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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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이무기
강무한이 씩씩거리면서 물러나자 김이현은 흥미롭다는 눈으로 유령이라 불린 남자를 바라봤다.
강무한의 기세를 받고도 실실 거리는 것부터 태연하게 자신을 끌어들여서 상황을 이끌어나가는 언변과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지혜, 모든게 흥미로웠다. 특히 목숨이 몇개라도 되는건지 탑랭커를 상대로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행동하는 태도 또한 눈여겨볼만했다.
“보아하니 강무한과 썩 좋은 사이는 아닌것같군.”
“사소한 오해가 생겼을뿐이죠.”
“그렇군. 그런데 평화협정도 맺은 김에 좀 더 깊은 교류를 나눌 생각은 없나?”
“더 깊은 교류?”
“그래. 괜찮다면 평화협정을 넘어서 동맹을 맺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네만.”
김이현은 유령이 마음에 들었다.
저 백운성에게 쫒기고도 살아남고 강무한 앞에서 최소 다섯명은 데려갈수 있다는식으로 말한것을 보면 아무리 못해도 최소 백위권 내의 랭커정도는 되보인다. 김이현이 만든 구원길드에 랭커급 유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것을 생각해보면 이 자를 영입했을때 나오는 시너지 효과는 분명 보통이 아닐것이다.
‘사제의 특성상 전면에 나서는것보다는 버프와 회복에 치중되있다. 이 정도 강자를 한 편으로 만들어서 내가 보조만 해준다면 훨씬 더 강해질수있다!’
그러나 유령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혼자서 다니는게 편해서 말이죠. 대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얘기를 나눠봤으면 합니다.”
“그래. 언제라도 마음이 바뀌면 찾아오도록. 최고의 대우를 약속하지.”
너무나 쉽게 물러나는듯하자 뒤에 있던 부하가 한번 더 권해보려했지만 김이현이 팔을 들어서 막았다.
“귀찮게 할 필요 없다.”
“하지만 너무 널널하게 권하신거 아닙니까?”
“괜히 얘기해봐야 입만 아플거란걸 아니까. 그리고….”
‘저 녀석이 칼을 겨눌수 있는건 꼭 강무한 이라는 법이 없으니까,’
그렇다.
저 유령이 공격하리란건 꼭 강무한이라는 보장도 없다. 일단 살아남기위해서, 그리고 이해관계가 일치해서 동맹 아닌 동맹을 맺고 있지만 그 정도 따위야 언제든지 비틀어버릴수 있다. 갑자기 빡 돌아서 자신들을 공격하면 죽는건 틀림없지만 그 이후에 강무한이 치고 들어오면 속절없이 당할수밖에 없다.
강무한의 세력이 가장 강하고 김이현의 세력이 그 다음이다. 유령이라는 존재는 그 중 가장 약하지만 싸움의 우열을 조정할수 있을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다. 여기서는 최대한 조심하는게 나을것이다.
“사냥은 어떻게 할텐가?”
“일단은 혼자서 해볼 생각입니다.”
“그런가. 그럼 여기서 헤어져야겠군. 그전에….”
김이현이 손을 내밀자 곧 하얀색 빛이 밀려들고 발 아래서 십자모양의 무늬가 떠올라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신성한 빛이 몸을 감쌉니다] [무기에 성(聖)속성이 인챈트됩니다] [근력, 민첩, 체력이 20% 증가합니다] [물리, 마법 데미지가 15% 증가합니다] [공격시 5% 신성계열 추가 데미지가 발생합니다] [외부데미지가 15% 경감됩니다] [비전투시 체력, 마력 회복율이 30% 증가합니다]“가벼운 호의지. 그럼 이만.”
깔끔하게 몸을 돌려서 멀어지는 김이현을 바라보면서 성훈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채 정보창을 바라보았다.
증가된 능력치만 보더라도 평상시의 30%는 더 올라가있었고 한동안 휴식을 취했는데도 풀리지 않고 남아있던 피로나 졸음이 단 한번에 날아가 상쾌해진 기분이었다. 고작해야 상처를 회복시켜주거나 능력치를 퍼센트가 아닌 단위로 올려주는 일반적인 사제들과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의 능력.
심지어 이게 단 한순간에 걸린 버프인것을 감안해본다면 진지하게 본격적으로 펼치면 어떤 위력을 발휘할까?
‘왜 강무한이 김이현을 공격하지 않는가 싶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군.’
유저의 수준을 한 단계, 아니 그 이상 끌어낼수 있는 엄청난 버프 능력과 아직 제대로 보이지도 않은 회복능력까지 감안한다면 아무리 전체적인 수준이 뛰어나도 함부로 덤벼들수 없게된다. 사생결단을 각오하면 피해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모르는것이다.
역시 탑랭커라는 생각을 하면서 성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도 분명히 강하기는했지만 아직 탑랭커들과 붙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았다. 실제 실력은 어떨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미리내와 동급인 그들은 아직 성훈이 맞상대하기에는 힘든 대상이리라.
잠시 회의를 하나 싶더니 강무한은 들어온 입구의 반대편으로 들어갔고 김이현은 들어왔던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홀로 남은 성훈은 일단 긴장을 풀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왼쪽의 동굴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도 제작 발동.”
[지도 제작이 발동됩니다] [날카로운 눈썰미가 활성화됩니다] [중급 안목이 발동합니다] [높은 지혜가 스킬들의 상승효과를 일으킵니다] [끝없는 탐구심이 발동합니다. 스킬들의 상승효과가 일어납니다]일단은 이 던전의 지도를 만드는게 최우선이다. 버프로 가뿐해진 몸을 이끌고 성훈은 발걸음을 옮겼다.
화염동굴의 난이도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화염속성을 띄고 있다는 특이점을 제외한다면 몬스터들의 수준은 고작해야 D급 미션에나 나올법한 저급한 실력들이었다. 그러나 괜히 이 화염동굴이 B-의 등급을 가진게 아니었다.
전체적인 수준은 낮았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네임드나 중간보스급 몬스터는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강했던 것이다.
‘이거 장난아닌데.’
약 30분정도 걸려서 간신히 플레임 골렘을 쓰러트리고 상급 화염의 정수를 손에 쥔 성훈은 질린다는 눈을 할수밖에 없었다. 이 미션의 난이도가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아무리 혼자서 네임도 몬스터를 잡을수 있는 실력이 있다고 해도 그게 혼자서 던전을 휩쓸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한번 사냥을 한 이후에 휴식도 취해야하고 몬스터가 뭉쳐있는 경우는 어쩔수 없이 포기할수밖에 없다. 적당한 수의 몬스터들과 같이 있으면 유인을 해서 잡기도 해야하고 함정이나 지형, 강무한과 김이현의 존재도 고려해봐야한다.
게다가 휴식시간과 얼마없는 식수를 구하는것과 먹을수있는 식물을 구하는것까지 고려해본다면 하루에 상급 화염의 정수를 3,4개만 모아도 많이 모은것이다.
적당하게 1,2단계만 클리어하면 되지 않냐고?
그런 생각은 이 화염동굴에서 지낸지 오일째가 지나갈무렵 사라질수밖에 없었다. 지도제작을 이용해서 던전의 지도를 완벽하게 만들어낸 성훈은 곧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수 있었다.
“…여기 출구가 없는데?”
그렇다.
이 화염동굴에는 출구가 없었다. 중간중간 공간의 사잇길은 존재하고 있었지만 바깥으로 나가는 길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심각한 각오를 하고 이무기에게 묻는순간 99% 예상했던 답변이 되돌아왔다.
-이 안에는 나가는 출구따위는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있기는 있지만 너희 인간들이 거기로 갈수 있을지 모르겠군.
이무기가 알려준 장소로 간 성훈은 수백미터는 될듯한 까마득한 절벽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온갖 스킬을 다 익혔어도 암벽등반같은 스킬은 익힌적이 없다. 이쯤되자 정말로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가지 못하면 x된다!’
현재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진정한 악인은 총 448개가 완료된 상황이다. 문제는 이제 겨우 530명을 돌파하고 있는 살인횟수였다. 여기서 탈출하는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진정한 악인은 클리어할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 했던 일을 헛수고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3단계 이상으로 미션을 수행하고 소원으로 여기서 내보내달라고 할수밖에 없다. 그러나 열흘이 흘러갈무렵 목표치의 반도 채우지 못한것을 확인한 성훈은 뭔가를 결심할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큰거 한탕을 노릴수밖에 없어.”
“이제 2일이면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날수 있군.”
미션이 시작된지 28일째다.
어제부터 만들어진 타이머에 48시간이라는 숫자가 떠오른것을 바라보며 강무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정신이 다른곳에 팔려있어도 그를 당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웅! 후우웅!
창이 한번 휘둘러질때마다 한 마리의 몬스터가 쓰러진다.
독룡마창이라는 엘리트급 무기의 능력과 타인과 비교가 불가능한 어마어마한 근력덕분에 말도 안되는 위력을 낼수 있는것이다.
티잉!
백운성이 날린 화살이 화염거인의 정수리를 꿰뚫고 불똥으로 만들어버렸다. 갑작스럽게 마주친 네임드몬스터 무리였지만 이들은 능수능란하게 대응해나가며 확실하게 승기를 잡고 있었다.
“버서커 상태다!”
“뒤로 빠져!”
진홍색의 불꽃이 검게 변해가기 시작하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전부 뒤로 빠진 그 한순간 강무한의 팔이 등으로 갔다.
콰아아아앙!
마치 폭탄이 터진것같은 폭음과 함께 버서커상태에 빠졌던 화염정령은 사라져버렸고 바닥에는 주먹만한 붉은 돌덩어리 하나만 떨어져있었다. 야구공을 던진것같은 포즈로 서있던 강무한은 건들거리는 태도로 다가가 자신이 던진 창을 뽑았다.
부지불식간에 던진것치고는 벽에 오분지일가까이 박혀들어간 것을 보면 얼마나 강력한 위력인지 알수 있으리라.
“전리품은?”
“상급 화염의 정수 2개, 중급 화염의 정수 8개 하급 화염의 정수 12개입니다.”
“적군. 지금까지 모은 정수의 숫자는?”
“최상급 2개, 상급 124개, 중급 955개, 하급 1200개, 최하급 1100개입니다.”
“쯧, 5단계는 무린가.”
마음같아서는 최고 난이도로 수행하고 싶었지만 그건 무리인듯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