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05
0205 / 0473 ———————————————-
25.승자와 패자.
조준경에 목표를 넣고 방아쇠를 당긴다. 장애물에 가리거나 너무 빠르게 움직일때도 있었지만 그 정도야 전부 계산하고 잇었다. 성훈과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중간중간 설치한 함정은 충분히 잭의 발을 묶거나 추적을 지연시켜줬으니 말이다.
피잉!
“이러다 이거 폭발하는거 아냐? 엄청 뜨겁네.”
화상을 입을것처럼 달아올랐던 마도포를 냉각마법으로 식힌 엘리는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다. 성훈은 잭이 거의 레이드 보스급이라는 가정을 두고 함정을 팠다. 이 도시 곳곳에 설치한 함정과 몰아넣은 몬스터를 이용한 공격, 좀 심한것에는 아예 건물을 무너트리는 계획까지 세워놨다.
그 정도로 다양한 준비에 자신의 백업까지 더했음에도 여전히 우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맷돼지도 아니고 진짜 무식하게 돌진하네. 그 무식한 점이 가장 무섭기는 하지만 말이야.’
막는게 있으면 부수고 방해가 있으면 몸으로 때운다. 무식해보이지만 사실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기도 했다. 그래서 성훈도 속절없이 쫒기고 있는것 아닌가?
이대로 간다면 모든 함정을 다 사용해도 성훈이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 엘리는 어떻게든 승률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서 다시 한번 마도포를 쐈다. 그리고 움직임을 멈출수밖에 없었다.
마력의 실을 따라 감각을 확장했지만 침입자가 들어왔다고 경고를 알린곳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근처에 감시로 세워둔 사역마의 시야를 공유해도 아무런 이상도 보이지 않았다. 그 사실에 엘리는 표정을 굳히며 긴장했다. 그녀의 특기는 정신과 보조, 영역 구축의 마법.
인근 3km안에 그 누구라도 발이라도 들인다면 그 즉시 열개가 넘는 탐지마법에 걸리게 된다. 그런데 그 중에서 고작 2개만 경고를 했다.
‘침입자의 은신 수준이 엄청나다는 거겠지. 이거 좀 곤란한데?’
이 정도의 은신을 구사하는 상대가 우연히 지나갈리가 없다. 분명히 자신을 목표로 이곳까지 온것이다. 저격으로 지원사격을 하는만큼 당연히 또 다른 적이 오리라는것은 예상했지만 설마 이런 상대가 올줄은 몰랐다.
성훈과 미리내를 샌드백 삼아서 숙련도를 올렸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킬이 A또는 S에 해당하는 숙련도를 지니고 있어서 더 당혹감이 클수밖에 없었다.
1차로 준비해둔 몬스터들의 경계병을 움직일틈도 없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두번째 경계망까지 침입당하자 엘리는 이를 갈았다. 어떻게 대응을 하고 싶어도 눈에 보이는게 없으니 대응을 할 방법이 없었다. 혹시나 싶어서 범위 계열로 적용되는 마법을 시전해봤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듯이 단숨에 무효화시켰다.
“일단은 2차, 3차 라인에 있는 몬스터를 움직여서 최대한 시간을 벌자.”
양팔을 앞으로 내밀고 피아노를 치듯 경쾌하게 손가락을 두들기자 멀리까지 뻗어나간 마력의 실을 따라 마법들이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어떤 지역에는 혐오감과 공포심을 일으키고 어떤 지역에는 미로를 새롭게 구축하기 시작했다. 자연히 그 안에 있던 몬스터들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며 한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다. 자신의 마법에도 걸리지 않던 자가 과연 몬스터들의 감각에 걸릴것인가?
필드에 있는 몬스터라는 것들이 전부 고만고만한 수준이어서 물량으로 밀어부치는것만이 유일한 장점인데 도저히 효과적일거라고 생각할수 없었다. 그러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적의 위치를 알아낼수 있었다.
콰아아아앙!
꽤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도 보일만큼 번쩍이는 불길과 함께 일어나는 폭발. 다급히 그 근처에 마나 아이를 띄우자 한번 본적이 있는 터번 차림의 암살자가 무릎을 꿇고 있는것을 볼수 있었다.
“성훈 오빠가 만약을 대비해 설치해준 함정에 걸렸네?”
마법적인 수단은 어떻게 무효화할수 있었을지 몰라도 물리적인 수단까지 무시할수는 없다. 적이 있는 위치를 알아낸 엘리가 미소를 짓자 곳곳에 있는 몬스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아, 손님이 왔으면 환영해주는게 예의겠지?”
은신을 활성화시킨 헤지스는 무인지경으로 몬스터의 방해를 받지 않고 돌진하고 있었다. 로얄 어쌔신이라는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그의 은신능력은 도적특화 2차 각성 직업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정도였다.
문제가 되는건 마법뿐이었다. 갑자기 어느순간부터 머리속을 파고들어오는듯한 불쾌한 기분과 제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디서부터 바뀐지도 모르게 바뀌어있는 주변 지형, 그동안 공격마법을 주구장창 써대던 마법사는 많이 봤어도 이런 마법은 처음 겪어봤다.
‘그냥 공격마법만 써대는 놈들이 상대하기 편하지 이건 정말 짜증나는군.’
그래도 뭔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치는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쾌속하게 질주하던 헤지스는 골목을 통과하는순간 발목에 닿는 묘한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도전에 강력한 폭발이 그를 덮쳐왔다.
콰아아아앙!
“컥?!”
못과 날카로운 유리조각, 파편들이 마법의 기운을 휘감고 그대로 옆을 강타했다. 물론 대부분의 충격은 옷 위로 가드할수 있었지만 나머지 여파만으로도 내상을 입을만큼 강력한 공격이었다.
게다가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더욱 컸다.
“큭, 단순히 마법만 쓰는게 아니란 말인가? 너무 방심했어.”
은신과 전투능력 모두 수준급이지만 함정에 관해서는 무지한게 바로 로얄 어쌔신이다. 일단 급한김에 포션을 꺼내 절반은 까진곳에 나머지 절반은 마셔버린 순간 이마를 찌푸렸다.
“끄어어어어어.”
콰직!
늘어지는 소리를 내며 접근하던 좀비는 순식간에 날아온 륜에 의해 머리가 쪼개지면서 단순한 고깃덩어리로 변해버렸다. 되돌아오는 륜을 자연스럽게 받아냈지만 안색은 펴질줄 몰랐다.
“그어어어어….”
“끼에에엑!”
“이이이인…가아아안!”
거리 곳곳을 가득히 메우며 달려오는 좀비의 물결! 건물 위로 올라가서 피하려고 했지만 곳곳에 보이는 스켈레톤 궁수를 보고 일찌감치 생각을 접어버렸다.
“나는 좀비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야. 트라우마가 생길것같군.”
누구라도 살이 썩고 온 몸에 피칠갑을 한채 기괴한 몸놀림으로 다가오는 좀비의 대군을 보면 트라우마가 생길것이다. 대충 상처가 회복될때쯤이 되자 헤지스는 일어나면서 품에서 지금까지 사용한것과는 다른 황금빛으로 빛나는 륜을 꺼내들었다.
상당히 두껍고 날도 큼직한 륜을 잡고 살짝 비틀자 순식간에 겹겹이 분리되면 3개씩, 총 6개의 륜이 잡혔다.
“죽음의 춤. 원래대로라면 이런곳에서 사용할 기술은 아니지만….”
자신의 비전중의 비전이라고 할수 있는 기술. 예전에는 꽁꽁 숨겨두고 절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어쩔수 없이 잭을 따르고 굴복하는 삶. 겉으로는 따르고 있지만 그 역시 누구야말로 잭이 쓰러지기를 원하는 사람인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최고의 한수를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
‘열심히 보고 대응방책을 생각하시오. 나를 이길수없으면 그 남자에게 손조차 댈수 없을테니.’
키이이이이잉!
마치 의지라도 가진것마냥 6개의 륜은 공중에 떠오르더니 무시무시한 속도로 주변을 돌아다니며 피보라와 육편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비는 많고 륜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었다.
어떻게 한 마리가 근처까지 도달한순간 헤지스는 가볍게 팔을 뻗어 좀비의 머리를 살포시 잡았다.
우드득!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 스킬을 아끼지 않고 사용하겠소. 부디 최대한 버텨보시구려.”
자신과 싸우는 상대에게 들렸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발언은 자연히 마법으로 감시를 하고 있던 엘리에게도 들려왔다. 의식을 둘로 쪼개 한쪽은 지원사격을, 다른 한쪽은 마법의 유지를 행하고 있던 와중에도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얘도 장난이 아닌데? 역시 세계급으로 나오니까 별별 사람이 다 나오는구나.’
한 나라, 도시에서 5명정도의 최강자만 하더라도 비길데가 없이 강한 수준이다. 그런데 그런 급의 강자들이 최소 200개는 넘는 나라에 존재한다. 물론 그 중에서도 잭과 헤지스는 정상급의 강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직 걱정할정도는 아니었다.왜냐하면 성훈과 자신은 충분한 준비를 해놨기 때문이다. 현재 엘리가 있는 빌딩은 엄청난 숫자의 함정으로 도배가 되어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엘리에게는 아직 쓸만한 패가 하나 남아있었다.
“성훈 오빠한테 쉽게 당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곳까지 왔을정도의 랭커니 쉽게 당하지는 않겠죠? 후후. 잘 부탁드려요.”
우드드드득!
덤벼오는 구울의 양팔과 목을 꺾어버린 헤지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좀비들은 일정한 거리를 앞에두고 더 이상 그를 쫒아오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접근하는 순간 방향감각이 이지러진듯 제 발에 걸려 넘어지거나 거꾸로 가는것이다.
“몬스터를 컨트롤하는게 아니라 모종의 방법으로 유인해서 묶어뒀던것이로군. 그래도 이걸로 한층 더 확신이 생겼다. 적은 소수다.”
그 혼란 와중에 몇명이 견제만 해줬어도 위험한 상황이 찾아왔겠지만 일절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최소로 잡는다면 한 명, 많아도 두 명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헤지스는 유리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백화점으로 쓰였던듯 1층은 꽤 넓은 홀이었고 에스컬레이터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느껴지는 미미한 인기척에 헤지스는 그대로 오른손에 잡힌 륜을 내던졌다.
까앙!
‘중간에 튕겨냈다.’
기본적인 중량, 힘의 차이 때문에 단검같은걸로 상쇄하는건 불가능하다. 들린 소리를 들어보니 화살같은것도 아니다. 안력을 돋워 어둠속을 꿰뚫어보자 곧 자신의 륜을 쳐낸 무기와 그 주인을 확인할수 있었다.
“방패? 탱커인가?”
“…….”
온몸을 감싸지만 날렵함을 살린 세련된 갑옷, 양 팔목위에 장착된 둥그런 스몰쉴드, 마지막으로 거대한 타워실드를 앞세운 전사가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탱커가 뭘 어쩌겠다는건가? 그냥 시간이나 끌어보겠다는건가?”
“…어.”
“뭐라고 하는건가?”
“…죽어, 죽어라, 죽어버려! 크하하하하하!”
시뻘건 눈동자와 목소리에 담긴 이상할정도의 적의를 느낀 헤지스는 생각을 수정했다. 아무래도 탱커가 아니라 광전사였던것같았다.
“시간이 없으니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소.”
“죽어어어어!”
자신이 날린 륜은 전사가 날린 방패를 맞고 공중에서 궤도를 틀고말았다. 전문적인 투척무기도 아니고 방패를 이 정도까지의 정확도로 날리는것으로도 모자라 다시 주인에게 되돌아가는것을 볼때 이 자는 아예 방패를 무기로 활용하던 남자였었던것 같았다.
최대한 마력을 실어서 정면으로 륜을 던졌지만 전사는 살짝 주춤거릴뿐이었다. 탱크처럼 묵직하게, 그러나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헤지스는 륜을 날렸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쉬운 상대는 아닐걸요?”
테레사가 그토록 구하고자했던 전사. 이미 몇일에 걸친 마법의 휴우증으로 거의 폐인이 되버린 그를 이용하는것은 그렇게 어려운일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미 사종원을 통해서 이성을 날리거나 폭주하는 종류에 대한 데이터는 상당히 축적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최고급의 탱커에게 리스크가 큰 보조마법, 이지를 날려버리는 버서커마법 등으로 도핑하고 보냈다. 한번 쓰고 버릴 말이라지만 그 전투력은 확실하리라.