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yrant’s Bastard Brother RAW novel - Chapter (431)
폭군의 망나니 오빠로 사는 법-431화(430/501)
(431)
발렌시아누스와 텐티아는 검보라색이 흘러넘치는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꼭 물속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경. 나와 옆으로 네 걸음 이상 간격을 두게. 물리 공격보다는 정신 공격에 특화된 이물이 나올 듯한데,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끼리 싸우게 되는 게 제일 위험해.”
“예. 전하.”
발렌시아누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은 지 오래였다.
대여섯 명을 이끌고 엘프 왕국으로 들어갈 때도 여유만만했던 그가 바싹 긴장하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은 이미 반투명해져 정령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왼손은 쿠이트 아즈의 힘으로 결정화되었으며, 눈동자는 세로로 갈라져 있었다.
철컥.
텐티아 역시 면갑을 내리고 장검 화한에 오러 블레이드를 둘렀다.
‘윽!’
동굴에 진입한 순간부터 적잖은 두통이 느껴졌다.
‘키득키득키득키득.’
속삭이는 듯한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발렌시아누스의 옆에서 싸우며 그가 터뜨리는 정신 파동에 휘말렸을 때와 비슷했다.
그러나 지금 느껴지는 기운은 발렌시아누스의 기운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음침하고 사악했다.
‘아하하하.’
바닥은 진창처럼 끈적했고, 공기에서는 농밀한 악취가 풍겨왔으며, 검보라색 안개가 사방을 휘감고 환청을 자아냈다.
이에 텐티아는 발을 거세게 구르며 기합을 넣었다.
쾅-!
붉은 오러가 동심을 그리며 퍼져 나갔고,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울렸으며, 발렌시아누스가 기겁하듯 펄쩍 뛰어 오러에 발목이 잘리는 사태를 피했다.
“발렌시아누스 대공 전하의 기사, 텐티아라 한다! 기사의 이름으로 이 혼돈의 구렁텅이를 지워 버리려 왔으니, 나를 막아서거나, 내게 짓밟히거라!”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꾸벅 숙여 제 주군을 향해 사죄의 인사를 보냈다.
“죄송합니다. 전하.”
“아닐세. 경. 정공법이 통했군. 오러 정도는 되어야 했던 거였어.”
발렌시아누스는 고개를 저었고,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사아아아-!
검보라색 안개가 걷히며 동굴 안으로 난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굴은 적어도 10기의 기수가 나란히 나아갈 수 있을 만큼 넓었고, 벽과 바닥, 천장에서 자주색 빛을 내는 종양과 식물들이 가득 자라고 있었으며, 마치 바다의 말미잘을 마차 하게 키워 놓은 듯한 이물 유충들이 여기저기를 기어 다녔다.
꼭 우주 같기도 했고, 심해 같기도 했다.
질퍽, 질퍽, 질퍽.
그리고 그 유충들 사이에서 진짜 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끔찍하군요.”
“동감하네.”
전장을 누빈 텐티아와 온갖 이물을 보아 온 발렌시아누스도 절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물은 마치 아귀와 개구리와 악어를 섞어서 수천 배로 부풀린 뒤, 검보라색으로 물들인 듯 생겼다.
머리에는 자주색 눈 수십 개가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이마에는 서늘한 빛을 내는 거대한 초롱이 달려있었으며, 등줄기와 다리에는 단단한 가시와 비늘이 솟아 있었다.
아가리는 대체 그 안에 뭐가 있을지 두려울 정도로 거대했고, 몸 곳곳에는 밝은 자주색 촉수가 돋아 꿈틀거렸다.
쉬익! 쉬익!
이물은 거대한 주전자에서 물이 끓는 듯한 숨결을 내쉬었는데, 그 숨결에 닿기만 해도 주변 유생들이 녹아내렸다가 재생되기를 반복했다.
마치 끔찍한 언덕이 서있는 듯했다.
텐티아가 기가 찬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누가 저런 끔찍한 괴물을 만들어냈단 말입니까?”
발렌시아누스가 정령의 불길을 키워 이물의 기운을 불태워 정화하며 답했다.
“더 끔찍한 괴물이 만들었겠지.”
“이제 어떻게 하시려니까?”
“내가 고함치고 불태울 테니, 경이 목을 치게. 속전속결로 끝내도록 하지.”
치이이익!
텐티아는 외뿔 투구의 옆에 붙여 둔 열선이 달아오르며 옛것의 힘을 정화하는 걸 느꼈다.
준비는 충분했다.
“예. 전하. 그러면 잘 따라와 주십시오.”
척.
그녀는 당당히 검을 앞으로 겨누었고, 발렌시아누스는 공명의 힘을 끌어올렸다.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다음 순간 그가 정신 파동을 맹렬하게 터뜨렸다.
-!
동산처럼 버티고 선 이물이 비명을 지르듯 덜퍽진 몸을 떨었고, 적기사는 피처럼 붉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 들고 뛰어올랐다.
퍽-!
이물의 목이 바닥에 떨어진 순간, 동굴 전체가 꿀렁이며 요동쳤다.
우우우우-!
불청객의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듯했다.
그러나 텐티아는 두려움 없이 앞을 바라보았다.
투구 너머 늠름한 음성에 설렘이 묻어나왔다.
“세간에서 말하기를, 망나니 대공과 그의 적기사가 가는 곳에는 남아나는 게 없다고 하더군요.”
터무니없는 모험심과 명예욕이야말로 기사의 본질이었다.
발렌시아누스 역시 특유의 경쾌한 웃음을 되찾았다.
“그러면 이 끝자락의 마경도 완전히 박살내주도록 하지. 불태우고 부수고 잘라내 버리자고!”
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
농밀한 어둠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그러나 둘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땅을 박찼다.
* * *
“정신 파동 주의하게! 내 것 말고 저 새끼들이 쓰는 것. 크기는 쥐방울만 한 놈들이 더럽게 빠르군.”
“대공 전하! 그쪽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환각에 당하셨으니 일단 앞만 보십시오!”
“비행종이군. 내가 허공에서 불태우겠네. 바닥에서 올라오는 놈들만 상대해 주게.”
“저놈에게 혈마법 한 번만 써 주십시오. 눈알만 좀 줄어도 어떻게 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방금 공격으로 신체가 무너질 뻔했네. 여기서 정령화는 너무 위험하군. 성수라도 몇 병 챙겨왔어야 했어.”
“발렌 전하. 발! 발! 조심하십시오. 그 촉수를 밟을 때마다 안에서 놈들이 나오는 듯합, 아. 다 태우셨군요.”
끝자락의 마경은 여러모로 끝을 보여주었다.
공기는 소드 마스터인 텐티아와 인 외의 경지에 오른 발렌시아누스조차 진저리칠 만큼 지독한 맹독이었고, 이물들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강력한 공격을 가해 왔으며, 때로는 마경 전체가 맥동하며 기괴한 정신파를 내뿜었다.
“워어어어-!”
안쪽으로 들어가면 개구리, 아귀, 악어를 닮은 그 이물은 잡졸 1에 불과했다.
“저 새끼는 머리가 세 개군!”
“하나만 태워 주십시오. 남은 둘은 제가 떨구겠습니다.”
키가 어지간한 석조 건물보다 크고, 온몸에 검보라색 비늘을 두르고 있으며, 머리와 다리가 모두 세 개 달린 이물이 둘을 덮쳐왔다.
다리인지 촉수인지 모를 기관이 두른 비늘은 열 겹 철판 같았고, 비늘 사이에서 나온 자주색 촉수는 갑옷을 관통하는 충격파를 뿜었다.
“핏빛 확산! 확산! 확산!”
발렌시아누스가 혈마법으로 비늘 안 육신을 직접 쥐어짰고, 텐티아가 그렇게 뭉개진 목을 베고서야 죽일 수 있었다.
“크르르르!”
개와 개구리와 악어를 섞어둔 듯한 이물도 있었다.
그것 역시 머리가 셋이었는데, 한 머리에서는 독을, 반대 머리에서는 벼락을, 가운데 머리에서는 불을 뿜었다.
“충격파!”
발렌시아누스가 공명의 힘으로 충격파를 내질렀고, 텐티아가 이물의 목들을 연달아 쳤다.
츠카아아악-!
“어?”
그러나 예상치 못한 건, 머리 하나를 자르니 두 개의 머리가 났다는 사실이었다.
발렌시아누스가 다급하게 용언의 힘으로 불길을 피워 올려 이물을 재도 안 남기고 불태웠지만, 무리한 탓에 그다음으로 몰려나온 비행 이물들은 텐티아 혼자서 처리해야 했다.
“으아아아!”
오러 블레이드로 박쥐와 개구리를 섞어둔 듯한 비행 이물들을 하나하나 떨어트리는 건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었지만, 텐티아는 끝끝내 해냈다.
그것보다도 그들을 더 피곤하게 한 건, 벽이나 바닥, 천장에서 갑자기 생성되는 독 뿜는 얼굴이었다.
“워어어어-!”
조금 숨 좀 돌리려 하면 갑자기 나와서 정신 파동과 맹독을 뿜어대는데, 발렌시아누스가 맞서 불을 뿜어 폭사시켜도, 곧 다시 만들어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망나니 대공과 적기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끝자락의 마경이라는 망치질에 깨지는 대신, 더더욱 단단해지고 악에 받쳤다.
“여기서 주저앉기에는 너무 멀리 왔습니다.”
“경은 전설이 될 걸세. 난 신화가 될 테고.”
“제국 검술 5단계, 아사!”
“제국 검술 7단계, 무견유색대!”
“오러 블레스트를 쓰겠습니다. 숙이십시오!”
“정령들을 보내겠네. 공기가 다 타버릴 테니 숨 참게.”
“……! …….”
“……, ……!”
“!”
“……, ……, …!”
체감상 네 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 텐티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아, 하아.”
“후, 하.”
“전하. 핵을 찾은 듯합니다.”
그녀와 발렌시아누스는 거대한 공동에 들어와 있었고, 공동 가운데에는 굵은 기둥이 서 있었으며, 기둥 가운데에는 거대한 자주색 살덩어리가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핵이 직접 자신을 지키는 경우군.”
“좋은 겁니까?”
“최악일세.”
두근, 두근.
‘겁내지 마. 난 괴물이 아니야.’
우웅! 우웅!
‘우리는 함께할 수 있어. 봐봐.’
심장은 박동과 함께 정신 파동을 뿜어냈는데, 닿기만 해도 모든 전의가 사라지고 마음속이 평화로워졌다.
‘날 따라와. 네 마음속의 안정감을 믿어. 그것이야말로 진실이야.’
그러나 텐티아도 발렌시아누스도 그 평화가 거짓임을 알고 있었다.
“악이 제시한 평화 따위, 무가치합니다.”
“평화는 거짓이고 오로지 열망만이 있으리. 이걸 알지만 말하지 않는 게 통치자의 미덕이지.”
“예?!”
“못 들은 걸로 하게.”
농담까지 하며 숨을 고르던 찰나.
쩌억-!
심장이 갈라지며 중성적인 인영의 상반신이 튀어나왔다.
마치 가죽이 벗겨진 사람 같은 끔찍한 모양새였으나, 그것이 전하는 정신 파동은 몹시 부드러웠고, 지나치게 강렬했다.
‘오랫동안 기다렸지. 너도 나와 같이 갈 수 있어.’
텐티아는 이를 악물며 심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발렌시아누스는 한 단어에 붙들리고 말했다.
그로서는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단어였다.
‘너도?’
‘그래. 너도.’
살덩어리가 정신으로 말했다.
‘진실을 알려줄게. 너에 대한 진실, 우리에 대한 진실, 네 반쪽에 대한 진실.’
발렌시아누스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옛것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듣고 싶은 부분을 정신 파동으로 자극하는 것뿐이었다.
‘황제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줄게.’
‘궁금하지 않아? 반신 제이릴리스는 어떤 높이에서 뭘 보면서 살지? 그녀는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무엇에 감사할지?’
‘내가 다 알려줄게. 네가 바라던 거잖아? 네 반쪽을 사랑받게 만들고 싶었다며?’
회귀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너도 그녀처럼 되게 해줄게.’
‘그래야 공평하잖아? 여전히 미안하잖아?’
‘오빠. 그때 왜 나를 버렸어?’
그러나 아는 대로 살 수 없는 게 인생이었다.
망나니 대공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넌 너무 모르는 게 많아. 넌 모르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아.’
‘황제의 곁에 있고 싶잖아? 네가 그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확신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신에게 인간이 필요하다고? 필요하다면 언제 어떻게 필요로 할지 궁금하지 않아?’
‘네 반쪽에게 사랑받고 싶잖아?’
“!”
일순 그의 황금빛 눈동자에 검보라색 안광이 떠올랐다.
“크윽!”
“전하!”
발렌시아누스가 격렬하게 몸을 떨었고, 텐티아는 화들짝 놀라며 그를 부축했다.
‘설마?’
적기사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 * *
“비행 혈귀들이다!”
“조류 계열이 아닙니다. 박쥐 계열입니다. 훨씬 강한 놈들이라고요!”
“신성 역장 준비해! 성화 부여하고. 다 떨어트린 다음에 잡는다.”
“신성력은 산 것에 대한 공격력이 부족합니다. 상성이 좋아 않아요!”
“이미 대 뱀파이어 용으로 조율했다! 기도하라! 주의 종들……! 크억!”
북부군은 9만 8천의 혈귀들을 맞아 분투했고, 네 시간 동안 7만 마리의 혈귀를 잡아 그 명성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혈귀들이 증원될 가능성을 놓쳤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종류의 비행 혈귀들을 맞이했다.
쐐애액!
날개 넓이가 1m 정도 되는 저 거대한 박쥐들은 자유낙하 하며 북부군의 진영을 공격했는데, 지면에 도달하는 순간 지름이 7m도 넘는 피 폭풍을 일으키며 일대의 병사들을 공격했다.
게다가 지능까지 높은지, 지휘관이나 주교들을 먼저 노렸다.
“세베릭 전하! 아르진 주교님이 쓰러지셨습니다.”
“칼랑 주교님도 한계이십니다.”
“돌파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세베릭은 눈을 질끈 감았다.
북부군은 여전히 강맹했고, 지금도 포위망을 뚫고 도망치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가는 마경에 들어갔다 나와서 지칠 대로 지친 발렌시아누스와 텐티아가 이곳에 남겨질 것이고, 운이 나쁘다면 혈귀 대군까지 상대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는 안타까움, 친구를 버리고 도망치자는 작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자괴감, 북부 대공의 숙명을 이루는 데 황실의 손을 빌렸다는 낭패감…….
그 모든 게 세베릭의 가슴과 머리를 바싹바싹 태웠다.
“전하!”
저 밤하늘에는 오늘도 밝은 달이 떴지만, 핏빛 구름과 검은 박쥐 혈귀들이 가득해 혼란스러웠다.
“……전군.”
그는 이내 그 혼란보다도 더더욱 잔혹한 명령을 내리려 했다.
잔혹해지고, 무정해지고, 숫자를 따지는 것이야말로 귀족의 책무였고, 위에 선 자의 의무였고, 이 척박한 땅을 다스리는 북부 대공의 임무였다.
쾅-!
그때 밤하늘에서 찬란한 빛이 터져 나왔다.
황금빛 광채가 마치 천 개의 태양이 뜬 듯 사방으로 솟구쳤고, 굉음과 함께 도넛형으로 번지며, 핏빛 구름과 박쥐 혈귀들을 깨끗하게 치워버렸다.
“아악!”
“뭐냐?”
“크윽!”
병사들과 전사들과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하나같이 눈물을 줄줄 흘리고, 형언할 수 없는 존재감의 등장에 혈귀들이 멈칫거리는 가운데, 세베릭은 지금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자를 보았다.
“대공. 답하라. 짐의 반쪽이 있다는 마경이 저쪽이냐?”
혈귀와 피 구름이 사라져 달과 별이 환하게 빛나는 밤하늘에 백발의 여인이 떠 있었다.
신성 황제 제이릴리스가 북부에 친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