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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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해보자 이거지?
류헤이는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것을 깨닫고 사람들을 이끌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강무한은 다소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보다 일본 놈들이 막나간다는건 알았어도 정말로 전쟁을 벌일 생각을 하고 있었을줄은….”
“저희들의 시선으로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전쟁으로 얻어낼 이득이 더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본은 저희를 공격하려고 한것이겠지요.”
“이득?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면 피해가 얼마나 확산될지 모르는데….”
“글쎄요. 저는 충분히 일으킬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공성전 보상은 분명히 피해를 각오하고서라도 얻을만한 가치가 있는걸로 압니다만.”
현재 알려진 공성전의 보상 중 단순히 세금징수만 보더라도 어마어마한 보상이라고 할수 있었다. 필드가 오픈되기는 했다지만 더 미션에서의 모든 자금의 흐름과 물류는 임무소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이루어진다.
그런 임무소에 10%의 세금만 부과하더라도 하루 이익은 그야말로 엄청날것이다. 게다가 같은 나라의 사람도 아닌 일본같이 원한관계에 있는 나라가 상대라면 세금을 최대로 올려서 책정한다고 하더라도 좋아하면 좋아했지 말릴사람은 없으리라.
‘솔직히 나는 아직도 저 녀석을 믿을수 없단 말이야.’
가면밑에 대체 어떤 얼굴이 있는지, 정체가 뭔지 짐작조차 불가능하다. 알고 있는 거라고는 유령이라는 가명일게 뻔히 보이는 웃기는 이름 하나뿐. 이번 일도 그렇다.
몇일전부터 급격하게 일어난 사건 사고들과 바로 어제 저녁 무렵 최유재가 전해준 정보. 일본에 대한 경계도 해야했지만 무엇보다 유령이 일본인들을 납치하고 고문을 가했다는 정보를 듣는 순간 강무한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유령 녀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것인가? 그냥 내주면 되지 않느냐고 대답할수도 있지만 세상만사 그렇게 간단히 풀리는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일본측의 요구에 굴복해 항의 한번 하지 않고 한국인을 넘겨준 무능력한 집단으로 낙인찍힐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결단을 내리기전 유령이 직접 찾아왔다.
“요즘 들어서 이런저런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골치 아프시겠군요.”
그 말대로였다.
정체를 알수 없는 세력들이 나타나 여러가지 공작을 펼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작게는 난동을 부리는것부터 중요한 서류를 훔쳐가거나 잠입에 길드의 중진을 암살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수리검이나 표창을 사용하고 분신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이른바 닌자라는 사람들이 그 혼란의 주범이었던것이다. 강무한은 바보가 아니었다.
‘일본과 접촉하고 얼마 안되서 기다렸다는듯 닌자라는 놈들이 이 난리를 부려? 일본 놈들이 죄다 무뇌아들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그건 불가능한 일이지.’
하지만 그런 강무한의 생각을 바꾸게 만드는 계기는 바로 유령이 데려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뭐? 도와주기라도 하겠다는거냐?”
“도와드리려고 찾아왔지요, 그걸 위해서 강무한님께 여성 한 분을 소개해드릴까합니다만. 자기 소개를 하시죠.”
“아, 안녕하세요, 유, 유키코라고…합니다.”
“…일본인?”
“예, 일본인이죠. 그리고 일본측에서 행방불명됐다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유키코 양이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는군요.”
유령은 언제나 그렇듯이 웃고 있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유키코 양은 아직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하셔서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니까요.”
“안정을 취하는거라면 우리측에서 숙소를 제공할수도 있는데.”
“아뇨, 유키코 양은 저에게 많이 의존하고 계셔서 말이죠.”
살짝 거리를 벌리자마자 벌벌 떨면서 유령에게 달라붙는 여자를 바라본 강무한은 혀를 한번 차면서 말했다.
“그래, 그럼 나중에 보지, 최철형 너는 윈드밀 길드원과 신화대 1조부터 5조까지를 이끌고 경계를 서줘. 부탁한다.”
“쳇, 그 닌자란 놈들의 실력이 실력이다보니 거절도 못하겠고.”
말에는 잔뜩 가시가 뻗혀있었지만 최철형의 실력은 강무한으로서도 쉽게 볼수 없는 수준이다. 그 전까지는 탑랭커이기는 해도 어딘가 어중간한 면이 있었지만 2차 각성을 거치면서 근접전과 원거리전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갖추게 되었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전부 빠져나간후 둘만 남은 장소에서 강무한과 유백우는 난처한 표정을 지은채 한참을 앉아있었다.
그 침묵을 먼저 깨트린것은 유백우였다.
“일본과 진짜 전쟁을 일으킬겁니까?”
“일어나야 할 일이라면 질질 끌어봤자 좋을건 없지. 저 녀석들의 의도가 확실한 이상 결국은 할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확실히 일어난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최유재가 가져온 정보는 봤지? 일본측에서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고 전략물자의 비축에 들어갔어. 이건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증거야.”
막힘없이 나오는 강무한의 답변에 유백우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하지만 피할수 있는 전쟁입니다.”
“피하면 어떻게 되는데? 그 놈들과는 앞으로 계속 보게 될 사이야, 한번 얕보이면 그 다음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어?”
“피해가 장난이 아닐겁니다. 사람이 죽는건 어떻게 하실겁니까?”
“아아, 유백우. 그만 하지. 너는 너무나 똑똑해서 탈이야.”
강무한은 유백우를 향해 순수한 칭찬과 충고의 의미를 담아 말했다. 유백우는 분명히 천재다. 그러나 오히려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보는 사람이 답답해지는 경우가 있다.
“너는 모든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한후 결정을 내리겠지만 세상일이라는건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아. 민족, 사상, 명예, 원한부터 심지어는 자존심이나 허영같은 사소한것때문에 사람들은 논리적인 답을 거부하기 마련이지.”
“그거 칭찬하는겁니까?”
“칭찬하는거 맞아. 세상사람이 모두 너같기만 한다면 이렇게 골치 아프게 머리 썩힐일도 없겠지. 하지만 똑똑한 사람들만 있는게 아니거든.”
강무한은 술잔을 꺼내들면서 말했다.
자신이 유백우나 다른 쟁쟁한 사람을 제치고 이런 자리에 올라와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너처럼 게속 양보만 하면 안돼. 때로는 과감하게 나가기도 하고 합리적으로 생각되지 않는 일도 해줘야지. 자세한 사정을 알아보겠다고? 하루만 늦어도 일본측은 수백명을 더 무장시키고 더 많은 물자를 쌓아둘거야. 어쩌면 저 유령 녀석이나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세력이 한국과 일본의 분란을 조장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이미 시작됐어.”
속사정이나 그 의도가 어떻든 일본은 군사 훈련을 실시하고 적당한 핑계거리를 만들어서 한국과 전쟁을 일으키려했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진실은 그랬다.
“시작되버린 이상 나는 그 상황에 맞춰서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대응을 할수밖에 없어. 그리고 내가 생각한건 바로 똑같이 되돌려주겠다는거지.”
“으으음.”
유백우는 강무한을 바라보면서 신음성을 흘렸다.
강무한은 그에 비하면 똑똑하지도 않고 성격이 좋은것도 아니다. 꽤나 다혈질이기도 하고 어쩔때보면 어처구니 없는 선택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강무한은 두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결단력과 추진력.
한번 결정을 내리면 누가 뭐라고 해도 끝까지 황소처럼 밀고 나간다. 그런 점 때문에 강무한이 연합의 대표가 됐으리라.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에게 필요한건 무시무시한 머리가 아니었다. 똑똑한 사람이야 참모를 쓰면되고 힘쓰는 사람이야 전사를 동원하면 된다. 바로 저 두 가지 조건이 리더의 자질이었고 유백우에게 부족한 점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유백우는 강무한이 이미 결단을 내린것을 느낄수 있었다.
“결코 마음을 돌리지 않으실 생각이로군요.”
“그래, 까라면 까야지 여기서 뭐하고 있냐? 억울하면 니가 반란을 일으켜서 유비라도 하던가.”
“됐습니다. 저는 제갈공명으로 만족하죠.”
“잘 생각했군. 그럼 돌아가서 전쟁이 일어났을때에 대한 대비나 해.”
유백우가 나간 천막에 홀로 남은 강무한은 씁쓸한 술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유백우에게 잘난듯이 설명한것에 비해 그의 머리속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만약 이 일이 유령의 계책이라면? 아니면 누군가의 소행이라면? 일본의 말이 진짜일 가능성은? 한바퀴 반대로 돌아서 일본의 누명일 가능성은? 일본측에서도 모르는 세력이 있다면? 설마 유령이 그들을 이용한건 아닐까?
결국 끝이 없는 이야기다.
그리고 강무한이 생각하기에 현재 주어진 정보와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한 결과 6:4 정도로 이번은 유령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일본에서 진짜로 전쟁을 일으킬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앞으로 행동이 달라지겠지. 과연 어떻게 나올까?”
“이런, 날씨가 많이 춥나요?”
“아, 아뇨.”
“뭘 그렇게 놀라고 있습니까?”
“힉?!”
외투를 둘러주다 어깨에 손이 닿자 새된 비명을 질러대는 유키코였다. 그런 유키코를 흥미롭다는 눈으로 바라본 성훈은 손을 들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흠칫!
그러나 유키코는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가만히 있을뿐이었다. 비록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생각한 성훈은 웃었다.
‘엘리의 마법에 그런 효능이 있을줄이야.’
그토록 짧은 시간에 멀쩡한 인간을 이 정도로 만드는건 성훈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아까와 같은 경우 유키코가 한 마디라도 입을 잘못 놀렸더라면 성훈은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것이다.
그러나 유키코는 벗어날수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