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hird son of a failure RAW novel - Chapter (9)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9화(9/278)
망작의 삼공자로 사는 법 9화
* * *
다음 날 오전 오후 내내 달린 후 늦은 밤.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루스와 함께 모닥불 앞에 섰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루스도 내가 자못 열의를 보이자 제법 진지한 태도를 갖추었다.
“모든 무예의 기본은 체력입니다. 아무리 비범한 검술을 지녔다 한들, 뒷받침할 체력이 없다면 빛이 바래는 법입니다.”
안다.
이래 봬도 학창 시절부터 검도, 태권도, 유도로 단련된 몸이다.
제각기 유단자가 되기 위해 죽자고 달려들었던 기억이 새록하다.
입시에 부가되는 가산점도 있었거니와 강함에 대한 동경심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더 잘 안다.
체력이 곧 기본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단련에 각별하게 임했다.
그 덕에 생도 시절, 체력 검정은 물론이고 대항전이 있으면 항상 수석으로 뽑혔다.
‘물론 지금은 다 잃어버렸지만.’
몸뚱이가 바뀌었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한 번 이룩해 본 일이다.
다시 이루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으리라.
“무예의 기본은 체력이다, 이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래서? 좀 더 명확히 말해 봐. 기준을 어떻게 잡을 건데?
“최소한 삼십 분 동안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를 체력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장 내일부터 다시 혼자 말을 타야겠네.”
단순 시간 대비 칼로리 소모만 보자면 승마는 수영의 2배다. 타는 것 자체만으로도 전신운동이 된다는 뜻.
“괜찮으시겠습니까?”
“못할 것도 없지.”
근육통은 오랜 세월 함께해 온 친구나 다름없다.
무도를 배울 때도, 체육관에서 쇠질을 할 때도.
“그럼 본격적인 검술은 체력이 완성되었을 때 배우기로 하고, 일단 기본적인 자세부터 알려 드릴까요?”
“좋지.”
소설과 드라마로만 보던 검술을 직접 배우다니, 흥분되기가 이를 데 없다.
내가 손짓하자 레오가 풀어놓았던 검집을 들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자루를 잡자 손에 착 달라붙는 가죽 느낌이 오묘했다. 뒤이어 천천히 뽑자 검집을 타고 빠져나오는 검날이 온전히 느껴진다.
‘미치겠군.’
이내 완전히 드러난 하얀 검신이 달빛 아래 백색 자태를 뽐냈다.
부웅!
한 바퀴 검을 돌려 무게를 파악했다.
대략 1.5kg 정도 되려나.
무거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아령과 달리 곧게 뻗은 모양새라 다루기는 어렵다.
착!
배운 게 도둑질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검도의 자세를 따랐다.
검도에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중단세.
칼끝으론 상대 미간 사이를 겨누고 자루 끝은 단전 앞에 자리한다.
무릎은 힘을 빼 유연하게. 일직선으로 둔 양 발의 간격은 어깨너비로. 오른발은 앞에 둔 채 언제든 튀어 나가거나 빠질 수 있게 준비한다.
그리고 마지막.
시선은 항상 상대방의 두 눈을 좇을 것.
‘힘든데.’
죽도에 비해 배 이상 무거운 롱 소드라 자세가 부자연스럽다.
‘뭐야, 저 표정은?’
그런데 이상하다.
어렵사리 자세를 취해 놓고 나니 루스의 표정이 묘했다.
“공자님.”
“왜.”
“혹시 어디서 검을 배우신 적 있으십니까?”
아, 실수했나?
검 한 번 배운 적 없던 삼공자가 능숙하게 자세를 잡는다라.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검도가 이 세상엔 없는 무도라는 것.
기본적인 원류 자체가 서양 검술과 거리가 있으니 대충 넘기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냥.”
“예?”
“그냥 해 보았는데.”
“그냥 말씀이십니까?”
“본능적으로 이렇게 해야 할 것 같다고나 할까…….”
루스가 입을 꾹 다문다.
그러곤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루스가 장작으로 쓰려던 나뭇가지를 하나 집었다.
그러곤 그것으로 나를 겨누는 루스.
“뭐야? 자세만 봐준다며?”
“간단한 테스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뭐 어쩌라는 건데?”
“공자님의 뜻대로, 본능대로 대처해 보시겠습니까?”
무슨 의미지?
만약 덤벼 들어온다면 초짜인 것처럼 맞아 줘야 하나? 아니면 본 실력대로 해야 하나?
그러나 생각해 볼 시간도 없이 루스의 나뭇가지가 파고들었다.
휘릭!
낮게 깔려오다 위로 뻗는 검로가 흡사 뱀과 같다. 게다가 나뭇가지의 끝은 정확히 내 눈을 노리고 있었다.
결국, 어찌할 도리 없이 몸이 먼저 반응했다.
“어어!”
따악!
순간적으로 발을 빼며 검을 모로 올려 나뭇가지를 쳐 냈다.
“우와!”
멀찍이서 우두커니 바라보던 레오가 탄성을 내질렀다.
반응만 보면 마치 훌륭하게 받아친 것 같다.
그러나 당사자인 나는 안다.
이건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다.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했다는 건, 미처 눈으로 좇지 못했다는 반증이니까.
“뭐야, 루스! 이렇게 갑자기 들어오면 어쩌라고?”
“다시 한번 가겠습니다.”
미처 뭐라 할 틈도 없이 루스가 다시 한번 나뭇가지를 내질렀다.
루스의 이번 공격은 제법 평이했다.
그저 한 발 내디디며 도끼질하듯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정수리를 노린, 뻔하디뻔한 움직임에 나도 모르게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허수아비로 아는 건가.’
호승심이 일었다.
반격을 한번 해 볼까?
물론 루스가 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피와 살이 튀기는 전장에서 닳고 닳은 기사이니.
‘한번 해 보자.’
순간 뒤로 한 발 물러나며 검을 비스듬히 빗대었다.
탁!
그에 검날과 부딪친 나뭇가지가 쭉 미끄러지다 가드에 걸려 멈췄다.
“흡!”
그 즉시 강한 힘을 가해 흩뿌리며 치고 나가 루스의 팔목을 노렸다.
상대의 공격을 역이용하는 받아치기.
하지만 상대는 여유로웠다. 루스는 몸을 살짝 비틀어 피해 내고는 역으로 내 어깨를 내려쳤다.
빠악!
어깨로 전해지는 둔탁함에 이를 악물고 다시 검을 내뻗었다.
타악!
가볍게 검을 흘려 낸 루스가 내 허벅지를 후려쳤다.
순간 다리가 꺾인 탓에 샌드백 신세가 되었다.
탁! 타악!
이어진 두 번의 공격에 양 팔목을 맞은 나는 검을 놓쳐 버렸다.
‘젠장.’
기분이 더럽다.
삽시간에 여러 곳을 두들겨 맞았으나 뚜렷한 고통은 없었다.
아마 부딪치는 순간, 동작을 끊어 실린 힘을 줄였겠지.
저 섬세한 힘 조절만 봐도 나보다 월등한 고수임은 자명했다.
그래서 기분이 더 더럽다.
“자존심 상하니까 그냥 치지. 뼈만 안 부러지면 상관없는데.”
투덜대는 내 말에도 루스는 그저 지그시 날 바라볼 뿐이었다.
“왜 그래?”
되물음에도 그저 골똘히 생각에만 잠긴 루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후 루스가 다시 입을 연 것은 일이 분이 지나고 난 후였다.
“공자님.”
“왜.”
“둘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
“검 한 번 잡아 본 적 없다는 공자님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
“…….”
예리한 녀석이다.
하긴, 내 배움의 깊이가 얕아서 문제지, 검도도 엄연히 유구한 역사를 지닌 무예다.
그걸 생판 검 한 번 잡아 본 적 없던 망나니가 흉내를 낸다?
나라도 의심하겠다. 젠장.
“나머지는.”
“만약 거짓이 아니라면, 공자님은 더없이 출중한 기재를 타고났다는 뜻이 됩니다.”
“…….”
분위기가 진지해지자 자리를 피한 레오가 멀찍이 떨어져 물을 데우기 시작했다.
졸지에 단둘만 남은 어색한 상황.
루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진 나는 입맛을 다셨다.
“네가 보기엔 어떤데? 내가 거짓을 말한다고 생각하나?”
“그건 아닙니다.”
“왜지?”
“분명 제가 여태껏 보고 들었던 공자님에 대한 소문은 대부분 허황한 것이었습니다.”
권력에 찌들어 아랫것을 무시하고 주색에 굶주렸다는…….
그런 소문을 말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검을 한 번도 잡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정확한 소문입니다.”
“어째서?”
“공자님이 한 번이라도 영지 내에서 검을 배우셨다면 그런 자세, 아니 검술은 결코 나올 수 없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공자님의 손.”
“손?”
내가 손바닥을 펴 보이자 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자님의 손은 부드럽기 짝이 없습니다. 검을 잡았다면 응당 굳은살이 배겨 있었겠지요.”
“그렇겠지.”
“그래서 더 놀랍습니다.”
“놀랍다니?”
뒤이어 루스가 땅에 떨어진 검을 뽑아 내가 취했던 자세를 흉내 내었다.
“기본기가 매우 탄탄합니다. 송곳과 같다고 할까요. 쉽사리 틈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공략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건 공자님의 실력이 일천했기 때문입니다.”
동작을 구분해 가며 검을 휘두르던 루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부분에 균형이 잘 잡혀 있어 공수의 전환이 매끄럽습니다. 게다가 초보자라면 백이면 백, 자세만 신경 쓰다 발놀림이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공자님은 발밑까지도 각별히 신경 쓴 것이 느껴졌습니다.”
“과분한 칭찬인데.”
“물론 장점만 있던 건 아닙니다.”
“단점이라면?”
잠시 생각에 잠겼던 루스가 입을 열었다.
“세상에 둘만 남은 상황.”
“무슨 뜻이야?”
“오직 일대일로만 생사투를 벌인다고 가정한 검술 같습니다.”
“…….”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들어 보셨습니까?”
“들어 봤지.”
“딱 그것입니다. 가진 기운이 지나치게 사납습니다.”
“사납다면…….”
“본능적으로 급소는 잘 방비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어깨나 팔, 하반신에는 일체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느껴집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라.
아, 그것 때문인가?
검도에선 점수를 낼 수 있는 타격 부위가 한정되어 있다.
방금 루스가 말한 곳은 점수가 없는 부위들.
그런 곳은 굳이 막을 필요가 없기에 신경 쓰지 않았고, 실제로 그렇게 몸에 배어 버렸다.
확실히 괴물은 괴물이다.
단지 몇 번 검을 나눈 것만으로도 그걸 다 알아챘다는 건가?
“응용의 문제입니다. 보완할 수만 있다면 앞서 말한 단점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물론 반대로 장점도 무뎌질 수 있지만.”
붕붕!
검을 거듭 휘둘러 가며 내 자세를 흉내 내던 루스가 작게 탄성을 흘렸다.
“확실히 생소하기 짝이 없습니다. 기사단을 뒤져 봐도 이와 비슷한 검술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푹!
한바탕 검무를 끝낸 루스가 땅에 검을 꽂아 넣곤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한마디로 아닌 밤중에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젠장.
뭔 귀신도 아니고 저렇게 조목조목 알아낼 수가 있는 건가?
그렇다고 지금 와서 지구의 검술이라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자님은 분명 오늘 검을 처음 잡으셨고, 본능적으로 취했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대단하시군요.”
허탈하다는 듯 루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개인적으로 검에 대한 열망은 세상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 생각했습니다.”
“…….”
“그래서 노력했습니다. 노력이 곧 제게 주어진 재능이라 생각해 손 거죽이 벗겨질 때까지 휘두르고, 또 휘둘렀습니다. 이후 달콤한 결실을 몸소 느낀 뒤엔 제 신념으로 변했지요.”
쓴웃음은 곧 한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공자님을 보고 다시 느꼈습니다. 타고난 재능이라는 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루스의 얼굴에서 처연함이 느껴졌다.
면목이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루스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한 꼴이 되어 버렸으니까.
“어쩌면.”
“…….”
“어쩌면 금화 백 닢을 못 받을 수도 있겠군요.”
“뭐라고?”
“검에 대한 깊이야 지금 두 눈으로 확인했으니 말할 것도 없고, 마나에 대한 재능은 전통의 무가인 린다이어 가문의 혈통이시니.”
다시 본 루스의 얼굴에서 처연함은 사라져 있었다.
대신 그 자리에 새로 핀 것은 무엇인지 모를 것에 대한 열망이었다.
“궁금하군요.”
“무엇이?”
“공자님의 기재에 제 헌신이 깃들면 어떻게 될지. 어쩌면, 새로운 역사의 탄생을 제 손으로 일구는 것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척!
별안간 루스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곤 오른손을 가로로 세우고, 그 위에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엄숙해진 분위기.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차올라 입술을 적셨다.
“지금 뭘 하는 거지?”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모든 것이라 함은?”
“제가 익힌 모든 검술과 마나를 다루기까지 겪었던 무수한 시행착오들, 공자님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겠습니다. 종자 노릇을 하라면 할 것입니다. 손에 피를 묻히라면 공자님 대신 묻히겠습니다.”
심상치가 않다.
분명 단순히 검을 알려 주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은데.
“무슨 뜻인지 자세히 설명해.”
“어젯밤, 공자님은 검을 배우는 것을 외부에 비밀로 해 달라 하셨습니다.”
“그랬었지.”
“그 이유는 첫째, 둘째 공자의 견제가 걱정되어 그러신 것 아닙니까?”
가문의 기사이니 집안 돌아가는 꼴이야 대충 알고 있을 터.
“게다가 요즘 공자님의 모습은 평소 듣던 소문과 매우 다릅니다. 혼인도 미루고 이렇게 산맥으로 향하는 것도 거사를 위해서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었지.”
“그렇다면 지금껏 방탕했던 공자님의 모습은 잠시 본모습을 숨기기 위해 위장했던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그건 좀 너무 가긴 했는데.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몸뚱이의 원주인인 카인처럼 살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만약에, 아주 만약에 공자님이 승리하신다면.”
저 승리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분명하고.
“혹, 제게도 배경을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루스가 원하는 것도 분명해졌다.
“무엇을 믿고? 자칫 내가 썩은 동아줄이면 어쩌려고?”
“이미 제 기사로서의 삶은 썩어 있습니다.”
“썩어 있다니?”
“기사로서 명예와 지위가 없는데 어찌 기사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그저 검 좀 쓰는 용병이나 다름없지요.”
태생의 한계. 그것에 대한 울분이리라.
“난 지금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사람도, 재화도 없어. 오히려 빚만 산더미지.”
“그렇다면 오늘 첫 수족이 생기셨군요.”
“나 또한 다른 귀족들과 다르지 않을 수 있을 텐데.”
“그랬다면 제 명예를 고려해 홀른과 싸우도록 해 주셨겠습니까? 아니, 애초에 저 말고 다른 기사를 데리고 오셨겠지요.”
“…….”
이쯤 되니 루스가 짠하게 느껴졌다.
얼마나 속앓이를 해 왔으면 뭐 하나 내세울 것도 없는 셋째 공자를 동아줄로 삼을까.
그건 뭐 그렇다 치고.
여기서 루스를 거두면 내가 얻을 이득은 무엇일까.
‘많지.’
일단 검을 배우는 건 당연하고.
미천한 신분이라 이곳저곳에서 치이는 판국에 누군가의 끄나풀일 리도 없다.
게다가 바라는 것도 소박하다.
금은보화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지위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배경만 되어 주면 충성을 다 바치겠다는데, 가성비가 훌륭하다 못해 끝판왕이다.
태생이야 알맹이가 지구인인 내겐 애초부터 신경 쓸 거리가 아니고.
“그래서, 앞으로 나를 지지하겠다?”
“그렇습니다.”
“만일 내가 잘못되면 너도 덤터기를 쓸 수 있는데.”
“상관없습니다.”
“리스크가 큰 베팅이 취미인가?”
“위험 없이는 큰 보상도 없지요.”
웃긴 놈이네.
뭐, 어차피 곧장 돈을 벌어 채무를 갚고 결혼을 물릴 생각이긴 하다.
그렇단 말은 이후에 벌어질 일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고.
그런 마당에 실력 좋은 수족 하나쯤은 있어도 나쁘지 않겠지.
좋아, 결정했다.
“앞으로 잘해 보자고. 루스.”
내가 내민 손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루스.
그러나 이내 양손을 깨끗이 닦은 뒤 힘있게 맞잡아 왔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공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