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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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과대평가와 과소평가.
자신도 우연을 겹쳐 조의선인이라는 직업을 얻고 손꼽히는 강력함을 자랑했지만 세르게이와 싸운다면 승률은 아마 1%, 아주 잘 쳐줘봐야 2%이리라.
‘저 무식한 근육에 스치기만 하면….’
“음?”
“왜 그래?”
“아니,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말이지.”
잠시 정신을 집중했지만 들려오는것은 바람과 굴러다니는 쓰레기, 그리고 한 두마리씩 어슬렁거리는 몬스터가 전부였다.
“몬스터가 울부짖는 소리, 그리고 뭔가가 폭발하는 소리,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인데?”
“그래서 가보게?”
“솔직히 궁금하긴하군. 조금만 가봐도 될까?”
“네가 결정한이상 내가 뭐라고 할수는 없는 노릇이지. 좋아, 가보자고.”
걱정?
걱정은 자신이 해야할게 아니라 앞으로 마주칠 상대들이 해야할것이다. 어디에서 소리가 들리고 있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지만 보리스는 망설이지 않고 세르게이의 뒤를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쏴! 무조건 쏘란 말이야!”
“이제 무리에요! 더 쏠수가 없다고요!”
남자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여자는 울먹이면서 손을 내려다보았다. 새하얗고 귀여웠던 손끝은 시뻘겋게 물들고 미미하게 핏방울이 맺혀있었다. 가지고 있는 수백발의 화살을 스킬을 사용해서 짧은 시간동안 전부 쏟아부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화살도 열발 미만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는 남아있던 힘을 끌어모아서 밀려오던 좀비들을 뒤로 밀쳐내고 거칠게 철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쿵! 쿵!
그러나 그것도 오래 버틸수는 없었다. 문을 두들기고 있는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얕볼만한 녀석들이 아니었다. 녹슬고 군데군데 부숴진 철문따위야 몇분 견디지도 못하리라.
“괜찮아?”
“…그럭저럭요.”
손가락을 포션에 살짝 담궈놓은 궁수를 바라본 남자는 슬쩍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 그 너머에 있는 장면은 그야말로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듯한 모습이었다.
“으어어어어!”
“끼에에엑!”
“좀비 영화가 따로 없군.”
족히 수백마리는 되어보이는 언데드 몬스터 떼거리가 이 건물을 근처로 바글바글 모여있었다. 애초에 자신과 동료는 이번 미션에서 다른 사람들을 공격할의도는 없었다.
적당한 건물에 틀어박혀서 시간을 떼우려고 생각했는데 어느틈엔가 몬스터가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것이다. 저런 어마어마한 숫자를 막는것은 무리였다.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은 탈출. 랭커의 능력이라면 묘기같은 몸놀림으로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탈출하는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콰아앙!
“큭!”
뭔가가 날아오는것을 뒤늦게 확인한 남자는 간신히 백스텝을 밟아서 마법의 영향권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그러나 부서진 유리파편이 자그마한 상처를 주는것까지는 어떻게 할수 없었다.
“괘, 괜찮으세요?”
“그래, 그리고 여전히 있군.”
“…….”
포위당한순간 제일 먼저 생각했던것이 바로 도주였다. 그러나 도주하려고 창문을 여는순간 어디선가 날아든 마법은 건물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수 없게끔 만들었다.
‘몬스터? 인간? 어느쪽이든 지금은 그 빌어먹을 녀석을 없애야만 이곳에서 나갈수 있다. 나는 죽더라도….’
자신은 죽더라도 동료만큼은 죽어서는 안됐다. 그녀는 이번이 마지막 목숨이었기 때문이다. 어쩔줄 몰라하며 그저 울것같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궁수를 한번 바라본 전사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시간을 끈다. 너는 시선이 나에게 쏠린 틈을 타서 탈출해.”
“그러면…”
“분명히 약속했을텐데? 나는 아직 한번 더 살아날수 있어. 하지만 너는 이번이 마지막 목숨이야. 더 이상 시간 잡아먹을 생각은 없어. 준비해!”
쿵!
들고 있던 거대한 카이트 실드를 인벤토리로 집어넣은 남자는 양손에 라운드 쉴드 두 개를 들고 창가로 나가서 가볍게 호흡을 고르기 시작했다. 상황이 상황이긴 해도 그는 프랑스의 랭커였다. 손쉽게 당해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으랴아아아!”
쨍그랑!
유리창을 깨트리며 허공으로 몸을 내던진 순간 한끗차이로 날아든 화염구가 아슬아슬하게 몸을 스치고 날아왔다. 일단 가장 큰 위험을 넘긴 남자는 도로 위에 서 있는 가로등 위에 마치 곡예라도 부리듯이 한 발로 균형을 잡아서 착지한후 그대로 가로수나 인근의 전봇대로 몸을 날려댔다.
그렇게 한참동안 초인만이 할수 있는 이동을 보여주던 남자는 곧 두 눈을 빛내고는 다리에 힘을 모으고 어딘가를 향해서 급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찾았어!’
몇번이고 계속해서 마법을 날리면 당연히 그 위치가 드러날수밖에 없다. 추적당하지 않기위함인지 이동하고 있는것같았지만 한번 포착된 이상 벗어나는것은 불가능한 일이었
다.
“데몰리션!”
폐건물 너머로 이동하는 목표물을 향해 들고 있는 방패를 재빠르게 투척해 발을 붙잡아놓은 남자는 오러를 전신에 씌운후 전력을 다해 전차처럼 돌진하기 시작했다.
까드드드득!
“…별걸 다하는군.”
허리를 순식간에 90도 가까이 뒤로 꺾은 성훈은 아슬아슬한 각도로 스쳐지나간 라운드 실드를 바라보며 질린다는 눈으로 아래를 쳐다봤다.
만만한 사냥감이라고 생각하고 몬스터 때거리를 모아서 충돌시킨것까지는 좋았다. 지난 미션의 보답으로 얻은 유니크 아이템 중 하나인 영웅의 망토는 레어 이하의 탐색 계열 스킬을 무효화 하는 효능이 있다.
즉 언데드 몬스터들의 생기를 탐색하는 능력에서 벗아날수 있는것이다. 물론 직접 두 눈으로 보이거나 공격을 맞으면 존재를 인식하게 되기는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몸을 숨기는것이 가능한 복잡한 도심속에서 영웅의 망토는 최고의 안전을 보장하게 만들어주는 아이템이었다.
그렇게 끌어모은 몬스터들은 적들만을 공격하고 자신은 안전하게 후방에서 견제만 해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도 랭커라는거로군.’
설마 그 상황에서 빠져나와서 자신에게 역공을 가할줄은 몰랐다. 동료 한 명을 탈출시키기위한 양동작전. 어느쪽을 잡을까 고민하던 성훈은 혀를 한번 짧게 차고 검을 뽑아들며 기수식을 취했다.
쨍그랑!
“역시 인간이었구나!”
한번의 도약으로 3층 창문을 뛰어넘은 남자는 전력을 다해 손에 들고 있던 방패를 던졌다. 가볍게 고개만을 기울여 피하려고 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속도에 볼에 얇은 혈선이 그어지고 말았다.
“너는 어디의 미국대장이냐? 뭔 놈의 방패를 그리 던져대고 있어?”
“이 새끼가! 어차피 죽을거 너는 같이 저승으로 데려가주마!”
쿵! 쿵! 쿵!
거대한 카이트 실드를 앞세우고 묵묵하게 돌진하는 남자를 바라본 성훈은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린채 달려들었다.
여궁수는 이를 악물고 그 장소에서 최대한 빠르게 벗어나고 있었다. 괜히 머뭇거리다가는 동료의 희생을 헛고생으로 만들어버린다는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그 많던 언데드 몬스터들은 소란을 일으킨 동료를 따라 움직였기에 그녀는 한층 수월하게 탈출할수 있었다.
‘내가 혼자서 버틸수 있을까?’
남은 화살은 고작해야 여섯개. 그리고 아직 일주일도 넘게 남은 시간을 생각하며 절망에 빠지려던 여자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등에 배인 전통에서 화살을 빼내어 앞을 향해 겨눴다.
“이왕이면 그 화살을 쏘지 않았으면 좋겠군.”
“당신들, 당신들이 저희를 공격한 사람인가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하는 두 남자를 바라본 여궁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사람을 쉽게 믿는다는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 죽고 죽이는게 당연한 세계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마음 한구석에는 도움을 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잠깐 방심을 했다가는 자신의 죽음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보답을 받으리라.
“저, 전 이게 마지막 목숨이에요. 그러니까 제발…제발 보내주세요!”
“이런, 여자가 우는건 딱 질색인데.”
울먹거리는 궁수를 바라보며 보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딱히 싫어하는건 아니었다. 문제가 되는건 울고 있는 여자를 바라본 한 사람의 행동이다.
“후후. 걱정마시길 아름다운 레이디. 제가 위험으로부터 보호해드리겠습니다.”
우람한 근육을 씰룩이며 함박웃음을 지은채 다가오는 세르게이는 굳이 어느쪽인가 판단해보자면 도움이 아닌 위험을 가하는 쪽처럼 보였다.
마치 곰에게 먹히기 일보직전의 가련한 동물마냥 떨고있는 여궁수를 바라본 보리스는 뒤에서 다가오는 언데드들을 바라보고 주먹을 들어올렸다.
“나서지 마라 보리스! 내가 다 처리하마.”
“그러겠다면야 나야 좋고.”
“키에에에엑!”
입이 세로로 길게 찢어진채 다가오는 몬스터들. 청동빛의 색깔을 보아하니 그냥 구울도 아닌 강화구울이다. 오러를 사용해서 간신히 상처를 줄수 있는 그 언데드를 상대로 세르게이는 그저 맨몸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무, 무기는?”
“걱정할 필요없어. 저 녀석의 무기는 바로 ‘몸’ 그 자체거든.”
“예?”
몸 자체가 무기라니?
격투가라는 소린가? 하지만 손에 건틀렛 비슷한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돕기위해 활을 든 순간 그녀는 믿을수 없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후우웁.”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그러면서도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근육이 순간적으로 부풀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그저 강하다는것을 알수 있는 오른팔 든 남자는 그대로 앞으로 달려나가며 외쳤다.
“래리어트!”
팔뚝으로 상대방을 후려갈기는 레리어트.
프로레슬링 경기에서 자주 볼수 있는 기술중 하나였지만 위력은 결코 자주 보던 기술이 아니었다.
콰직!
잘 익은 과일이 스스로 떨어지는것처럼 구울들의 머리는 팔뚝에 닿기가 무섭게 그대로 몸과 두동강이 난채 허공을 날아가버렸다. 어디까지나 타격기에 불과한 기술이라고는 믿을수 없는 장면.
단 한번, 단 한번의 휘두르기로 세 마리의 구울은 두동강이 났고 가장 뒤에 있던 구울은 그대로 곤죽이 된채 쓰러져버렸다.
후우우웅!
어찌나 강력한지 뒤에 떨어져있던 둘에게도 세르게이의 기술의 풍압이 느껴질정도, 이건 인간의 힘이 아니다. 힘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오우거도 이 정도 힘은 가지고 있지 않으리라.
거기까지 생각한 궁수는 그 즉시 보리스에게 달라붙어서 말했다.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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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의 아름다움에 빠져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