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yrant’s Bastard Brother RAW novel - Chapter (446)
폭군의 망나니 오빠로 사는 법-446화(445/501)
(446)
헬레나는 개선식 다음 날 곧바로 황동기사단에 출근했다.
그녀는 한참 보고서들을 정리하는 중이었는데, 그녀가 사용했던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챙겨줘서 고맙네. 동생님.”
“지휘관이 안전해야 군대도 굴러가지 않겠어?”
난 그녀에게 북부의 귀철로 만든 건틀릿을 선물해주었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곧바로 껴 보았고, 몇 번 주먹을 쥐락펴락한 다음 흡족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발렌 네 덕에 다음 전쟁에서는 마법 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질 거 같네. 얘들아! 이것 봐라! 멋있지?”
헬레나가 주변 장교기사들을 향해 외쳤는데, 돌아온 대답에는 맥이 없었다.
“네. 대장님.”
“네. 전하.”
어제 술을 거하게 달렸는지, 휘하의 장교기사들이 대부분 숙취로 죽어가고 있었다.
“돌아왔다고 너무 달리지는 말고.”
나는 쓰게 웃으며 의례적으로 덧붙였고, 헬레나는 아는지 모르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지 진지하게 답했다.
“전쟁 나가면 못 마시잖아. 언제 다시 출정할지 모르니까 많이 마셔놔야지.”
“그건 전쟁보다 술이 더 좋다는 뜻?”
“아니. 취해 있어야 전쟁하던 때로 돌아갈 수 있거든. 화살과 화염구가 날아오고, 피 냄새와 흙냄새가 섞여 풍겨오고, 진군나팔이 웅장하게 울리는 그때로.”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회상하듯 아득해졌고, 그녀의 부관과 기사들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전하! 어제 돌아오신 분이 그게 무슨 소리이십니까?”
“대장님. 정신 차리십쇼. 끝내기 위해 전쟁을 한 겁니다.”
“그보다 빨리 재물 분배나 계산해 주십시오. 그래야 애들 임금이랑 위로금이랑 계산해 주지 않겠습니까?”
헬레나가 소리를 빽 질렀다.
“내가 너희들에게 그걸 시킨 거잖냐! 빨리 해 와! 해 오면 바로 도장 찍어 줄게. 난 지금 폐하께 올릴 보고서 쓰기도 바쁘단 말이다.”
“지금 확인해보지도 않고 도장부터 찍겠다고 하신 겁니까?”
“다 그만큼 너희를 믿는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빨리 정산서 만들어. 황실 헌납금, 병사들 몫, 포상금과 지급 대상 목록, 우리 몫, 대형 장비들 유지비. 이것저것 다.”
“으아아악!”
황동기사단의 장교기사들이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 또 가 볼 곳이 있어서.
* * *
아몬 신교는 건실한 중산층보다는 부르주아들과 빈민들에게 더 인기가 있었다.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수련의 전당 역시 귀족들이 가득한 구시가지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많은 신시가지에 있었다.
코넬이 만들어둔 비밀 통로를 통해 적당히 숨어들어 훈련장으로 향했다.
수십 개의 담 안에 그들이 있었다.
“아우우우-!”
“아우우우-!”
덫 같은 이빨이 가득한 주둥이, 거친 털이 난 두꺼운 가죽, 단검 같은 손발톱.
완전 변이가 가능한 늑대 인간 전사들이었다.
내가 찾던 회색 털의 늑대 인간 전사는 홀로 같은 늑대 인간 전사 다섯 명을 상대하고 있었다.
타악!
그는 날렵하게 하늘로 뛰어올라 붉은 아지랑이가 타오르는 발차기를 내질러 전사 한 명을 쓰러트렸고, 공중에서 빙그르르 돌며 주먹을 날려 또 한 명을 쓰러트렸다.
“한 번에 덮쳐!”
“으아아아!”
세 전사가 동시에 몸을 날렸다.
손톱과 발톱에 붉거나 검거나 회색빛인 기운을 두르고 그를 노렸지만, 그의 가죽은 열 겹 방패처럼 버텨냈고, 잠시 베여도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그의 손톱을 둘러싼 붉은 기운이 강하게 빛나는가 싶더니, 허공에 십자로 교차했다.
쩡!
붉은 기운이 열 갈래로 뻗어나가고, 남은 세 전사가 그걸 맞고 바닥을 굴렀다.
나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그는 입을 쩍 벌렸다.
“망나니 전하?”
“디에. 오랜만이군. 코넬은 안에 있나?”
디에가 날 전당 안쪽 방으로 안내했다.
갈색 단발머리의 고아 장애인 소녀 의원, 코넬은 마지막에 봤을 때보다 약간은 수척해져 있었다.
다람쥐 같던 볼도 홀쭉하게 들어갔다.
“그날 머리를 조금 세게 부딪혔거든요. 지금은 괜찮은데, 한동안 고생했습니다.”
“내가 금화만 던져 줬지, 몸 상태는 봐주지 못했군. 미안하다.”
“아닙니다. 이해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그런 일을 겪지 않으셨습니까. 한동안 궁정 귀족 나리들께서 챙겨 줘서 전력 약화로 인한 추가 피해도 없었습니다.”
“다행이구나.”
나는 고개를 주억였고, 긴 나무 상자에 넣어 온 지팡이를 꺼내 주었다.
“북부의 은철로 만든 지팡이다. 지금 것과 비교해도 꽤 가벼울 거다.”
“정말이네요.”
그녀가 신기하다는 듯 나무 지팡이와 은철 지팡이를 번갈아 짚어 보았다.
“거기서 끝이 아니지. 손잡이 부분을 돌리면서 당겨 봐라.”
코넬이 지팡이몸을 잡고 손잡이를 돌리자,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지팡이 안에서 칼날이 뽑혀 나왔다.
두 뼘 길이에 송곳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운 칼이었다.
“네가 검을 들어야 할 상황은 안 오는 게 맞겠지만, 세상은 모르는 거니까. 세레라지에가 준 전격 반지하고도 시너지가 잘 날 거다.”
“감사합니다. 전하.”
“내가 더 고맙지. 그때 너희가 수인들이 오는 걸 알아채 준 덕에 피해가 적었다.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지.”
코넬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앞으로도 비슷한 역할을 기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예? 그런 거였습니까!?”
디에가 경악했고, 나는 코넬의 눈을 피했다.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는 싫다니까.”
* * *
코넬은 후후 웃으며 칼을 다시 지팡이 안으로 넣었고, 지팡이를 짚어 보았다.
탁.
“혹시 법안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황립 의회 소위원회에 전문 지식을 가진 외부 위원들을 들이고 싶은데, 부르주아 의원들 쪽에서 꽤 반발이 거세네요.”
황립 의회에서는 다양한 사안을 다룬다.
모든 의원이 모든 사안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만큼 소위원회를 두고, 그곳에서 1차로 사안을 다룬 다음 본회의에 올린다.
코넬은 그 소위원회에 별도의 외부 위원들을 들이고 싶다는 말이었다.
“양날의 검이군. 전문가들의 시선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뽑히지 않은 자들이 뽑힌 자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조건은 까다롭게 잡을 생각이에요. 황실에서 인정한 아카데미에서 관련 분야의 학위를 따야 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때는 참석할 수 없고, 애초에 발언권만 있고 당연히 표결권은 없거든요.”
“무식한 소리를 해대는 놈들이 많은가 보군.”
코넬이 미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돈밖에 모르는 것들도 의원이라고! ……실례했습니다.”
“그래. 루디에게 말해 두지.”
난 그렇게 다시 아몬 신교를 황실의 영향력 안에 잡아두었다.
여기서 딱 한 숟가락만 더 뜰 생각이었다.
“디에. 이름 높은 코넬 의원님 곁에 있는 게 약간은 부담스러울 거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겠지.”
소년 전사가 어깨를 움찔했다.
코넬이 그랬어? 하고 묻는 시선을 보냈고, 디에가 눈을 피했다.
“열다섯 살은 넘었지?”
“예. 전하.”
디에가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의아한 어조로 답했다.
“좋군. 무릎을 꿇어라.”
그러나 내가 허리춤에서 북부의 은철 장검을 뽑으며 무릎을 꿇으라 말하자, 소년의 의아함은 설마 하는 기대가 되었다.
“발렌 전하?”
“무릎을 꿇어라. 어서.”
나는 그를 다그쳤고, 코넬도 그의 등을 떠밀었으며, 디에는 얼떨결에 무릎을 꿇었다.
검을 눕혀 쳐들며 말했다.
“황실에 대한 충성이나 나에 대한 헌신을 요구하지는 않겠다.”
그의 오른쪽 어깨를 한 번 가볍게 쳤다.
“그러나 그대는 그대의 여인과 약자를 보호하고.”
다시 검을 들어 왼쪽 어깨를 가볍게 쳤다.
“신앙에 충실하며.”
마지막으로 정수리를 가볍게 쳤다.
“언제나 정의를 따르라.”
검집을 내 혁대에서 푼 뒤, 은철 장검을 담아 내밀었다.
“이것이 그대가 마지막으로 참아야 할 모욕이었으니, 이제 일어나 검을 쥐어라. 디에 경.”
소년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섰다.
“전하. 이거……?”
“디에 경. 기사는 바보 같은 표정을 지어서는 안 되네.”
“제국법상 소드 엑스퍼트만 기사 서음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닙니까?”
“경이 만들어낸 그 붉은 기운도 마나 블레이드와 맞먹는 힘이지. 예전에는 정령술사 중 무예에 능한 자들도 서임해 정령 기사라고 부르기도 했고.”
나는 가볍게 몸을 돌려 코넬의 집무실을 나섰다.
“축하해! 디에 경.”
“의, 의원님?”
드물게도 코넬이 또래답게 웃는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 * *
“손이 내려가면 바다에 던지겠다!”
“어인족 밥이 되기 싫다면 순순히 항복해라!”
“제독 각하. 이쪽으로 잡아 놓았습니다.”
인어 공주이자 천창 함대의 제독, 슈브 아르델라는 오랜 부관인 에리안느의 안내를 받아 갑판으로 나갔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길게 늘어져 물결치는 붉은 머리가 남해의 햇살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가운데.
천창 함대의 기함, ‘태고의 영면’의 뒤 갑판에 수백의 해적이 꽁꽁 묶여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있었다.
슈브 아르델라는 그들을 하나하나 푸른 눈동자에 담으며 조소했다.
“에리안느. 전쟁이 끝나면 우리 일도 줄어들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네.”
푸른 단발의 부관, 에리안느는 함대의 배에 나포되는 해적선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각하. 패주한 남방대륙의 해군들이 그대로 해적으로 돌변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남방대륙의 해군은 슈브 아르델라가 인어 공주로서 동원한 어인족 산호 군대에 짓밟혀 박살 났다.
그러나 싸우지 않고 도망친 선장들도 여럿이었고, 그들은 그대로 해적이 되어 옛 고향인 남방대륙의 해안 도시와 제국의 해안 도시를 약탈하는 중이었다.
“심지어 금화와 향신료와 노예를 데리고 있는 것도 똑같아.”
슈브 아르델라는 금화 항아리 하나를 열어 보고 흡족하게 웃은 뒤, 하던 대로 명령을 내렸다.
“금화는 함대 유지를 위한 몫만 제하고 황실에 진상할 것이다. 향신료는 현지에서 처리하고, 노예들은 고향에 돌려보내 주거나 제국에 정착할 수 있게 도와주도록.”
“예. 각하.”
“그리고 해적들은…….”
그녀는 갑판 위에 손을 들고 말린 생선처럼 엮인 해적들을 바라보았다.
예전이었다면 모두 바다에 던지라고 명령했겠지만, 지금은 조금 더 세련된 방식이 있었다.
“동남쪽으로 보내라. 그곳에서 노역시킬 것이다.”
죽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해적들이 환호했다.
“들었어? 우리 살 수 있데.”
“제국 동남쪽이면 해적질보다 낫지.”
“거봐. 이게 옳은 선택이었다니까. 우리 같이 잘 싸우는 애들을 죽일 리가 있나.”
에리안느도 환하게 웃었다.
“네. 전하.”
제국의 동남쪽 연안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이어진 따듯한 바다가 있었고, 그곳에는 어인족 산호 군대의 산란못이 있었다.
저 해적들은 온몸에 따개비가 붙은 채로 산호 군대의 일원이 되거나, 산호 군대의 미식이 될 터였다.
슈브 아르델라가 피식 웃었다.
“여기서는 제독 각하라니까.”
소금기 섞인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을 날렸다.
에리안느가 하지만, 하고 말을 이었다.
“오늘 상경하시잖아요. 종족의 대표로서 가시는 거 아니세요?”
슈브 아르델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몰라. 적기 제독을 부른 걸 수도 있지. 가서 조리돌림이나 안 당하면 좋겠는데. 혹시 유리관 속에 갇혀서 구경거리가 되는 건 아닌가 싶다. 신성 황제가 그렇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망나니 대공은 충분히 우리를 가지고 유희를 즐길 수도 있을 거 같거든.”
“가 보시면 알겠죠?”
“그래. 가 봐야 알겠지.”
* * *
“와아아아아아-!”
“적기 제독님! 적기 제독 나리! 적기 제독이시여!”
“슈브 아르델라! 슈브 아르델라! 슈브 아르델라!”
솔레타라온 백만 신민이 모두 거리로 뛰쳐나와 인어 공주의 이름을 불렀다.
슈브 아르델라는 황실에서 준비해 준 청금석 전차에 타서 꽃잎 비를 맞으며 거리를 돌았다.
거리에는 황실의 깃발과 천창 함대의 문어 다리와 창 깃발이 나란히 걸렸고, 곳곳에 그녀의 동상도 서 있었다.
‘어어? 왜, 왜 이렇게 잘해 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