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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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역의 역의 역.
솔직히 오십보백보인 상황이었지만 둘은 진심을 담아서 외쳤다.
그나마 먼저 움직인것은 성훈이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조차 하지 못한 잭과 달리 성훈은 비록 과정은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싸우게 될거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손가락을 튕기면서 화탄을 쏘아보내자 잭은 클레이모어를 비스듬히 세워서 막아냈다. 그러나 검을 타고 전해지는 충격에 이마를 찌푸렸다.
‘저주를 받아서 그런가? 공격이 무겁게 느껴진다.’
“헤지스!”
“말하지 않아도 움직일것이오.”
엘리가 말해줬던 자신의 뒤를 밟았던 남자의 모습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암살자는 양손에 두 개의 쌍륜을 들고 성훈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성훈은 예상치못한 인물이 등장한 순간부터 다음 수를 시행했다.
퍼엉!
“흡?!”
갑자기 바닥이 폭발하며 무너져내리기 시작하자 잭과 헤지스라 불린 남자는 당황하며 멈출수밖에 없었다. 올라오기전 아래층 천장에 붙여놓은 부적을 시간차를 두고 터트린것이다. 너무나 쉽게 최상층에서 사라져버린 성훈을 보면서 잭은 클레이모어를 휘둘러 바닥을 부수며 말했다.
“잡아! 죽여버려!”
이런식으로 명령을 내리면 안되지만 저 망할녀석이 선수를 치는 바람에 이미 계약은 깨져버렸다. 더 이상 피해고 뭐고 고민할 것은 없어졌던것이다. 원래대로라면 헤지스가 깔끔하게 처리를 했을것이다. 이곳에 오기전에 이미 헤지스에게 몇 가지 명령을 내려뒀었다.
이를테면 따로 명령하지 않아도 자신과 대화를 나눈 사람들을 몰래 미행한다던가, 죽인다던가, 하는 것들을 말이다. 계약을 맺기전에 한 행동은 계약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만들어낸 한수다. 그러나 유령은 그 기습에도 당하지 않았고 역으로 저주를 자신에게 향하도록 만들었다.
‘그런 간단한 트릭에 당하다니!’
너무 간단해서 알아차리지 못했다.
설마 아이템을 건내줄때 칼날을 끼워놨을줄 누가 상상이나 헀겠는가? 클레이모어를 풍차처럼 돌리며 뛰어간 잭은 곧 얼마 벗어나지 못한 유령을 발견했다.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어도, 자신이 저주를 받았어도 기본적인 능력의 한계는 극복할수 없다.
“슬래셔!”
검은색의 기운이 깃든 클레이모어는 인간 하나정도는 금새 곤죽으로 만들어버릴 위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검이 휘둘러지고 잭이 벤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공이었다. 마치 다리에 스프링이라도 단것처럼 앞으로 쏘아져나가 공격을 피한것이다.
목뒷덜미에 스산한 바람이 스쳐지나간것을 느낀 성훈은 마른침을 삼켰다.
미리 설치해놓은 민첩을 순간적으로 증가시키는 대쉬 킷을 사용하고서도 간신히 도망칠수있다. 만약 저주를 받지 않았더라면 얼마 가지도 못하고 일도양단이 됐으리라.
‘처음 만났을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이 새끼는 사기야!’
미리내와는 다른 방식의, 어쩌면 자신의 발전형이라는 존재가 잭일것이다. 기본적인 능력치가 워낙에 압도적이니 말이다. 한편 성훈이 잡힐듯하면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바로 아래층에서 느껴지던 인기척에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모두 그 녀석 도망 못 치게 잡아!”
“탄!”
“헛?!”
검에서 튀어나오는 마법의 속도는 지금까지 겪었던 마법들과 차원을 달리했다. 고개를 틀어 화구를 피해낸 잭은 이를 갈며 검기를 생성시켰다.
“조금씩 촐싹대기는!”
반월형의 검강이 순식간에 크기를 넓혀가며 사방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공격은 순식간에 막히고 말았다. 필살기 까지는 아닐지라도 나름대로 힘을 기울인 공격이었는데 설마 그게 이렇게 쉽게 막힐줄은 몰랐던 잭은 유령이 몰래 힘을 숨겨뒀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연기가 걷힌순간 그로서는 보기 드물게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은….”
“이봐, 이건 우리들에게 하는 ‘공격’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씨발, 메세지 창 떴어! 정당방위 성립한다고!”
“…이렇게 허무하게 풀수 있었을 줄이야.”
자신이 날려보낸 공격을 막아낸것은 유령이 아니었다. 건물 곳곳에서 감시를 하고 있어야할 계약자들이 각각 무기를 꺼내들고 있었다.
“계약 조건이 너무나 허술하더군요. 피해라는게 어깨만 툭 쳐도 성립할수 있는건데 말이죠. 그리고 지금 이건 명백하게 이분들을 공격한거라고 봐도 되겠죠?”
“…….”
“흐흐흐, 고맙다 유령. 뭐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은혜는 나중에 꼭 값지.”
“어이, 코쟁이. 1:1이었을때는 당했을지 몰라도 지금 이건 어떻게 할거냐?”
“떼거지로 덤비는건 마음에 안들지만 네가 상대라면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을것 같은데. 그치?”
“…크, 흐흐흐.”
“뭐야? 갑자기 왜 웃고 지랄이야?”
짝짝짝!
성훈이 그런것처럼, 잭 역시 가볍게 박수를 치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시작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그에게서 풍겨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세였다.
“아주 재밌어! 응? 유령이라고 했지? 아주 좋아. 인정하지, 너 참 재미있는 놈이야.”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이군요.”
“그래. 나한테 이런 식으로 개기는 놈은 초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지. 그 때 꽤 귀찮게 하던 새끼가 하나 있었거든? 내가 그 녀석은 특별히 내 펫이 될수있는 기회를 줬는데 너는 내 2번째 펫이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펫이라니, 저는 애완동물 안키웁니다. 뭐 식물은 기르고 있지만 말이죠.”
“걱정마. 네가 키우는게 아니라…”
우우우웅!
“키워질테니까.”
“덮쳐!”
가장 먼저 덤빈것은 처음으로 패하고 밑에 들어간 청명이었다. 그동안 쌓인게 많았던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 검강을 만들어내 잭을 향해 돌진했다.
“태극무상(太極無上)!”
‘궁극의 카운터 검술! 어떤 공격이든 받아서 되돌리는 내 최대의 비기다! 처음에는 우습게보다가 당했지만 이번에는 어림도 없다!’
은근슬쩍 중국인이라고 청명을 무시하던 사람들까지도 감탄을 그치지못할만큼 장엄한 검세. 그리고 그 검세를 정면에서 받는 잭은 양손에 쥔 클레이모어를 마치 야구배트를 휘두르듯이 간단하게 좌에서 우로 휘둘렀다.
검은 궤적이 그려진 순간 청명이 펼친 검법은 전부 허무하게 부서져버렸다. 특별한 기교를 부린게 아니다. 그저 너무나도 강력하기에 견디지 못한것이다. 어린아이가 아무리 기술을 연마해도 프로 선수를 당할수 없는것이나 다름없다.
‘무턱대고 쫒다가는 이 녀석들 같이 계약이 깨지는 놈이 늘어난다, 다행히 아직 숫자는 적어.’
“아직 내 명령을 받는 모든 사람들은 이곳에서 아무도 나갈수 없도록 길을 봉쇄해라! 건물밖을 나가려고 하는 녀석은 무조건 공격해서 발을 묶어놔! 그리고 유령….”
모든 마력을 끌어올리며 유령에게 말을 걸려던 잭은 다시 한번 이를 갈았다. 유령은 그 자리에 없었다. 소란스러운 틈을 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도망가버린것이다.
이쯤되면 오히려 그 뻔뻔함에 헛웃음이 나올정도다.
“크, 크하하하하하하! 어디 한번 도망가봐라!”
“쫄지 마! 녀석은 한명….”
콰직! 콰앙!
클레이 모어는 순식간에 바닥을 자르고 부숴내기 시작했다. 검강은 마치 두부를 가르는것처럼 바닥을 매끄럽게 잘라냈고 검면으로 후려갈기자 순식간에 구멍이 커지기 시작햇다.
“쪼, 쫒아!”
“모두 꺼져라! 네 놈들을 상대할떄가 아니니!”
아래층으로 도착하자마자 아직 계약이 끝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이 잔뜩 인상을 써가며 잭의 뒤를 따라오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숫자상으로는 역시 아직 계약에 묶여있는 사람이 많았지만 제대로 싸울 생각이 없는듯 허술하게 싸우느라 비등비등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을 더 이상 방해할 대상이 없어진건 사실이었다. 건물을 상당히 내려왔을때쯤 창문 너머에서 건물 밖을 빠져나오는 유령의 모습을 보자마자 잭은 망설임없이 그대로 창문 너머로 뛰어내렸다.
아무리 랭커라도 이런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려서 무사할수는 없다. 하지만 지면에 격돌하기 직전 등에서 나타난 검은색의 날개가 추락속도를 감소시켰고 잭은 아무런 피해 없이 지면에 착지할수 있었다.
“등에서 날개가 생기다니, 무슨 직업이길래 그게 가능한거죠?”
“아주아주 특별한 직업이지. 각오해라 30초안에 조각조각으로 만들어줄테니.”
“글쎄요. 제 생각에는 그럴수 없을것 같은데요.”
“그래? 그럼 어디 한번 시험해볼까?”
꾸우우욱!
육중한 클레이모어였지만 성훈이 들고 있는 세검보다 훨씬 빠르게 날아와서 느낄틈도없이 몸을 가를것이다. 성훈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정말로 30초다.
‘미리내나 강무한이 아니라면 이 녀석과 정면에서 맞붙을수 있는 녀석은 없다. 30초라는건 허언이 아니야. 하지만….’
“아 참, 그거 아십니까?”
“더 이상 네 말은 듣지 않기로 했다. 너같은 녀석은 뭔가를 떠벌이기전에 얼굴을 뭉개주는게 가장 효율적이라는걸 깨달았거든.”
“그러면 혼잣말을 하죠. 자신만 동료가 있을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현기증이 밀려들었지만 1초도 채 되지 않아 몰아낼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적의 공격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비를 했다. 환각이라고 해도 본능적인 감각마저 속이지는 못한다. 만약 이 틈을 타서 접근한다면 바로 쳐낼수 있도록 근육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되돌아온 시야에는 유령은 보이지 않고 하얀 빛줄기 하나만이 보이고 있었다.
‘위험….’
콰아아앙!
다치지는 않았다. 공격을 자동적으로 가드해주는 칠흑의 가호라는 스킬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마력은 만만치 않게 깎이고 이마가 살짝 까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당연하다는듯이 유령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더 멀리 달려가고 있었다.
‘이대로 보내주는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자신은 원래 목표로 했던 불꽃의 심장을 얻었다. 여기서 유령을 따라간다는건 불확실한 가능성을 낳는 행위다. 그 짧은 사이에 내부분열을 일으키고 계약을 깨버렸다.
방금전에 자신을 향해 공격한 동료의 존재도 그렇고 어떤 함정을 준비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희미한 목소리를 듣는순간 사라져버렸다.
“이미 30초는 지나지 않았나요?”
“오냐, 내가 네 녀석을 갈아마시지 않으면 성을 간다. 크큭!”
-분노가 발동합니다.
진심으로 감정이 격해졌을때만 발동하는 패시브 스킬인 분노가 발동했다. 그리고 화살처럼 도시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