주머니를 떼어 버린 기분이다.
검을 쳐 내고, 한쪽 다리를 베어 낸 뒤 양팔을 잘라 낸다. 그렇게 불능이 된 팬텀 나이트의 가슴을 걷어차 박살 낸 뒤 주위를 살폈다.
형국은 밀리고 있었다. 루스야 원체 기본 실력도 있고 실전 경험도 농후하니 그런대로 맞서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간신히 피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
‘차례차례 해치우고 뒤를 맡기면 되겠는데.’
지금까지야 하나를 쓰러트려도 나머지를 상대하는 틈에 되살아났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시간 차를 두고 쓰러트린다면 부활하는 차례차례 넷이 힘을 모아 상대할 수 있겠지.
결단을 내린 즉시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 도약하며 고함쳤다.
“플레타!”
“보호하라! 실드!”
이런 걸 눈빛만 봐도 통한다고 해야 하나?
내 도약에 맞춰 플레타가 실드를 걸어 주었다. 덕분에 방어는 제치고 공격 일변도로 임할 수 있었다.
허공에서 몸을 회전하며 검에 무게를 실었다. 뒤이어 폭발하듯 마나가 타오르며 거기에 힘을 더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팬텀 나이트가 검을 휘둘러 왔으나 플레타의 실드에 막혔다. 물론 검에 서린 검은 기운에 쉽게 박살 난 실드였지만 내겐 그 찰나의 틈이면 충분했다.
파가가각-!
팬텀 나이트의 육체가 갈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동시에 그 광경을 지켜본 루스가 동그랗게 눈을 떴다.
“공자님 실력이 언제 이렇게?”
“겉치레는 나중에 하고.”
“알겠습니다.”
내 덕에 몸이 홀가분해진 루스가 나머지 일행을 도와 나가기 시작했다.
서서히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나둘 쓰러트릴수록 이쪽의 머릿수가 많아졌고, 결국 생각했던 대로 다수가 하나를 상대하는 형국이 되었다.
“루스!”
“예, 공자님.”
“이제 네가 맡아서 이놈들을 상대해.”
“공자님은?”
“로르다인을 도와야지.”
말을 마친 뒤 곧장 도약해 로르다인에게 향했다.
로르다인과 아슬라히나의 싸움은 소강상태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로르다인이 서서히 회피하는 형국이었다.
“로르다인.”
“왔냐?”
“예. 어떻습니까?”
“어떻긴.”
거칠게 입가를 닦아 낸 로르다인의 소맷자락엔 피가 묻어 있었다. 내상을 입었다는 증거였다.
이게 바로 산 자와 죽은 자의 차이였다.
마나야 이곳에 널리고 널렸으니 회복한다 쳐도, 가랑비에 젖듯 육체에 쌓이는 데미지는 어찌할 수 없었다.
반면 아슬라히나는 여전히 쌩쌩한 얼굴이었다. 애초부터 죽어 있는 사람에게 쌩쌩하다는 말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만.
“돕겠습니다.”
“방해하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오만한 말과 달리 로르다인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기에 측은감이 들었다.
“됐고, 어떻게 들어갈 겁니까?”
“공간을 열어 주지. 하나둘셋. 아래를 노려라.”
그 뜻을 물어볼 틈도 없이 아슬라히나가 먼저 움직였다.
그에 맞서 로르다인 또한 땅을 박찼다.
화아악!
두 괴물이 일으킨 풍압에 살이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나둘셋?’
그의 뒤를 따르면서 피어오른 의문은 이내 해소됐다.
아슬라히나에게 파고든 로르다인이 검을 세 번 흩뿌렸다.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콰앙! 쾅! 콰아앙!
강렬한 세 번의 검격이 이어졌다.
이후 로르다인이 치켜든 검을 재차 꽉 쥐었다. 그에 아슬라히나 또한 자연스레 다시 위에서 치고 오겠거니 검을 들어 올렸다.
‘아.’
동시에 그녀에게서 지금껏 보이지 않던 틈이 생겨났다.
생각의 과정조차 생략한 채 몸이 먼저 움직였다.
검을 늘어트린 채 땅을 박찼다.
마나하트를 불태울 심정으로 깡그리 긁어모은 마나를 검에 실었다. 동시에 늘어트린 검을 사악한 뱀이 땅을 훑듯, 아래에서 위로 내뿜었다.
“흐으읍!”
동시에 기합을 내지른 로르다인 또한 공중에서 허리를 뒤틀며 일격(一擊)을 내리쳤다.
로르다인은 위에서 아래로.
나는 아래에서 위로.
맹수의 아가리가 닫히듯, 로르다인과 내 검이 맞물리며 강렬한 연계를 만들어 냈다.
‘통한다.’
반쯤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그 확신을 깨부수려는 듯, 위아래로 파고드는 두 검을 맞이한 아슬라히나가 눈을 빛냈고.
쾅! 쾅!
두 번의 굉음과 함께 나와 로르다인은 충격에 도로 퉁겨졌다.
“커어억…….”
나동그라진 내 입에서 걸쭉한 액체가 새어 나왔다. 위액이라도 나왔나 싶어 시선을 내리자 붉은 선혈이 보였다.
로르다인 또한 충격이 작지 않은지 한쪽 무릎을 살짝 굽힌 자세였다.
검으로 땅을 짚어 반쯤 몸을 일으킨 나는 정신을 차리려 머리를 흔들었다.
“빌어먹게 강하네요.”
내 툴툴거림에 로르다인이 씩 웃었다.
“그래도 소득이 없는 건 아냐.”
“…….”
로르다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아슬라히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왼쪽 어깻죽지엔 기다란 상흔이 새겨져 있었다. 로르다인의 공격이 들어간 듯했다.
“성공한 겁니까?”
“자르는 건 실패했지만 그래도 타격이 없진 않겠지.”
“그나마 다행이군요.”
“네가 생각보다 시선을 잘 끌어 줬다. 이대로 합만 계속 맞춘다면 죽이는 거야 어렵지 않겠군.”
로르다인이 씩 웃으며 우악스러운 손길로 나를 일으켜 세웠다.
“더 싸울 수 있겠지?”
“……죽기밖에 더하겠습니까.”
“우리도 돕겠습니다.”
어느새 뒤로 다가온 플레타와 루스가 합류했다.
“팬텀 나이트는?”
“일리아와 두 엘프가 각개격파할 수 있게 해 놨습니다.”
고개를 돌리자 셋이서 합공으로 팬텀 나이트를 각개격파하는 세 여자가 보였다.
“좋아. 이러면 해볼 만하지.”
씩 웃은 로르다인이 검을 붕붕 돌렸다.
“무슨 전후 사정이 있었는지야 모르지만, 일단은 적이 명백해 보이니.”
플레타도 완드를 들어 아슬라히나를 겨눴고.
“저 여자가 그 아슬라히나가 맞습니까? 전설적인 기사와의 대결이라. 재밌겠군요.”
루스 또한 검을 굳게 잡은 채 자세를 잡았다.
“…….”
그런 우리를 가만히 주시하던 아슬라히나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고오오오…….
그러자 그녀로부터 뿜어지던 검은 기운이 점점 짙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불길한 예감이 피부 깊숙이 새겨졌다.
그에 불길함을 공유하던 로르다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또 무슨 수를 쓰려는 거지?”
“…….”
그렇게 짙어진 검은 기운은 공동 내부를 잠식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들어찬 기운은 지금껏 고요히 잠들어 있었던 백여 구의 기사 모형에 깃들었다.
“빌어먹을.”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견한 탓일까?
항상 오만함에 차 있던 로르다인이 그답지 않게 쓴웃음을 지었다.
드드드…….
서서히 떨리기 시작한 백여 구의 기사 모형들. 그걸 바라본 루스 또한 질린 얼굴로 헛웃음을 흘렸다,
“저거, 내가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불길한 예감은 기이하리만큼 잘 들어맞는 법이죠.”
플레타의 대답에 나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 버리겠네.”
산 넘어 산이라 생각했던 건 틀렸다.
아직 우리는 첫 번째 산조차 제대로 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대체 여긴 뭐 하자는 공간이야?’
아니, 그걸 떠나서, 이곳에 백이 넘는 팬텀 나이트 군단을 만들어 놓고 그걸 아슬라히나가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만든 까닭이 뭐가 있지?
케르윈.
당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길 만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