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Tyrant’s Bastard Brother RAW novel - Chapter (501)
폭군의 망나니 오빠로 사는 법-501화(497/501)
외전 2. 폭군의 망나니 동생으로 사는 법
소년은 주변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세상으로부터 우러름을 받았지만, 소년은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것이 배부른 고민이라고 말할 것이다.
소년, 헬리오스는 솔레타라스 제국의 정복공, 황동기사단장 헬레나 솔레타라온 솔레타라스의 둘째 아들이었다.
그는 제이릴리스에게 어떠한 변고가 생길 시 황제 업무 대행 서열 10위 안에 드는 황족이었고, 그 주변 사람들은 모두 제국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거물들이었다.
이 세상 모든 재화와 권력이 모이는 거미줄의 핵심에 선 그가, 그 거미줄을 친 거미들을 싫어한다는 건 헬리오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모순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고, 같은 인간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고 심장이 뛰는 걸 걸 어쩌란 말인가?
* * *
오늘은 신성 황제라 불리는 제이릴리스 이모의 즉위식 기념 무도회 날이었다.
대륙의 무수한 강자들이 솔레타라스 황궁에 모여 먹고 마시고 웃으며 그들이 살아갈 영원을 논했다.
“‘신성 황제!’ 제이릴리스 황제 폐하와 ‘용인 대공’ 발렌시아누스 전하 납시오!”
제일 두려운 건 지금 막 무도회에 들어선 두 사람이었다.
소드 마스터이자 대마법사, 옛것의 힘을 이용해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는 신성 황제와 그의 쌍둥이 오빠는. 오늘도 팔짱을 낀 채 무도회장에 들어섰다.
헬리오스가 네 살 때 그 둘을 본 뒤로 9년이 흘렀지만, 그들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였다.
“‘마술 대공!’ 세레라지에 전하 납시오!”
세레라지에 이모 역시 무서운 건 매한가지였다.
파랗고 노란 이색의 눈동자를 가진 이모는, 자기 이름을 내건 학술회를 운영하며 제국 마법 업계의 정점에 섰다.
붉은색이 섞인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육식 토끼 같은 인상의 ‘후배’와 망사 드리운 화려한 모자를 쓴 ‘스승’, 녹색 머리의 그랜드 워록 아치에스, 상아탑주라 불리는 리치, 그 외 황립 마도 공방의 마법사들과 어울렸는데, ‘성혈’이라는 이상한 피를 이용해서 발렌시아누스 외삼촌이 원하던 ‘영원’이라는 기괴한 약을 만든, 무서운 사람이었다.
“앗. 발렌 님이 부르시네요. 잠깐 가 봐야겠어요.”
저쪽에서 수도 의회의 배지 귀족들과 어울리고 있는 갈색 머리의 누나는 루디 콘세크라투스 후작이었다.
에메랄드 같은 녹색 눈으로 상냥한 웃음을 짓는 예쁜 누나였지만, 그녀는 밤의 백작이라 불리는 수도 사교계의 거물이자, 동방 대륙과 시카리우스 가문의 암살 기술을 모두 익힌 소드 엑스퍼트였다.
“발렌 전하. 과음하시지는 마십시오.”
그리고 발렌시아누스 삼촌의 곁에 서있는, 저 늠름한 붉은 머리의 누나가 그 이름 높은 텐티아 인테그리타스 공작이었다.
솔레타라스 제국의 세 번째 소드 마스터이자, 옛 상관들과 전우들을 모두 소드 마스터로 키워낸 천재이며, 적기사라 불리는 공포의 기사였다.
“오늘 정도는 풀어지게 해주시는 게 어떠십니까? 텐티아 공.”
그리고 막 그 옆에 다가온 검은 머리에 의족을 찬 미중년이 철혈당주 마커스였다.
세레라지에 이모가 마법 업계를 장악했다면, 그는 마도 공학이라는 새로운 업계를 열었고, 의수와 의족을 비롯한 인공장기 산업의 대부였다.
헬리오스는 그를 제이릴리스 이모, 발렌시아누스 외삼촌과는 다른 느낌으로 두려워했다.
자기 연구를 증명하고자 팔, 다리, 눈, 폐를 자기가 만든 기계로 교체한 인간이 제정신일 리가 없었다.
* * *
앞에서 본 친척들은 모두 두려웠다.
그들은 보기만 해도 심장이 떨리는 분위기를 두른, 타고난 포식자들이었다.
지금부터 만나는 사람들은 두렵기보다는 소름이 끼쳤다.
그들은 아주아주 멋진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그게 가면이라는 건 알아서, 그 아래 뭐가 있는지 상상하게 되었다.
“이번에 도로이센 북쪽에서도 선거가 있었네요. 그곳 사람들도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게 되 참 기뻐요.”
탁. 탁.
저 적갈색 단발머리에 나무 의족을 차고 지팡이를 짚은 누나가 코넬 의원이었다.
공식적인 직위는 황립 의회의 6선 의원이었고, 아몬 신교의 제사장이었지만, 그녀는 전 대륙의 크고 작은 의회의 조언자였고, 지방자치제의 대모였다.
‘옛것이 없어졌으니, 귀족과 왕족들은 세상을 선도할 자격과 의무를 내려놓아도 좋다. 이제 아무리 낮은 자라도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그녀는 그렇게 외치며 곳곳의 자유도시와 영지에 평민 출신들도 들어갈 수 있는 의회를 세웠고, 그 의회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도왔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다.
그러나 헬리오스는 코넬 의원이 깊은 밤 그의 저택에 찾아와, 그의 어머니 헬레나와 오랜 대화를 나누는 걸 알았다.
코넬 의원은 민중의 투사인 동시에, 그의 어머니 헬레나가 정복한 땅의 토호들이 자기들까지 싸우도록 해, 제국을 향한 반감이 모이지 않게 막는 사람이었다.
그 뒤를 따라다니는 디에 경은 그녀의 남편이자 강력한 늑대 인간 전사였고.
“이제 그쪽도 치안이 안정되겠군요. 어째 솔레타라온은 바람이 잘 일이 없습니다. 이번에 위성도시 네 개가 또 솔레타라온에 편입되었는데, 아주 난리입니다.”
지금 코넬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회색 머리에 노란 눈의 사내는 흑철 기사단 부단장인 진이었다.
나이는 발렌시아누스 외삼촌보다도 많지만, 헬리오스와 같은 항렬이라 형이라고 불렀는데, 그가 황족이라는 걸 모두 다 알았지만, 아무도 그걸 의식하지는 않았다.
헬리오스는 그를 내심 좋아했는데, 그와 똑같이 다른 황족들을 내심 두려워하고 있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늘은 ‘검은 성자’ 마테오스가 오지 않았기에, 헬리오스는 내심 안도했다.
동방 대륙으로 전도를 떠난 그의 눈을 보고 있자면, 모든 속마음을 들켜버릴 듯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마테오스보다도 존재감이 거대한 제국의 대귀족들이 홀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친구여!”
막 발렌시아누스 외삼촌과 포옹한 저 남색 머리의 사내가 북부 대공 ‘영웅’ 세베릭이었다.
자기 부관이었던 기사 르세나와 세기의 로맨스를 펼친 끝에 결혼해 아들 둘과 딸 둘을 본 그는, 북부의 모든 마경과 마수 군락지를 박살 냈고, 드워프, 수인 등 이종족을 북부 사회에 성공적으로 녹여낸, 난세의 영웅이자 치세의 명군이었다.
“폐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더 아름다워지신 것 같아요.”
그 옆에서 제이릴리스 이모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는 옅은 금발에 시리도록 푸른 눈의 누나가 시그나인 공작이었다.
그의 어머니 헬레나와 둘도 없는 친구라 어릴 적부터 자주 보았는데, 볼 때마다 조금씩 더 음흉해지는 듯했다.
지금은 랑소와 공화국과 도로이센 대공국을 조금씩 찢어서 먹어 치우는 중이었다.
“자기!”
“자기야! 이게 몇 달 만이야!”
막 세베릭 대공과 궁정 마법사 로렐라이를 팔꿈치로 밀어내고 발렌시아누스 외삼촌과 포옹한 게 카리오사 대공, 아세노르타 국왕이었다.
“보고 싶었어.”
“나도.”
물색 머리에 반짝이는 피부와 상어 같은 이빨을 가진 저분이, 발렌시아누스 외삼촌이 세레라지에 이모에게 의뢰해 만든 ‘영원’이라는 약을 제일 먼저 먹은 사람이었다.
그 탓에 가끔 마나도 용언도 신성력도 아닌 이상한 힘을 뿜어냈는데, 헬리오스는 그 힘을 느낄 때마다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 * *
“감사합니다. 덕분에 할아버님께서도 호상을 치르셨습니다.”
“발렌 전하. 여전히 살아 계시는군요. 슬슬 어디 하나 아프면 좋겠는데.”
그는 열사암후라 불리던 후작의 손녀딸을 지나쳤고, 제일 인간적이지만 이상하게 별 감정이 들지 않는 그레이스 누나를 또 지나쳤다.
지나친다기보다는 도망쳤다는 말이 어울렸다.
“나세리아 술탄 폐하 납시오!”
“슈브 아르델라 섭정공 전하 납시오!”
은색 머리에 보라색 눈을 가진 미모의 술탄, 남방대륙에 새로운 종교와 함께 ‘영원’을 전파한 술탄과,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에 바다 같은 녹색 눈을 가진 인어 공주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나세리아 술탄은 남방대륙의 온갖 악습을 뜯어고친 걸로 이름이 높았고, 슈브 아르델라는 인어의 섭정이었다.
헬리오스는 슈브 아르델라에 대해서는 별 마음이 없었지만, 나세리아 술탄은 볼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그녀가 남방대륙 총독으로 부임한 발렌시아누스 외삼촌을 이용해 반대파를 대숙청했다는 사실을 알아서는 아니었고, 제 어머니인 정복공 헬레나의 앙숙이라서도 아니었다.
그녀는 언제나 외삼촌 발렌시아누스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다른 사람을 겹쳐 보는 듯한, 질릴 수는 있지만, 결코 포기할 수는 없는 그것.
놓아버릴 수 없는 그것.
소년은 왕공 귀족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품고 있는 그 광기의 조각이 두려웠다.
“늦어서 미안하군. 누구 때문에 서류가 쌓여서 말이야.”
“그러지 마. 하드리탄. 발렌이 아니었으면 서류가 아니라 시체가 쌓였을 거라고.”
막 백발 벽안의 제국 재상 하드리탄 외삼촌이 발렌시아누스 외삼촌을 향해 중지로 안경을 올려 보였다.
그 옆에서 갈색 단발의 정령기사단 단장 데니아 이모가 그 손을 억지로 끌어 내렸다.
헬리오스는 그 둘을 본 순간 더더욱 걸음을 재촉했다.
그 셋은 오래전부터 붙어 다녔으니, 오늘도 아마…….
“헬리오스.”
“어머니 전하.”
드래곤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헬레나가 홀에 들어섰다.
제국의 정복공, 신성 황제의 제일 날카로운 칼끝, 황동기사단장, ‘전쟁광’ 헬레나 대공.
우아하게 물결치는 진한 금발을 늘어뜨리고 루비 같은 붉은 눈동자를 끝없는 정복욕으로 빛내는 아름다운 여인.
“야. 왜 먼저 들어왔어? 같이 가자고 했잖아.”
“미안해. 누나.”
“도련님. 셀레네 아가씨가 같이 가고 싶으셨는데, 실망하셨나 봅니다.”
그런 그녀의 옆에는 헬리오스의 친누나인 셀레네와 어머니의 충직한 부관인 카탈린이 서 있었다.
단언컨대 소년이 세상에서 제일 부담스러워하는 셋이었다.
카탈린 누나는 언제나 푸른 머리를 깔끔하게 묶고 멀끔한 제복을 입고 다녔지만, 한때 배움의 거리에서 악명 높은 깡패였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 헬레나는 그런 카탈린 누나를 완벽히 휘어잡은 전쟁광이었으며, 그의 친누나 셀레네는 그런 헬레나를 빼닮아 폭군 같은 딸이었다.
셀레네는 선조로부터 발현된 은발과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붉은 눈을 가지고 있었고, 발렌시아누스 외삼촌을 죽은 아버지처럼 따랐다.
“삼촌! 나 마나 블레이드 만들었는데, 상 주라!”
“무슨 상?”
“나랑 약속했잖아. 마나 블레이드 만들면 나한테도 영원을 주겠다고!”
헬리오스가 보기만 해도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뛰는 ‘영원’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걸 받겠다고 미친 듯 연습한 끝에 15살에 소드 엑스퍼트가 되어, 제이릴리스 폐하 다음가는 천재라고 세간에서 이름이 높았다.
“그래. 약속은 지켜야지. 이따가 부르면 올라오렴.”
“고맙습니다!”
헬리오스는 환하게 웃는 셀레네와 헬레나를 바라보았다.
셀레나가 ‘영원’을 받는 게 거북했다.
누가 말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5살에 소드 엑스퍼트라. 저도 발렌 전하도 못 이룬 경지군요.”
“에이. 저는 스물 넘어서 소드 유저가 됐는데요.”
그러나 어른들은 모두 셀레네의 재능을 찬미할 뿐, 아무도 만류하지 않았다.
헬리오스는 잠시 주먹을 꼭 쥐었다.
그가 알기로 ‘영원’은 다른 세상의 불가해한 신을 이 세상의 피에 녹여 만든 것이었다.
어떻게 그게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헬리오스는 홀을 빠져나가 계단으로 향했다.
황궁은 어머니 전하를 따라 자주 와 보았고, 영원이 어디 저장되어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 * *
‘신성 황제’ 제이릴리스의 집무실 옆에 만들어진 집무실이, ‘용인 대공’ 발렌시아누스의 집무실이었다.
그곳은 제국의 이인자인 그의 권세에 걸맞게 화려했다.
가구는 드레이크 가죽을 씌운 최고급이었고, 커튼은 동방의 비단이었으며, 샹들리에의 보석은 모두 다이아몬드였다.
한쪽 벽에는 그가 사용했던 여섯 자루의 보검들이, 흑루, 성검 영원, 화룡, 태풍, 현야, 참혼이 걸려 있었다.
슥.
그 반대쪽 벽장을 열면, 성혈로 만들어낸 ‘영원’이 있었다.
비단 깔린 흑단 나무 상자 안에, 투명한 주사기 안에, 오색의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담아둔 듯한 액체가 있었다.
소년은 그걸 보자마자 반사적인 거부감을 느꼈고, 주먹으로 내리치려 했다.
끼익.
그때 등 뒤에서 예상치 못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헬리오스? 그게 무슨 망나니짓이니.”
이마를 드러낸 백발, 어딘가 비틀린 황금빛 눈동자, 자연스럽게 시선을 모으는 존재감.
그의 외삼촌, 발렌시아누스 대공이었다.
“아……!”
헬리오스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발렌시아누스는 부드럽게 웃으며 다가와 헬리오스의 손에서 ‘영원’이 담긴 상자를 빼앗은 다음, 다시 벽장에 넣고 용언으로 봉인했다.
그가 헬리오스를 한없이 내려다보며 물었다.
“네가 못 맞는다고 짜증을 부린 건 아닌 거 같은데, 왜 이걸 부수려 했니?”
헬리오스는 발렌시아누스가 들어선 그 순간부터 심장이 미친 듯 뛰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잘못했습니다. 전하.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무슨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헬리오스는 깊숙이 머리를 숙였지만, 발렌시아누스는 고개를 저었다.
“난 사과받고 싶은 게 아니라, 이유를 듣고 싶단다.”
“셀레네 누나가…… 그걸 안 맞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헬리오스는 심장이 조여드는 기분으로 답했다.
“그래서 ‘영원’을 부수려 한 거야?”
“예.”
대화를 나누는 동안, 헬리오스는 발렌시아누스의 표정이 점점 환해지는 걸 느꼈다.
쿵! 쿵! 쿵!
심장이 아까보다 더 빨리 뛰었다.
그는 뱀 앞에 선 개구리처럼, 드래곤 앞에서 얼어버린 모험가처럼, 모든 속마음을 이실직고해 버렸다.
잘못을 고백하고 있으나, 이상하게도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
“누나가 이걸 맞고 잘못될까 봐 두려웠어?”
“예.”
“그걸 막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거 같았어?”
“예.”
발렌시아누스 대공이 붉은 입술을 끌어 올리며 씩 웃었다.
“좋은 동생이구나. 그래. 그게 솔레타라스지.”
보기 좋게 맞물린 새하얀 이빨이 드러나는 가운데, 헬리오스는 문득 그의 옛 이명을 떠올렸다.
망나니.
그토록 잔혹했다던, 폭군의 망나니.
제 쌍둥이 여동생 제이릴리스의 황권을 위해 온 대륙을 쏘다니며 패악질을 부리고 다녔다는, 망나니 대공 발렌시아누스.
그의 황금빛 눈동자에 떠오른 광기 어린 만족감을 보며, 헬리오스는 새삼스럽게 자각했다.
그가 느끼던 이 떨림과 소름은, 어쩌면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에서 기인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이 영원은 위험한 약이 아니란다. 또, 우리 황족들이 이 약을 맞아야 이 세상이 더더욱 안전해지고.”
발렌시아누스 대공이 한쪽 소파를 향해 손짓했다.
“왜 그런지, 들어줄 수 있겠어?”
“……예.”
“먼 옛날에 옛것이라는 게 있었지…….”
헬리오스는 언제나 그의 숨통을 조여 오던 거부감이 봄날 눈처럼 사라지는 걸 느꼈다.
헬리오스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발렌시아누스 대공은 악마나 괴물이 아니었다.
그가 셀레네를 위해 망나니가 되려 했던 동생이듯, 그 역시 제이릴리스를 위해 망나니가 된 오빠였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