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74
0174 / 0473 ———————————————-
21.열사의 거인
6m의 거인은 모든 면에 있어서 인간보다 우월하다.
똑같이 한걸음을 내딛어도 배가 넘는 차이가 나고 똑같은 주먹질도 하나는 건물을 무너트릴만한 강권이 된다. 그런면에서 볼때 이 열사의 거인이라는 골렘은 상대하기가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게다가 몸을 감싸고 있는 붉은 기운은 녀석을 상대하기 한층 더 까다롭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일반적인 화살이나 마법들로는 흠집조차 나지 않습니다!”
허무하게 부딪히고 흩어지는 잔해들을 바라보며 미리내가 외쳤다. 박힌것은 고작해야 화살 두 세발. 그것도 인간으로 치면 피륙에 아슬아슬하게 박힌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성훈은 당황하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그래도 사격은 계속 해! 정신을 쏙 빼놓으란 말이야!”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보스를 너무 우습게 본건가?”
하다못해 생명체면 모르겠는데 무생물인 골렘이다보니 어느정도 피해를 입었는지도 가늠하기 힘들고 제대로 공격을 성공시키는것조차 너무나 힘들었다.
골렘에게 붙어서 그나마 제대로 시선을 끄는건 성훈과 미리내 둘뿐이었고 다른 전사들은 급한대로 소형활이라도 장전해서 쏴대고 있었다. 전사라고 근접전만 할줄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었다. 명중율이나 파괴력은 기대할수 없지만 조잡한 석궁이라도 들고다니고 견제용으로라도 원거리 기술 하나둘쯤은 익히고 있는게 바로 전사들이었다.
성훈은 전력을 다해서 공격을 피하고 있었고 미리내는 반대로 검강을 앞세우고 골렘을 몰아치고 있었다.
쿠웅! 쿵!
폭탄이 터지는것같은 굉음속에서도 미리내는 크게 상처를 입지 않았다. 강기(剛氣)가 가진 공격력과 방어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다. 전문적인 방어기술인 호신강기보다는 못해도 검강만으로도 저 무시무시한 골렘의 공격을 비껴낼수 있을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었고 처음 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미리내는 차근차근 전진하고 있었다. 벌써 손가락 하나를 반쯤 부숴놓지 않았던가?
물론 성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검기만으로는 몰아치는데 한계가 있었다. 부적술로 검 자체의 위력을 높이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튕겨나왔으리라.
‘헬파이어를 써버릴까?’
화염이무기의 미션을 수행할당시 사용했던 헬파이어는 쿨타임이 다 찬지 오래였다. 궁극의 위력을 지닌, 그야말로 비장의 일격이었지만 성훈은 이 헬파이어를 사용할수 없었다. 사람들 시선이 신경쓰여서? 그거야 적당하게 둘러대면 그만이다. 문제는 쓰기 아깝다는 것이었다.
8서클 마법중에서도 단순 위력만큼은 상위권에 속하는, 그것도 한달에 한번밖에 사용할수 없는 헬파이어를 이런 장소에서 사용해야 하는것인지 아까웠던 것이다. 갑자기 강제미션을 수행할때가 되면 지난번처럼 또 비장의 한수가 될수 있지 않은가?
“성훈님! 시간을 끌어주십시오!”
‘그래, 미리내도 있으니까 일단 아낀다.’
퍼버버벙!
수십장의 부적이 타오르면서 순식간에 수많은 구와 창들이 골렘의 머리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명중률은 형편없었지만 어차피 크기가 크다보니 대충 쏴도 맞았다.
“머리는 별로 좋지 않은 모양이군!”
도발하는 족족 걸려드는 골렘을 향해 비웃음을 날리면서 성훈은 품에서 작은 장치를 꺼내 발밑에 떨어트렸다. 몸을 굽히면서 위로 뛰어오르는듯한 자세를 취하면서 떨어트리는 장치를 밟고 힘을 푸는 순간 성훈의 신형이 마치 화살처럼 위로 쏘아져나갔다.
평소보다 훨씬 더 쾌속하고 날카로운 움직임에 뛰어오를 궤도를 예측해 팔을 휘두르던 골렘은 헛손질을 하고 말았다.
‘머리가 약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드드득!
검기로 만든 그물이 골렘의 얼굴부분을 뒤덮기 시작하고 이내 상처를 만들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골렘의 뒷통수를 향해 미리내의 폭검강이 작렬하자 머리를 구성하던 바위의 절반이 산산이 부서져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직 바닥에 착지하지 못해 넘어지기 시작하는 골렘에게 깔려죽기 일보직전인 성훈을 구해준건 구속마법을 영창중인 엘리였다.
무차별적으로 쏟아붓는 마법보다는 역시 이렇게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마법이야말로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다시 작은 장치를 밟고는 빠른 속도로 뒤로 물러나는 성훈이었다. 쓰러진 골렘의 위에 올라서 검강으로 난도질을 하던 미리내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빛냈다.
‘무시무시한 속도. 내 축지(縮地)도 저 정도는 아니건만.’
온갖 보법을 익히고 장점만을 추려 만든 미리내의 보법인 축지보다 순간가속력만큼은 훨씬 더 빨라보이는게 바로 성훈의 저 이동법이었다. 대체 어떻게 펼치는건지 묻고 싶었지만 그런 비전은 함부로 알려주지 않는게 당연하다. 한줄기 미련을 남긴 미리내는 일단 골렘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한편 성훈은 무릎의 욱씬거림을 애써 무시하며 반전했다.
‘아직 개량할 여지가 있군.’
함정을 이로운 방향으로 사용하기로 생각한 성훈이 만들어낸 새로운 장치가 바로 킷(kit)이었다. 어마어마한 자금을 들여 개발했지만 방금전에 사용한 점프킷과 스피드킷은 충분히 그 위력을 보여주었다.
관절에 걸리는 부담이 크기는 하지만 엇박자까지 사용하면 순간적으로 2배이상의 속도를 낼수 있다는것은 보통 이득이 아니었다.
“미리내! 물러나!”
“예!”
“엘리! 조금만 더 묶어놔! 그리고 전원 사격!”
반쯤 부서진 골렘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결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적은 레이드 보스다. 고작해야 차 한잔 마실정도의 시간에 쓰러질거라면 그렇게 무시무시한 소문이 돌지 않았으리라.
그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서인지 곧 골렘의 몸을 감싸고 있는 붉은 기운이 조금 더 짙어지나 싶더니 사방에 흩어져있는 돌조각이 날아와붙어서 몸을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성훈 오빠, 명치을 공격하는게 좋을거 같아요.”
“명치?”
“예. 상처를 수복할때나 공격할때 그 부근에서 마력이 강하게 요동치고 있어요. 그 근처에 심장이 있는것같은데 부숴버리면 훨씬 더 쉽게….”
“안 돼.”
“예?! 왜요?”
화염의 심장이라는 물건이 단순한 아이템이 아니라 기연의 일종이라고 생각한 성훈은 당연히 골렘의 동력원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부수는 일은 할수 없었다.
몬스터를 쓰러트릴때 해당하는 부위를 완전히 부수어버리면 그 재료를 얻을수 없다. 급소를 공략하면 난이도는 훨씬 쉬워지지만 마나석이나 마정석같은 것들이 산산이 부서지기 때문이다.
“설마 전리품 때문에 그런건….”
“아니야! 설마 그런것 때문에 쉽게 끝낼수 있는 전투를 어렵게 가려고 하겠어?”
“그럼 뭔데요?”
“실전경험! B급 레이드 보스라지만 지능이 단순해서 이런 대형몬스터를 상대로 경험을 쌓기엔 딱 좋거든!”
“성훈님 말씀대로입니다! 이 놈은 차근차근잡죠!”
그 먼거리에서 용케 대화를 들은 미리내가 외쳤다.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습니다. 최대한 버텨보죠!”
“…미리내 언니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수 없죠.”
“좋았어, 그럼 다시 한번 간다!”
콰앙!
벌써 열세번째였다.
폭검강이 오른쪽 어깨를 날려버리는 모습과 다시 수복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성훈은 욕지거리를 간신히 참으면서 뛰어올랐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훨씬 나았다. 몸을 감싸고 있는 막의 방어력은 훨씬 내려가서 화살과 마법등을 거의 가드하지 못하고 있었고 움직임도 굉장히 느려졌으니 말이다.
“모두 달라붙어!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안 깔린다고!”
이제는 일반 길드원까지 달라붙어서 공격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거대해보이는 골렘은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위압감을 보여주었다.
“성훈님, 이대로 가면 이쪽이 먼저 지칠것같습니다. 승부수를 던지죠.”
“승부수?”
“제가 왼팔과 오른팔을 동시에 날려버리겠습니다. 사람들은 명령이 떨어지는즉시 양 다리를 날려버릴테니 성훈님은 머리를 날려주십시오.”
한번에 사지와 머리를 날려버린다는 생각은 그럴듯했다. 지금만 보더라도 재생속도가 떨어졌는데 한번에 모든 수족이 날아가면 그대로 쓰러질 가능성도 있었던 것이다.
“양 쪽 어깨를 동시에 날리는게 가능해?”
“지치기는 했지만 저 녀석의 방어력도 낮아졌습니다. 전력을 기울이면 불가능한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오히려 성훈님이야말로 가능하시겠습니까?”
미리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성훈을 바라보았다.
성훈의 무술솜씨나 임기응변, 상황대처, 전투에 대한 숙련도는 인정하지만 그것과 단순히 발휘할수 있는 ‘최대 공격력’은 별개의 문제였다. 미리내도 단순히 검술만으로는 커버되지 않는 공격력의 부족함을 통감하고 융합(融合)을 떠올린것 아닌가?
차라리 쌍검을 들면 모르겠지만 한손에는 책, 한 손에는 검을 든 성훈이 자신처럼 폭발적인 공격력을 얻어낼수 있는 방법은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훈은 예상외로 고심에 빠졌다.
“확실히 저 정도로 방어력이 낮아졌다면…한번 해볼만 하군.”
“가능합니까?”
“안되도 되게 해야지? 그리고 될거라고 생각하고 생각한 작전 아니었어?”
“그, 그렇긴 합니다만. 설마 강기를 터득하신겁니까?”
“그럴리가.”
온갖 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부문에 대해서 동시에 익히는만큼 아직 강기를 획득하지 못한 성훈인데(미리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설마 그런 상태로도 목을 베어낼수 있다는 발언에 미리내는 곧 미미하게 웃으면서 앞으로 나섰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외칠때 머리를 날려주십시오.”
“오케이.”
베는게 아니라 단순히 부수는거라면 꼭 불가능한것만도 아니다. 일단 뒤로 물러난 성훈은 룬 블레이드와 매직북을 들고 숨을 작게 내쉬었다. 현재 자신이 다룰수 있는 속성은 화(火), 수(水), 광(光), 뇌(雷), 풍(風), 무(無) 총 6가지였다.
그리고 부적술과 만류귀종이 더해지면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
“화, 수, 뇌.”
서로 성질이 다른 세 가지 속성을 띄워놓은 성훈은 심호흡을 하더니 룬 블레이드를 내밀고 짧지만 강하게 내뱉었다.
“입(入)”
우우우웅!
검신이 미미하게 진동하면서 곧 세 가지 기운이 검에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런식의 반대되는 속성융합은 불가능하다. 예전에 혹시나 싶어서 한번 실험해본적이 있었지만 그 직후 일어난 폭발 때문에 어처구니없게 목숨을 잃을뻔한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기분 나쁜 자줏빛으로 일렁이는 검신을 향해 무(無)속성의 마력을 집어넣어서 파괴력을 끌어올린 성훈은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아무리 만류귀종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이상 속성을 부여했다가는 곧바로 폭발할것이라는걸 본능적으로 깨달은것이다.
—————————————————————-
슬럼프가 와도 써야겠죠….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