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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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이무기
이 던전에는 총 3마리의 보스몬스터가 존재한다.
첫번째는 던전의 정중앙에 있는 공동에서 머무르고 있는 진정한 보스, 화염이무기다. 확답을 내릴수는 없지만 아마 엘더 히드라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는 힘은 아닐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나머지 두 마리는 용암폭포에 머무르는 겁화의 기사와 화염나락에 존재하는 미친 상급 정령이었다. 아마 그 둘을 잡으면 업화의 정수를 얻고 그 근처에 존재하는 최상급 몬스터를 잡으면 최상급 화염의 정수도 얻을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했다.
“역시 보스 공략은 힘듭니까?”
“어쩔수 없지. 사제나 마법사가 없으니까.”
대부분이 전사 계열로 구성된 강무한의 팀은 회복이나 버프를 사용할수 없다. 물론 그래도 워낙에 강한 실력을 가지고 탑랭커와 고위 랭커 여러명이 있어서 일순간에 화력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사냥을 하고는 있었지만 한번 사냥 이후에는 대대적인 휴식이 필요로 했다. 맞지 않고 사냥을 끝내도 화염계 몬스터들의 범위 데미지 만으로도 꽤 피해가 심각했으니 말이다.
김이현도 자신들보다 썩 나은 상황은 아닐것이다.
전체적으로 구성은 고르게 되어있지만 특출난 딜러가 없어서 사냥에 걸리는 시간은 늘어나고 전문적인 훈련도 부족해서 오히려 자신들보다 속도가 훨씬 느릴것이다. 아마 아무리 잘 쳐줘봐야 3단계나 수행하면 다행일터.
가볍게 정비를 끝마치고 겸사겸사 곳곳에 피어있는 먹을수 있는 식물들을 뽑으면서 공동에 다다르자 김이현 일당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경쓰지말고 잠이나 자자.”
“저기 잠깐 드릴 말씀이 있는데….”
“뭔데?”
백운성은 주위를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 놈이 안보입니다.”
“그 놈? 유령?”
“예.”
김이현과 같이 행동할줄 알았던 유령은 예상밖으로 혼자서 이 던전을 공략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서 맡은 임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강무한에게 쓴 소리를 들었던 백운성은 유령을 무척이나 싫어해서 항상 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않고 있었는데 그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린것이다.
“신경쓸거 없다. 여기서 죽었으면 그것대로 이득이고 살아도 딱히 해가 될건 없으니. 그리고 만약 주제도 모르고 덤벼온다면.”
터엉!
가볍게 창을 휘둘러 땅에 박아넣은 강무한은 실소를 지었다.
“대가를 치르게 해주면 그만.”
“강무한 놈들이 왔습니다.”
“신경쓸거 없다. 그건 그렇고 현재 소모품과 장비의 상황은 어떻게 되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상당량의 소모품을 비축해두고 있었다. 그러나 채 하루도 지나기 전에 그 김이현 일당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소모품은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었다. 아니, 단순히 소모품만 없어진게 아니었다.
마법사들과 사제들은 극심한 마력의 고갈로 인해서 하루정도는 꼼짝없이 휴식을 취해야할 판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줬어야합니까? 이대로는 제대로 사냥도 가지 못합니다.”
부하는 탐탁치 않은듯이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한바탕 사냥을 끝내고 귀환한 자신들에게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고 다가온 유령은 김이현을 향해 말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눠도 되겠습니까?’
‘무슨 이야기?’
‘간단한 거래에 관해서입니다.’
유령은 거래를 청해왔다.
그가 요구한것은 간단했다. 현재 김이현 파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소모품, 물약부터 마법촉매, 함정재료, 스크롤을 포함하는 모든 물건들이었다. 그만한 물건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 미션안에서는 구할수가 없기 때문에 더 귀하게 취급된다.
도시에서의 배로 가격을 쳐도 구하기 쉽지 않은 물건들의 대한 댓가로 뭘 건네줄것이냐고 묻자 유령은 가면에 가려지지 않는 얼굴로 웃으면서 말했다.
“솔직히 터놓고 얘기하죠. 정수. 부족하지 않으십니까?”
“부족하기야 하지. 그래서 정수라도 줄텐가?”
“그런셈이죠. 아, 물론 거기에 개인적인 서비스도 몇개쯤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법사분들과 김이현님이 모든 마력을 짜내셔서 인챈트를 걸어주시면 최고구요.”
“그만한 대가를 치를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나? 여기서는….”
“상급 정수 26개.”
그 한 마디에 순간 침묵이 찾아왔다.
“…상급 26개? 진짜로?”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하위등급의 물건으로 바꿔드릴수도 있습니다만.”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야. 상급이 당연히 좋지.”
그가 놀란건 유령이 혼자서 스물여섯개라는 정수를 모았다는것이었다.
파티로 구성된 자신들조차 보름간 간신히 75개를 모으는것에 불과했다. 하루당 평균 5개를 모으는 정도였는데 이대로가면 미션이 끝날때까지 100개를 모으는것은 불가능해보였다.
그런데 만약 유령이 하는 말이 진실이라면 문제없이 이무기의 미션을 4단계로 클리어할수 있다. 당연히 승낙한 이후 김이현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소모품과 정석의 거래를 끝마쳤다.
한 차례 거래를 끝마치고 사라진 유령은 하루가 흐른후에 다시 나타났다.
“그럼 나머지 잔금을 받죠. 버프를 부탁드립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최하급인 E급에 불과할때는 정해진 형식에 따라서만 발동된다. 그러나 등급이 올라가면 시전자의 의지로 어느정도 변형을 주는것이 가능해진다. 마력을 잔뜩 주입하거나 독자적인 방식으로 개량하면 지속시간이나 위력이 어느정도 올라가는 것이다.
아무리 특출난것 하나없는 마법사와 사제들이더라도 가진바 마력을 전부 끌어올려서 스킬을 사용하자 지속시간이 평소보다 훨씬 더 늘어났다. 게다가 한번 걸린 버프를 중첩해서걸기도 했다.
말할것도 없이 이런건 굉장히 비효율적인 일이다. 중첩으로 버프를 사용할시 배의 마력을 쏟고도 증가되는 수치는 고작해야 1,2일정도로 미비하다. 그러나 유령은 그런건 상관하지 않는다는듯 김이현 일행의 모든 마력을 소비해서 버프를 받았다.
“대체 뭐하려는 걸까요? 최상급 정수라도 노리려는걸까요?”
부하의 말에 김이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부하라고 있는 놈들중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들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그 덕분에 이렇게 자기 입맛대로 움직일수 있었지만 이런 때에는 조금 똑똑한 녀석들을 받아들여야 하는건 아닐까 고민됐다.
“아무리 지속시간을 늘여도 반나절이 약간 넘어갈정도, 그 시간에 최상급 정수 10개를 구한다는건 불가능해.”
일대일로 잡는건 가능해도 곳곳에 떨어진 몬스터들을 지속시간내에 잡는건 불가능하다.
“그럼 상급 정수?”
“후우, 가지고 있는 상급정수를 털어서 우리에게 줬는데 상급정수를 노리겠냐? 당연히 녀석이 노릴건 업화의 정수일거다.”
“예에?!”
업화의 정수를 떨어트릴만한 몬스터는 단 두 마리.
겁화의 기사와 미친 상급 정령이었다. 화염이무기는 미션을 준 NPC니 제외했다.
“그게 말이 됩니까?”
“당연히 안되지.”
한번 업화의 정수를 얻기위해서 겁화의 기사를 공격해본적이 있다.
결과는 처참했다. 김이현이 있었음에도 2명의 사상자가 나와버린것이다. 아마 그 녀석을 잡기 위해서는 강무한과 연합을 하고서도 상당한 피해를 각오해야 할것이다.
괜히 B-급 미션이 아닌것이다.
‘그러나….’
혼자서 상급 정수 26개를 구해온 녀석이다.
김이현이 생각하기에 유령이란 남자는 분명히 10위권 내의 사람들과 비교할수 있을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리라. 게다가 망설임없이 상급 정수를 전부 주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보스 몬스터를 잡을수 있을거라고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미리 말했겠지만 유령과는 불필요한 분쟁을 만들지 않는다. 설령 그 쪽이 잘못했어도 일단 한발 물러나도록. 어쩌면 우리 동료가 될수도 있으니까.”
벽에 구멍을 내고 그 너머에 발화체와 스크롤을 말아서 집어넣고 낚시줄을 꺼내어 반대쪽의 벽에 고정시켰다. 이것으로 이 줄이 끊어지는 순간 스크롤에 불이 붙고 그 순간 저장된 아이스 애로우가 발사되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함정이었다.
평소라면 가격 때문에 함부로 만들지 않았겠지만 상급 정수를 주고 대부분의 소모품을 쓸어온 지금이라면 이런 마법함정을 얼마든지 만들수 있었다.
“오랜만에 함정을 만들어보는군.”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숙련도가 단번에 A급으로 올라갈정도다. 게다가 여러가지 스킬들이 상승효과를 일으키면서 만들어진 함정은 중급이 아니라 상급 스킬로 만들어졌다고해도 믿어질만큼 훌륭했다.
틱.
마지막으로 약물로 굳힌 장치를 설치해두는것으로 모든 함정을 설치 완료한 성훈은 매서운 눈으로 동굴 너머를 바라보았다.
‘잡는다.’
원래대로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성훈에게는 룬 블레이드라는 신검이 있었다. 한달에 한번씩 헬 파이어를 사용가능한 무가지보. 쿨타임이 되돌아온 이후로 쓰는게 아까워서 써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써야할때였다.
‘화속성 몬스터라고 불속성 공격에 완전히 면역인건 아니야. 데미지가 더 적게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특히 헬 파이어라면 아무리 경감되더라도 충분한 타격을 줄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성훈은 그것만으로 안심할수 없었다. 상대가 평범한 보스 몬스터였다면 룬 블레이드를 믿었겠지만 화속성 몬스터라는 점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하게 된것이다.
우우우웅.
김이현의 축복을 받은 룬 블레이드는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게다가 능력치도 상당부분 증가된 상황. 이 정도라면 한번 도전해볼만 했다. 사냥할 대상은 겁화의 기사.
성(聖)속성 보너스를 받고 있어서 마(魔)속성으로도 분류되는 미친 상급 정령을 사냥 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뚜렷한 형체가 없는 부정형의 몸과 하급 정령을 끝임없이 소환해내는 능력을 확인하고 포기했다.
적어도 직접 검을 맞댈수 있는 상대라면 한결 상대하기 쉬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