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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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말하는대로
“…….”
“…아직?”
“조금만 더 기다려보지.”
공동안에는 강무한과 김이현 두 세력이 서로 마주보고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두 세력 모두 미션을 끝낼수 있을만큼의 정수는 진작에 모아놓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완료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계속해서 숨어있을수는 없겠지.’
‘나타나면 어떻게든 이쪽으로 포섭해야한다.’
유령이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는것에 대해서 상당한 불안감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한편으로는 벼르고 있기도 했다. 그동안 자신들에게 함부로 대한 댓가를 치르게 해줄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후에 저 멀리서 묘하게 비척이는 걸음으로 다가오는 인영이 보였다. 다른것보다도 코위를 가리는 가면 하나만 보고서도 누구인지 파악하는건 어렵지 않았다.
“이제야 왔군. 기다리느라 지루했네.”
“지금까지 저를 기다려주시고 있었던 건가요? 이거 참 몸둘바를 모르겠군요.”
“꽤 늦었네.”
회복마법을 걸어주면서 내뱉는 김이현의 말에 유령은 이해할수 없다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차피 모두들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퀘스트에 무슨 빠르고 늦고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강무한이 지나가듯이 내뱉은 한 마디에 움직임이 정지됐다.
“미션 종료까지 채 3시간도 남지않았는데 말이야. 아주 여유롭군.”
“…3시간?”
“설마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고 있던건 아니겠지?”
“그,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알고 있었습니다. 다 알고 있었다고요, 하.하.하.”
땀을 삐질삐질 흘려대며 말하는 모습에 설득력이라고는 전혀 없어보였다.
성훈은 반쯤 공황상태에 빠져있었다. 아무리 늦어도 적어도 하루 이상은 남아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스를 쓰러트리고 그 망할 검무를 추고 쓰러진 시간이 예상외로 너무나 길었다. 뒤늦게 창을 띄워보니 이제는 확실하게 2시간대로 접어든 초시계가 보였다.
‘망했다!’
그냥 망한게 아니다. 아주 거하게 말아먹었다.
설령 여기서 나간다고 하더라도 2시간 이내에 666명에 도달하기 위한 남은 숫자인 130명을 채울수 있을까? 무리다. 실력은 둘째문제고 그만한 숫자를 발견하는것도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미션의 완수를 바로 앞에 두고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실패할줄이야!
그러나 성훈이 절망에 빠져있든 말든 다른 사람들은 본연의 목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가장 먼저 앞에 나선것은 강무한이었다.
“약속한대로 화염의 정수를 구해왔다! 이무기!”
-그래? 과연 얼마나 되는 정수를 구해왔는지 궁금하구나.
강무한이 손짓을 하자 뒤에 있던 전사 한명이 보따리를 내려놓고 차근차근 풀기 시작했다.
“상급 100개, 중급 1000개, 하급 1000개, 최하급 1000개다.”
자세히 따지면 그보다 조금 더 많이 모으기는 했지만 일부러 미션의 갯수에 정확하게 맞춰서 백과 천의 단위로 끊어지게 제공했다. 미션의 보상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이상 일단 강무한이나 백운성, 랭커에게 보상이 돌아가는건 어쩔수 없는 사실이다. 대신 나머지 사람들은 여기서 획득한 정수를 판매한 돈과 길드에서 어느정도의 편의를 제공받는것으로 분배를 마무리 짓는 것이다.
수북하게 쌓인 정수를 바라보면서 이무기는 흡족하다는듯이 혀를 날름거리더니 순식간에 쌓여있던 정수를 전부 낚아채 먹어치웠다.
-만족스럽군. 덕분에 수년은 걸릴 세월은 단숨에 뛰어넘을수 있었다. 자 내가 오랜시간 모아온 보물들중에서 원하는 물건들을 하나씩, 총 4개를 선택하도록.
이무기가 움직이자 허공에 구멍이 열리더니 곧 수많은 물건들이 떨어졌다. 오와 열을 맞춰서 떨어진 아이템들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이 마른침을 삼킬때 이무기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스스로 행한 노력에 비해 과한 물건을 선택하는 녀석은 그 즉시 잿더미로 만들어주마.
그 말이 끝나자 강무한의 눈 앞에 메세지 창이 떠올랐다.
-‘화염의 정수 수집’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유니크(上) 1개, 유니크(中) 1개, 유니크(下) 1개, 레어(上) 1개의 아이템을 선택하실수 있습니다.
“오오! 유니크 상급!”
지난번 마왕 토벌 미션을 계기로 꽤나 고위의 물건이 풀리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소수의 유저들이 가진것에 불과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현재 C급의 미션을 수행하는게 한계인 사람들의 수준으로는 자체적으로는 최고 유니크 하급, 가끔 유니크 중급의 아이템을 구하는게 전부였으니 말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유니크 상급의 아이템을 가질수 있다면 그건 해태파에게 있어서 좋은 일이라고 할수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강무한은 심사숙고를 한 끝에 백운성에게 말했다.
“유니크 상급의 아이템은 네가 골라라.”
“예?! 저는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평소라면 넙죽 받았겠지만 유령으로 인해서 김이현의 견제도 실패한 백운성은 가슴이 찔려서 도저히 이 물건을 받을수 없었다. 그러나 강무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유니크 아이템으로 가장 강해질수 있는건 바로 너야.”
“그래도….”
“내가 쓸데없이 말 빙빙 돌리는거 싫어하는거 알지? 맞고 고를래, 안 맞고 고를래.”
“…안 맞고 고르겠습니다.”
강무한이 한번 결심하면 어지간해서는 굽히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에게 해가 되는것도 아니었기에 백운성은 마지못하는척 받아들였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백운성은 곧 주저하지 않고 검붉은색의 각궁을 집어들었다.
마음에 든 듯 능력치 창을 몇번이나 살펴보던 백운성의 입가가 반달을 그리기 시작했다. 강무한은 이곳저곳을 살펴보다니 이내 망설임없이 갑옷과 부츠 하나를 골라고 나머지 한 명이 장검을 하나 골랐다.
-자 그럼 이제 특별히 바라는게 있다면 하나만 들어주도록 하마. 아까도 말했지만 노력에 비해서 바라는바가 많다면 어떻게 될지는 말 안해도 알수 있겠지?
그 말이 떨어지자 순간 강무한 일행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대체 무슨 소원을 빌어야 좋을지 알수 없었던 것이다. 바라는건 너무나 많고 높은데 대체 어느정도가 적당한 범위인지 가늠할수가 없었다. 차라리 아이템을 하나 더 준다고 하지 이건 너무나 두루뭉실한 말이었다. 그러던 와중 강무한이 번개처럼 한 마디를 내뱉었다.
“저기 저 놈들. 죽여주실수 있습니까?”
-호오.
순간 강무한을 제외한 모두의 안색이 굳고 말았다. 부지불식간에 나온 소원치고는 너무나 뼈아팠다.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던 김이현마저도 지금은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유령도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리고 이 쪽을 바라보고 있엇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무기는 고개를 저었다.
-저들 역시 내 명령을 받고 노력한 인간들. 함부로 죽일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런 소원은 들어줄수 없다.
강무한 일행은 혀를 찼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짧은 사이였지만 잠깐 저승에 한 발짝 걸친 기분이었다. 대체 어디까지가 적당한 기준인지 알수 없었던 강무한은 결국 한숨을 쉬면서 그에 해당하는 아이템으로 달라고 했고 유니크 중급의 허리띠를 하나 얻어내는것으로 만족할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으로 나선것은 김이현이었다.
“저는 상급 100개, 중급 1000개, 하급 1000개, 최하급 2000개를 모아왔습니다.”
김이현의 말을 들은 강무한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김이현 일행은 전체적인 수준이 떨어지는 관계로 약한 몬스터를 위주로 사냥을 반복했다. 그래서 상급의 정수를 모아야하는 4단계는 완수하지 못할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깔끔하게 빗나간것이다.
사실 유성훈이 거래를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강무한의 예상대로 김이현은 아무리 노력해봐야 3단계의 미션을 완수하는게 한계였으리라.
-‘화염의 정수 수집’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유니크(上) 1개, 유니크(中) 1개, 유니크(下) 1개, 레어(上) 2개의 아이템을 선택하실수 있습니다.
김이현 일행의 선택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장비품 5개를 고르고 난 이후의 소원에서 역시 강무한 일행처럼 예상에서 벗어나는 사건을 일으켰다.
“저와 계약을 맺어주실수 있겠습니까?”
-지금 뭐라고 했느냐?
“화염 이무기님이 제 소환수가 되어서 저를 도와주시면….”
김이현에게 미리 명령이라도 받은듯이 한 명의 소환사가 앞으로 나서서 자신의 소환수가 되어달라는 말을 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강무한 일행의 안색이 시커멓게 변했다.
저 강력한 화염 이무기를 부하로 만들수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히 신흥강자가 되고 김이현은 해태파를 뛰어넘어 최고의 길드가 될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강무한 일행에게는 천만다행으로, 김이현 일행에게는 불행한 결과가 나타났다.
콰앙!
소환사가 있던 장소를 빠른 속도로 뽑혀져나온 꼬리가 수직으로 내려쳐버렸다. 먼지가 가라않고 꼬리가 들리자 그 자리에 남아있는것은 피와 처참하게 흩어져있는 살의 파편들이었다. 시체가 가루로 변해 사라지지 않았더라면 더 끔찍한 장면을 연출했으리라.
-용감하다 못해 어리석구나. 감히 불의 지배자인 나를 부하로 부리겠다니! 네 놈들은 앞으로 한 마디만 더 내뱉는다면 바로 산산조각으로 만들어주마!
강무한은 쌤통이라는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김이현은 별로 대수로울것도 없다는 표정을 지은채 뒤로 물러났다.
‘어차피 이 정도야 다 예상범주 내였다.’
소원의 범위가 두루뭉실한 상황. 게다가 2시간후면 더 이상 있지도 않을 이 세계에서 뭘 부탁한단 말인가? 강무한은 그 소원으로 유니크 아이템을 얻은것으로 만족했지만 김이현은 그러지 않았다.
유니크 아이템은 지금 당장은 강해질지 몰라도 시간이 흘러 B급, A급 미션을 수행할수 있을정도가 되면 그 가치가 급격하게 낮아지게 된다. 그래서 곰곰히 고민한 끝에 장기적인 이득을 거둘수 있게 부하를 시켜서 이무기가 소환수가 될수 있는지 부탁해봤다.
비록 결과는 안 좋은 방향으로 나타났지만 김이현에게 있어서는 별로 대수로울것도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저 이무기가 약속한 소원이라는 것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계륵같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손해?
고작해야 부하 하나가 죽은건 손해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 그 소환사에게만 미리 몰래 전달한탓에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명한게 아닌 소환사가 혼자서 과하게 욕심을 부렸다 죽은것으로 알리라.
-자, 그럼 마지막으로 너는 얼마만큼의 정수를 모아왔느냐.
“저는 보다시피 동료가 많지 않아 그다지 많이 구해오지 못했습니다.”
그 말에 그 자리에 있는 모두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이무기도 그에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빨리 정수나 먹어버리고 이 귀찮은 대화를 끝내고 싶었다. 그러나 이어진 인간의 행동에 깜짝 놀랄수밖에 없었다.
“보다시피 단 하나밖에 구할수 없었죠.”
붉은색으로 일렁이는 구슬을 바라보면서 이무기가 말했다.
-업화의 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