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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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열사의 거인
여섯무리의 몬스터를 처치하고 얻어낸 증거는 한 탁자 위에 쌓여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성훈은 상당히 뻘쭘한 표정으로 애써 시선을 피하고 있었고 엘리는 성훈을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긴 지금의 상황에서는 성훈은 입이 열개가 있더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마지막 보스를 깨울 방법을 모른다는거네요?”
“뭐 정확하게 모른다기보다는 조사하는 도중이라는거지.”
“못 찾을수도 있구요.”
“원래 세상은 긍정적으로 생각해야하는거야, 안된다고 마음먹기보다는 일단 될거라고….”
“그러니까 못 찾을수도 있죠?”
“…그렇긴하지.”
성훈의 대박이라는 말을 믿고 길드원들을 이끌고 온 엘리는 화를 가라앉히며 말했다.
“뭐, 어차피 실전경험 및 협동심 상승을 위한 단체전도 필요했으니 무작정 화를 낼수만도 없지요.”
“사실대로 말해. 사실 좀 간당간당하긴 하지?”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죠.”
들어오는 돈이 많은만큼 나가는 돈도 많다. 지금은 한창 육성단계라 그만큼 돈이 많이 들어간다. 총 백여명에 달하는 인물들은 하루만 놀려도 몇만길드, 그들이 자금을 확보하는것까지 감안해보면 수십만길드의 손해가 난다고 볼수 있으리라.
“성훈 오빠도 알다시피 돈이 들어가는게 꼭 그들만 있는것도 아니니까요, 저만해도 마법연구에 거금이 들어가고 다른 분들도 그렇고요.”
길드만 투입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강해지는게 가능하다. 아무리 많아도 만족할수 없는게 바로 돈인것이다.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미리내조차도 스킬을 익히기 위해서 그 누구보다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지 않은가? 돈을 벌수 있으면 가급적 버는게 나았다.
“그러니까 제가 할 말은 간단해요.”
“뭔데?”
“여기서 앉아있지말고 몸이라도 좀 움직이시죠?”
“…….”
명색이 길드장인 성훈이었지만 엘리의 엄명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움직일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길드의 체계를 만들고 운용을 하고 있는 것이 엘리기 때문에 막 나가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수많은 암석과 반쯤 무너진 기둥들이 위치하고 있는 장소에는 성훈 말고도 수색 스킬을 익힌 사람이나 몇몇 눈이 날카로운 인물들이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다.
한숨을 내쉰 성훈은 스킬을 발동하고 주변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어느새 인디아나 존스에나 나올법한 도구를 꺼내든 성훈은 세밀하게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나서는게 귀찮아서 그런건 아니고 계속 내가 해결하면 쓰나? 밑에 애들이 스스로 실력을 높이도록 위임해줘야 할때도 있는거지.’
애써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면서 먼지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조사라는 것은 결코 순식간에 이뤄지는게 아니었고 비전문가가 투입된다고 도움이 되는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도와주기 위해서 미리내가 몇번 왔다가기는 했지만 산산조각이 난 석판을 맞춰달라는 요구를 받고는 조금 노력하나 싶더니 이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애초에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을이 질때까지 혼자서 활동한 성훈은 완성한 석판과 글자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이건?”
[화염의 황제를 지키기위해 만들어진 열사의 거인은 그 강력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악용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 봉인되었다]“화염의 황제? 이 퀘스트 끝은 열사의 거인을 잡으면 되는거 아니었나? 뭐야 이 놈은?”
설마 기연인가?
예전 문울프 이후로 기연이라고 할만한것을 접하지 못한 성훈은 묘한 기대감을 품고 다음 나머지 내용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가끔 공청석유라던가 천년산삼같은 약재가 팔릴때가 있는데 먹는것만으로도 보통 인기가 있는게 아니다. 불꽃의 심장이라는 말을 머리속에 기억해둔 성훈은 곧 답을 알아낼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냥 태우면 되는거라고요?”
“답을 알아내는 과정이 어려운거지 언제나 결과는 허무하기 마련이지. 그리고 심플하면 좋은거지 뭘 그리 이상한 표정을 지어?”
“하긴…그렇죠. 그럼 지금 바로 하시게요?”
“뭐, 준비야 전부 하고있고 할꺼면 빨리빨리 하는게 낫지.”
빨리빨리 끝내버리자는 성훈의 의견에 주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들도 이 사막에서 삼일이 넘게 생활하다보니 서서히 피로가 쌓이고 있었다. 얼른 아늑한 성으로 되돌아가서 쉬고 싶었다.
유키코가 와서 불꽃으로 모아놓은 재료를 태우기 시작했다. 평범한 불로는 타지 않는 종류의 물건도 있었지만 마법의 불꽃 앞에서 버틸수 있을정도는 아니었고 곧 여섯개의 잔해들은 전부 타고 기묘한 냄새를 풍기며 주변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좀 달짝지근한 냄새인데요?”
“괴상한 재료를 태운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냄새네. 그건 그렇다치더라도 조금 더 물러나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아니, 조금만 더 물러나자고.”
이름에 거인이 붙었다. 조금 떨어져있는게 좋을것이다.
그리고 대열이 뒤로 이동하기 시작했을때 부서진 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한곳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사람의 크기 따위는 단숨에 넘어가는 크기로 뭉쳐지는 돌덩이들은 곧 하나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골렘?!”
그그그긍!
족히 6m는 될법한 암석거인이 인간의 형태를 갖추고 곧 일언반구도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목표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미리내였다.
후웅!
팔뚝은 거대한 주제에 속도는 무지막지하게 빠르다. 급박해보이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긴장하지 않은것은 공격을 당하는 대상이 바로 미리내였기 때문이었다. 쌍검을 들고 검강을 생성시킨 미리내는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오르면서 손목을 베어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베어내려고 했다.
파삭!
“읏?”
빠르게 휘둘러지던 주먹이 순간적으로 비스듬하게 궤도를 틀어버리자 검은 피륙을 약간 스치는 정도로 그친것이다. 게다가 검강이 명중했음에도 약간 파인게 다다. 잠깐 멍한 모습을 보이는 미리내는 향해 거인의 왼팔이 휘둘러졌다.
그 자체만으로도 수십톤의 위력을 가진 펀치와 미미하게 붉게 물들어있는 모습을 볼때 공격을 허용하는건 좋은 일이 아닌것 같았다.
‘너무 방심했다!’
허공에서 몸을 움직일수 있는 스킬은 익히지 않았다. 곧 닥쳐올 충격을 어떻게든 줄이기 위해서 검을 교차하며 정면을 가드하는순간 옆구리에서 강렬한 충격이 느껴졌다.
‘큭!’
순간적으로 숨이 막힐만큼 강력한 일격이었지만 그 대가로 궤적이 틀어져서 아슬아슬하게 거인의 공격을 피해낼수 있었다. 급하게 뒤로 물러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책을 든채 굳은 표정으로 이 쪽을 바라보고 있는 성훈의 모습이 보였다.
“크기를 생각해! 녀석은 레이드 보스야! 함부로 행동하지 마!”
“아, 알겠습니다!”
제 아무리 강력한 미리내라고 할지라도 일단 크기부터가 수십배 차이가 나는 거인이다. 이런 적을 상대로는 그녀가 익힌 신묘한 검법이나 기술등이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다. 차라리 강무한이 더 나을것이다.
미리내를 몰아치려던 골렘을 향해 만들어낸 물의 창을 쏘아보내자 녀석의 몸이 반전하며 성훈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문제가 있다면 그 속도가 가히 범상치 않았다는 점이다.
후우우웅!
“이,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크기만 하더라도 장난이 아닌데 그 와중에 속도도 재빠르다. 방심했다가는 그대로 피떡이 될 기세다.
‘C급 보스인 문 울프는 솔직히 껌이었는데 1단계 차이난다고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강해져도 되는거야? 아니, 레이드 보스라서 더 그런건가?’
잡념에 빠져있는 성훈의 정신을 되돌려준것은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키코과 원거리 공격수들의 지원 사격이었다. 온갖 마법과 푸른 빛깔에 물든 화살들이 날아와 골렘에게 명중하기 시작했다.
괜히 애먼곳으로 달려가기 전에 검기를 만들어서 얼굴 근처에 쏘아보내 골렘의 시선을 돌린 성훈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상처가 얕다?’
검기는 바위 따위는 간단히 갈라버리는 기술이다. 그러고보니 아까 무려 검강을 사용한 미리내의 공격에 명중한 손목도 멀쩡해보였다. 하긴 단순한 바위로 만들어졌으면 진작에 썰려나갔겠지.
“맷집도 있는 모양이고 이거 히드라가 생각나는군.”
“히드라보다는 훨씬 약하지요.”
“그때에 비하면 우리도 충분히 약해졌다구.”
금새 다시 달려와 전투에 합류한 미리내를 향해서 이죽거린 성훈은 룬 블레이드를 뽑아들고 앞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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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슬럼프가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